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663)
아크 더 레전드-663화(663/875)
[663] SPACE 4. 최강의 수송대 (4)부관의 말에 티리온이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물론 모든 전함이 같은 속도로 항해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가장 느린 전함과 가장 빠른 전함을 비교해도 속도 차이는 30% 남짓, 워프 항해라면 격차는 더 적어진다. 그런데 1시간 거리를 30분 만에 주파한다면 거의 2배에 달하는 속도! 티리온은 그런 전함이 있다는 말조차 들어 본 적이 없었다. 하물며 함대라니?
“무슨 유령 함대냐?”
“아니, 진짜라니까요! 이건 실제로 그 수송대에 보급 받은 적이 있는 함장을 만나 들은 말입니다. 뿐만 아니라 그 수송대는 저희처럼 적지에 고립된 전함이 보급을 요청하면 만사를 제치고 날아와 준다고 합니다.”
“나 참, 대체 뭔 소리를 하는 건지. 뭐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은 알겠지만 너무 오버 아니야? 이름부터가 수상하잖아. 네 말대로 그 정도로 빠른 보급 함대가 있다고 치자. 그럼 보통 최고속의 수송대 같은 이름이 붙어야 정상 아니야? 그런데 왜 최강의 수송대야?”
“어? 그러고 보니…….”
“거 봐! 듣고 보니 너도 이상하지?”
“아니, 왜 그런 이름을 붙였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함대는 진짜라니까요! 말했잖아요! 직접 보급을 받은 함장에게 들은 말이라고!”
“좋아, 그럼 그 수송대의 함대장 이름이 뭔데? 아니, 있긴 있냐? 그런 사람이?”
“당연하죠! 놀라지 마십시오. 아마 방구석폐인인 함장님도 한 번은 들어 본 이름일 겁니다. 그 보급 함대의 함대장은 바로…….”
부관이 대단한 비밀이라도 되는 것처럼 목소리를 낮췄을 때였다.
파직! 파직! 파지지지!
갑자기 수 킬로미터 떨어진 공간에서 스파크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링 모양으로 퍼져 나가는 3개의 스파크! 3척의 전함이 워프해 오고 있는 것이다.
“저, 정말 보급 함대가?”
아직 부관의 말을 100% 믿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기가 막힌 타이밍으로 열리는 워프 게이트에 티리온이 기대 어린 눈빛으로 워프 게이트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전함이 솟아 나오는 순간, 기대는 절망으로 변했다. 그 전함의 측면에 새겨져 있는 문장은 불타는 검! 신의 군대의 주력 함대, 복수의 검 소속 전함이었다.
퍼퍼퍼펑! 퍼퍼퍼펑!
그리고 굉음과 함께 뿜어져 나오는 포화!
이미 진즉에 포기하고 있었지만 티리온은 새삼 한 번 더 포기했다.
이제 정말 끝이다.
보험금을 받은 지 한 달도 되지 않아 40%밖에 나오지 않는 돈으로는 남은 할부조차 청산하지 못하리라. 그러니 회생의 여지조차 없다. 티리온의 목숨도, 할부도 끝나지 않은 전함도, 포탄이 박히는 순간 모든 것이 끝나버리는 것이다.
……라는 생각을 하고 있을 때!
퍼펑! 퍼펑! 콰콰콰콰!
정말이지 기대도 않던 기적이 일어났다.
적의 포격에 직격당하기 직전, 갑자기 티리온 함의 뒤에서 수십 줄기의 섬광이 뻗어 왔다. 그리고 포탄을 1발도 남기지 않고 요격해 버린 것이다.
“무, 무슨? 후면으로 화면을 전환하라!”
부관이 황급히 소리치자―티리온은 멍청한 표정으로 굳어 있었다― 스크린의 화면이 뒤쪽을 비추었다.
동시에 번쩍이는 광채를 발하며 떠오르는 은빛 전함!
그때 모니터에 지직거리는 노이즈가 번지더니 한 사내의 얼굴이 떠올랐다.
-배달 왔습니다!
“배, 배달? 그럼 혹시 보급……?”
-네, 신속 배달의 보급 전문 아크 함대입니다! 방금 전 건 서비스입니다!
