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67)
아크 더 레전드-67화(67/875)
[67] SPACE 7. 진격의 무허가 별동대 (1)투투투퉁—!
파팡! 파팡! 파팡! 파팡!
연속적인 폭음과 함께 수백 미터의 공간이 자욱한 연기에 휩싸였다.
“다연발 연막탄입니다!”
“광전(光電)장애 성분이 함유된 연막입니다. 적외선 스코프가 먹통입니다!”
“마그네틱 웨이브의 영향으로 생체 스캔도 되지 않습니다!”
여기저기에서 고함소리가 잇달았다.
발렌시아가 입술을 일그러뜨리며 소리쳤다.
“시각 보정 장치 따위는 집어쳐! 상대는 우주 몬스터가 아닌 라마족이다. 전장에서 기계 장치 따위에 의존해서는 살아남기 힘들어. 광학 필터를 제외한 나머지 시각 보정 장치는 모두 해제하고 공격 대기상태로 명령을 기다려라. 곧 놈들의 공세가 시작될 것이다.”
거의 동시에 연막이 일렁거리며 수백 개의 그림자가 떠올랐다.
마치 칼날처럼 날카롭고 긴 앞발을 휘둘러대며 눈밭을 기어 다가오는 괴물들!
라마족의 생체병기 카락이었다.
“쏴라!”
투투투투! 투투투투! 투투투투!
순간 수백 정의 총기가 일제히 불을 뿜었다.
수백 발의 탄환과 유탄, 대형 탄두가 빗발치자 자욱한 연기가 소용돌이치며 화염이 치솟았다. 벌집처럼 구멍이 뚫린 카락이 쓰러지고 갈가리 찢긴 육편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그러나 꾸역꾸역 밀려나오는 카락의 숫자는 줄어드는 기미도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전투본능만으로 움직이는 놈들은 공포조차 느끼지 않았다.
[카라라라라! 카라라라락!]겹겹이 쌓인 시체를 기어 넘은 카락들이 몰려들었다.
카락들이 밀고 들어오자 대형을 이루고 있던 연방군이 혼란에 휩싸였다.
몇 몇 병사는 채 대응하지도 못하고 카락의 앞발에 난도질당해 쓰러지는 장면도 보였다.
그러나 발렌시아의 얼굴에는 여전히 여유가 넘쳤다.
“놈들도 다급해진 모양이군. 숫자로 밀어붙여 우리를 퇴각시켜 시간을 벌어볼 생각인가? 하지만 전장에서 성급함은 불운을 가져오는 법이지. 페드로!”
“네, 대장님. 시작하라!”
동시에 10여 줄기의 연기가 솟아올랐다.
그리고 그 연기가 수십 미터 상공에 도달했을 때!
일제히 폭발하며 수백 개의 파편으로 나뉘어 쏟아져 내렸다.
콰콰콰콰—! 콰콰콰콰—! 콰콰콰콰—!
직경 수백 미터의 공간이 통째로 들썩이며 흙먼지가 확 뿜어져 올라왔다.
수십 미터 상공에서 지상을 향해 수백 개의 금속 파편으로 뿜어내는 비산형 광범위 공격 병기 공중 클레이모어! 지면에서 폭발해 폭발력이 위로 퍼지는 일반 폭탄과 달리 위에서 소나기처럼 쏟아지는 형태라 일단 공격범위 안에 들어가면 피할 수도, 숨을 수도 없었다.
그리하여 붙은 이름이 데빌스 레인, 악마의 비!
그 별칭에 걸맞게 공중 클레이모어는 압도적인 살상력을 보여주었다.
[카라…… 카라라라…….]폭풍에 휘말려 소용돌이치던 연기와 흙먼지가 가라앉은 대지에는 수백 마리의 카락이 형체도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뭉개진 채 꿈틀거리고 있었다. 피 웅덩이 속에는 카락과 함께 돌진해오던 라마전사들의 시체도 상당 수 섞여있었다.
“이제 슬슬 끝이 보이기 시작하는군.”
