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640)
아크 더 레전드-640화(640/875)
[640] space 5. 지금 그곳에서 (4)“사실 함대 편성이 늦어지는 이유는 이번 전투의 영향도 있습니다. 이미 유저들 사이에도 라마 함대가 괴멸에 가까운 타격을 입었다는 소문이 퍼져 있습니다. 이에 동요하는 유저들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이탈자들이 나오기 시작한 건가?”
“아직 이탈자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주둔지로 모이는 유저들의 숫자는 확실히 줄었습니다.”
“이 정도에 겁먹을 놈들이라면 어차피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런 놈들은 처음부터 없는 편이 나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모이는 유저의 숫자가 줄어든 것보다 이탈자가 생기는 것입니다. 이런 분위기가 지속되면 이탈자가 발생할 확률이 높습니다. 그리고 한번 시작되면 걷잡을 수 없어질 겁니다. 하지만 이번 신의 군대 공략이 우리가 유저에게 의뢰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는 이상, 우리에게 이들을 막을 권한은 없습니다. 그게 가장 큰 문제죠. 그런 일이 벌어지기 전에 분위기를 환기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그야 나도 알지.”
사기 저하를 막는 방법은 싸워서 이기는 것만큼 좋은 것이 없다. 그리고 당초 계획은 은하 3국의 주둔지에 충분한 유저가 모이면 일시에 공격! 세 방향에서 너브 지역의 혹성을 하나 씩 점령해 나갈 계획이었다.
계획대로 일이 진행됐다면 이런 걱정 따위는 할 필요도 없었으리라.
그러나 이젠트에서 유출된 기술이 신의 군대로 들어간 것이 확실해진 이상 이제 함부로 움직일 수 없다.
라마 함대 꼴이 날 게 뻔하기 때문이다. 그건 유저들도 알고 있다. 그러니 무턱대고 진격하라고 해 봤자 무턱대고 진격해 주는 유저도 없으리라.
“아니, 한 놈 있기는 하지. 분위기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빨빨대며 돌아다니는 놈이.”
“……아크 말이군요.”
“그래, 그놈! 그 녀석 소식은 없나?”
“저도 알아봤지만 아직 주둔지에 들어온 유저 중에는 없습니다.”
“그 자식은 대체 어디서 뭘 하고 있는 거야? 쥬벨과 호크의 행방을 알아보라는 임무까지 줬는데 어디 처박혀 있기에 두 놈이 대놓고 설쳐 대는 지금까지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 거야?”
“후작님, 손님이 찾아왔습니다.”
밖에서 경비병의 목소리가 들려온 것은 그때였다.
SPACE 6. 돌파하라, 실버스타! (1)
-진짜냐?
“왜요? 싫어요?”
-아, 아니! 누가 싫다고 했냐? 좋아! 좋다고! 나는 그저…….
선장석 옆에 떠 있는 토트가 좌우로 흔들렸다.
처음에는 그저 반짝거리는 것밖에 못하더니 이제 제법 움직이기도 하는 토트였다. 어쨌든, 잠시 말을 잇지 못하던 토트는 뭔가 벅차오르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역시 내 선택은 틀리지 않았어.
“선택이라니요?”
-너를 금마의 탑으로 보낸 것 말이다. 나는 네가 이겨 내기 힘든 시험을 거치며 깨닫기를 바랐다. 과거 엘림들이 자신을 갈고닦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를. 그들이 스스로 그런 시련 속에 몸을 내던진 이유는 단 하나! 엘림의 사명 때문이었다. 그리고 너는 그런 위대한 선대들로부터 엘림의 사명을 이어받은 단 한 명의 후계자다. 나는 네가 금마의 탑에서 그것을 깨달아 주기 바랐던 것이다!
꿈보다 해몽이다.
그런 기미, 눈곱만큼도 없었다.
‘더럽게 말 안 듣는 놈! 어디 고생 좀 해 봐라!’라는 속셈이 뻔히 보였다. 그래도 결과적으로 모두 잘 해결됐으니 그냥 듣고 있는 것이지만, 금마의 탑에서 한 번이라도 더 죽어 최고 등급의 신기를 받지 못했다면 그냥 확!
