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658)
아크 더 레전드-658화(658/875)
[658] space 3. 첫 임무 (1)‘$$!$!$$%…….’
지금까지의 아크의 기분을 문자로 표현하면 딱 이런 느낌이다. 다시 말해, 엿 같다는 말이다.
‘빌어먹을, 맘먹고 꼬아도 이렇게까지 꼬이기는 힘들겠다.’
모처럼 몇 달이나 끌고 왔던 전직 퀘스트를 끝내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너브 전쟁에 참가했다.
그런데 함대 편성에서부터 조짐이 심상치 않더니, A-001에 도착하자마자 이얀 패거리와 시비가 붙었다.
기분이 엿 같아지지 않을 리가 없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짜증 나는 함대원들을 떨궈 놓고 A-001의 관리국에 도착하자 엿 같던 기분이 단숨에 밝아지는 기분이 들었다.
‘아아! 마음이 정화되는 기분이야!’
“드디어 오셨네요.”
아름다운 여성이 방긋 웃으며 반겨 주었기 때문이다.
구김 하나 보이지 않는 제복을 입고 있는, 그래서 한층 더 성숙한 여성미가 느껴지는 미인!
그렇다고 아크가 아무 여자나 보고 헬렐레하는 얄팍한 남자는 아니다. 그녀의 이름은 이리나! 아크의 하나뿐인―당연히!― 여자 친구였다.
“우와! 이런 곳에서 보니 더 반갑네요. 든든하기도 하고. 뭐 이리나 님은 연방군 소속이니 같이 전장에 나가지는 못하겠지만.”
“그건 저도 아쉽지만…….”
이리나가 살짝 미소를 지으며 속삭이듯이 말했다.
“저는 A-001의 관리자 중 1명이라고요. 앞으로 아크 님이 A-001에서 지내기에는 제가 연방군 소속이라는 게 좀 더 도움이 될 것 같지 않나요?”
“뭔가 기대해도 된다는 말인가요?”
“그거야 아크 님의 태도를 보고 생각해 봐야겠지요.”
이리나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대꾸했다.
‘확실히…….’
분위기가 달라졌다.
아크가 이리나를 처음 만난 건 벨타나에 강제징용을 당했을 때였다. 그리고 당시 이리나는 죄수들 사이에서 ‘얼음 마녀’라는 별명으로 불리고 있었다.
실제로 감정이라고는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항상 딱딱한 표정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같은 사람인가 싶을 정도로 달라진 분위기였다.
그런 변화는 진즉부터 느끼고 있었다.
그러나 지난 며칠 사이의 변화는 지난 몇 달을 합친 것보다 크게 느껴졌다.
특히 아크를 대할 때의 태도는 극적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 이전에는 친구와 연인 사이에서 오락가락했다면, 지금은 확실히 연인 쪽으로 기울었다는 느낌이랄까?
아크가 그런 변화를 체감한 것은 그녀가 아버지를 만나 달라는 부탁을 했을 때부터였다. 아니,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아크가 망설임 없이 만나겠다고 대답했을 때부터다.
아크는 연애에 대해서는 일자무식이나 다름없다.
그러나 바보는 아니었다.
여자가 부모에게 남자 친구를 소개하는 것이 뭘 의미하는지 정도는 알고 있었다. 아크가 망설임 없이 그녀의 아버지를 만나겠다고 대답한 것도 그걸 몰라서가 아니다.
너무나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받아들인 것이다.
아마도 그런 아크의 결심이 그와 이리나 사이를 막고 있던 뭔가를 허물어뜨린 것이리라.
‘뭐 걱정되는 부분이 없는 건 아니지만.’
아크는 지금 같은 그녀의 미소가 너무나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그 미소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다소의 부담 따위, 얼마든지 짊어질 용의가 있었다.
아크는 그런 각오를 다지며 노골적인 애정을 꾹꾹 눌러 담은 눈으로 바라보았고, 이리나는 살짝 얼굴을 붉히면서도 화사한 미소로…….
“어이, 아크.”
그때 ‘♡’가 오가는 아크와 이리나 사이에 한 중년인의 얼굴이 불쑥 끼어들어 왔다.
“자네 눈에 나는 보이지도 않는 건가?”
“어? 배, 백작님?”
“정말 안 보였던 모양이군.”
