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660)
아크 더 레전드-660화(660/875)
[660] space 3. 첫 임무 (3)“뭐, 뭐야? 왜?”
“아, 이거 미안하게 됐군.”
아크가 고개를 돌리자 뒤에서 이얀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좀 전에 등록돼 있던 10척의 전함이 네 함대였나? 난 그냥 별 생각 없이 신청한 건데, 설마 네 함대가 튕겨 나갈 줄은 몰랐군.”
“너……!”
아크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바로 알아챘기 때문이다. 아크 함대가 퀘스트에서 강제로 튕겨 나간 이유! 바로 눈앞에서 재수 없는 웃음을 지어 보이는 이얀 때문이었다.
그게 무슨 말이냐면…….
앞서 설명한 대로 전광판의 퀘스트는 선착순, 먼저 등록한 사람이 임자다. 그러나 여기에는 단 하나, 예외가 있었다. 바로 지금 아크의 눈앞으로 떠오르는 정보창의 내용이다.
-해당 퀘스트의 정원을 넘는 전함이 참가를 신청했습니다!
퀘스트의 정원이 모두 채워진 상태에서는 다른 전함이 참가를 신청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종합 공적치가 500,000 이하의 함대가 포함되어 있을 경우, 정원 이상의 인원이 참가를 신청하면 작전에서 제외되기도 합니다.
이건 아직 전력이 입증되지 않은 신규 함대가 공적치에 연연해 무리하게 작전에 참가, 되레 함대 운영에 방해가 되는 일을 방지하기 위한 A-001 관리국의 규칙입니다. 귀하의 함대는 현재 이 규칙에 적용되는 신규 함대로 정원 오버에 의해 작전에서 제외됐습니다.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바로 이것!
아크 함대는 아크와 이슈람 덕에 160,000의 공훈치를 인정받았지만, A-001에서 그 정도는 퀘스트를 선택할 권리조차 얻을 수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는 해도…….’
A-001에 아직 공훈치 500,000을 채우지 못한 함대는 부지기수. 보통은 설사 이런 상황이라도 일부러 퀘스트를 선점한 함대를 이런 식으로 밀어내는 짓은 하지 않는다.
“미안하지만 할 수 없지. 그 퀘스트를 신청한 300척의 전함은 모두 내 함대 소속이다. 이곳은 전장, 전쟁에 나간다면 역시 믿을 수 있는 같은 함대원이 낫지. 그리고 보아하니 너도 내가 탐탁지 않은 모양인데, 같이 전장에 나가 봐야 서로 불편하잖아. 그러니 너도 차라리 다른 일거리를 찾아보는 편이 좋지 않겠어?”
이런 놈이 아니라면.
그렇다. 이얀은 일부러 290척의 자리밖에 남지 않은 퀘스트에 300척의 전함을 밀어 넣어 아크 함대를 튕겨 나가게 만든 것이다. 당연히 욕이 목까지 치밀었지만!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다!’
그러는 사이에도 쓸 만한 퀘스트의 자리는 없어지고 있다.
-《이소트 회랑 공략 추가 지원》 퀘스트에 참가했습니다!
※모집 전함 숫자 : 146/150
이에 잽싸게 다른 퀘스트에 등록! 그리고…….
-《이소트 회랑 공략 추가 지원》 퀘스트가 취소됐습니다!
※모집 전함 숫자 : 150/150 만료
다시 튕겨 나갔다.
“어? 또 너였어? 이거 번번이 미안한데? 이번에도 내 휘하의 함대 때문에 네가 튕겨 나갔네? 하지만 이 퀘스트는 이소트 회랑 공략 함대를 지원하는 거잖아. 즉 내 함대를 지원하는 거라고. 너, 나 싫어하잖아? 그런 네게 내 등을 맡기기는 아무래도 찜찜하군. 너도 싫지? 그러니 너무 억울해하지 마. 가능하면 서로 불편한 일은 만들지 말자고.”
히죽대는 이얀의 면상!
아크도 상대를 약 올리는 쪽으로는 남부럽지(?) 않은 재주가 있다고 자부하는 사람이지만, 이얀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A-001이든 뭐든 당장이라도 패 주고 싶으니까!