스승이고 뭐고 그냥 뚝 떼어다가 우주선 밖으로 집어 던졌을지도 모른다.
‘뭐 그런 상황이었어도 전직부터 끝내고 저질러야겠지만.’
-솔직히 이번에도 또 신기를 찾아야 하는 사명을 미루고 놀러 다니면 어쩌나 걱정했다. 그런데 이제야 엘림의 사명에 눈뜬 모양이구나. 바로 신기를 찾으러 가겠다니! 그래, 그거다. 아크! 금마의 탑을 1위로 클리어하면 잔소리를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지만 사실 나라고 잔소리를 하고 싶어 했겠냐? 그런데 네가 드디어 엘림의 사명에 눈을 뜨고 알아서 신기를 찾으러 가겠다니, 난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다. 흑, 눈물이 앞을 가리는구나.
그냥 하는 말이 아니었다.
진짜 토트의 몸에서 빛 가루가 떨어지는 것이다.
어쨌든 토트가 감동의 눈물(?)을 흘리는 이유가 그것이다.
“바로 신기를 찾으러 가겠습니다.”
아직 하나의 신기가 남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아크의 대답이었다.
사실 아크도 쉽게 결정한 것이 아니었다.
쥬벨의 독립국 선포!
말했듯이 이건 아크에게도 남 일이 아니다.
이제 돌이킬 수도 없고, 돌이키고 싶지도 않은 사이가 된 쥬벨과 호크. 이 두 놈의 힘이 커지는 것은 아크에게도 여러모로 위험한 일인 것이다.
-실버스타가 은하연방의 전파를 수신했습니다.
-공통 퀘스트 《페미온 성좌 함락 작전!》이 등록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메시지를 열람해 주십시오.
뿐만 아니라 마리온을 나오자 이런 메시지까지 떠올랐다.
퀘스트 보상은 공훈 포인트!
사실 《쥬벨과 호크》 퀘스트는 너무 막연한 감이 있었다.
때문에 그냥 멍하니 있다가 실패했지만, 《페미온 성좌 함락 작전!》은 목표가 확실하다.
일단 참전만 하면 어떤 식으로든 공훈 포인트를 모을 수 있는 것이다. 불과 며칠 사이에 엄청난 숫자의 유저들이 은하 3국이 준비한 주둔지로 모여든 이유가 그것!
그런 기분은 아크도 마찬가지였다.
일전에 공훈 포인트 상점을 둘러볼 때 ‘어머, 이건 꼭 사야 돼!’라는 생각이 팍 드는 아이템을 몇 개 봐 두었기 때문이다.
‘이리나도 거기에 있다!’
무엇보다 큰 유혹은 그것이었다.
이리나는 연방군 소속이라 직접적으로 전쟁에 참가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이리나는 그 나름대로 《페미온 성좌 함락 작전-연방군 사양》 퀘스트를 받고 보급 장교로 참전! 유저를 지원하는 임무를 맡고 주둔지에 배속되어 있었다.
여기에 아크가 참전하면!
‘나는 밖에서 일하고, 이리나는 안에서 살림 챙기고!’
아크가 헤벌쭉한 얼굴이 되었다.
뭐 그런 생각을 할 상황은 아니지만! 이리나가 맡은 임무가 아크의 보급만은 아니지만! 그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꽤 즐거운 싸움이 될 것 같다.
‘하지만…….’
아크는 마음을 다잡았다.
‘그 전쟁을 위해서라도 지금은 힘을 키우는 게 먼저다!’
아크는 기억하고 있었다.
타투인 전투의 막바지에 괴수의 몸속에서 있었던 호크와의 일전! 그때 아크는 괴수의 심장을 폭발시켜 호크의 계획을 좌초시켰다. 그리고 덕분에 아크는 공훈치를 받고 호크는 도망자 신세가 된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긴 싸움이었다.
누가 뭐라고 해도 아크는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호크와의 싸움만 보면 내가 진 것이나 다름없어. 아니, 졌다. 그건 변명의 여지도 없어. 내가 괴수의 심장을 파괴한 건, 호크와의 싸움에서 도, 망, 친, 것, 이, 다!’
아크는 자신이 무적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아니, 뉴월드에서는 치트 키나 다름없는 ‘마스터 코드’를 가지고 있으니 무적이다. 그러나 갤럭시안에서는 아니다.
