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650)
아크 더 레전드-650화(650/875)
[650] space 9. 이제 시작이다! (4)2황자는 3황자를 너브 지역으로 보내 수도 혹성을 비우게 하는 한편, 신의 군대와 소모전을 하게 만들어 3황자의 세력을 약화시키는 것이 진짜 목적이리라. 그러나 3황자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받아들인 겁니까?
-거절할 명분이 없었지.
-2황자가 3황자님의 세력을 약화시킬 의도로 주둔지 책임자로 임명한 거라면, 말과는 달리 본국의 지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확률이 높습니다. 힘든 싸움이 되겠죠.
-그래서 자네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3황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일전에 신의 군대에 당한 라마 함대의 지휘관은 발데라스였다. 2황자의 심복으로 황위 계승권 쟁탈전에서 함대전만은 무패였던.
세븐 소드 발데라스, 붉은학살자도 익히 알고 있는 유저였다. 그리고 실제로 붉은학살자 역시 함대전에서는 고전을 면치 못했던 상대이기도 했다.
그런 발데라스가 함대를 지휘하고도 괴멸에 가까운 패배를 당했다. 그만큼 강한 상대라는 말이다.
-비록 패배했다고 해도 그만한 실력을 갖춘 라마 전사는 흔치 않지. 하지만 함대에 그만한 피해를 입고 패퇴한 발데라스를 다시 전면에 내세울 수는 없다.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 그와 비견될 만한 무공을 지닌 자를 내세워야겠지.
-그게 접니까?
-자네는 원래 라마군의 장교. 은하 3국의 협약에 따르면 너브 지역의 전쟁에 참전할 수 없지. 하지만 지금은 죄수. 문제 될 게 없지 않은가.
-죄수라는 게 문제라고 생각합니다만…….
-말했지 않나? 일단 형식상이라도 본국은 이번 일에 좀 더 적극적인 대응을 하기로 합의했다. 필요하다면 죄수 몇 명 방면시키는 것쯤은 일도 아니지. 비록 다시 군으로 복귀할 수는 없지만 자유의 몸으로 전장에 복귀할 수 있는 것이다. 그건 나 역시 바라던 일이고, 마침 유력한 라마의 추천도 있었지.
-추천?
-글라도스다.
3황자의 대답에 붉은학살자의 눈매가 좁아졌다.
글라도스, 그 역시 알고 있다. 발데라스와 함께 라마에 2명밖에 존재하지 않는 세븐 소드 중 1명이었다. 그리고 과거 붉은학살자에게 패배를 안겨 준 유저이기도 했다.
그러나 붉은학살자는 아크와 달리 글라도스에 대해서는 복수하겠다는 감정 따위를 품어 본 적도 없었다.
거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지만.
-사실 본국이 가장 먼저 참전을 요청한 라마는 글라도스다. 하지만 글라도스는 먼저 네가 참전해야 함께 참전하겠다고 대답했지.
-그렇군요.
붉은학살자가 씨익 웃으며 끄덕였다.
글라도스의 말은 둘째치고, 이건 붉은학살자에게 둘도 없는 기회였다.
더 이상 손에 물집을 터트려 가며 얼어붙은 땅을 헤집고 돌아다니지 않아도 된다.
뿐만 아니라 바라던 전장으로 복귀할 수 있다.
뭐 너브 지역이나 본국의 정치적인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든 지금 붉은학살자 입장에서는 거절할 이유가 없는 제안인 것이다.
-레드프론트 대원들도 포함된 얘기겠죠?
-물론이지.
‘드디어 전장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되었다!’
붉은학살자는 부하들에게 그 소식을 전해 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뛰었다. 그리고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려다가 멈칫하며 다시 3황자를 돌아보았다.
-혹시 1명 정도…… 더 데려갈 수 있겠습니까?
-이곳에서 봐 둔 전사이라도 있는가?
-아니, 전사라기보다는…….
-상관없다. 1명이 아니라 10명이라도.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데려가도 좋다. 나를 위해 목숨을 걸고 싸워 준 자네를 이런 곳에 보내야 했던 나다. 그 정도는 어떻게든 해 주지.
