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656)
아크 더 레전드-656화(656/875)
[656] space 2. 주둔지 입성! 그리고…… (2)“우와! 엄청 크다!”
“전에 본 호크의 하이브는 쨉도 안 되네.”
“야, 비교할 걸 비교해라. 기지 밖의 전함 못 봤어? 정박되어 있는 전함만 수백 척이었어.”
“역시 연방군이 작정하고 나서니 스케일이 다르군.”
그리고 촌닭처럼 두리번거리는 친위대원들과 함께 드디어 A-001의 항구에 발을 디뎠을 때였다. 바로 맞은편에서 한 사내가 뛰어왔다.
“아크 대장!”
흥분한 얼굴로 뛰어오는 사람은 아사드였다.
“우와! 대장, 반갑습니다! 정말 눈물 나게 반갑다고요! 왜 이제야 온 겁니까? 우리가 얼마나 기다리고 있었는지 알아요?”
“우리?”
“아, 대장은 아직 모르겠군요. 실은 저만 이곳에 온 게 아닙니다. 히터와 그때 의용군에서 알게 된 녀석들 몇 명이 같이 참전했어요. 저희도 웬만하면 대장하고 같이 참전하고 싶었는데, 연락이 안 돼서 먼저 와 있었습니다.”
“그래? 그럼 지금 그 녀석들은?”
아크가 주위를 둘러보며 묻자 아사드가 움찔하며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긴 한숨을 불어 내며 고개를 저었다.
“이번 전투에 저와 함께 나갔었어요. 하지만 추격을 받는 사이에 모두 당했습니다. 때맞춰 대장이 나타나 주지 않았으면 저도 당했겠죠. 감사합니다. 덕분에 살았어요.”
“아니, 뭐 나도 운이 좋았지.”
아크가 해맑은 표정으로 웃으며 대답했다.
“덕분에 나도 A-001에 오기도 전에 공훈치를 벌었잖아.”
“네? 공훈치요?”
아사드가 눈을 동그랗게 만들며 되물었다.
그리고 잠시 아크를 바라보다가 뒤늦게 뭔가를 깨달은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였다.
“그러고 보니…… 대장은 이제 막 A-001에 도착했죠? 그래도 어느 정도는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마 이번 전투로는 공훈치를 받지 못할 겁니다.”
“에? 뭔 소리야? 왜?”
“사실이네.”
그때 뒤에서 다른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리자 기름때가 잔뜩 묻은 작업복 차림의 깐깐한 인상의 노인이 다가왔다. 입항 수속을 할 때 통신으로 얼굴을 본 도크의 관리자였다.
“파월이라고 하네. 통신으로 봤지?”
“네,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방금 전의 말은?”
“공훈치 말이군.”
파월이 눈살을 찌푸리며 구시렁거렸다.
“아크라고 했지? 영웅이니 뭐니 하지만 결국 네놈도 다를 것이 없군. 하긴, 유저라는 놈들이 다 그렇지. 신세대니 뭐니 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그냥 돈독 오른 놈들일 뿐이야. 뭐라도 챙겨 주지 않으면 은하연방을 위협하는 적과 싸울 생각도 하지 않지. 아니, 그 정도라면 그나마 귀엽게 봐줄 수도 있지만 하나라도 더 챙기기 위해 제들끼리 치고받는 것도 마다 않는 놈들이 유저라는 족속이지. 그래서 이런 곳에 오기 싫었던 거라니까. 그래도 내가 젊었을 때만 해도 사명감만으로 기꺼이 목숨을 던지는 개척자도 많았는데 말이야. 왜 가면 갈수록 이 따위 놈들만 늘어나는 건지 모르겠군. 에잉, 말세야. 말세.”
뭐냐? 이건?
아크는 이제 막 A-001에 도착했다. 파월도 초면이다. 그런데 왜 난데없이 이런 말을 들어야 한단 말인가?
아니, 뭐 공훈치 때문에 참전한 것 맞지만!
‘이건 뭐라도 알아야 대꾸를 하지.’