그러니 당할 수도 있다.
그런 것을 가지고 일일이 분통을 터뜨리거나 자괴감에 휩싸일 이유는 없었다.
그러나 죽어도 지기 싫은 놈은 있는 법이다.
뉴월드에서는 그게 아란이었지만 여기서는 호크!
‘전쟁에 참가하면 분명 호크와 만나겠지.’
이건 확신이다.
‘하지만 나는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다.’
아크가 전쟁보다 마지막 신기를 찾아가기로 결정한 이유가 그것이었다.
괴수의 몸속에서 보여준 호크의 힘!
아크도 ‘맹약의 아머’를 얻는 과정에서 한층 성장했지만 아직 그때 느낀 격차가 좁아졌다는 실감은 들지 않았다. 그러나 단시간에 그 격차를 좁힐 수 있는 방법이 있었다.
바로 신기! 그리고…….
‘전직이다!’
아크는 엘림의 사명에 눈뜬 것이 아니었다.
단지 이기고 싶을 뿐이다. 호크에게! 그리고 잘난 척하고 싶을 뿐이다. 이리나에게! 아크는 이를 위해 가장 빠른 방법을 선택한 것뿐이었다.
“그런 겁니다!”
-응? 뭐가?
“아니, 그냥 그렇다고요.”
아크가 머리를 긁적이며 대답할 때였다.
-입력된 좌표로 워프 항해를 끝마쳤습니다.
모니터에 떠오르는 메시지.
‘도착했다!’
“자동 항해 모드 해제! 수동 항해 모드로 전환! 실버스타의 모든 시스템을 메인 데스크로 연결하라.”
아크가 선장석 앞의 패널을 조작하며 명령했다.
-응? 뭐 하는 거냐?
“뭐가요?”
-아니, 좌표에 도착했잖아. 그런데 왜 밖으로 나가지 않고 수동으로 전환해?
“말했잖아요. 신기를 찾으러 왔다고.”
-그러니까! 신기를 찾으러 왔는데 왜 밖으로 나가지 않냐고?
“그야 당연히…….”
아크가 창 너머, 여러 가지 색이 뒤엉키며 회전하는 공간을 바라보며 대답했다.
“신기가 있는 곳이 여기니까요.”
-여, 여기? 여기라니? 설마 이면세계?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거냐? 이면세계는 그냥 시공간이 뒤엉켜 있는 차원이야. 아무것도 없다고! 아니, 있어! 위험이! 이면세계는 엄청 위험한 곳이라고! 너는 대체 왜 이면세계에 정해진 항로가 있다고 생각하냐? 위험하니까! 항로 이외의 공간은 엄청 위험하니까!
“그런 건…….”
콰콰콰콰! 끼이이이!
-이면세계의 우주풍에 휩쓸렸습니다!
기체에 압력이 가해져 실드와 장갑 일부가 손상되었습니다. 지속적으로 압력이 가해지면 복구하기 힘든 피해를 입을 수 있습니다. 신속히 해당 지역을 벗어나 주십시오.
“알고 있다고요!”
아크가 패널을 조작하며 소리쳤다.
이게 워프 항해를 자동 모드로밖에 할 수 없는 이유다.
지금은 개나 소나 이용하는 이면세계지만, 과거 처음 워프 항법이 개발되었을 때 이면세계는 거대한 벽이었다.
생각 없이 발을 들여놓으면 시공간의 소용돌이에 휩쓸려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것이다.
이면세계에 정해진 항로가 있는 이유가 그것!
워프 항로는 수많은 선구자들이 목숨을 던지며 찾아낸 ‘안전한 루트’인 것이다. 이면세계에서 그런 안전지대를 벗어나는 것은 문자 그대로 자살행위!
물론 아크도 그런 짓은 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제라두에게 받은 메모리 칩! 그 속에는 아크가 예상했던 카프레 검술은 들어 있지 않았다. 대신…….
-마지막 단서를 찾았다.
우주의 이면, 그곳에서부터 따라와라.
좌표와 함께 이런 문구가 적혀 있었다.
