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66)
아크 더 레전드-66화(66/875)
[66] SPACE 6. 감동의 재회 (3)“사실 그건…….”
-됐네. 말하지 않아도 알아. 분명 그 망할 햄스터 자식 때문이었겠지. 망할 햄스터 자식, 내 언제고 이런 날이 올 줄 알았다니까.
“그런데 연방 정부가 용병단을 파견했다는 건 무슨 말입니까?”
-아, 그러고 보니 자네는 모를 수도 있겠군.
그제야 아크는 그 사이에 연방군 기지에서 벌어진 일을 전해들을 수 있었다.
라마족 거점의 위치를 알게 된 주둔군 사령관 하만이 이스타나의 중앙정부에 지원군을 요청했다는 것. 그러나 정규병이 부족해 각지의 용병단이 지원군으로 파견되었고, 현재 벨타나의 연방군과 용병단이 집결해 라마족 거점으로 진군 중이라는 정보였다.
“제가 보낸 캐리어MR-II가 제대로 도착했군요.”
-뭐? 그게 무슨 소리인가?
“라마족의 중앙기지 정보 말입니다. 그건 제가 보낸 겁니다.”
아크는 라마족 중앙기지를 발견하고 도망치다가 설산에서 캐리어MR-II를 날려보내게 된 과정을 간략하게 추려서 설명해주었다. 그러자 클렘의 당혹스러운 목소리가 이어졌다.
-그런 말은 들은 적이 없는데? 내가 벨타나의 병사들에게 자네에 대해 물어봤을 때도 그런 말은 들은 적이 없어. 보름 전에 행방불명이 된 상태로 연락이 끊겨 탈영병으로 처리되어 있다는 말만 들었을 뿐이네. 하만 사령관이 라마족 중앙기지 정보를 알아냈다고 발표한 사람은 기갑 1소대장 발렌시아라는 병사였어.
“바, 발렌시아요?”
아크는 머릿속에서 폭탄이 터지는 기분이 들었다.
대체 뭐가 어떻게 된 일인지…… 굳이 생각해볼 필요도 없었다.
눈 폭풍이 휘몰아치는 동안 기지 안에서 빈둥거린 발렌시아가 라마족 중앙기지 정보를 알아낼 수 있었을 리가 없다. 그렇다면 답은 뻔하다. 아크가 날린 캐리어MR-II. 그게 연방군 기지 사령부에 도착하기 전에 발렌시아의 손에 들어가 버린 것이리라.
그리고 정보만 쏙 빼내고 캐리어MR-II는 처리한다.
다른 병사도 아니고 발렌시아라면 그러고도 남을 놈이었다.
‘하필이면 그게 발렌시아에게…….’
-아무래도 뭔가 일이 더럽게 꼬인 모양이군.
수상한 냄새를 맡은 클렘이 찜찜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자네 말이 사실이라면 이건 그냥 넘어갈 문제가 아니네.
물론 아크도 그냥 넘어갈 생각이 없었다.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발렌시아의 얼굴이 똥칠을 해줄 생각이다.
-자네가 도중에 죽었다면 방법이 없겠지만 살아 돌아온다면 진실을 밝힐 기회가 있네. 자네 님프에 저장된 내용의 감식을 의뢰하면 진실이 밝힐 수 있을지도 몰라. 하지만 그것도 살아 돌아왔을 때의 얘기네. 다행히 거리가 50킬로미터밖에 되지 않으니 서둘러 합류하게. 지금은 그게 가장 급선무네.
‘살아 돌아간다. 확실히 지금은 그게 가장 급선무이기는 하지만…….’
지난 보름, 눈 폭풍을 헤매던 아크의 최우선 목표가 바로 그것이었다.
그러나 그건 단순히 ‘살아남는’ 게 목적은 아니었다. 아크가 벌레까지 먹으며 살아남으려고 했던 것은 피라미드에서 얻은 경험치와 룬 문자 각인술을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서였다.
정확히 말하면 그 동안의 고생은 살아남기 위해서가 아니라 페어리에 등록하기 위해서.