-감사합니다.
붉은학살자가 고개를 숙이고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이 기쁜 소식을 휘하 대원들에게 전해 주러 가기 전에.
-어이, 넌 이제 뒈졌어.
문밖에서 대기하던 간수의 어깨를 툭툭 치며 속삭여 주었다. 더 데려가고 싶다고 말한 1명은 바로 그 간수!
물론 그사이에 너무 정이 들어서가 아니었다. 붉은학살자는…… 원한은 결코 잊지 않는 유저인 것이다.
‘자, 내가 간다!’
어쨌든 이로써 붉은학살자도 너브 분쟁에 참전이 확정되었다.
* * *
쥬벨이 독립국을 선포한 지 나흘째.
라마 함대의 괴멸로 주춤하던 은하 3국 유저들의 분위기는 이 시기를 기점으로 반전되었다.
그 시작은 은하연방이었다.
-은하연방의 《페미온 성좌 함락 작전!》 퀘스트가 갱신되었습니다!
얼마 전, 은하연방은 너브 지역에서 독립국을 선포한 ‘신의 군대’를 불법 무장 단체로 규정하고 모든 유저를 대상으로 토벌전에 참전해 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그러나 뜻하지 않은 라마 함대의 괴멸에 신의 군대의 세력이 예상보다 강하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급격히 저하되는 유저들의 사기를 진작시키기 위해 퀘스트 보상을 한 등급 올리기로 결정했습니다. 이에 따라 이후 너브 지역의 주둔지에서 주어지는 전쟁 관련 퀘스트를 수행하면 기존의 1.5배에 해당하는 공훈 포인트를 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한 전쟁이 승리로 끝나게 되면, 상위 유저에게는 그 공적에 따라 순차적으로 은하연방이 탈환한 너브 지역의 혹성을 영지로 지급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처음 이 제안을 한 사람은 의외로 은하연방의 황제였다.
그리고 마침 급격히 저하되는 유저의 사기를 올릴 방법을 찾던 마틴 후작과 귀족 평의회는 바로 절차를 밟아 퀘스트를 갱신시킨 것이다.
그러자 같은 입장이던 아슐라트와 라마도 곧바로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사실 은하 3국 입장에서 너브는 이래저래 골치 아픈 지역이었다. 지금까지 개척지로 분류되어 있던 지역. 거기에 3국의 국경까지 맞닿아 있어 신의 군대를 몰아내도 너브 지역의 혹성에 은하 3국이 직접 관리하기는 부담스러운 것이다.
그러니 실상은 신의 군대부터 사후 처리까지, 몽땅 유저에게 떠넘기겠다는 속셈이지만.
-공훈치 1.5배!
-상위 유저에게 영지 혹성 지급!
말할 것도 없이 유저들에게는 대박의 기회!
이 발표가 전해지자 주춤했던 유저들이 벌 떼처럼 주둔지로 몰려들었다. 그리고 그런 변화에 드디어 그동안 침묵을 지키던 ‘거물’들이 움직였다.
-세븐 소드 부동의 1위 ‘미스터 넘버 원’ 카이저! 휘하 컴퍼니의 전함 12척을 이끌고 아슐라트 진영으로 합류!
-다른 세븐 소드도 속속 참전!
최강으로 손꼽히는 세븐 소드들이 속속 참전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에 분위기는 급반전!
이미 쓰라린 패배를 경험한 라마는 전열을 재정비하고 반격에 나섰고, 뒤를 이어 은하연방과 아슐라트의 유저들도 행동을 개시했다.
그러나 신의 군대도 만만한 상대는 아니었다.
순식간에 5,000척을 넘어선 은하 3국 유저들의 전함에 비하면 아직 열세였지만 신의 군대는 이미 요새화시켜 놓은 너브 지역의 혹성을 중심으로 방어선을 구축!
유저군의 공세를 막아 내는 한편, 뛰어난 전략과 기동력을 발휘하며 반격을 가해 왔다.
그리고 전투 개시 일주일이 지난 현재.
