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638)
아크 더 레전드-638화(638/875)
[638] space 5. 지금 그곳에서 (2)라마 주둔지를 기습한 단 한 번의 전투!
호크는 그것 하나만으로도 전략가로서 펜릴을 인정하게 되었다. 그러나 그게 펜릴이 자신보다 뛰어나다는 것을 인정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래, 전쟁이라는 것은…….’
“대장님!”
그때 조종사 1명이 고개를 돌리며 보고했다.
“광투상光透象 레이더에 반응이 잡혔습니다! 계측되는 파동의 규모로 봐서 숫자는 200척 이상. 200척 규모의 함대가 인근 항로를 지나고 있습니다!”
호크가 바로 함대 통신망에 소리쳤다.
“전방 함대! 광폭 초진동 탄두를 준비하라! 좌표는 레이더에 잡히는 위치에서 진행 방향으로 100킬로미터 전방! 서둘러라! 발사!”
퍼퍼펑! 퍼퍼펑!
굉음과 함께 함대 앞으로 뻗어 나가는 수십 발의 미사일!
미사일이 향하는 곳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공간이었다. 그러나 미사일이 폭발하며 뿜어내는 충격파가 공간을 일그러뜨리는 순간!
“왔군.”
호크의 입 끝이 치켜 올라갔다.
그 눈이 향해 있는 곳에서는 200여 척의 전함이 떠오르고 있었다. 두꺼운 장갑 사이로 붉은 생체 조직이 꿈틀거리는 기괴한 형상의 전함은 라마의 우주선!
“기다리고 있었다.”
이게 호크가 이곳에 함대를 주둔시켜 둔 이유였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이 역시 펜릴의 지시였다. 그러나 호크 역시 펜릴이 무슨 의도로 그런 지시를 했는지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었다.
얼마 전 호크 함대는 라마 주둔지를 습격해 압승을 거뒀다. 보통 이런 경우, 승리한 함대가 할 일은 둘 중 하나였다.
주둔지의 보급품을 약탈해 퇴각하거나, 아예 주둔지를 점령하고 전진 기지로 삼아 버리는 것. 그러나 펜릴은 주둔지를 초토화시키고 바로 퇴각해 이 지역에 함대를 배치시켰다.
당연히 이유가 있었다.
-라마는 은하 3국 중 유저가 가장 적은 곳입니다. 하지만 결집력은 은하연방이나 아슐라트보다 강합니다. 유저수가 가장 적은데도 며칠 사이에 가장 많은 전함이 모인 곳이 라마 주둔지라는 것이 그 증거입니다. 이번 전쟁은 필연적으로 장기전이 될 터. 앞으로의 전쟁을 생각하면 먼저 라마의 전의를 꺾어 둘 필요가 있습니다.
이게 첫 번째 공격 대상이 라마가 된 이유.
-이번 기습 작전은 필시 성공할 것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그다음입니다. 말했듯이 라마 유저의 결집력은 은하 3국 중 최상. 그리고 그런 결집력은 위기에 몰렸을 때 더 강해지는 법입니다. 라마 유저는 호전성도 강하니 패퇴한 직후라도 뒷수습보다는 반격에 나설 가능성이 큽니다. 그리고 놈들이 반격에 나선다면 노릴 곳은 여기!
펜릴이 지목한 장소가 바로 이곳이다.
호크 함대가 초토화시켜놓은 주둔지에서 페미온 성좌 방향으로 0.5광년 떨어진 지역.
라마의 성향을 파악했기 때문이다.
‘라마는 호전적이다. 받은 대로 갚아 주고 싶겠지. 그리고 라마에게는 지금이 그 기회다. 지금은 너브 지역 북부에 주둔해있는 신의 군대가 라마 주둔지에 모여 있으니까. 그러니 라마 놈들은 주둔지 탈환을 포기하고 바로 우리 측 전진 기지를 공격할 확률이 높다. 그리고 놈들이 우리 측 전진 기지를 향해 최단 거리로 워프를 시도한다면 항로는 바로 이곳!’
바로 호크 함대가 포진하고 있는 이곳!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이곳의 반대 차원, 이면 세계다.