그러나 현재 연방군은 모든 병력을 집결시켜 라마족 거점으로 진군 중이다.
연방군 기지의 페어리는 작동 중지되어 있을 가능성이 많았다.
‘결국 본대와 합류해야 한다는 말인데…….’
현재 본대의 정예병 지휘권은 발렌시아가 쥐고 있었다.
그리고 정말 아크가 보낸 캐리어MR-II를 발렌시아가 가로챈 게 사실이라면, 발렌시아에게 아크의 귀환만큼 위험한 일은 없다. 틀림없이 무슨 핑계를 대서라도 죽이려 들 것이다.
전장에서 지휘관이 작정하고 죽이려면 못 죽일 병사가 없다.
하물며 일개 죄수 따위는 말할 것도 없으리라.
‘가면 죽는다!’
캐리어MR-II는 뜻하지 않게 아크를 죽음으로 내모는 결과를 낳은 것이다.
그렇다고 언제까지나 본대와 합류하지 않고 버틸 수도 없었다. 뭐 강철같은 위장 덕분에 혼자 벨타나에 버려져도 굶어죽지는 않겠지만 벌레나 잡아먹으며 살아갈 수는 없지 않은가.
뭣보다 이대로 발렌시아가 영웅이 되는 꼴도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
‘이대로 발렌시아가 연방군을 지휘해 벨타나의 전쟁에서 승리하면 영웅이 돼버린다. 그 이후에는 내가 아무리 항의해봤자 수사조차 제대로 진행되지 않을 거야. 발렌시아 자식의 비리를 알리려면 뭔가 다른 방법을 찾아야해. 그 전에 사실을 알릴 방법을 찾던가, 그게 안 되면 발렌시아가 영웅이 되는 것이라도 막아야한다.’
그때 아크의 머릿속에 퍼뜩 뭔가가 떠올랐다.
잠시 생각에 잠겨있던 아크는 이내 어금니를 깨물었다.
‘모험을 해보는 수밖에 없다!’
“클렘 대장님, 부탁이 있습니다.”
-말해보게.
“죄수 부대원 중에는 저를 형님처럼 따르는 동생들이 10명 있습니다.”
-자네 말을 듣고 보니 대강 짚이는 바가 있네. 발렌시아와 기갑소대원들이 대놓고 괴롭히는 죄수들, 그들의 숫자가 10명이었어. 빌어먹을 자식이로군. 그 발렌시아라는 놈.
뭐 그러지 않을까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막상 친위대원들의 얘기를 들으니 한동안 잊고 있었던 게 살짝 미안해졌다.
“대장님, 혹시 저를 믿고 동생들과 본대에서 이탈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이탈? 하지만 그럴만한 핑계가…….
“제게 생각이 있습니다.”
그게 바로 실버핸드의 컨테이너 트럭을 구렁에 빠뜨리는 방법이었다.
실버핸드 하나 때문에 본대의 진군을 멈출 리는 없을 터. 클렘이 작업 인력을 요청하면 병사 몇 명을 붙여주고 본대는 계속 진군하리라. 그리고 기왕 병사를 붙여줘야 한다면 쓸모 없는 죄수 부대원. 발렌시아가 못 괴롭혀서 안달 나 있는 친위대원들이 될 게 뻔했다.
그 뒤의 상황은 아크의 계획대로 착착 진행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
“형님—!”
10명의 친위대원들이 우르르 몰려들었다.
“혀, 형님! 살아 계셨군요!”
“저희는 그때 형님이 죽은 줄로만 알았습니다.”
“그래서 밤낮 없이 페어리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살아 계실 줄이야!”
“대체 어떻게 된 겁니까? 그동안 어디에 계셨던 겁니까?”
친위대원들이 아크를 둘러싸고 쉴새 없이 물음표를 날려댔다.
“그만, 그만, 그렇게 한꺼번에 질문하면 대답할 수가 없잖아. 그러니까…….”
머쓱한 얼굴로 대원들을 둘러보던 아크가 움찔하며 입을 다물었다.
친위대원들의 뒤쪽, 헤겔이 커다란 눈동자에서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었다.
