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662)
아크 더 레전드-662화(662/875)
[662] SPACE 4. 최강의 수송대 (3)그제야 안정을 되찾은 프로그가 모니터로 전환되는 격벽의 화면으로 청백색 전함의 움직임을 살필 때였다.
-호오? 이번에는 개구리인가? 신의 군대도 어지간히 사람이 없는 모양이군. 분명 이게 기함 같은데 함장이 개구리라니.
바로 뒤에서 들려오는 낯선 목소리.
화들짝 놀라 몸을 돌린 프로그의 얼굴이 당혹감에 물들었다. 황당하게도 한 라마 전사가 마치 함교의 입구를 막아서듯이 버티고 서서 프로그를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아니, 전사라고 부르기는 힘들었다.
뭐 라마의 얼굴 따위, 어차피 프로그의 눈에는 다 똑같아 보였지만 호리호리한 몸매를 보면 분명 여자!
심지어 무기조차 들고 있지 않았다.
-……네년은 뭐냐?
-보면 몰라? 개구리 사냥을 나온 예쁜 라마 숙녀지. 참고로 말하자면 방금 전에 네 전함을 들이받은 전함의 함장이기도 하다.
-뭐…….
프로그가 인상을 찌푸리며 눈알을 좌우로 굴렸다.
그러자 여자 라마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눈알을 굴릴 필요는 없어. 들어온 건 나밖에 없으니까. 아니, 나밖에 들어올 수 없었다고 해야겠군. 다른 놈들은 근성도 없고 영 굼떠서 말이야.
-들어왔다고? 어떻게? 어디로?
-뭐 거기까지는 네가 알 필요 없고. 어이, 개구리, 초면에 이런 말을 해서 미안하지만 죽어 줘야겠다.
프로그는 순간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 못했다.
여자 라마가 마치 ‘두부 한 모 주세요.’라는 대사를 내뱉듯이 너무나 가벼운 어조로 말했기 때문이다. 몇 번 눈을 깜빡인 뒤에야 겨우 알아들은 프로그는 잠시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그 위에 덧씌워지는 분노의 빛!
-네년이 감히 누구에게 그따위 말을 하는지 알고 있나?
-응, 개구리.
-닥쳐라! 이 몸은 개구리…… 아니, 평범한 케로족이 아니다! 하이 케로족! 태어날 때부터 평범한 케로족 따위는 넘볼 수 없는 힘과 지능을 갖춘 하이 케로족이다!
-결국 좀 잘난 개구리라는 말이잖아.
여자 라마의 대답에 프로그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그러자 그것도 잠시, 이내 목을 긁어 대는 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크크크크, 하이 케로족이라는 이름을 듣고도 건방을 떨어 대다니, 그 무지함이 부러울 정도로군. 하지만 무엇보다 큰 결점은 운이 없는 것이라고 해야겠지. 그래, 도무지 그렇게 보이지는 않지만 나름 실력에 자신도 있겠지. 그렇지 않고서야 혼자서 적함에 들어올 리가 없으니까. 하지만 이 전함의 함장이 나라는 것이 네가 운이 없다는 증거다. 보여 주마, 하이 케로족의 힘을!
프로그가 몸을 웅크리며 소리쳤을 때였다.
갑자기 몸이 풍선처럼 빵빵하게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치 헐크처럼 제복을 찢으며 거대한 근육질의 개구리로 변신했다. 아니, 이미 프로그는 개구리도 아니었다. 우둘투둘한 돌기에 뒤덮인 그 모습은 두꺼비!
-이 몸은 뛰어난 지능만으로 함대장이 됐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함대장의 기본 자질은 힘! 이 몸은 케로족의 10배에 달하는 전투력을 가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위대한 신께서 내려 주신 진화의 힘으로 변신하면 다시 10배로 증폭! 100배의 힘을 가지고 있다!
-개구리의 100배라…….
여자 라마가 입맛을 다시며 머리를 긁적였다.
-딱히 위협적으로 들리지 않는데? 뭐 다른 거 없어?
-건방진!
프로그가 성난 표정으로 소리쳤다.
순간 쩍 벌어진 입에서 화살처럼 쏘아져 날아오는 혓바닥!
