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634)
아크 더 레전드-634화(634/875)
[634] space 3. 최종 시험 (4)지금은 골렘의 몸이지만 정신은 과거 무라티우스타에서 함께 싸운 경험이 있는 카사인의 전사 바사크. 그리고 당시 바사크는 확실히 ‘유능한’ 전사였다.
그러나 같은 사람이라도 전투적인 부분만 가지고 말하자면 과거와 지금의 바사크는 전혀라고 해도 좋을 만큼 다른 존재였다.
당연하다. 일단 몸이 다르니까. 그건 과거의 바사크가 몸에 익히고 있던 전투 경험도 사라졌다는 의미.
‘뭐 그래도 레벨을 올리면 나아지겠지.’
이 문제에 대해서 지금까지 아크는 그런 식으로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실제로 해저 유적에서 부지런히 경험치를 퍼 먹여 폭렙시키자 확실히 활용도는 올라갔다.
그러나 금마의 탑에 와서야 그런 방식은 한계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바사크가 금마의 탑을 통과하지 못하는 이유는 레벨이 낮아서가 아니다. 바사크의 던전에서 주어지는 과제는 레벨과 상관없어. 그럼에도 통과하지 못했던 이유는 하나, 상황 대처 능력이 부족해서였다. 그래, 자기보다 약한 상대와 싸울 때는 레벨만으로 충분해. 하지만 동급이거나 그 이상의 능력을 가진 적과 싸울 때 필요한 것은 상황 대처 능력! 금마의 탑에서 요구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아크는 바로 핵심을 파악했다.
때문에 초반에는 바사크를 훈련시키는 데 집중했던 것이다. 뭐 뒤늦게 바사크와 시각을 공유할 수 있는 룬 문자 ‘바이우스’의 존재를 알게 되었지만, 그렇다고 바사크를 훈련시킨 것을 삽질이었다고 할 수는 없었다.
‘아무리 시각을 공유하며 지시를 내렸다고 하지만 실제로 몸을 움직이는 것은 바사크다. 지시에 따라 바로바로 움직일 수 있었던 것은 바사크가 그만한 준비가 되어 있었기 때문! 그만큼 상황 대처 능력이 상승했다는 의미다.’
알고는 있었다.
바사크가 그만큼 성장했다는 것은.
그러나 잊고 있었다. 아니, 믿지 못했다는 표현이 맞다.
지금까지 아크에게 바사크는 ‘힘들어도 키워야 하는’ 소환수에 불과했다. 단 한 번도 소환수의 본래 목적, ‘같이 싸우는 존재’로는 생각하지 않은 것이다.
때문에 골렘이 나타났을 때도 ‘같이 싸운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그건 바사크로 골렘을 유인했을 때도 마찬가지. 아크의 관심사는 바사크를 ‘버티게’ 만드는 것뿐이었다.
그러나 이제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더 이상 바사크는 ‘힘들어도 키워야 하는’ 소환수가 아니다. 제라두가 말한 것처럼 아크의 동반자!
함께 싸울 수 있는 소환수다.
바사크는 스스로의 판단으로 아크를 두 번이나 위기에서 구하며 그것을 증명한 것이다. 물론 이 역시 ‘힘들어도 키워 놓은’ 덕분이지만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금마의 탑!’
훈련은 효과가 있었던 것이다.
‘그래, 승패를 결정짓는 것은 레벨만이 아니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능력을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는 경험! 그건 NPC에게도 해당되는 말이었어. 바사크는 금마의 탑에서 그것을 배웠다. 그러니 이제 바사크는 더 이상 짐이 아니야. 덤도 아니다.’
한 사람의 전사! 그리고 그건…….
‘난 혼자가 아니다!’
“바사크!”
아크가 벌떡 일어나 바사크를 돌아보며 말했다.
“등을 맡겨도 되겠지?”
-네?
바사크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되물었다.
그리고 잠시 멍한 눈으로 바라보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물론입니다, 형님!
“좋아. 이제 ‘같이’ 싸우는 거다!”
-네!