“흑, 저는…… 저는 정말 형님이 우리를 버리고 돌아오지 않는 줄 알고…….”
“자식, 그럴 리가 있겠냐?”
아크는 헤겔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친위대원들을 둘러보았다.
하나 같이 생기라고는 눈곱만큼도 보이지 않는 퀭한 좀비 같은 몰골들. 굳이 묻지 않아도 아크가 자리를 비운 사이에 얼마나 고생했는지 DVD처럼 눈앞에 펼쳐졌다.
꼬르르르. 꼬르르르. 꼬르르르.
거기에 10개의 배에서 효과음까지 곁들여주었다.
“장난 아니군. 일단 얘기는 천천히 나누고, 배부터 채우자.”
아크는 라마족 벙커에서 챙겨온 우주식량을 꺼내 대원들에게 나누어주었다.
굶어죽기 직전까지 몰려있던 대원들은 우주식량을 보자마자 눈이 뒤집혀 정신 없이 입에 쑤셔 넣었다. 간만에 대원들이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자 아크 역시 한결 마음이 편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별 생각 없이 벌레를 입에 넣고 우물거리고 있을 때였다.
아크를 힐끔거리던 헤겔이 화들짝 놀라며 물었다.
“혀, 형님? 바, 방금 먹은 게 뭐예요?”
“응? 아, 이거? 벌레야. 왜 있잖아. 이리듐 채취할 때 종종 보이던 벌레.”
“힉! 왜, 왜 그런 걸…….”
“실은 여기로 오는 도중에 식량이 떨어져서 말이지.”
아크가 피식 웃으며 강철같은 위장 스킬을 얻게 된 과정을 설명하려 할 때였다.
툭—!
헤겔의 발치로 씹던 우주식량이 툭 떨어졌다.
헤겔만이 아니었다. 다른 대원들 역시 충격을 먹은 표정으로 동작을 멈췄다.
‘뭐야? 내가 벌레를 먹는 장면이 그렇게 충격적이었나?’
무안해진 아크가 머리를 긁적일 때였다.
“우우우! 우우우! 우우우우……!”
헤겔이 갑자기 신음을 흘리며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렸다.
“어라? 너 갑자기 왜 그래? 내가 벌레 먹은 게 그렇게 끔찍했어?”
“끔찍하다니…… 아니에요…… 우우우우…… 형님이 왜 식량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벌레를…… 우리들 때문이잖아요…… 우리가 굶고 있을까봐…… 우리를 다시 만나면 식량부터 주려고…… 우리를 위해서 벌레를 먹으면서도 식량을 남겨둔…… 우우우우!”
‘에? 이 자식, 뭔 소리를 하는 거야?’
“우우우우…… 저는 그것도 모르고…… 형님이 우리를 버렸다고…… 발렌시아가 우리를 괴롭히는 것도…… 모두 형님 때문이라고…… 원망하고…… 저는…… 저는…….”
아무래도 뭔가 단단히 착각하고 있는 모양이다.
물론 친위대원들 걱정을 했던 건 사실이다. 예상했던 일이지만 막상 눈앞에서 퀭한 대원들의 몰골을 보니 마음도 아팠다. 그러나…… 자랑은 아니지만 아크는 자기 배를 곪아가며 남의 끼니를 걱정할 정도로 희생정신이 투철한 인간은 아닌 것이다.
그러나 이럴 때 굳이 솔직하게 얘기할 필요는 없다.
진실을 밝히기보다는 순진한 외계 소년의 꿈을 지켜주는 게 더 현명한 것이다.
“자식, 나는 괜찮아. 말했잖아. 우리들은 전우라고.”
“혀, 형님…… 우아아아앙! 형님!”
결국 헤겔이 아크를 부둥켜안고 콸콸 눈물을 뽑아냈다.
그러자 다른 대원들도 눈물을 뿜어올리며 아크에게 몰려들었다.
“이제 죽을 때까지 형님을 의심하지 않겠습니다!”
“형님 명령이라면 물이든 불이든 망설임 없이 뛰어들겠습니다!”
“나도 얼마 남지 않은 목숨, 자네를 위해 불사르겠네!”