혓바닥이 후려치자 점액이 묻은 바닥이 시커먼 연기를 뿜어내며 녹아 내렸다. 그러나 여자 라마는 묘기를 부리듯이 덤블링을 하며 물러나 피식 웃었다.
-뭐야? 좋은 걸 숨기고 있었잖아?
-웃어? 좋다, 네년이 언제까지 여유를 부릴 수 있는지…….
-넌 꽤 재미있어 보이는 개구리지만, 아쉽게도 지금 나는 개구리 따위와 놀아 줄 시간이 없어. 이래 봬도 바쁜 몸이거든. 그러니까 나도 제대로 시작하지.
콰지지지! 콰지지지!
여자 라마가 주먹을 움켜쥐며 말했을 때였다.
양어깨에서 갑자기 스파크가 튀어 오르더니 팔을 따라 내려와 주먹에서 소용돌이를 일으켰다. 그리고 다음 순간!
퍼펑-!
공간을 가르며 뻗어 오는 뇌전!
프로그는 벌러덩 배를 까뒤집으며 넘어진 뒤에야 공격을 받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황급히 고개를 들어 올리자 배 위에서 여자 라마가 내려다보고 있었다.
-무, 무슨…… 무슨 짓을 한 거냐?
-때린 거다, 이 주먹으로.
여자 라마가 히죽 웃으며 뇌전을 뿜어내는 주먹을 들이밀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튼튼한걸. 그걸 맞고도 생명력이 5%밖에 줄지 않다니. 하이 케로족인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패는 보람은 있겠어.
-자, 잠깐! 말하는 중이잖아! 어이, 타임! 타임!
-놀고 있네.
당황한 프로그가 버둥거리며 소리쳤지만 여자 라마는 인정사정없었다. 그리고 꽥꽥 소리치는 얼굴 위로 속사포처럼 쏟아지는 주먹! 물론 프로그도 맞고 있지만은 않았다.
그 와중에도 버둥대며 일어나 혓바닥을 날리고 뒷다리를 뻗었다. 뿐만 아니라 하이 케로족의 체면도 버리고 승무원―개구리―까지 동원하며 저항했다.
그러나 그건 말 그대로 저항에 불과했다.
뇌전을 뿜어내는 주먹을 휘둘러 대는 여자 라마는 그야말로 폭풍!
폴짝대며 달려드는 개구리들을 순식간에 개구리 포로 만들고 프로그를 향해 돌격! 커진 만큼 때릴 데도 많아진 프로그의 전신을 구타하기 시작했다.
쿵! 쾅! 쩍! 콱! 퍽!
그리고 다채로운 음향 효과가 울려 퍼지기를 잠시.
-마, 말도 안 돼…….
콰직!
-거 정말 말 많은 개구리네. 자, 여기는 끝났고…….
여자 라마가 떠듬거리는 프로그의 주둥이를 밟아 숨통을 끊은 뒤에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때 손목의 님프가 진동하며 음성이 흘러나왔다.
-함장님, 무사하십니까?
-그럼? 내가 고작 개구리에게 당할 것 같아?
-네? 개구리요?
-뭐 됐고. 그보다 전황은 어때?
-함장님이 적의 기함을 제압하는 사이 적 함대의 진형은 완전히 와해됐습니다. 그리고 방금 전에 들어온 보고에 의하면 부함대장님도 적진의 우측에서 저항하던 지휘함에 돌입해 완전히 제압했다고 합니다.
-흐음.
여자 라마가 씨익 웃으며 저 멀리 적함과 붙어 있는 붉은 전함을 바라보았다.
-이 글라도스가 찍은 남자라면 그 정도는 해 줘야지.
이 여자의 이름은 글라도스!
라마에 단 2명. 발데라스와 함께 세븐 소드의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동시에, 유일한 여자 유저였다. 그리고 글라도스가 찍었다고 말하는 붉은 전함의 함장은 바로…….
-그나저나 붉은학살자니 뭐니 이름만 거창하지 완전 애라니까. 아크에게 복수하겠다며 엉뚱한 짓만 하지 않았으면 발데라스 같은 놈에게 세븐 소드 자리를 빼앗기지는 않았을 텐데 말이야. 하긴, 그런 점이 매력이지만.
붉은학살자!