그리고 같은 상황은 이후로도 반복되었다.
아크가 조금이라도 쓸 만한 퀘스트에 등록하면 이얀은 곧바로 휘하 전함 10척을 등록. 아크 함대를 밀어내고 들어앉았다.
‘이거였군.’
이얀과 시비가 있었다는 말을 듣자마자 모든 백작과 이리나가 ‘$$!$!$$%…….’ 같은 표정을 지은 이유!
더 무슨 설명이 필요하겠는가?
전장에서 숫자는 곧 힘!
그리고 이얀은 이미 휘하에 수백 척 규모의 함대를 거느리고 있는 함대장이다. 이런 시스템이라면 이얀은 무소불위無所不爲의 힘을 휘두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제야 알겠어. 아사드가 왜 이얀의 함대에 들어가게 됐는지, 왜 나보다 먼저 왔는데도 공훈치도 모으지 못하고 헤매고 있었는지.’
그건 전광판 주변의 분위기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아크는 튕겨 나온 것이지만 사실 500,000 이상의 공훈치를 가진 함대도 상황은 그리 다르지 않았다.
퀘스트를 등록하기 전에 먼저 이얀의 눈치를 살핀다. 그리고 이얀이 불편한 표정으로 째리면 한숨을 불어 내며 얼른 다른 퀘스트로 시선을 옮겨 가는 것이다.
부익부 빈익빈!
이미 가진 놈은 더 쉽게 원하는 퀘스트를 받아 더 많은 공훈치를 얻는다. 반면 영세(?) 함대는 원하는 퀘스트 하나 마음 편히 받지 못하는 것이다.
‘빌어먹을…….’
“말했잖아, 후회하게 될 거라고.”
그때 이얀이 입술을 씹어대는 아크의 어깨를 툭툭 치며 속삭였다. 그리고 이얀이 걸음을 옮기자 주위에 모여 있던 유저들이 얼른 자리를 피해 주었다.
그들 역시 갑질을 서슴지 않는 이얀에게 불만이 없을 리가 없지만 아크나 그들이나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그러나 아크는 다른 유저들과 다른 것이 있었다.
“그건 끝나 봐야 아는 일이지.”
아크가 이얀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뇌까렸다.
다른 유저들은 이얀의 위세에 일찌감치 꼬리를 내리고 있었지만, 아크는 그럴 생각이 눈곱만큼도 없었다. 아니, 되레 덕분에 의욕이 샘솟는 기분이다. 울화가 치미는 만큼 놈을 울리면 더 기분이 좋을 테니까!
‘하지만 지금은 그런 것보다 이게 문제로군.’
다시 전광판으로 시선을 돌린 아크의 입에서 한숨이 흘러나왔다.
그런 상황이라도 남은 퀘스트가 없지는 않았다.
한창 전쟁 중인 A-001은 인력 부족에 허덕이고 있었다. 덕분에 모든 유저가 퀘스트를 등록하고 사라진 뒤에도 남아 있는 퀘스트는 꽤 많았지만…….
* * *
아크가 중앙 광장에서 한숨을 불어 내고 있을 때.
도크 근처의 으슥한 골목에 한 무리의 사내들이 모여 있었다. 그리고 잠시 숙덕거리던 사내들 사이에서 누군가가 감탄사를 터뜨렸다.
“역시!”
그 사내의 이름은 마일드.
아크 일행이 이얀 패거리와 대치하고 있을 때 발렌시아를 알아보고 당혹성을 터뜨린, 아크의 머릿속에 ‘양아치’라는 이름으로 기억되어 있는 유저였다.
“실은 우리도 꽤 놀랐습니다. 설마 회장이 아크 자식과 함께 있을 줄은 상상도 못 했으니까요. 하지만 회장이라면 뭔가 계획이 있을 거라고 믿었습니다.”
“네, 당연히 그렇겠죠.”
“그렇지 않고서야 회장이 그 빌어먹을 놈과 같이 있을 이유가 없으니까.”