-멜린의 충성도가 200상승했습니다.
-헤겔의 충성도가 200상승했습니다.
-베라드의 충성도가 200상승했습니다…….
동시에 정신 없이 올라가는 친위대원들의 충성도!
친위대원들만이 아니었다.
“아크 자식, 사람 울리는 구만. 말해두지만 이건 시거 연기 때문이야.”
클렘이 시거를 질겅거리며 축축해진 눈가를 훔쳤다.
그러자 헥스도 새삼 감탄했다는 표정으로 한숨을 푹푹 불어내며 중얼거렸다.
“큰놈이야. 큰놈…… 역시 그때 어떻게 해서든 후계자로 만들었어야했는데…….”
“우리와 있을 때도 갖은 궂은 일을 도맡아하던 착한 녀석이었지.”
“역시 도와주러 오기를 잘했어.”
-클렘의 호감도가 100상승했습니다.
-헥스의 호감도가 100상승했습니다…….
클렘 이하, 실버핸드 대원들의 호감도도 쭉쭉 올라가는 것이다.
그렇게 친위대와 실버핸드가 감동의 도가니에서 팔팔 끓어대기를 잠시.
“그런데 아크, 이제 어쩔 건가? 일단 병사들 몰래 빠져나오기는 했지만 곧 복귀하지 않으면 무단 이탈로 처벌받을 수도 있어. 뭔가 생각이 있으니 본대를 이탈해달라고 한 거겠지?”
분위기가 진정되자 클렘이 아크에게 다가오며 물었다.
“물론이죠.”
아크가 씨익 웃으며 대답했다.
“이제부터 우리는 별동대가 되는 겁니다.”
*****
[대장님, 급보입니다!]라마족 중앙기지의 사령부.
한 전사가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뛰어들어오며 소리쳤다.
[얼마 전 기지에서 벌어진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나갔던 정찰부대가 보낸 호넷이 도착했습니다. 도주한 연방군 병사를 추적하던 도중, 보더의 외곽을 우회 중인 연방군 병력을 발견했다고 합니다. 숫자는 약 600~700. 메머드 5대와 중갑전차 3대, 거기에 수십 대의 바이크 라이더가 포함된 병력이라고 합니다. 규모로 볼 때 우리가 파악한 연방의 벨타나 주둔군의 병력보다도 많습니다. 연방군의 총공격이 분명합니다.] [뭐, 뭐라고?]라마족 사령관이 벌떡 몸을 일으켰다.
[빌어먹을, 역시 그때의 화재는 연방군 정찰부대의 짓이었던 건가?]연방군이 모든 병력을 동원해 진군해오고 있다.
100여 킬로미터 떨어진 지역을 가로지르는 거대한 설산 보더. 그 보더를 우회하고 있다지만 모든 병력을 동원해 진군한다면 이곳의 위치를 정확하게 알고 있는 게 분명했다. 그리고 이미 보더를 우회하기 시작했다면 대비할 시간조차 많지 않았다.
[하필이면 이럴 때…… 며칠만 더 있었어도 벨타나는 우리 것이 됐을 텐데…….] [혹시 우리 계획이 놈들에게 유출된 건 아닐까요?] [그건 알 수 없지만…….]입술을 잘근거리던 사령관이 고개를 들어올리며 소리쳤다.
[어쨌든 지금 상황에서 기지를 공격받게 할 수는 없다. 놈들의 중화기가 기지를 요격할 수 있는 거리까지 접근하기 전에 저지해야한다. 부관, 서둘러 사령부와 각 방어기지의 병력을 집결시켜라. 동면 가사상태로 있는 놈들은 두들겨 패서라도 깨워! 필요 최소한의 병력과 엔지니어를 제외한 나머지 병력은 모두 그곳에 집결시켜 연방군의 진군을 저지시킨다. 한계선은 기지에서 10킬로미터 떨어진 T-23지역. 본국의 전송이 완료되는 사흘 후까지는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놈들을 막아내야 한다!] [알겠습니다!]위이이이이이잉—!
라마족 진영 전역에 사이렌소리가 울려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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