방금 전 조종사가 말한 광투상 레이더는 이면 세계를 통해 워프하는 전함을 잡아 내는 레이더! 그리고 광폭 초진동 탄두는 공간을 뒤틀어 워프 중인 전함을 이면세계 밖으로 끄집어 낼 수 있는 효과를 가진 병기였다. 그리고…….
“섬멸하라.”
낮은 목소리와 함께 뻗어 나가는 수백 개의 빛줄기!
이미 준비하고 있던 호크 함대의 주포였다. 반면 워프 도중에 갑자기 튕겨 나온 라마 함대는 무방비나 다름없는 상태!
콰콰콰콰! 콰콰콰콰!
그 위로 수백 개의 섬광이 폭발했다.
“라마 측 지휘관이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제법이군.”
호크가 엄청난 광도의 섬광에 휩싸인 라마 함대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라마 함대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날벼락이었으리라.
그럼에도 라마 함대는 그 짧은 시간에 산개 대형으로 전환하며 피해를 최소화한 것이다. 100킬로미터 이상의 거리가 있었다고 하지만 이처럼 기민한 대처는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어디, 좀 더 두고 보지.’
“함대 진격! 이대로 진격하며 포격전으로 돌입한다!”
“함대, 기함을 엄호하며 따라와라!”
퍼펑! 퍼펑! 퍼펑! 퍼펑!
함포를 뿜어내며 돌진하는 전함은 호크의 데스나이트!
그 뒤를 따라 수백 척에 달하는 전함이 포화를 뿜으며 라마 함대를 향해 돌진했다.
라마 함대는 속수무책! 산개 대형으로 주포의 피해는 줄였지만 뿔뿔이 흩어진 상태로 호크 함대의 공격을 받자 라마 전함은 반격조차 못 하고 하나씩 격침되었다.
“이거 땅 짚고 헤엄치기로군요.”
이에 할리는 신바람 난 표정이 되었지만.
“시시하군.”
호크는 별다른 감흥이 없었다.
전투에서 이기는 중이다. 당연히 싫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 정도로 수준 차이가 나면 승리의 기쁨보다는 되레 맥이 빠진다.
‘워프 도중에 튕겨 나온 와중에도 바로 상황을 파악하고 대처하기에 어느 정도 실력은 있는 놈이라고 생각했는데 실망이군. 전함 숫자가 2배 이상 차이가 난다지만 반격할 엄두도 내지 못하고 도망가는 데 급급하다니. 적어도 그 녀석이었다면…….’
호크의 머릿속에 떠오른 그 녀석!
지금 호크에게 가장 싫은 사람을 꼽으라면 단연 ‘그 녀석’이다. 그리고 지금, 호크가 가장 보고 싶어 하는 사람도 ‘그 녀석’이다. 그 녀석에게 갚아 줘야 할 빚이 있기 때문이다.
‘언제쯤에야 그 녀석과 다시…….’
콰콰콰쾅! 콰콰콰쾅!
호크가 그런 생각을 할 때였다.
갑자기 굉음이 울리며 함체가 요동쳤다.
생각지도 못했던 충격에 중심을 잃고 휘청거리던 호크가 고개를 돌리며 소리쳤다.
“뭐냐?”
“좌측에서 포격입니다!”
“좌측 80킬로미터 지점에서 전함 다수 출현! 200척 규모의 라마 함대입니다!”
“라, 라마 함대라고?”
이어지는 보고에 호크의 얼굴에 당혹감이 번졌다.
지금처럼 대규모 함대전이 벌어지면 일대의 중력장이 왜곡되어 레이더 같은 탐지기기는 거의 기능을 발휘하지 못한다.
때문에 이처럼 다른 함대의 접근을 사전에 알아내지 못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그러나 호크는 라마 함대를 이면세계에서 끌어내기 직전까지 일대에 광범위 탐지망을 펼쳐 두고 있었다. 물론 그때는 아무것도 잡히지 않았다.
‘전투가 벌어진 지 이제 10여 분. 놈들이 탐지망 밖에서 접근해 오고 있었다고 해도 너무 빨라. 그 정도 속도로 이동할 수 있는 방법은 내가 아는 한 한 가지밖에 없다. 하지만 만약 놈들이 그 방법을 사용했다면…… 아니, 지금은 그런 생각을 할 때가 아니다!’