“그러니 은하연방도 유저에게만 맡겨 놓을 수 없는 거겠지. 너희처럼 자기밖에 모르는 놈들에게 맡겨 놓으면 전투는커녕 A-001도 제대로 운영될 리가 없으니까. 네가 공훈치를 받지 못하는 이유가 그거다.”
다행히 넋두리를 늘어놓던 파월이 본론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여전히 뭔 말인지 이해되지 않았다.
“그거라니요?”
“아직도 모르겠나? 독단적으로 움직이는 함대를 용인하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뻔하지 않은가? 분명 돈 독이 오른 네놈들은 전체 전황 따위는 나 몰라라 하고 그저 제 공훈치만 챙기기 위해 멋대로 움직이겠지. 그런 사태를 막기 위해 A-001의 관리국은 정식으로 입안한 작전에 참가하지 않은 함대는 설사 적 함대를 무찔러도 공적으로 인정하지 않기로 했다. 바로 너희 같은 경우지.”
띵-!
뒤통수를 얻어맞은 기분이다.
적함을 잡아먹지(?)는 못해도 공훈치는 받을 수 있다.
아크는 그런 생각으로 기대에 부풀어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1도 없단다.
물론 함대전 승리에 대한 보상―경험치―은 받았지만 아크 함대 역시 적지 않은 피해를 받았다. 그런데 A-001에 오자마자 돈 독 오른 유저니 뭐니 하는 말을 듣는 것도 모자라 공훈치조차 받지 못한다니? 대체 뭘 위한―이미 아사드는 안중에도 없었다― 전투였던 말인가?
이에 아크가 황당+상실감에 휩싸여 있을 때였다.
“하지만 공훈치를 받을 방법은 있지.”
파월이 다시 입을 열었다.
“네? 뭡니까?”
“자네가 나포해 온 적함이네.”
파월이 아크 함대 뒤에 정박되어 있는 6척의 적함을 돌아보며 대답했다.
“알다시피 저 전함은 어차피 수리해도 전함으로 사용하지는 못하네. 그러니 처분 방법은 두 가지. 저대로 자네 집에 가져가서 장식품으로 쓰든가, 해체해서 고철값이라도 챙기던가. 하지만 공훈치를 받고 싶다면 세 번째 방법도 있지. A-001의 관리국에 넘기는 것.”
“관리국에 넘기다니요?”
“자, 보게. 도크에 전함이 넘쳐나지? 이 중 적어도 70%는 수리를 기다리고 있는 전함이네. 고작 해적 패거리나 다름없는 신의 군대에게 당한 멍청한 놈들의 전함이지. 덕분에 A-001은 항상 물자가 부족해. 그래서 부품을 빼 쓸 수 있는 적함을 나포해 관리국에 넘기면 해체 작업으로 나온 부품에 따라 공훈치를 받을 수 있지. 뭐 그것도 먼저 관리국에 정식으로 참전 등록을 한 뒤의 얘기지만.”
결국 고철값을 공훈치로 주겠다는 말이다.
우주선은 1척에 수천 골드, 등급에 따라서는 10,000골드가 넘는 전함도 수두룩하다.
물론 해체하면 그 값의 10~20%밖에 받지 못하지만 아크 함대가 나포해 온 전함은 6척! 적어도 5,000~6,000골드는 받으리라. 물론 아크의 목적도 공훈치지만 그만한 골드를 선뜻 공훈치로 바꾸기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뭣보다 6척의 전함은 아크 혼자 나포해 온 것이 아니다. 함대의 수익이다. 아무리 함대장이라도 이런 결정을 혼자 내릴 수는 없었다.
“함대원과 의논해 보겠습니다.”
아크가 한숨을 불어 내며 대답했다.
그러자 파월이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투로 말을 이었다.
“뭐 나야 아무래도 상관없지만, 관리국에 넘길 생각이라면 빨리 등록하는 편이 좋을 거네. 이러는 사이에도 정박비는 불어나고 있으니까.”
“에? 정박비라니요?”