발렌시아가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중얼거렸다.
전군을 동원해 진군을 시작한 연방군이 라마 병력과 마주한 것은 이틀 전.
양 진영을 가로지르는 설산 보더를 우회해 목적지에 15킬로미터까지 접근했을 때였다.
라마군은 이미 그곳에 바리케이트를 설치하고 방어태세를 갖추고 있었다.
‘쳇, 보안을 위해 일부러 보더를 우회해왔는데…….’
아무래도 진군하는 사이에 라마족의 정찰부대에게 탐지 당한 모양이다.
당초 연방군의 작전은 중갑전차가 라마족의 중앙기지를 타격 할 수 있는 거리까지 접근하는 것이었다. 중갑전차는 일단 시지 모드(Siege mode:공성을 위한 장거리 포격상태)로 전환하면 사정거리와 공격력이 폭발적으로 상승한다. 적의 기지 근처에서 중갑전차를 시지 모드로 전환시키는데 성공하면 확실하게 승기를 잡았으리라.
‘하지만 어차피 코앞으로 다가갈 때까지 모르고 있으리라는 기대는 하지 않았어.’
라마족이 장악하고 있는 지역에는 수많은 방어시설이 있고, 언젠가는 그 중 하나에 걸릴 거라는 것은 짐작하고 있었다. 문제는 그게 예상보다 빨랐다는 점이고, 그 덕분에 라마족의 방어선 역시 예상보다 견고하게 갖춰져 있었다.
‘그래봤자 임시방편이다!’
지금까지 벨타나의 전황은 6대 4로 연방군이 열세였다.
벨타나가 속해있는 벨린 성좌의 여러 전장에서 패전을 거듭한 연방군은 피해가 가중되어 중앙정부에서 병력이나 보급품을 제대로 지원해주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전투보조로 쓰이는 병력 역시 라마족의 카락은 생체병기라 무한 증식이 가능한 반면, 연방군의 전투 안드로이드는 숫자가 한정되어 있었다. 연방군이 벨린 성좌의 전장에 죄수 부대를 파견하기 시작한 것도 그런 병력부족을 해소하기 위한 방편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다.
라마족의 중앙기지를 알아낸 기회를 살리기 위해 200의 용병이 급파되었다. 거기에 주요 격전지에 배치될 예정이었던 최첨단 병기까지 보급 받았다. 덕분에 전투력 급상승!
그 효과는 지난 몇 차례의 전투에서 확실하게 입증되었다.
라마군과 전투를 시작한지 이틀, 연방군은 중앙기지 5킬로미터 앞까지 진군해있었다.
‘그리고 이제 마침표를 찍을 때다!’
“기갑 1, 2, 3소대! 출격하라! 이번 전투로 놈들의 기지까지 진군한다!”
“기갑무장!”
발렌시아의 고함에 100여 명의 병사들이 소리쳤다.
순간 그들의 가방 위쪽이 개방되며 커다란 캡슐 같은 물체가 솟아올랐다.
수 미터 높이로 떠오른 캡슐은 마치 큐빅 퍼즐처럼 이리저리 회전하는가 싶더니 어느새 갑옷처럼 변했다. 이어 다시 벼락처럼 떨어져 병사들의 몸을 뒤덮었다.
텅—! 텅—! 텅—! 텅—!
좌우로 벌어졌던 금속판이 팔과 다리를 감싸며 닫혔다.
이어 머리와 상체, 허리 부분의 이음새가 단단히 조여지며 증기를 뿜어 올렸다.
그렇게 모든 부위의 결합이 완료되자 병사들은 2미터 크기의 로봇처럼 변해있었다.
이것이 은하연방의 배틀슈트. 기갑소대의 본모습이었다.
“돌진!”
쿠콰콰콰콰콰콰—!
100여 명의 기갑소대원이 굉음을 일으키며 라마군을 향해 돌진했다.
그와 함께 배틀슈트에 부착된 각종 화기에서 빗발치듯 탄환을 뿜어져나갔다.