중년인이 어이없는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그의 이름은 모든 백작, 이스타나의 도시 엘븐의 시장으로 쥬벨의 쿠테타 당시, 페이의 요청으로 주요 도시의 정규병을 규합해 의용군과 함께 타투인 전투에 참전했던 귀족이었다.
아크가 놀란 표정으로 갑자기 나타난―참고로 모든 백작은 아크가 관리국에 들어섰을 때부터 내내 이리나의 옆에 있었다―모든 백작을 돌아보며 물었다.
“모든 백작님이 왜 여기에?”
“글쎄? 나도 모르겠군. 눈에 보이지도 않는 사람이 왜 여기에 있는지.”
모든 백작이 빈정 상한 표정으로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그러자 이리나가 빙긋 웃으며 말했다.
“모든 백작님이 A-001의 관리국장이에요.”
“네? 백작님이?”
“그래, 뭐 잘못됐냐?”
모든 백작이 양팔을 허리에 올리고 턱을 치켜들었다.
“아직 잘 모르는 모양인데, 내가 이래 봬도 연방군에 재직하던 시절에는 마틴 후작님의 전속 작전 참모였어. 손짓 하나로 수천 척의 전함을 움직이던, 자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훌륭한 사람이란 말이지. 뭐 A-001의 관리국장을 맡게 된 건 나도 의외였지만.”
인력 부족 때문이었다.
물론 아무리 쿠테타 직후라도 연방군에 모든 백작 정도의 경력을 갖춘 지휘관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그리고 이번 너브 지역 독립이 쥬벨이 일으킨 쿠테타의 연장선상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마틴 후작이 직접 A-001에 와도 이상한 일은 아니다.
그러나 마틴 후작은 쥬벨의 배후에 벨테란 공작이 있다고 확신하고 있었다. 그리고 벨테란 공작은 쥬벨 따위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위험한, 그리고 무슨 짓을 벌일지 짐작하기도 힘든 폭탄 같은 존재.
이에 마틴 후작은 연방군의 촉각을 모두 벨테란 공작에게 집중시키고 있었다. 때문에 이미 전역한 모든 백작이 A-001에 투입된 것이다.
물론 아크는 이런 사정까지는 모르고 있었지만.
“그나저나…….”
모든 백작이 새삼스러운 눈으로 아크와 이리나를 번갈아 보았다.
“페이 녀석, A-001에서 아크를 만나면 엄청 반가워할 거라고 하더니, 이런 뜻이었군. 설마 이리나 소령과 자네가 그렇고 그런 사이일 거라고는 상상도 못 하고 있었어.”
“그렇고 그런 사이라니…….”
모든 백작의 말에 아크가 곤혹스러운 눈으로 이리나를 돌아보았다. 그러나 정작 이리나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일부러 숨긴 건 아니에요.”
“아니, 부탁이네. 이제부터라도 일부러 숨겨 줘. 좀 전처럼 투명인간 취급받는 건 사양하고 싶으니까. 말했지? 난 A-001의 관리국장이라고. 높은 사람이야.”
“노력해 보죠.”
이리나가 방긋 웃으며 끄덕였다.
그리고 문득 생각난 표정으로 아크를 돌아보았다.
“아, 그런데 아버님하고 이슈람이라는 분도 같이 온다고 하지 않았어요?”
“같이 왔어요. 그리고 뒤늦게 후회하는 중이죠.”
“네? 왜요?”
“너무 오래돼서 잊고 있었거든요, 아버지나 이슈람 형님이 어떤 사람들인지. 뭐 나도 그런 말 할 처지는 아니지만…….”
아크가 머리를 긁적이며 대답했다.
“어쨌든 다른 함대원들은 오는 길에 우연히 적 함대와 마주쳐 전투가 벌어지는 바람에 전함이 상해서 이것저것 점검하느라 도크에 남아 있어요. 어차피 함대 등록은 함대장 혼자 와서 해도 된다고 들어서요.”
정확히는 시끄러워질 게 뻔하기 때문이다.
정의남과 이슈람, 거기에 레피드나 다른 함대원까지 데리고 오면 정작 아크는 모처럼 만난 이리나와 한마디 나누기도 쉽지 않으리라. 때문에 아크는 거의 도망치듯이 관리국으로 뛰어와야 했다.
그때 이리나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전투요?”