크아아아아!
바사크의 대답과 동시에 골렘이 괴성을 터뜨리며 주먹을 휘둘렀다. 이제 숨길 필요도 없다는 듯이 주먹 위로 솟아 나오는 10개의 크리스털 창!
그러나 이제 아크는 바사크에게 일일이 지시하지 않았다.
자신도 공격받는 입장이라 여유가 없기도 했지만 이제 바사크를 믿기 때문이다.
이 정도 공격은 알아서 피할 수 있다고!
‘이제 내가 신경 써야 할 것은…….’
바사크와 반대 반향으로 주먹을 피한 아크의 눈이 빠른 속도로 자신과 바사크, 그리고 천공의 눈과 연결되어 있는 3개의 창을 훑었다.
각기 다른 각도의 골렘을 비추는 창!
골렘의 뒤에 있을 때도 그랬지만 아크까지 바로 앞에 있으니 모든 움직임이 더 선명해졌다.
‘……여기다!’
“디펜스 브레이크!”
순간 아크가 쌍검으로 골렘의 팔을 내리쳤다.
적의 방어를 부수는 ‘디펜스 브레이크’! 워낙 몸집이 큰 상대라 ‘디펜스 브레이크’에 적중되고도 골렘은 팔은 그저 살짝 흔들리는 정도의 움직임밖에 없었다. 그러나!
“바사크, 지금이다!”
-네! 폭쇄!
골렘의 옆구리에서 폭음이 울린 것은 그다음이었다.
아크가 ‘디펜스 브레이크’로 골렘의 팔을 벌리자 바사크가 그 틈으로 ‘폭쇄’를 찔러 넣은 것이다.
이것이 진정한 의미의 협공!
바사크는 비로소 진정한 의미에서 아크와 호흡을 맞출 수 있는 소환수가 된 것이다. 그리고…….
-협공 성공!
‘바이우스’로 시각을 공유하는 소환수와 협공을 성공시키면 보너스가 적용됩니다. 주어지는 보너스의 효과는 스킬 조합에 따라 달라집니다.
《디펜스 브레이크+폭쇄 : 관통 대미지 +50%》
‘이거였구나!’
생각지도 못했던 메시지가 아크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금마의 탑에서 찾은 룬 문자 ‘바이우스’. 아크는 지금까지 이게 그저 장거리에서도 바사크를 조종할 수 있는 스킬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러나 아크가 미처 깨닫지 못했던 것이 있었다.
‘바이우스’는 시각을 공유하는 것!
그건 바사크 역시 아크의 시각을 공유한다는 의미였다.
아크가 위기에 처했을 때 바사크가 정확한 타이밍으로 구출할 수 있었던 이유가 그것!
‘바이우스’의 진짜 용도는 바로 그것이었다.
아크는 바사크, 그리고 바사크는 아크의 시각을 공유함으로써 완벽한 호흡을 맞출 수 있게 해 주는 것! ‘바이우스’는 그것을 위해 만들어진 룬 문자인 것이다.
“무장?마인드 실드!”
이미 시각을 공유하고 있다. 말 따위는 필요 없었다.
“솟아라, 이지스! 실드 이미션!”
-돌진!
아크가 이지스를 얼굴 앞으로 띄우며 폭발시키자 골렘이 흠칫 놀라며 물러났다. 그러자 바사크가 지체 없이 ‘돌진’을 발동시키며 골렘의 다리를 들이받았다.
-협공 성공!
《실드 이미션+돌진 : 충격 대미지 +50%》
쿠쿵! 콰콰콰콰!
충격 대미지가 더해지며 골렘이 중심을 잃고 쓰러졌다.
고작 137레벨짜리 골렘의 몸통 박치기에 15미터 크기의 400+ 골렘이 맥을 못 추고 넘어지는 것이다. 완벽한 호흡의 협공으로 만들어 낸 장면이었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전투!
이에 한껏 고취된 아크와 바사크의 집중력은 전례가 없을 정도로 높아졌다. 그리고 그야말로 혼연일체가 되어 일방적으로 골렘을 몰아붙이기 시작했다.