“아크! 맞습니다! 그 최강의 수송대 함대장이 바로 저분! 아크! 아크 님이라고요!”
사내, 아크의 말에 부관이 티리온의 멱살을 잡고 흔들어 대며 소리쳤다.
티리온이 정신이 든 건 그때였다.
그리고 그리 높지 않은 IQ의 머리임에도 아크라는 이름을 기억해 낼 수 있었다. 모를 리가 없었다. 타투인 전투에서 1만에 달하는 의용군을 이끌었던 유저!
그 역시 A-001에 왔다는 말은 들었지만 설마 부관이 떠들어 대던 수송대의 함대장이 아크라고는 상상도 못 했던 티리온은 그저 황망한 표정으로 바라만 보았다.
그때 아크가 시선을 돌리며 물었다.
-저기, 오자마자 이런 질문을 해서 죄송하지만 혹시 저 적 함대 말입니다.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처리하는 걸 좀 도와 드리고 싶은데요. 괜찮으십니까?
“네? 아…… 네?”
-무리하게 부탁하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만…….
“아, 아닙니다! 해 주십시오! 저희는 지금 전투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닙니다! 몽땅! 네, 몽땅 해치워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아, 아니, 하지만 아무리 아크 님이라도 혼자서 3척이나 되는 적함을 상대하기에는…….”
-아, 그거라면 걱정하지 마십시오. 혼자가 아니거든요.
티리온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떠듬대자 아크가 씨익 웃으며 손가락을 튕겼다.
-어이! 손님이 OK란다!
파지지지! 파지지지! 파지지지!
그리고 그 순간, 2차 포격을 준비하던 적 함대의 뒤에서 스파크가 일어나며 워프 게이트가 열리기 시작했다.
워프 게이트의 숫자는 10개! 솟아 나오는 전함도 10척!
이들은 바로 정의남과 이슈람, 기타 등등이 모인 아크 함대였다.
퍼퍼퍼펑! 퍼퍼퍼펑! 퍼퍼퍼펑!
그리고 전투는 시작과 동시에 종료되었다.
10 대 3, 이미 숫자로도 게임이 되지 않는다. 하물며 아크 함대가 나온 위치는 적 함대의 배후! 그곳에서 일렬로 늘어서서 포화를 쏟아붓자 적 함대, 티리온을 위협하던 3척의 전함은 반격조차 못하고 불길에 휩싸였다.
-자, 자, 이제 저쪽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보다 보급! 수리용 자재와 포탄, 그리고 포탑용 충전기 주문하셨죠? 일단 서류를 전송할 테니 사인하시고. 바로 도킹할 테니 화물용 해치를 개방해 주십시오.
그러나 정작 함대장인 아크는 전투 따위는 관심도 없었다.
그리고 얼떨떨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티리온의 함대와 도킹! 적함을 처리한 함대가 잔해를 수거하는 사이 보급까지 끝마친 아크가 밝은 표정으로 말했다.
-자, 다 됐습니다. 무사히 수리를 끝내고 A-001로 돌아오시기를 기원하겠습니다. 그럼 저는 바빠서 이만. 신속 배달의 보급 전문 아크였습니다.
파직! 파직! 파지지지!
그리고 바로 워프에 돌입할 때였다.
“자, 잠깐! 아크 님!”
내내 멍청한 표정을 짓고 있던 티리온이 벌떡 일어나며 소리쳤다.
“하, 한 가지만 말해 주십시오! 저희가 A-001에 보급 요청을 보낸 건 불과 30분 전입니다! 하지만 A-001에서 여기까지는 워프 항해로도 1시간이 넘는 거리. 대체 아크 님의 함대는 무슨 수로 30분 만에 여기까지 오신 겁니까?”
-그건…….
노이즈가 심해지는 모니터 속에서 아크가 씨익 웃으며 대답했다.
-영업 비밀입니다.
SPACE 5. 넘치는 일거리! (1)
이면세계의 항로가 신경망처럼 촘촘하게 얽혀 있는 너브 지역.
은하연방이 위치한 동부에서 너브 지역의 중심인 페미온 성좌로 진입할 수 있는 항로는 크게 2개가 있었다.