“그럼? 공짜인 줄 알았나? 말했잖아. 이미 도크는 너희 유저 놈들의 전함으로 포화 상태라고. 그리고 관리국에 넘기기 전까지는 저 적함들은 네 사유재산. 너희들 전함이야 그렇다 쳐도 네 사유재산까지 공짜로 정박시켜 줄 이유가 없지 않나? 당연히 정박비를 받아야지! 아, 그리고 혹시나 해서 말해 주는 건데, 만약 개인적으로 해체를 의뢰하면 그것도 별도의 요금이 청구되네. 그게 싫으면 다른 데 맡기든지.”
띠디딩-!
뭐냐? 이 황당한 유료 시스템은?
어찌 됐든 아크가 나포해 온 전함은 적! 말하자면 포로다. 그런데 그조차 정박비를 내라니?
세상에 이런 법이 어디 있단 말인가?
“마, 말도 안 돼!”
“뭐가 말이 안 돼? 너희 유저들은 자국의 적과 싸우면서도 일일이 공훈치니 뭐니 챙기잖아! 그런데 왜 은하연방이 니들 뒤치다꺼리까지 해 줘야 하는데?”
“하, 하지만…….”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그때 맞은편에서 웃음기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렇지 않아도 심사가 좋지 않은 아크가 인상을 찡그리며 고개를 돌리자 뒤늦게 한 무리의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갑툭튀로 끼어든 사람은 그 앞의 적갈색 머리 사내였다.
‘뭐야? 저 자식은? 뭔데 갑자기 끼어들어서 사람 염장을 질러?’
그때 아사드가 와락 고개를 돌리며 소리쳤다.
“이, 이얀!”
‘이얀? 이얀이라면 분명…….’
직접 만난 건 처음이지만 기억에 있는 이름이다.
타투인 전투에서 아크가 다 차려 놓은 밥―황제―를 가로채 공적 1위를 차지한 유저!
당연히 좋은 이미지로 기억되어 있는 이름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이제 와서 그때 일을 따지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이런 식으로 끼어드니 기분이 좋을 리가 없었다.
‘저 녀석도 참전해 있었던 건가? 젠장, 대체 왜 이래? 파월도 그렇고, A-001에 도착하자마자 만난 사람이 왜 하필이면 저 녀석이야? 찜찜하게시리. 하지만 뭐, 이제 한동안은 A-001에서 지내야 하니 굳이 문제를 일으킬 필요는 없지. 아사드와도 아는 사이 같고.’
아크가 그런 생각을 하며 불쾌감을 누그러뜨릴 때였다.
아사드가 이를 갈아붙이며 소리쳤다.
“너 이 새끼!”
“말이 험하군. 뭔가 안 좋은 일이라도 있었나?”
“그걸 지금 말이라고 지껄이는 거냐? 너 때문에 우리 함대는…….”
“내 책임이라고 말하고 싶은 건가?”
이얀이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웃으며 되물었다.
“내 함대에 넣어 달라고 부탁한 사람은 너다. 그리고 나는 네 부탁을 들어줬지. 아직 별다른 실적도 없는 너희를 내 함대에 받아 줬다는 말이다. 고맙다는 말이라면 모를까, 이 새끼 저 새끼 하는 말을 들을 이유는 없다고 생각하는데?”
“이유가 없다고?”
“네가 뭣 때문에 흥분하는지는 알고 있다. 하지만 이번 작전에 적의 주의를 분산시킬 함대는 꼭 필요했다. 그 결과 네 함대가 꽤 많은 피해를 받았다는 보고는 들었고, 그건 나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하지만 말했듯이 그건 함대를 위한 일이었다.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닌가?”
“작전?”
“그래, 작전이다.”
“웃기지 마! 뭐가 작전이냐? 내가 모를 거라고 생각하냐? 너는 처음부터 우리를 미끼로 사용하고 버릴 생각이었잖아!”
아사드의 고함에 이얀은 잠시 입을 다물고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답답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더니 한숨 섞인 목소리로 되물었다.
“대체 무슨 대답을 원하는 거냐?”
“뭐야?”
“전장에서 돌아오자마자 이런 대화를 해야 한다는 것 자체가 답답할 뿐이지만, 오해를 피하기 위해 말해 두지. 그때 나는 그 작전이 최선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물론 네 입장에서는 왜 그게 하필 너희였냐고 묻고 싶을 수도 있겠지. 하지만 너희였기 때문이었다.”
