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652)
아크 더 레전드-652화(652/875)
[652] space 1. 그들의 개전開戰 (2)6척 중 5척의 전함에 새겨져 있는 문장!
아크는 같은 문장이 새겨져 있던 전함을 알고 있었다.
아니, 아는 정도가 아니다. 피 튀기게 싸웠던 경험까지 있었다. 그 전함들의 주인은 바로 칼리와 아리온, 유진, 장보고!
한때 이큘러스를 침공하다가 아크에게 박살 난 전력을 가지고 있는 우주 해적들이었다.
-카, 칼리 일당이다!
-빌어먹을, 저 녀석들이 어떻게 알고 나타난 거지?
-그런 말을 할 때가 아니야! 이게 우연일 리가 없어! 그리고 인사나 하고 싶어서 찾아온 것도 아니겠지! 전투준비!
파크 함에서 정신 없이 고함이 터져 나왔다.
그러나 정작 아크는 여전히 황당한 표정을 지으며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상황을 이해하지 못해서가 아니었다.
이해했기 때문이다.
“레피드, 그만둬.”
아크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마도 저 녀석들이 여기 온 이유는…….”
그리고 한숨 섞인 목소리로 말하는 아크의 머릿속에 정의남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페미온 성좌 함락 작전? 음, 그렇지 않아도 나 역시 참전할 생각이었다. 모든 유저들이 이용하는 너브 지역을 멋대로 점거하고 통행료를 뜯는 깡패 같은 놈들을 못 본 척할 수는 없지. 그리고 기왕 참전한다면 네 말대로 전장에서 동료는 많은 편이 좋지. 좋아, 준비가 되는 대로 연락해라. 도움이 될 만한 녀석들도 몇 명 있으니 데리고 가마.
그때 아크는 그저 유저 몇 명 더 데려오겠다는 말인 줄 알았다. 아니, 뭐 따지고 보면 이것도 유저 몇 명 더 데려온 것이라고 할 수 있지만, 아크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은 정의남이 칼리 일당과 아는 사이라는 점이었다.
정의남이 범죄자가 되어 몇 달 되지 않는 겜생의 절반 가까운 시간을 보낸 유배지 마티우스. 무슨 운명의 장난인지 정의남은 그곳에서 아크가 손수 박살 내 마티우스로 보내 놓은 칼리 일당과 만나게 된 것이다.
그리고 이건 또 무슨 운명의 장난인지 모르겠지만 이리나를 통해 정의남과 칼리 일당은 서로 호형호제할 정도로 친해졌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었다.
그렇다. 들은 적은 있었다!
‘그렇다고는 해도 아버지가 이 녀석들을 데려올 줄은…….’
그러나 미처 거기까지는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빌어먹을, 왜 미처 생각하지 못했지? 아니, 누구를 데리고 온다는 건지 한번 물어보기라도 했으면 이런 상황은 벌어지지 않았을 텐데 말이야.’
뒤늦은 후회였다.
그리고 지금은 과거의 실수보다 당장 눈앞의 상황이 문제였다. 일단 전투태세로 돌입하는 레피드를 막기는 했지만, 아크도 어떤 식으로 대처해야 할지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아마도 칼리 역시 정의남이 아크의 아버지라는 것을 모르고 있었을 터, 알았다면 친해졌을 리가 없다.
그러나 이제 알게 되었다.
‘뭐 공격해 오면 받아치는 수밖에 없지만.’
아크가 그런 생각을 하며 긴장한 표정으로 칼리 함대의 반응을 살피고 있을 때였다. 통신이 연결되며 그 해적 일당, 칼리와 아리온, 유진, 장보고의 얼굴이 주르륵 떠올랐다.
칼리가 복잡한 시선으로 아크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아크.
“음, 칼리. 어…… 그러니까…….”
-그리 놀라지 않는군. 정의남 형님도 이곳으로 오는 도중에 네 얘기를 꺼낸 뒤에야 우리와 네 관계에 대해 알게 되었다. 그런데 아무래도 너는 그 전에 알고 있었던 모양이군.