작은 소혹성이 흩어져 있는 외곽을 우회하는 렌딩 항로와 이소트 회랑 근방을 지나는 항로.
그러나 항로가 2개뿐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실타래처럼 뒤엉킨 항로가 그 두 지역에 밀집되어 있다는 말이다.
이에 신의 군대는 렌딩 항로와 이소트의 중간 지점에 전진 기지를 구축! 1,000여 척 규모로 편성된 2군단을 배치해 양 방향에서 진군을 시도하는 은하연방의 유저 함대를 막아 내고 있었다. 그 2군단의 주력 함대가 복수의 검.
바로 호크의 직속 함대였다.
그리고 지금!
‘뭐냐…….’
호크는 심기가 불편했다.
근래 들어 은하연방의 공세가 한층 더 거세졌지만 그런 것은 예상했던 일이다.
예상했던 일을 가지고 새삼 심기가 불편할 리가 없었다. 호크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드는 것은 렌딩 항로나 이소트를 공략해 오는 수백 척의 함대가 아니라 단 1척의 전함이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전함보다는 한 사람 때문이었다.
‘아크…… 대체 뭘 하고 있는 거냐?’
그 사람은 바로 아크!
그렇다고 아크가 호크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 만한 짓을 한 것은 아니었다. 되레 그 반대, 별다른 짓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신경 쓰고 싶지 않았는데…….’
아크의 참전을 알았을 때, 호크는 맘 같아서는 직접 날아가 박살을 내고 싶었다. 그러나 호크는 현재 동부 지역에 배치된 2군단의 지휘를 맡고 있다. 물론 아크는 이 갈리는 적이지만 고작 유저 1명 때문에 지휘관이 움직일 수는 없다.
때문에 일단 자중했지만.
-이게 아크의 전함 실버스타다! 이 은빛 전함! 이후 전선의 모든 함대는 이 은빛 전함을 발견하면 최우선 타깃으로 삼아 기필코 격침시켜라!
휘하 함대에 이런 명령을 내려 두었다.
그러나 아크는 렌딩 항로와 이소트, 어느 전장에서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일부러 아크를 콕 찍어 명령을 내린 호크가 무안하게도 말이다.
‘하지만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없다. 중요한 것은 아크가 너브 지역 전쟁에 참전하고도 아직 전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는 점이다.’
호크가 아는 한 아크는 절대 얌전한 놈이 아니다.
한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마구잡이로 들쑤셔 놔야 직성이 풀리는 놈인 것이다.
그런 놈이 이런 곳까지 날아와서 얌전히 처박혀 있다?
말이 안 되지 않는가! 그러니 호크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찜찜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정말이지 짜증 나는 놈이군. 움직이면 움직이는 대로 신경이 쓰이고, 움직이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는 대로 신경이 쓰이고.’
그런데 얼마 전, 아크에 대한 보고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 은빛 전함, 아크 함이 포함된 함대를 목격했다는 보고가 몇 건 들어왔습니다. 하지만 모두 주전장의 함대에서 보내온 것이 아닙니다. 현재까지 그 함대는 주전장에서 멀리 떨어진 외곽 지역이나 후방에서 목격되고 있습니다.”
“외곽? 후방?”
그러나 호크의 찜찜함은 해소되지 않았다.
다름 아닌 아크다. 그놈이 외곽이나 후방으로 물러나 있을 리가 없지 않은가?
“아크 자식이 대체 왜 그런 곳에 있단 말이냐?”
“그게…….”
할리가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님프를 조작하자 입체 영상이 떠올랐다.
“이게 가장 최근에 들어온 보고입니다. 1시간 전 이소트 근방에서 벌어진 전투에서 적 정찰 부대의 잔당을 추격하던 함대에서 보내온 영상입니다.”
할리의 말대로 영상 속에는 시커먼 연기를 뿜어내는 은하연방 소속 전함이 보였다. 그리고 신의 군대 전함이 놈들을 향해 포격을 뿜었을 때 뒤에서 은빛 전함이 나타났다.
실버스타! 아크의 전함이었다.
그리고 그 직후, 후방에서 10척의 전함이 더 나타나 아군의 함대를 전멸시켰다.