숨 돌릴 틈 없이 협공을 가하자 추가 대미지가 더해지며 골렘의 생명력이 바닥을 향해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5% 대까지 떨어졌을 때였다.
-형님, 갑니다! 돌진!
“기갑 스킬! 블러디 로어!”
좌우로 갈라진 바사크와 아크가 동시에 골렘을 향해 돌진했다. 그리고 바사크의 몸통 박치기에 휘청거리는 골렘의 가슴을 짐승으로 변한 아크가 꿰뚫는 순간!
-협공 성공!
《돌진+블러디 로어 : 물리 대미지 +50%》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연이어 떠오르는 메시지!
‘이겼다!’
골렘을 관통한 아크가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아직 아크는 휴식 보너스가 적용되고 있었다. 덕분에 경험치 +50%! 그 상태로 보스 몬스터를 해치우자 바사크와 경험치가 나뉘는데도 단숨에 레벨이 7이나 상승했다.
바사크 역시 그 영향으로 단숨에 12레벨 상승!
‘뭐 막상 이렇게 되니 아쉬운 감이 없지 않지만…….’
몸을 돌리자 움직임을 멈추고 서서히 붕괴되는 골렘이 눈에 들어왔다.
‘이제 더는 없겠지.’
아크는 느긋한 표정으로 골렘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다음 순간, 황당한 장면이 펼쳐졌다. 힘을 잃고 허물어지던 골렘이 부위 별로 나뉘며 수십 개의 크리스털 구체로 변해 바닥에 떨어진 것이다. 그리고 다시 각각의 구체가 골렘의 형상으로 변신하는 것이 아닌가?
“뭐, 뭐야?”
아크가 당혹성을 터뜨리며 황급히 쌍검을 들어 올렸을 때였다.
-됐다! 이제 그만해도 돼! 네가 신기를 받을 자격이 있다는 건 충분히 알았으니까. 어이구, 허리야. 젠장, 이 짓도 더는 못 해 먹겠군. 예전에는 몇 번이든 거뜬했는데 말이야. 바이우스라도 나이는 어쩔 수 없는 건가?
한 골렘이 허리를 툭툭 치며 구시렁거렸다.
이에 시선을 돌린 아크의 얼굴이 괴상하게 일그러졌다.
“……제라두?”
SPACE 4. 드디어…… 어? (1)
“뭡니까?”
-뭐가 말인가?
“좀 설명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딱 보면 모르겠나?
“모르겠는데요.”
아크는 표정이 좋지 않았다.
그러나 제라두는 히죽 웃으며 입을 열었다.
-후후후! 그렇지. 당혹스럽기도 하겠지. 갑자기 적이라고 생각했던 골렘이 나와 이 녀석들로 변했으니. 음, 놀랐겠지. 하지만 원래 그 골렘의 정체는 바로…….
“제라두 님과 병사들이었겠죠. 어떤 식으로 합체했는지는 말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요즘은 한물갔지만 변신 합체, 뭐 그런 게 유행하던 시절도 있었으니까.”
-하, 한물가? 합체! 거대화! 그런 건 시대를 막론하고 남자의 로망이다! 하여간 요즘 것들은 그런 것도…… 아니, 뭐 좋다. 그건 그렇고. 중요한 것은 사실 나와 병사들이 바로 이 금마의 탑의…….
“최종 시험이었겠죠.”
-뭐야? 다 알고 있지 않나?
아크가 툭툭 끼어들며 대답하자 제라두가 뚱한 표정을 지었다.
아무래도 아크가 좀 더 놀라 주기를 바란 모양이다.
그러나 놀라 줄 수가 없었다. 이런 뻔한 연출, 딱 봐도 모르는 쪽이 이상하지 않은가.
아크가 모르겠다고 말한 것은 골렘의 정체 따위가 아니다.