처음에는 뭔 개 풀 뜯어 먹는 소리인가 싶었다. 그러나 토트에게 아직 남은 신기가 있다는 말을 들으니 바로 이해할 수 있었다. 이 메시지는 마지막 신기를 찾을 단서!
‘그리고 우주의 이면이라면…….’
이면세계밖에 더 있겠는가?
그리고 방금 전까지 이건 아크의 짐작이었지만.
‘정답이었어!’
이제 확신할 수 있었다.
-X-23414 Y-3841…… X-23555 Y-3841…… X-23557 Y-3641…….
빠르게 손가락을 움직이며 메모리 칩의 좌표를 실버스타의 시스템에 Ctrl+C, Ctrl+V 해 대는 아크!
그러자 요동치던 실버스타가 안정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게 우연일 리가 없다.
-이, 이럴 수가…… 정말…….
황망한 목소리로 웅얼대던 토트가 퍼뜩 소리쳤다.
-이거였구나! 자낙스가 찾고자 했던 것! 천족의 멸망과 은하전쟁의 뒤에 숨겨진 비밀! 자낙스가 그토록 오랜 시간 동안 은하계를 뒤져도 찾아내지 못했던 이유가 이거였어! 자낙스가 찾던 것은 바로 여기, 이면세계에 있었던 거야! 그리고 어쩌면…… 어쩌면 자낙스는 이곳에서 원하던 것을 찾았을지도 몰라! 그리고 후대 엘림에게 그것을 전해 주기 위해 너를 이곳으로 이끄는 것이다! 가라, 아크!
이건 무슨 뒷북이냐?
그러나 지금까지는 아크도 잊고 있었다.
애초에 자낙스는 할 일이 없어서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신기를 숨겨 놓은 것이 아니다.
그건 자신의 여정을 후대에 전해 주기 위한 안배!
그리고 자낙스가 그런 여정을 시작한 이유는 과거 4대 천족을 멸망으로 몰아넣은 베일에 싸인 존재, 카르마의 비밀을 밝히기 위해서였다.
바이우스의 고향 펜저모니엄은 분명 엘림에게 중요한 장소지만, 자낙스의 최종 목적지는 될 수 없었다는 말이다.
‘그럼 대체 이면세계를 관통하는 이 좌표의 끝에는…….’
덕분에 머릿속이 복잡해졌지만.
콰쾅! 쿠쿠쿠쿠!
그런 생각을 할 때가 아니었다.
자낙스가 찾아낸 것은 정확히 말하면 새로운 항로가 아니었다. 그나마 안전한 루트. 좌표를 따라 가는데도 실버스타가 쉬지 않고 요동치며 실드가 뜯겨 나가는 것이다.
-시스템 과부하로 기체 하부에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자동 진화 장치가 가동됩니다. 그러나 진화가 늦어지면 자칫 화재가 기체 전체로 확대될 위험이 있습니다. 승무원 투입을 권장합니다.
때때로 떠오르는 정보창!
그러나 아크는 불을 끄러 갈 시간도 없었다.
실버스타에 분 단위로 바꿔 줘야 하는 좌표를 입력하기도 바쁘기 때문이다.
‘젠장, 토리라도 데려왔어야 하나?’
그러나 토리를 태우기 위해 T-20에 들르면 그것만으로도 최소 이틀은 소요된다.
하루라도 빨리 전직을 마치고 토벌전에 참가해야 하는 아크는 그럴 시간이 없었다. 그리고 승무원은 아니지만 도와줄 사람(?)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나와라, 바사크!”
바이우스 실드가 변형되며 만들어지는 골렘 바사크!
그러나 바사크는 이전의 바사크가 아니었다. 금마의 탑에서 의식을 통해, 심지어 고가의 아이템을 3개나 먹여 바이우스의 진정한 힘을 각성시킨 바사크는…….
“불 꺼!”
-네, 형님!
……일단 불부터 꺼야 했다.
그리하여 아크는 정신없이 좌표를 입력하고, 바사크는 소화기며, 각종 공구 세트를 짊어지고 여기저기 뛰어다니기를 20여 분, 마침내 길게 이어진 좌표의 끝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러나 아크의 입에서 나온 것은 환호성이 아니었다.
“여, 여기는 대체…….”
아크가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전면 창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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