“아버지와 네가 아는 사이가 됐다는 정도는.”
-그런데도 모른 척했다?
“뭐 결과적으로 보면 그런 셈이지만…….”
머리를 긁적이며 대답하던 아크가 울컥한 표정으로 소리쳤다.
“그럼 뭐! 어쩌라고? ‘그 자식들은 나하고 사이가 안 좋으니 놀지 마세요.’라고 해? 아니면 ‘나하고는 사이가 좋지 않지만 친하게 지내세요.’라고 해야 맞냐? 그리고 왜 내가 뭔가 잘못한 사람처럼 굴어야 하는데? 사실 그렇잖아! 내가 그 전에 니들에게 뭔 짓 했어? 먼저 시비를 건 사람은 니들이잖아! 먼저 시비를 걸었다가 당한 주제에 피해자 코스프레 하냐? 니들 덕분에 나도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고!”
-이 자식이…….
-뭐 틀린 말은 아니군.
-유진!
-아니, 뭐 그건 사실이잖아. 그 전까지는 딱히 저 녀석이 우리에게 무슨 짓을 한 것도 아니었고. 우리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지만 저 녀석 입장에서는 억울했겠지.
“맞아! 그거야! 난 딱히 누군가를 먼저 해코지한 적도 없는 착한 사람이야! 그런데 별다른 이유도 없이 공격을 받았다고! 그것도 영지 혹성을! 따라서 내가 니들을 박살 낸 건 어디까지나 불의에 맞서 싸운 정당방위였다고!”
-그것도 맞는 말이지만.
아크가 잽싸게 끼어들자 유진이 인상을 찡그리며 말했다.
-저 녀석에게 들으니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는군. 하지만 뭐, 우리도 이제 와서 그런 걸 따지고 싶은 생각은 없다.
“그래, 잘 생각했어. 이제야 겨우 죗값을 치르고 새 사람이 됐잖아. 너희들도 이번에 마티우스에서 고생 좀 해 봤으니 알 거 아니야? 범죄자의 말로란 어차피 그런 거라고. 그러니 이참에 너희들도 해적질은 깔끔하게 정리하고 새 삶을 사는 편이 좋지 않겠어?”
-그만 좀 하지?
유진이 아크를 째리며 말을 이었다.
-아까도 말했지만 우리가 네 영지를 공격한 건 나름의 이유가 있어서였다. 그리고 해적이 된 것도. 결과적으로 그로 인해 게임을 접게 되더라도 상관없었지. 다시 말해 여기서 너를 박살 내고 범죄자로 돌아가도 상관없다는 말이다. 그러지 않는 이유는 단 하나, 정의남 형님 때문이다.
“아버지?”
-그래, 하지만 그게 네가 정의남 형님의 아들이기 때문은 아니다. 단지 정의남 형님을 만나 우리가 지금까지 잘못된 방법을 고집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지.
‘뭔 소리야?’
아크는 유진이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나 굳이 캐물을 생각은 없었다. 어쨌든 다른 건 몰라도 다짜고짜 포격을 날리지는 않을 분위기였고, 지금 아크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 몇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었다.
첫째는 칼리 일당의 파티 참여 문제였다.
-당연히 함께한다!
이에 대해 정의남은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
-사내자식들이 한번 치고받았으면 됐어. 고작 그런 일로 꿍해 있으면 불알 따위 떼어 버리는 편이 낫지. 안 그러냐?
-맞소, 형님. 사내는 모름지기 대범해야지. 나도 지금까지 싸움이라면 지긋지긋할 정도로 많이 해 봤지만 맹세코 단 한 번도 지난 일로 원한 같은 건 품어 본 적이 없소.
이슈람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뭐 이슈람이라면 항상 상대를 피 떡으로 만들어 놓는 입장이었을 테니 원한을 품을 일도 없겠지. 원한을 받는다면 모를까. 이래서 강자는 약자의 서러움을 모른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건 정의남도 마찬가지다.