일부 지역에서만 벌어지던 전투는 너브 지역 전역으로 확대되었다.
이는 일거에 적을 섬멸하기는 무리라고 판단한 은하 3국의 지휘부가 너브 지역의 혹성을 하나씩 탈환하는 방식으로 전략을 수정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너브 지역을 공략하는 은하 3국의 유저군도, 이에 맞서는 신의 군대도, 수십 개의 부대로 나뉘어 너브 전역에서 크고 작은 전투를 이어 나가는 가운데.
콰쾅! 콰콰콰쾅!
“우측 선체에 피격! 실드가 부서졌습니다!”
불길에 휩싸여 흔들리는 전함 속에서 다급한 보고가 이어졌다.
이를 추격하며 쉬지 않고 포화를 뿜어내는 8척의 전함에 새겨져 있는 문장은 불타는 검!
일명 ‘복수의 검’으로 불리는 신의 군대의 주력 함대 소속 전함이었다. 그리고 당장이라도 폭발할 듯이 불길에 휩싸여 있는 전함은…….
“빌어먹을!”
울컥한 표정으로 패널을 내리치는 사내는 아사드.
이스타나에서 쥬벨이 쿠테타를 일으켰을 때 타투인까지 진격해 전황을 주도했던 의용군의 1군장을 맡았던 전력이 있는 유저였다. 그리고 《페미온 성좌 함락 작전!》 퀘스트가 발동하자 당시 알게 된 몇몇 유저와 의기투합해 가장 먼저 참전한 유저이기도 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최전선에서 선전하고 있었지만.
“이얀 자식……!”
쿠데타 진압전에서 1위를 차지한 이얀!
그가 은하연방 진영에 합류하자 상황이 달라졌다.
이얀은 가장 최근에, 가장 높은 공적을 달성해 호크가 빠진 세븐 소드의 한자리를 차지했다.
그리고 사람이란 대체로 그렇다. 어차피 본인이 1위를 할 수 없다면 좀 더 강한 자와 붙어 조금이라도 많은 보상을 받아 내고 싶어 하는 것은 당연지사. 때문에 이얀이 합류하자 대부분의 유저들은 그 휘하로 몰려들어 갔다.
그건 그 자체가 힘!
그로 인해 이얀은 합류와 동시에 은하연방 진영의 최대 세력으로 부상했다.
대부분의 유저들은 그저 주둔지를 관리하는 연방군 지휘관으로부터 퀘스트를 받아 움직이는 것이 고작이었다.
그러나 휘하에 일정 이상의 함대를 거느린 유저는 연방군의 회의에 참가해 직접 작전을 건의할 수 있는 권리가 주어진다. 뿐만 아니라 유저임에도 연방군의 허가가 있으면 약소 함대에 직접 퀘스트를 부여할 수 있는 권한까지 얻을 수 있었다.
이얀은 합류와 동시에 그런 권한을 가지게 된 것이다.
아니, 뭐 여기까지는 좋다.
문제는 이얀이 과거 의용군 소속이었던 유저들을 모든 작전에서 철저하게 배제시키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덕분에 아사드 일행은 대놓고 왕따!
공훈 포인트가 높은 작전에는 참가도 못 하고 정찰이나 보급 따위의, 뒤치다꺼리 같은 임무밖에 맡을 수 없었다.
그런데 오늘, 웬일로 이얀이 아사드 일행을 혹성 탈환 작전에 참가시켜 주었다. 이에 아사드는 넘치는 의욕으로 참전했지만.
“우리는 버리는 돌이었다는 거냐!”
아사드가 주먹을 움켜쥐며 이를 갈아붙였다.
그 말대로 아사드는 버리는 돌. 적의 전초 부대를 유인하는 데 이용되었다.
“젠장! 하다못해 내가 좀 더 빨리 이얀 그 자식의 속내를 눈치챘더라면…….”
그래도 아사드는 최소한 지원사격 정도는 해 줄 거라고 믿었다. 그러나 이얀은 아사드 일행의 전함을 무시. 적진에 버려두고 그냥 목표 혹성으로 진격했다.