말한 대로 금마의 탑의 최종 시험으로 등장한 거대 골렘은 제라두와 병사들이 합체한 것이었다. 그런데 왜! 시험이라면서 굳이 벽을 부수면서 나타난 것도 모자라 대가리 위에 ‘???’를 달고 있었냐는 말이다! 사람 헷갈리게!
-모두 너를 위해서였다.
“에?”
-말했듯이 이건 시험이다. 차기 엘림이 될 너의 성장을 위해 준비된. 그리고 네가 이곳에서 제대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오직 시험에만 집중해야 한다. 그러나 최종 시험이라도 상대가 나라는 것을 알게 된다면 전력을 싸우지 못할 것 아닌가?
사람 잘못 봤다.
이 시험은 더 높은 등급의 신기를 얻기 위한 것이다.
그리고 아크는 이를 위해서라면 상대가 제라두라도 있는 힘껏 패 줄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이었다.
아니, 제라두는 토트의 말 몇 마디에 냉큼 파사의 탑을 취소하고 한층 빡 센 금마의 탑을 소환해 아크를 며칠 동안 고생하게 만든 장본인이다.
골렘의 정체가 제라두라는 것을 사전에 알았다면 보다 행복한 기분으로 잘근잘근 밟아 줬으리라.
아니, 뭐 모르고도 꾹꾹 밟아 주기는 했지만.
-어쨌든 결과적으로 말하자면, 나쁘지 않은 수준이었다. 아니, 솔직히 훌륭했다.
그때 제라두가 다시 입을 열었다.
-이제 너도 깨달았겠지만 금마의 탑은 단순히 힘만으로 통과할 수 있는 곳이 아니다. 물론 엘림의 후예로서 걸맞은 힘은 필요하다. 하지만 모든 문제를 힘만으로 해결할 수는 없는 법.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지. 그리고 자신이 가진 능력은 물론 동료의 능력을 활용할 줄 아는 지혜도 필요하다. 자낙스가 과거 최강의 엘림으로 불릴 수 있었던 이유는 뭣보다 그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토트가 금마의 탑을 부탁한 이유도 그것이겠지. 혼자 힘만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자만심이야말로 엘림이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이니까.
‘그걸 지금…….’
-그게 말이냐, 방귀냐?
발끈한 표정으로 나선 것은 바사크였다.
-멋대로 금마의 탑으로 밀어 넣고 이제 와서 그런 식으로 말하면 다 되는 거냐? 그것 때문에 형님이 얼마나 고생했는지 알아? 아니, 형님이 왜 네 시험을 받아야 하는데? 신기는 자낙스가 맡겨 놓은 거라며? 맡겨 놓은 물건 주면서 뭐 그리 말이 많아? 게다가 좀 전에는 정체를 숨기고 거대 골렘으로 변해 무턱대고 공격하질 않나. 사람 가지고 장난하냐!
바사크의 말에 아크가 놀란 표정으로 돌아보았다.
의외의 말이라서가 아니다. 그게 딱 아크가 하고 싶은 말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바사크, 그러니까 무라티우스타에서 본 바사크는 그런 말을 하는 NPC가 아니었다.
그때도 무조건 아크―그때는 다른 엘림으로 오해해서 그런 거지만―의 편을 들기는 했지만 이런 식으로 나서서 떠들어 대는 성격은 아니었다.
‘골렘이 주인을 닮는다더니…….’
바사크의 영혼이 깃들어도 영향을 받는 모양이다.
하긴 항상 아크와 붙어 다니니 닮아 가는 것도 무리는 아니겠지. 그리고 아크 역시 바사크가 떠들어 대는 말과 1도 다르지 않은 기분이지만.
“바사크, 말이 심하다.”
아크는 짐짓 점잖은 태도로 바사크를 꾸짖었다.
“제라두 님이 설마 일부러 우리를 괴롭힐 작정으로 그랬겠냐? 다 우리 잘되라고 그러는 거 아니냐? 제라두 님, 죄송합니다. 이 녀석이 좀 다혈질이라. 이해하십시오.”
-흠…….
그러나 제라두에 화난 기색은 없었다.
그저 묘한 눈으로 씩씩대는 바사크를 바라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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