-아크, 너도 그렇겠지만 여기로 오는 도중에 나와 아크의 관계를 알게 된 너희들도 갑자기 친하게 지내기는 무리겠지. 하지만 어차피 이제 너희들도 나를 따르기로 했으니 앞으로도 아크와 만날 기회가 있을 거다. 그러니 이참에 함께 참전해서 틈틈이 얽힌 감정도 풀고 우정을 쌓아 가는 편이 좋겠지. 어이, 칼리. 너희도 그냥 돌아갈 생각은 없지?
-네, 저 녀석과 우정을 쌓기 위해서는 아니지만.
-아크, 너는?
“저도 반대할 생각은 없어요.”
……라기보다는 반대할 명분이 없었다.
전후 사정이야 어찌 됐든 결과적으로 엄청난 피해를 입고 유배지까지 다녀온 사람은 칼리 일당이다. 그런 칼리 일당이 정의남의 말에 수긍하고 파티로 들어오겠다는데 정작 아크가 싫다고 고집을 피우면 너무 찌질해 보이지 않는가.
‘뭐 뒤가 찜찜하지 않다면 거짓말이지만.’
그런 문제만 아니라면 이만한 조력자도 흔치 않다.
아크와 싸우기 전부터 우주 개척지에서 악명을 날리던 우주 해적 칼리 일당, 그게 과장된 소문이 아니라는 것은 직접 싸워 본 아크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더 불안한 감도 있지만…….’
-함대가 편성되었습니다!
어찌 됐든 함대 결성!
드디어 아크와 레피드―함장은 파크지만―, 거기에 이슈람과 발렌시아, 그리고 정의남과 전직 해적 출신의 칼리, 아리온, 유진, 장보고까지 더해 10척―유진의 전함이 2척이다―의 전함으로 이루어진 함대가 편성되었다.
함대가 편성되자 이슈람이 안달 난 표정으로 말했다.
-자, 그럼 다 해결됐으니 이제 그만 떠들고 어여 갑시다. 난 우주에 나와 본 것도 처음이오. 드디어 말로만 듣던 함대전이라는 걸 해 보고 싶어 근질거린단 말이오.
-뭐 그건 나도 마찬가지지만…….
정의남이 고개를 끄덕이며 일행을 훑어보았다.
-우리가 무슨 떼놈들도 아니고 그냥 우르르 몰려다닌다고 함대는 아니지. 그러니 그 전에 리더부터 정해야 하지 않겠냐?
이게 짚고 넘어가야 할 두 번째 문제였다.
-그런 건 그냥 형님이 하쇼. 형님이 제일 늙었으니까.
-이 자식은 같은 말을 해도 꼭…….
정의남이 히죽거리는 이슈람을 째리며 고개를 저었다.
-뭐 나도 그러고 싶지만 그건 아니야. 그냥 주먹질이라면 몰라도 이건 함대전을 위한 파티 아니냐? 듣자 하니 전함을 운용하는 데는 조함술이라는 스킬도 필요하다며? 그런데 너나 나나 처음 우주선을 타 보는 거잖아. 자기 전함도 제대로 조종할 수 있을지도 모르는데 무슨 함대 지휘냐? 그러니 일단 너와 나는 탈락. 나머지 사람 중에 리더를 찾아야 하는데…….
정의남이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정의남과 이슈람을 제외하면 남은 사람은 8명. 그러나 발렌시아는 일찌감치 후보에서 탈락되었다. 그 역시 지금은 선장이지만 그건 이슈람 일행 중에 조함술을 가지고 있는 유저가 없어서일 뿐, 실제 신분은 이슈람 일행의 짐꾼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뭐 그 정도로 비천한(?) 신분은 아니지만 그건 아크의 직원인 레피드 역시 마찬가지. 그리고 아리온과 유진, 장보고는 원래 칼리를 중심으로 모인 그룹이니 그 역시 제외. 따라서 이 함대의 리더를 맡을 자격이 있는 사람은 결국 아크와 칼리, 두 사람으로 좁아질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문제라는 것이다.