라마의 황위 계승 쟁탈전에서 본의 아니게 4황자를 쳐 죽이는 바람에 꿀꿀한 유배지 생활하던 사내였다.
그러나 얼마 전 황위 계승 쟁탈전에서 패배해 황세자의 지위를 잃은 3황자가 너브 지역의 라마 주둔지에 파견될 때 함께 전장으로 복귀!
이때 라마는 아직 주둔지를 습격당했던 피해를 완전히 복구하지 못한 상태였다.
때문에 아직 대대적인 반격을 시도하지는 못하는 대신 소규모 함대로 신의 군대의 방어선을 끊임없이 공격하고 있었다. 그리고 붉은학살자는 사흘 전에 그 전장에 배치되어 수십 척의 적함을 격파, 과거의 명성을 되찾아 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 뒤에는…….
-하여간 손이 많이 가는 남자라니까. 하지만 뭐 이런 것도 내조라면 내조지.
바로 그녀, 세븐 소드 글라도스가 있었다.
그리고 이때! 라마 진영에서 수 광년 떨어진 은하연방의 진영에서는 글라도스나 붉은학살자와는 다른 의미의 명성을 쌓아 가는 함대가 있었다.
* * *
너브 지역의 동부.
은하연방과 신의 군대가 쉬지 않고 접전을 벌이는 격전지에서 수만 킬로미터 떨어진 공간에 검은 연기를 뿜어 올리는 전함 3척이 모여 있었다.
그 전함의 함교, 전함처럼 시커먼 연기 같은 기운에 휩싸인 함장이 앉아 있었다.
“전함의 상태는?”
“좌측 날개와 엔진 일부가 파괴됐습니다. 그래도 엔지니어의 말에 따르면 수리는 1시간 안에 가능하다고 합니다만 문제는 자재입니다. 이전에 당한 갑판을 수리하는 데 비축해 놓은 자재를 대부분 써 버려서 남은 자재로는 엔진을 수리하기도 힘듭니다.”
“다른 전함에 도움을 요청할 수는 없나?”
“이미 연락해 봤습니다. 하지만 그쪽도 사정은 비슷합니다.”
부관이 한숨을 불어 내며 말했다.
“자재만이 아닙니다. 실탄도 이미 몇 시간 전에 떨어졌고, 당장은 에너지 탄도 사용할 수 없습니다. 충전된 에너지가 떨어지기도 했지만, 충전기도 너무 과열되어 충전이 되지 않습니다. 아예 충전기를 교체하지 않으면 앞으로 최소 12시간은 사용하지 못한다고 합니다.”
“망했군.”
함장이 허탈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이 함장의 이름은 티리온. 얼마 전 이소트 회랑을 공략하는 이얀 함대를 지원하는 부대에 편입되어 전장에 나온 유저였다.
‘빌어먹을, 지원 임무라 어지간해서는 위험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번에는 운이 좋지 않았다.
지원 부대라고 하지만 각 전함에 주어지는 임무는 여러 가지다. 그중 티리온이 맡은 임무는 정찰. 그리고 몇 번이나 같은 임무를 해 왔지만 지금까지 딱히 적 함대와 마주치는 일이 없었다. 그저 격전지 주위를 경계하다가 돌아오는 것만으로 퀘스트를 완료해 왔던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사정이 달랐다.
지금까지 이소트 공략전은 항상 전면전으로 진행되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신의 군대가 함대를 나눠 전장을 우회해 타격하는 방식으로 작전을 바꾼 것이다.
그러나 이를 알 리 없는 티리온은 10여 척의 전함과 함께 전장을 우회하다가 딱 마주쳐 버린 것이다, 100여 척 규모의 적 함대와. 당연히 전투가 벌어졌고…….
“이 꼴인가?”
티리온이 머리를 움켜쥐며 한숨을 불었다.
전투 개시와 동시에 정찰 함대는 박살! 적 함대가 한 차례 뿜어내는 포격에 함대장은 일찌감치 저세상으로 가 버리고, 티리온 함을 포함해 3척만이 간신히 도망친 것이다.
아니, 도망쳤다고도 할 수 없었다.
부관의 보고대로 티리온 함은 지금 엔진을 파괴당한 상태. 심지어 포탄과 에너지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
그런 처지는 나머지 2척도 마찬가지.