덕분에 아사드 일행은 박살!
함께 참전한 과거 의용군 2군장 히터와 동료 3명의 전함은 적함의 추격을 받는 사이에 포화에 휩싸여 격침되었다.
그리고 이제 아사드 역시…….
콰쾅! 콰콰콰콰!
“선미에 함포 다수 피격! 엔진이 파열되었습니다!”
“항해 능력이 50% 이하로 떨어졌습니다!”
“기관실에 화재 발생! 함장님!”
“여기까지인가…….”
아사드가 절망적인 표정을 떠올렸다.
엔진까지 당해 버렸으니 이제 도망치는 것도 무리!
그런 상황에 직면하자 울컥 눈물이 치솟을 정도로 분한 감정이 치솟았다.
그 역시 은하연방의 쿠데타를 제압하는 데 적지 않은 힘이 되었다고 자부해 왔다. 그런데 다른 사람도 아니고, 은하연방의 유저들에게 따돌림을 당해 이런 처지가 된 것이다.
‘대장…… 대장만 있었어도 우리가 이렇게는…….’
“하, 함장님, 주포입니다! 적함이 주포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때 비명처럼 소리치는 승무원.
그러나 아사드는 아무런 지시도 내리지 않았다.
이제 싸울 힘도, 의욕도 남아있지 않았다.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죽음을 기다리는 것뿐. 그리고…….
콰콰콰콰! 콰콰콰콰!
우주 공간을 질주하는 섬광과 폭음!
아사드는 그것으로 끝이라고 생각하며 눈을 감았지만.
“우측 150킬로미터 지점에서 다수의 전함이 주포가 발사되었습니다! 궤도는 후방의 적 함대! 피격! 적함 2척이 주포에 관통되었습니다! 하, 함장님…….”
승무원이 격앙된 표정으로 돌아보며 소리쳤다.
“지원군입니다!”
“지, 지원군? 지원군이라고?”
아사드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함께 작전을 개시했던 이얀은 아사드 일행을 버리는 돌로 사용했다. 그런데 지원군이라니? 이얀이 이제 와서 지원을 해 주지는 않을 터! 그럼 대체 누구란 말인가?
“함장님, 지원군이 통신을 연결해 왔습니다!”
-여어! 아사드!
그때 전면 창에 모니터가 생성되며 한 사내의 얼굴이 떠올랐다. 순간 아사드의 눈이 더할 수 없이 커졌다.
“대, 대장님!”
-역시 네 전함이었군. 이스타나에서 본 적이 있기는 하지만 좀 긴가민가했는데. 뭐 꼭 네가 아니라도 구해 주기는 했겠지만…… 한때나마 내 휘하에 있던 너를 구하는 거라면 한층 더 전의가 샘솟지. 저 녀석들이 그 신의 군대라는 놈들이지? 왜 이런 처지가 됐는지는 모르겠지만…… 구해 주마, 아사드.
씨익 웃으며 말하는 사내는 아크!
아사드가 한때 몸담았던 의용군의 대장이었다. 생각지도 못했던 아크의 출현에 아사드가 벙찐 표정을 짓는 사이, 모니터 속의 아크가 씨익 웃으며 고개를 돌렸다.
“자, 그럼…….”
아크가 바라보는 모니터에서는 아사드의 얼굴 옆으로 여러 개의 창이 연이어 생성되고 있었다.
그 창 속에서 떠오르는 얼굴은 레피드, 정의남, 이슈람, 발렌시아, 칼리, 아리온, 장보고, 유진! 이들이 왜 아크와 함께 있는지는 일단 접어 두고…….
그들을 주욱 둘러보던 아크가 빙긋 웃으며 말했다.
“이제 시작하죠.”
퍼펑! 퍼펑! 콰콰콰콰! 콰콰콰콰!
우주 공간을 뒤흔드는 포성! 그와 함께 일렬로 늘어선 함대에서 쉬지 않고 불기둥이 뿜어져 올라오기 시작했다.
아크, 아니, 아크 일행의 참전을 알리는 포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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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크 더 레전드 27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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