그리고 돌아가며 한마디씩 떠들어 대는 사내들도 처지는 마일드와 같았다. 이들도 모두 한 번은 어떤 식으로든 아크를 만난 경험이 있었고, 하나같이 이 갈리는 추억으로 남아 있었다. 그리하여 의기투합해 만든 조직이 오인회!
오직 아크를 엿 먹이자는 의지 하나로 모인 사내들이었다. 그리고 이들이 회장이라고 부르는 사내는 바로…….
“당연하지. 나 역시 아직도 아크라면 이부터 갈리는 사람이다. 그런 내가 미쳤다고 그 자식과 같이 있겠냐? 내가 놈과 함께 있는 이유는 오직 하나, 놈을 엿 먹이기 위해서다. 하지만 정말 하루하루가 지옥이다. 너희들은 내가 어떤 고초를 겪는지 짐작도 못 할 거야.”
“왜 모르겠습니까?”
“네, 적어도 우리는 한 번은 그 자식에게 이 갈리는 경험을 해 본 적이 있습니다. 그 자식은 사람 갈구는 데는 천부적인 소질을 가지고 있는 놈이죠.”
“그렇다고는 해도…… 회장은 일선에서 아크와 싸우던 분 아닙니까? 아크 자식이 용케 회장을 받아들였군요.”
“그만한 대가를 치렀으니까.”
“대가?”
“……생각하기도 싫다.”
진저리치는 표정으로 대답하는 회장은 발렌시아였다.
그런 발렌시아의 반응에 마일드 외 3인은 잠시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깊게 파고들지는 않았다.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니까.
“잘은 모르겠지만 대강 짐작은 됩니다. 저희가 모르는 사이에 회장이 그런 치욕을 버티면서까지 복수를 위해 살신성인하고 계셨다니 절로 고개가 숙여집니다. 하지만 이제 저희도 알게 된 이상, 두고 보지만은 않겠습니다. 무슨 계획을 가지고 계신지 말씀해 주십시오. 저희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뭐든 돕겠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아직은 없다.”
“네? 하지만…….”
“맘만 먹으면 아크 자식을 죽일 기회도 있겠지. 하지만 너희들은 그 정도로 분이 풀리냐? 난 아니다. 아니, 100번을 죽여도 안 풀려! 지금까지 내가 그 자식 때문에 당해야 했던 일들을 생각하면 기필코 놈이 피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봐야겠어. 하지만 좋은 방법이 떠오르지 않아 속만 태우고 있는 중이었다. 그런데 아무래도 이번에는 하늘도 내 편을 들어 줄 모양이군. 이런 곳에서 너희들을 만나게 되다니 말이야.”
발렌시아가 씨익 웃으며 대답했다.
“너희들은 이곳에서 가장 큰 이얀의 함대원이다. 그리고 이얀은 아크와 사이가 좋지 않지. 이건 우리에게 엄청난 기회다. 여기서 나와 너희들이 힘을 합친다면…….”
“완전히 밟아 버릴 기회를 만들 수도 있겠군요.”
“그렇지.”
발렌시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다시 말하지만…… 참 적도 많은 아크였다.
SPACE 4. 최강의 수송대 (1)
“허허, 이것 참…….”
정의남이 헛웃음을 지었다.
“소인배에게 도道를 가르치려 들면 아닌 밤중에 홍두깨를 맞는다지. 지금이 딱 그 꼴이로구나. 충고라는 게 듣는 사람에게 달게 느껴지는 것은 아니니 앙심을 품은 것은 이해하고 넘어간다고 쳐도, 이런 치사한 방법으로 복수를 할 줄은 몰랐군. 뭐랄까, 너무 저급해서 되레 웃음밖에 나오지 않는구나.”
“나오쇼, 웃음이?”
이슈람이 와락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이게 다 형님 때문 아니오? 형님이 애들 시켜서 다짜고짜 사람을 패니까 이런 일이 생기는 거란 말이오. 이제 어쩔 거요?”
“이 자식은 말을 해도 꼭…… 다짜고짜 애들 시켜서 패다니? 내가 무슨 조폭 두목이냐? 그리고 폭력주의자니 뭐니 제일 신나서 떠들어 댄 사람은 너거든?”