호크가 세차게 머리를 흔들었다.
지금 호크 함대는 앞서 나타난 라마 함대를 향해 돌진하는 중이다. 다시 말해 새로 나타난 우측의 라마 함대에는 거의 무방비 상태! 이런 배치 상황을 방치하면 승패를 떠나 회복하기 힘든 대미지를 입게 되리라.
“반격하며 우측으로 선회하라!”
“호, 호크 님!”
호크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승무원의 비명 같은 목소리가 뒤를 이었다. 그러나 후속보고 따위는 필요 없었다.
호크도 보고 있으니까.
호크 함대가 방향을 선회하는 우측 공간에 떠오르는 무수한 빛 무리! 그 빛이 링 모양으로 퍼져 나가며 수백 척의 전함이 솟아 나오고 있는 것이다.
‘……당했다!’
호크는 바로 상황을 파악했다.
라마 함대의 진군로를 지키고 있던 호크 함대.
라마 측 지휘관은 그런 호크 함대의 움직임을 역으로 간파한 것이 분명하다.
이에 함대를 나눠 시간 차를 두고 워프. 호크 함대가 앞서 나타난 미끼 함대를 공격하는 사이 후속부대인 제2, 제3의 함대로 호크 함대를 포위해 버린 것이다.
그리고 그건…….
콰콰콰콰! 콰콰콰콰! 퍼퍼펑!
좌우에서 뿜어지는 섬광이 호크 함대를 뒤덮었다.
그리고 때를 같이해 곧바로 공세로 전환해 주포를 뿜어내는 전방의 함대! 3면에서 쏟아지는 십자포화에 호크 함대의 전함 10여 척이 순식간에 불길에 휩싸이며 격침당했다.
* * *
-신의 군대인지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퍼펑! 퍼펑! 퍼퍼펑!
쉬지 않고 포격을 뿜어내는 라마 함대의 기함.
전장이 수백 미터에 달하는 트리스탄급 순양함의 함교에서 마른 체형의 라마가 팔짱을 끼고 불길에 휩싸이는 호크 함대를 바라보고 웃었다.
-호크라면 알고 있지.
이 라마의 이름은 발데라스.
발데라스가 호크에 대해 안다고 떠들어 대는 이유는 그의 명성 때문이다.
그 역시 한때 호크가 속해 있던 세븐 소드 중 1명!
불시의 기습으로 주둔지를 잃은 라마가 이렇게 빨리 전열을 회복할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그 발데라스의 명성 덕분이었다.
사실 따지고 보면 게임특종에서 선정하는 Top50은 일종의 인기투표다. 물론 수많은 유저들이 참가하는 투표에서 상위를 차지했다는 것은 그만한 실력이 있다는 뜻.
그러나 투표라는 방식의 구조상 실제로는 실력보다 인지도에 더 많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때문에 세븐 소드라고 진짜 모든 유저 중에 상위 7위의 힘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기는 힘들었지만, 그 지명도가 가진 힘은 무시할 수 없었다.
세븐 소드가 참전했다!
단지 그것만으로도 유저들의 사기가 오르는 것이다.
덕분에 패잔병이나 다름없던 라마 유저들은 발데라스를 중심으로 집결, 바로 반격을 준비할 수 있었다. 여기까지는 펜릴이나 호크도 예상했던 바지만…….
-나를 너무 우습게 봤군.
발데라스가 입술을 비틀며 중얼거렸다.
-하긴 라마에 소속된 세븐 소드인 나와 글라도스는 항상 네 밑이었지. 하지만 그게 너보다 약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나와 글라도스가 6~7위에서 맴돈 것은 라마의 유저 수가 은하연방이나 아슐라트보다 적어서일 뿐이야.
호크의 최대 실수는 발데라스의 참전 소식을 몰랐던 것!
적어도 발데라스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리고 직접 증명해 보였다.
호크 함대의 매복을 예상하고 시간 차 위프를 이용한 포위 섬멸 작전! 그 작전을 생각해 낸 사람이 바로 그, 발데라스인 것이다.
결과는 보다시피 성공!
3면이 포위된 호크 함대는 우왕좌왕.