“……우리였기 때문이라고?”
“너, 아사드! 그리고 히터! 너희들은 우리 함대에는 신입이지만, 타투인 전투에서 의용군의 1, 2군장을 맡았던 유저들이지. 그리고 나는 그만한 경력을 가진 유저라면 믿고 맡길 수 있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그래, 너희들을 믿고 맡긴 것이다. 너희라면 내 생각을 이해하고 주어진 임무도 잘 수행해 주리라고. 하지만…….”
잠시 말을 멈춘 이얀이 아사드를 돌아보며 고개를 저었다.
“아무래도 내가 무리한 기대를 한 것 같군. 그래, 그런 의미라면 내 실수를 인정하지. 내가 너희들을 너무 과대평가 했던 모양이다.”
“너…… 너 이 새끼!”
아사드가 얼굴을 시뻘겋게 물들이며 이얀에게 달려들었다.
그리고 검을 뽑아 드는 순간, 이얀의 양옆에서 서너 명의 유저들이 뛰어나왔다.
아사드는 한때 의용군의 1군장이었던 유저! 서너 명의 유저를 상대로도 밀리지 않았다. 그러나 이얀 패거리에서 2~3명의 유저가 더 뛰어나오자 순식간에 열세에 몰리더니 결국 다구리를 버티지 못하고 맥없이 주저앉았다.
“말로 안 되니 주먹질인가? 이거야 원, 너를 과대평가한 게 실수였다고 말하기는 했지만 이건 해도 너무하는군. 자신이 피해를 좀 입었다고 바로 함대장에게 검을 휘둘러 대다니? 이건 이미 실력 이전의 문제로군. 잠시나마 너를 믿고 중책을 맡긴 내가 부끄러워질 정도다. 그런 너 따위가…….”
이얀이 같잖다는 눈으로 아사드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나와 싸울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나?”
“비, 빌어먹을!”
대여섯 명의 유저에게 사지를 결박당한 아사드가 피눈물을 쏟아 낼 것 같은 표정으로 이얀을 바라보며 이를 갈았다. 그리고…….
‘젠장! 뭐야? 갑자기 이러면 나보고 어쩌라는 거야?’
뒤에서 그 장면을 지켜보는 아크는 난감하기 짝이 없었다.
아크는 A-001에 오기 전에 이미 아사드를 통해 대강의 상황을 전해 들었다.
때문에 알고 있었다. 이얀은 아사드를 믿어서 임무를 맡겼다고 떠들어 대지만, 개 풀 뜯어먹는 소리다. 애초에 이얀은 아사드에게 임무 내용을 제대로 설명조차 하지 않은 것이다.
즉, 아사드의 주장대로 이얀은 처음부터 쓰고 버릴 작정이었다는 말이다. 그럼에도 이얀은 이런저런 구실로 자신을 정당화하는 것도 모자라 되레 아사드를 무능하고 속 좁은 유저로 몰아붙이고 있었다.
‘뭐 내가 좋아하는 타입의 인간이 아닌 건 확실하지만.’
이게 과연 끼어들어도 되는 일인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아사드와의 친분을 생각하면 뭐라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런 상황에서 끼어들면 싸움!
자칫하면 아크 함대원과 이얀 함대원 사이에 패싸움으로 확대될 위험이 있는 것이다. 이건 아크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스러운 일이었지만.
“자암까안!”
아크 함대에는 그런 사정 따위는 신경 쓰지 않는 사람이 있었다.
그리고 도크에 우렁찬 목소리가 울리는 순간, 아크의 뒤쪽에서 4개의 인영이 번뜩이는 속도로 뻗어 나갔다.
이에 아사드를 결박하고 있던 이얀 패거리가 움찔하며 몸을 돌렸고, 뒤이어 쇳소리가 울리는가 싶더니 당혹성을 터뜨리며 튕겨 나갔다. 졸개들이 데굴데굴 발치까지 굴러오자 이얀이 눈살을 찌푸리며 고개를 돌렸다.
“너희들은 뭐냐?”
“정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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