“그래도 난 진짜 때리지는 않았소.”
“얄팍한 놈, 치사하게 이제 와서 그런 식으로 발을 빼는 거냐? 명색이 전직 경찰이라는 놈이 부끄럽지도 않냐?”
“왜 멋대로 남을 실업자로 만드쇼? 전직이 아니라 현직이오. 그리고 경찰이니까 사실 관계를 명확하게 하자는 거요.”
“하여간 한마디도 안 지는군.”
“죄송합니다. 저 때문에…….”
그때 구석에서 아사드가 푹 고개를 떨구며 말했다.
그러자 이슈람을 흘기던 정의남이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쓸데없는 소리! 이건 이미 네 문제가 아니다. 자초지종이 어찌 됐든 불의를 참지 못하고 끼어든 시점에서 그건 내 문제다.”
“맞소, 누누이 말하지만 이건 모두 형님 때문이오.”
정의남이 툭 끼어드는 이슈람을 째리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난 후회하지 않는다. 그 이얀이라는 놈이 여기서 얼마나 위세를 떨어 대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것도 중요한 게 아니야. 중요한 건 내가 떳떳하다는 거지. 내가 떳떳한데도 상대가 힘이 있다고, 보복을 당할지도 모른다며 행하지 않으면 그건 이미 정의가 아니다. 정의란 상대를 가리지 않는 법. 정의에 성역 따위는 없다.”
“옳은 말씀입니다.”
정의남의 말에 칼리 일당이 감동받은 표정으로 합창했다.
“좋겠소, 형님은. 뭔 말만 하면 부지런히 고개를 끄덕여 주는 쫄따구들이 있어서. 하지만 형님은 떳떳해서 좋을지 몰라도 우리는 무슨 죄요? 덕분에 우리까지 엿 됐지 않소?”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때 유진이 라이플을 꺼내 들며 말했다.
“원래 제 전문은 저격 암살입니다. 말씀만 하시면 쥐도 새도 모르게 놈의 뒤통수에 9mm 초소형 열화우라늄 탄을 박아 주고 오겠습니다.”
“어허! 그 무슨 말이냐?”
그러자 정의남이 펄쩍 뛰며 꾸짖었다.
“말했지 않나? 정의를 행함에 있어 중요한 것은 떳떳함이다! 그런데 저격이라니? 몰래 뒤통수에 탄환을 박아 넣는 것을 어찌 정의구현이라고 할 수 있겠느냐?”
“그럼 면상에 대놓고 박아 주겠습니다.”
“음, 그럼 문제없겠군.”
정의남이 고개를 끄덕였고.
“이 상황에서는 그게 최선이지.”
이슈람도 할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이 두 사람과는 정상적인 대화가 불가능하다. 아크는 경험으로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고, 그래서 웬만하면 둘 사이에 끼어들고 싶지 않았지만.
“없긴 뭐가 없어요! 있다고요! 문제가!”
끼어들지 않을 수가 없었다.
“대체 그 머리를 왜 달고 있어요? 여기가 어디라고 생각하냐고요? A-001! 은하연방의 주둔지라고요! 이런 곳에서 살인사건 같은 걸 일으켜서 대체 어쩌자는 거예요? 그리고 뭣보다! 정말 작정하고 이얀 자식을 밟을 거라면…….”
잠시 입을 다물고 눈살을 찌푸리던 아크가 이를 드러내며 말을 이었다.
“제가 합니다!”
어쩌다 보니 정의남이나 이슈람을 말리는 입장이 돼 버렸지만 사실 아크도, 아니, 가장 열 받아 있는 사람은 아크였다. 당연하다. 이얀에게 직접 모욕을 받은 사람은 아크니까.
아크는 기억력이 좋다. 특히 원한은.
뿐만 아니라 인심도 후해서 받은 대로 돌려주는 법이 없었다. 절대 잊지 않고 사은품까지 넉넉하게 챙겨서 돌려주는 서비스 정신 투철한 사나이! 그게 아크다. 그리고 이얀 자식에게도 그럴 생각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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