정의남과 이슈람까지 들어 있는 함대.
솔직히 아크도 이런 함대의 리더 자리는 부담스러웠다.
그러나 칼리의 지시를 받는 건 싫다! 그리고 그건 칼리도 마찬가지겠지, 라고 생각했지만…….
-아크가 맡는 편이 좋을 것 같습니다.
“에?”
생각지도 못했던 칼리의 말에 아크가 놀란 표정으로 돌아보았다. 그러자 칼리가 슬쩍 시선을 돌려 아크를 마주 보며 말을 이었다.
-저는 원래 아슐라트 출신이라 은하연방 주둔지에서 활동하는 데는 제약이 많을 겁니다. 그리고 아시다시피 저는 이미 아크에게 패한 경험이 있습니다. 그러니 둘 중 하나라면 당연히 아크가 맡아야 맞습니다. 뭣보다…… 이번 기회에 한번 봐 두고 싶습니다. 나를 패배시킨 아크의 지휘 능력을, 똑, 똑, 히, 말, 입, 니, 다.
-아, 그건 나도 궁금하지.
-그럼 나도 이 기회에 지켜보도록 할까?
칼리의 말에 발렌시아와 레피드도 아크를 째리며 대답했다.
‘그러니까 대체 뭐냐고? 이 파티는…….’
아크가 모니터에 떠 있는 얼굴들을 바라보며 한숨을 불었다. 레피드 녀석이 저러는 거야 하루 이틀 일도 아니지만, 거기에 발렌시아와 칼리 일당까지! 이건 파티라기보다는 아크의 적을 한데 뭉쳐 놓은 것이나 다름없지 않은가?
‘막상 생각해 보니 1년 넘도록 게임을 하며 알게 된 유저가 적밖에 없다는 것도 참 문제다 싶지만…….’
대체 어쩌다가 이런 황당한 파티가 만들어졌는지 모르겠다. 하물며 리더라니?
뒤통수에 포탄이나 박히지 않으면 다행이다.
그러나 이제 와서 어쩌겠는가?
“네, 제가 맡겠습니다.”
-[아크] 님이 함대의 지휘관이 되었습니다.
아크는 이 불안하기 짝이 없는 함대의 리더가 되었다.
“그럼 이제 함대 편성은 끝났으니 이제 은하연방의 주둔지로 이동하죠.”
-뭐야? 바로 싸우는 거 아니었어? 나 참, 그럼 뭐 하러 여기서 만나자고 한 거야? 그럴 거면 그냥 주둔지에서 만나서 파티나 함대를 편성해도 됐잖아.
아크의 말에 어깨를 들썩이던 이슈람이 맥 빠지는 표정으로 투덜댔다.
-듣고 보니 그렇군. 굳이 여기서 모일 필요가 없었잖아.
“은하연방 주둔지 주변은 이미 격전지나 다름없어요. 그리고 여기로 출발하기 전에 이리나가 곧 주둔지 근방에서 큰 전투가 벌어질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여기에서 모여서 같이 이동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한 거예요.”
-안전하게 가자는 말이군.
“그것도 있지만…….”
정의남의 말에 아크가 씨익 웃으며 대답했다.
“원래 그런 곳 주위에는 의외로 주워 먹을 게 많은 법이거든요. 혹시 압니까? 아직 쓸 만한 전함 부품이라도 줍게 될지?”
-SOS! SOS! 나는 너브 지역을 공략하는 은하연방 공격대 소속 아사드입니다! 현재 좌표 X-5023, Y-334에서 적함대의 추격을 받고 있습니다! 이에 전파가 닿는 지역의 모든 아군에게 구조를 요청합니다! SOS! SOS! 다시 한 번…….
그리하여 너브 지역의 외곽을 따라 항해하던 아크 함대가 구조 요청 신호를 수신한 것은 그로부터 1시간 뒤의 일이었다.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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