그러나 호크의 시선이 향하는 곳은 아군 함대가 아니었다. 그 와중에도 전투에 참가하지 않고 은하연방의 전함과 도킹하는 실버스타였다.
“……보급?”
“호크 님도 그렇게 생각하시는군요.”
“그렇게 생각하고 자시고…….”
두 전함이 도킹한 위치는 창고다. 달리 생각할 수가 없지 않은가?
“아무래도 이 장면이 그동안의 의혹을 해소시킬 답인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아크 함이 주전장에서 멀리 떨어진 외곽이나 후방에서만 목격된 이유, 아마도 아크 함대는 보급을 담당하는 수송대에 소속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수송대라고?”
의혹이 풀리기는커녕 머리가 더 복잡해졌다.
호크만큼 아크를 잘 아는 유저도 없다. 같이 싸워 본 적도, 당해 본 적도 있으니까. 그리고 상대의 실력은 당해 본 사람이 누구보다 잘 아는 법.
인정하기는 싫지만 아크는 강하다.
적어도 너브 지역 전쟁에 참가한 은하연방의 누구보다도.
“은하연방 놈들…… 미친 거냐? 저 아크를…… 비록 방심했다고는 하나 이 호크의 계획을 수포로 돌아가게 만든 저 아크를…… 고작 물자 수송이나 시키고 있다고?”
되레 호크가 자존심이 상할 정도!
“저도 이 영상을 보기 전까지는 좀 혼란스러웠습니다. 예의 주시하던 아크 함대가 전황과는 상관없는 지역에서만 목격돼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뭔가 꿍꿍이를 꾸미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죠. 하지만 이제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꿍꿍이?’
할리의 말에 호크가 퍼뜩 고개를 들어 올렸다.
그리고 잠시 눈매를 좁히며 생각하다가 옅은 미소를 지으며 중얼거렸다.
“그래, 그렇겠지.”
“네? 뭐가 말입니까?”
“아크 말이다. 그래, 놈은 아크다. 설사 은하연방 놈들이 시켰다고 해도 아크 자식은 얌전히 물자나 수송하고 있을 놈이 아니지. 그런데 수송대로 움직이고 있다. 그렇다면 답은 뻔하지. 네 말대로 꿍꿍이가 있는 거다. 수송대처럼 보이는 것은 위장, 아니, 처음부터 그 꿍꿍이를 위해 수송대를 맡고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 자연스럽겠지.”
“그런…….”
“아직도 모르겠나?”
호크가 할리를 돌아보며 말을 이었다.
“내가 아크에게 당한 가장 큰 이유! 그건 놈이 무슨 짓을 할지 예측할 수 없는 놈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적의 꿍꿍이를 예측할 수 없다는 것만큼 위험한 일은 없지.”
“그렇다면……?”
“막아야지.”
호크가 날카로운 눈빛을 발하며 대답했다.
“할리, 2군단 소속의 모든 예비 함대에 전하라! 이제부터 일대의 모든 항로를 봉쇄하는 작전에 돌입한다! 페미온 성좌로 진입하는 항로만이 아니다. 지금부터 렌딩 항로와 이소트 주변의 모든 일반 항로와 워프 항로를 24시간 체제로 봉쇄한다!”
“네? 하지만 그렇게 되면 본진에 예비 함대가 남지 않습니다. 전장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예비 함대가 없으면 렌딩 항로와 이소트를 방어하는 함대의 부담이 너무 커지지 않겠습니까?”
“그렇겠지.”
호크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전쟁은 항상 예측하지 못했던 일로 인해 승패가 결정될 때가 더 많다. 이번에도 마찬가지. 아크가 전장에서 나가지 않고 뭔가를 꾸미고 있다면 그게 가장 큰 위협이 될 것이다. 나에게도, 그리고 신의 군대에도. 뭣보다…….”
호크가 지그시 어금니를 깨물며 말을 이었다.
“이번에는 결코 타투인 전투 때와 같은 실수는 하지 않겠다!”
호크의 의지로 동부 지역에 배치된 2군단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렌딩 항로와 이소트에 배치된 주력 함대를 지원하던 400척의 예비 부대가 일제히 출격해 일대의 모든 항로를 봉쇄해 버린 것이다. 그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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