“음, 자네는 아직 모르겠군. 나도 방금 전에야 보고받았네. 아크가 8척으로 구성된 적 함대를 무찌르고 그중 6척을 나포해 왔다고 말이야. 과연 아크! 어디 처박혀 코빼기도 보이지 않나 싶었는데, 그래도 할 때는 하는군. 그런데 얼굴을 보자마자 이런 말을 하기에는 미안하지만 이번 승전은 공적으로 인정해 줄 수 없네.”
“네, 도크장님에게 들었습니다.”
“파월 말이군.”
모든 백작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파월을 만났다면 A-001의 상황은 대강 들었겠군. 그러니 이참에 말해 두겠네. A-001의 관리국에 나나 이리나 소령이 있다고 해서 특혜 같은 건 기대하지 말게.”
“괜찮습니다. 그래도 이곳에서 모든 백작님과 이리나 님을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의욕이 팍팍 생기니까.”
“나는 왜 집어넣어? 그냥 이리나 양 때문이라고 하지.”
“뭐 어쨌든요.”
“아하, 부정은 안 한다 이거지? 하여간 마음에 들지 않는 놈이란 말이야. 하지만 뭐 됐다. 나도 사내자식이 나를 보고 의욕이 팍팍 생기기를 바라지는 않으니까. 그리고 어쨌든 네가 와 준 덕분에 나도 한시름 놓았고. 사실 말이 나왔으니 말이지만 내가 그동안 마틴 후작님의 짜증을 받아 주느라 얼마나 피곤했는지 알아?”
“네? 왜요?”
“왜긴 왜야? 너 때문이지!”
모든 백작이 울컥한 표정으로 버럭 소리쳤다.
“너! 마틴 후작님에게 쥬벨과 호크를 추적하라는 임무를 받은 적이 있다면서? 그런데 호크는 그렇다 쳐도 쥬벨이 대놓고 독립국이니 뭐니 떠들어 대는데 정작 추적 임무를 맡은 네가 코빼기도 비추지 않고 있었잖아! 그런데 화가 안 나냐? 덕분에 마틴 후작님이 추격대를 보내 박살을 내 버리겠다고 펄펄 뛰는 걸 말리느라 내가 얼마나 진땀을 뺐는지 알아? 뭐 그것도 전황이 좋지 않아서 그런 거니 내 탓이 없다고는 못하겠지만.”
“좋지 않습니까?”
“음.”
구시렁대던 모든 백작이 한숨을 불어 내며 끄덕였다.
그리고 님프를 조작하자 관리국 안쪽에 커다란 구체 모양의 입체 영상이 떠올랐다.
너브 지역을 축소해 놓은 은하 지도였다.
“여기, 파란 점이 은하연방의 진영이네. 그리고 여기 붉은색으로 표시되어 있는 것이 신의 군대의 혹성이나 기지지. 자, 자네가 보기에 전황이 어때 보이나?”
“어떠냐니요? 파란 점은 하나밖에 없지 않습니까?”
“그래, 그게 A-001이다.”
모든 백작이 피로한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이며 대답했다.
“준비도 갖추기 전에 주둔지를 기습당한 라마는 둘째치고, 아슐라트 측은 며칠 전부터 대대적인 공세를 펼쳐 어느 정도 실적을 올리고 있지. 하지만 우리는 보다시피. 벌써 일주일이 지났지만 아직 A-001에서 한 걸음도 내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지.”
“신의 군대가 그 정도로 강합니까?”
“우리가 너무 안이했었다고 말하는 편이 맞겠지.”
처음 너브 지역이 봉쇄되고 신의 군대가 은하계에 모습을 드러낼 때, 사실 은하 3국은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바로 신의 군대의 수괴, 쥬벨 때문이다.
쥬벨은 이미 그 전에 은하연방에서 쿠테타를 일으켰다 실패하고 잠적했던 자.
당연히 은하 3국은 신의 군대가 궁지에 몰린 쥬벨의 발악이라고 생각했다. 독립국이라고 떠들어 대지만 실상은 잘해야 해적이나 용병을 모아 놓은 것에 불과하다고 말이다.
말하자면 만만하게 본 것이다.
그러나 막상 너브 지역 공략전을 시작하자 예상과는 전혀 달랐다.