방금 전의 기세와 달리 제대로 저항조차 못 하고 포격에 휩싸여 격침되고 있었다.
그렇게 파괴된 전함이 이미 100여 척!
이런 피해는 호크 함대를 더 궁지로 몰아 갔다. 전함이 줄어들면 그만큼 전투력이 떨어지는 것도 당연하지만, 진형 내부에서 전함이 폭발하거나. 항해 불능 상태로 떠다니면 주위의 전함도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것이다.
이게 함대전에서 한번 수세에 몰리면 회복하기 힘든 이유!
‘이대로라면…….’
-발데라스 님, 지금이라면 놈들을 완전히 포위할 수도 있습니다.
-무리할 필요 없다.
부관의 말에 발데라스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 좌군과 우군에 전해라. 적 함대를 압박하되, 후방을 열어 두라고.
-네? 하지만 그러면…….
-도망가겠지.
발데라스가 씨익 웃으며 대답했다.
지금 라마 함대는 3면에서 공격을 퍼붓고 있다.
그로 인해 엄청난 에너지의 폭풍에 휩싸인 호크 함대는 아마도 통신조차 제대로 되지 않는 상황이리라.
그런 상황에서 갑자기 후방에 도주로가 보인다면 각 전함의 함장들은 일단 살기 위해 퇴각할 것이 당연지사.
-각 전함이 따로따로 움직이기 시작하면 이미 함대가 아니다. 그저 한 척, 한 척의 전함에 불과하지. 그리고 놈들은 이미 대부분의 전함이 피해를 입었어. 이제 와서 도망쳐 봐야 어차피 제 속도를 내기 힘들다.
전황은 발데라스가 구상한 그대로 진행되었다.
좌군과 우군이 후방의 간격을 벌리자 폭발 직전까지 몰려 있던 전함들이 도망치기 시작했다. 그러자 나머지 전함들도 뒤를 이어 줄줄이 전선을 이탈했다.
진형이고 뭐고 먼저 탈출하겠다는 듯이 우르르 몰려 도망치는 호크 함대. 그리고 발데라스의 말처럼 이미 적지 않은 손상을 입어 버린 전함들은 항해 속도의 차이로 몇 개의 덩어리로 나뉘었다.
지휘 체계가 무너졌다는 증거였다.
-도망치는 적을 박살 내는 것만큼 쉬운 일은 없지.
……라고 말하는 발데라스의 함대도 전투가 시작됐을 때 일방적으로 공격을 당해 적지 않은 손상을 입은 상태였다. 그러니 그 역시 제 속도를 내기는 힘들었지만.
-지금이야말로 라마의 힘을 보여 줄 때다! 전 함, 각 조 단위로 융합을 실시한다! 항해 능력이 30% 이상 떨어진 전함은 퍼큘리어 타입의 전함과 합체하라!
전혀 다른 문명과 기술을 발전시켜온 은하 3국.
때문에 은하 3국의 우주선도 그 나라에 따라 그들만의 특수한 기능을 하나씩 보유하고 있었다. 그리고 라마의 우주선만이 가지고 있는 특수 기능은…….
텅! 텅! 텅! 텅!
발데라스의 목소리가 울리자 시커먼 연기를 뿜어 올리던 라마 전함의 장갑판이 떨어져 나갔다.
그 속으로 보이는 붉은 생체 조직! 몇몇 전함이 장갑판을 벗으며 다른 전함으로 접근하자 밖으로 드러난 그 생체조직이 서로 얽히며 하나의 전함으로 변했다.
이것이 바로 라마 우주선의 특징!
우주선끼리 결합해 한 등급 높은 우주선으로 변신할 수 있는 기능이었다.
그렇다고 1+1=2라는 식으로 우주선의 성능이 2배로 되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지금처럼 부분적으로 피해를 입은 경우, 합체를 통해 서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결합한 전함의 숫자에 비례하는 것은 아니라도 그로 인해 전투력이 강화되는 것은 당연지사!
-몽땅 잡아먹어 주마! 함대, 공격!
콰콰콰콰! 콰콰콰콰!
발데라스의 명령에 무수한 포화가 도주하는 호크 함대를 뒤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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