전투는 물론 항해조차 못하는, 문자 그대로 그냥 쇳덩어리가 되어 적진 한복판에 방치되어 있는 것이다.
이에 티리온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주력인 이얀 함대에 구조를 요청해 봤지만.
-장난하나? 지금 우리는 전투 중이다! 그것도 네놈들이 우회해 들어오는 적 함대를 늦게 발견한 탓에 고전 중이라고! 밥값도 못 하는 놈들 같으니! 이런 상황에서 도움도 되지 않는 정찰 부대를 구조할 여유가 있겠냐? 죽든 살든 알아서 해!
되레 구박만 받았다.
결국 죽을 때를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
“크윽! 빌어먹을, 역시 전장에 나오는 게 아니었어!”
잠시 기억을 더듬던 티리온이 움켜쥐고 있던 머리를 잡아 뜯으며 소리쳤다.
“진정하십시오, 함장님.”
“내가 지금 진정하게 생겼냐? 이제 끝이잖아! 수리도 안 되면 그냥 여기서 죽는 걸 기다릴 수밖에 없잖아! 아니, 죽는 건 상관없어! 하지만 이 전함은 아직 할부도 끝나지 않았다고! 게다가 일전에 전함을 해 먹은 지 아직 보름도 되지 않았어! 또 해 먹으면 보험금도 40%밖에 나오지 않는다고! 그게 뭔 말인지 알아? 파산이다! 파산! 망했다고!”
게임 속에서는 죽음보다 무서운 것이 파산이다.
아니, 그거야 현실도 다를 것이 없지만.
“아직 포기하기는 이릅니다.”
“이르다니? 이르기는 뭐가 일러? 방법이 없는데!”
“아까는 전투 중이라 미처 보고를 드리지 못했지만 이미 30분쯤 전에 A-001에 보급 요청을 해 놨습니다.”
티리온의 히스테릭한 반응에도 부관은 침착함을 잃지 않고 대답했다. 순간 움찔하며 입을 다문 티리온의 눈에 희망의 불씨가…….
“장난하냐!”
……피어오를 리가 없었다.
“너 바보냐? 앙? 여기는 지금 적진이나 다름없어! 일반 항로는 물론 워프 항로까지 몽땅 봉쇄되어 있다고! 그런데 보급 함대 따위가 무슨 수로 여기까지 와?”
“아직 못 들으셨습니까?”
“에? 뭘?”
“나 참, 함장씩이나 돼서…….”
“뭐야, 인마?”
티리온이 눈을 부라리자 부관이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전함에만 틀어박혀 있지 말고 시간 나면 좀 돌아다니면서 정보 수집이라도 하십시오. 함장님이면 최소한 A-001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정도는 알아야 할 것 아닙니까? 아니, 됐고! 실은 요즘 A-001에 최강의 수송대라고 불리는 보급 함대가 있습니다.”
“최강의 수송대? 뭐야, 그게?”
“함장님은 해 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지만 보급 임무는 의외로 실패율이 높습니다. 이번처럼 전투가 벌어지면 항로가 봉쇄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죠. 반면 보급 임무를 맡는 전함은 대부분 A-001에 온 지도 얼마 안 되는 초짜. 아직 함대조차 들어가지 못한 나 홀로 전함도 적지 않죠. 그러니 적 함대에 발각되면 바로 전멸당하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요즘은 다른 퀘스트가 없어도 보급 퀘스트는 아예 쳐다보지도 않는 유저가 많지만…… 지금까지 20여 번 이상의 보급 임무를 한 번도 실패하지 않은 보급 함대가 있습니다.”
“그야 안전한 후방 보급만 맡은 거겠지.”
티리온이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그러자 부관이 손가락을 좌우로 까딱이며 혀를 찼다.
“쯧쯧, 모르겠습니까? 안전한 후방 보급만 했다면 최강의 수송대라고 불릴 리가 없잖아요. 물론 후방 보급도 하지만 일을 가리지 않는다고 합니다. 최전방이든 어디든. 하지만 그 함대가 최강의 수송대라고 불리는 이유는 따로 있어요. 한 번도 실패하지 않은 것도 대단하지만 더 놀라운 건 최소 1시간 이상 걸리는 거리도 불과 30여 분 만에 이동한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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