숫자는 적지만 동급 최강이라고 알려진 라마 함대의 괴멸! 이 사건도 충격적이었지만 은하 3국의 예상이 가장 크게 빗나간 것은 너브 지역, 그 자체였다.
이 지역에 모여 있는 30여 개의 혹성은 이미 엄청난 병기로 무장한 요새로 변해 있었던 것이다.
“너브 지역은 은하 3국의 국경과 인접해 있는 곳이다. 그리고 이면세계이기는 하지만 하루에도 수천 척의 전함이 왕래하는 지역이지. 그런데 서너 개도 아니고 30여 개의 혹성이 요새화될 때까지 누구도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니…….”
이게 은하 3국의 가장 큰 판단 착오였다.
이미 완전히 요새화되어 있는 30여 개의 혹성! 이는 신의 군대가 궁지에 몰린 쥬벨에 의해 급조된 집단이 아니라는 의미였다. 꽤 오래전부터 치밀하게 준비되어 있던 조직!
그건 신의 군대의 함대도 마찬가지였다.
“놈들이 용병인지 아닌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 하지만 한 가지만은 분명하지. 은하 3국의 정규병과 비교해도 결코 뒤처지지 않을 정도로 고도의 훈련을 받은 함대라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위험한 함대가 복수의 검이다.”
“복수의 검?”
“아직 전체 규모는 파악되지 않았지만 신의 군대가 주력으로 운용하는 함대다. 라마 주둔지를 기습했던 함대도 놈들이지. 그리고 얼마 전에 그중 일부가 은하연방의 전선에도 투입되었다. 네가 나포해 온 전함도 복수의 검 소속이다.”
“그 문장이…….”
적함에 새겨져 있던 불타는 검의 문장.
아마도 그게 모든 백작이 설명하는 복수의 검 함대의 문장이리라.
이미 싸워 본 적이 있는 것이다.
때문에 아크는 모든 백작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이번 함대전은 아크 함대의 압승이었다. 그러나 그게 상대가 약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아크 함대가 일방적인 승리를 거둘 수 있었던 이유는 기습이었기 때문이다. 아사드 함에 정신이 팔린 적 함대를 주포로 공격해 시작도 하기 전에 2척을 반파半破 상태로 몬 것이 결정적이었다.
‘그게 아니라도 지지는 않았겠지만…….’
그 와중에도 적 함대의 대응은 꽤 일사불란했다.
그나마 함대전 경험이 많은 칼리가 광역 실드를 눈치챘기에 망정이지, 만약 적 함대의 주포에 직격당했다면 일격에 전황이 역전되어 상당한 피해를 입었으리라.
‘그게 복수의 검…… 신의 군대의 주력 함대라는 건가? 일단 기억해 두는 편이 좋겠군.’
아크가 심각한 표정으로 은하지도를 바라보자 모든 백작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렇다고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분명 예상보다 고전하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지금은 나름대로 공략의 실마리를 잡아 가는 중이니까. 그리고 마틴 후작님과 이리나 양이 애타게 기다리던 아크 님께서 오시지 않았나? 어이, 아크, 기대해도 되겠지.”
“물론입니다.”
아크는 지체 없이 대답했다.
아크는 99% 자신이 있어도 이런 식으로 대답하는 성격은 아니었다. 그러나 바로 옆에서 여자 친구가 보고 있다.
약한 모습 따위, 보일 수는 없지 않은가!
“그래, 늦게 왔으니 그 정도 자신감은 보여 줘야지. 뭐 이리나 양을 의식하는 티가 팍팍 나지만 그쯤은 너그럽게 눈감아 주지. 좋아, 그럼 더 자세한 얘기는 천천히 하고, 일단 등록 수속부터 하지.”
모든 백작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 다시 님프를 조작하자 아크의 눈앞에 정보창이 떠올랐다.
-A-001의 관리국에 함대를 등록했습니다.
함대 정보창
소속 전함 : 10 함대장 : 아크
소속 전함의 함장 : 정의남, 이슈람, 레피드, 발렌시아, 칼리, 아리온, 유진, 장보고.
함대 넘버 : 67
함대 등급 : D 함대 공훈치 : 160,000
전체 함대 순위 : 51/67
각 함장의 공훈 순위 : 이슈람-980/5,894. 아크-1,095/5,894. 정의남, 이슈람, 레피드, 발렌시아, 칼리, 아리온, 유진, 장보고-5,894/5,8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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