발렌시아가 정신 없이 터져 나오는 폭염을 바라보며 빔 소드를 뽑아들었다.
‘누구도 막을 수 없다! 이 전장은 내 것이다!’
*****
“딱 맞춰 도착했군.”
아크가 씨익 웃으며 중얼거렸다.
그 시선이 향한 지평선 너머에서는 어둠 속에서 시커먼 연기와 불길이 치솟고 있었다.
그리고 간간이 들려오는 총성과 폭음. 수 킬로미터나 떨어져 있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는 보이지 않았지만, 굳이 눈으로 확인해볼 필요도 없었다.
바로 연방군과 라마군의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곳이다.
“발렌시아 자식, 엄청 분발하고 있는 모양인데?”
전투가 벌어지는 곳은 라마족 중앙기지에서 불과 5킬로미터 남짓 떨어진 곳이었다.
라마족이 모두 눈 뜬 장님이 아닌 다음에야 연방군이 그렇게 가까이 접근할 때까지 몰랐을 리가 없었다. 분명 조금 더 멀리 떨어진 곳에 방어선을 펼쳤으리라. 그럼에도 5킬로미터 거리에서 전투가 벌어지고 있다면 연방군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는 뜻이었다.
그리고 연합군 사령관은 하만이지만 현재 실질적인 지휘관은 발렌시아!
발렌시아가 그만큼 피 터지게 싸워주고 있다는 말이다.
‘당연하겠지. 라마족 중앙기지를 알아내고 연방군의 지휘권까지 받았다. 만약 이번 작전으로 라마족 중앙기지를 박살내기만 하면 모든 공적을 그 자식 혼자서 독식하게 되는 거야. 영웅 대접을 받는 건 물론, 어마어마한 보너스가 주어지겠지. 하지만…….’
아크가 시선을 내리며 입 끝을 말아 올렸다.
아크가 서있는 둔덕 아래의 분지에는 상당한 규모의 군사 주둔지가 자리잡고 있었다.
크고 작은 막사들의 중심에 커다란 돔(Dome)형태의 건물이 자리잡고 있는 군사 주둔지. 규모와 달리 인적조차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텅텅 비어있는 이곳은 바로 라마족 중앙기지.
“미안하지만 이건 내 거다.”
발렌시아가 기를 쓰며 오려고 하는 라마족 중앙기지.
그러나 이미 아크는 불과 몇 백 미터 떨어진 둔덕에서 그곳을 내려다보고 있는 것이다.
아크가 어떻게 연합군 본대보다 먼저 이곳에 도착했는가 하면…….
‘지금 연방군은 총력을 동원해 기습 작전을 펼치고 있다. 라마족 역시 머지 않아 그 사실을 알게 되겠지. 그러면 당연히 연방군의 진군을 저지하기 위해 전방에 방어선을 펼 거야. 상황이 상황인 만큼 전 병력을 동원해서. 그때 라마족 중앙기지와 후방은 텅텅 비게 된다!’
연방군의 기습작전에 대해 들었을 때 아크의 머릿속에 떠오른 게 이것이었다.
그러자 자연스럽게 이동경로가 떠올랐다.
크레바스→피라미드→파라오의 방에서 워프→지상→라마족 중앙기지
낙오병이 됐던 아크가 갖은 고난을 이겨내며 지나왔던 여정!
그때는 오직 연방군 기지로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그러나 막상 돌이켜 생각해보니 그 여정이야말로 안전하게 라마족 중앙기지의 후방으로 잠입할 수 있는 지름길이었다.
아크가 본대보다 먼저 이곳에 도착할 수 있었던 게 그 지름길 덕분이었다.
아니, 오히려 시간이 남을 정도였다.
‘본대는 숫자가 숫자이니 만큼 이동속도에 한계가 있다. 게다가 라마족과의 전투도 있을 테니 아무리 빨라도 도착하는데 사나흘은 걸릴 거야. 하지만 피라미드를 활용하는 루트로 이동하면 넉넉하게 잡아도 하루 반나절이면 라마족 중앙기지에 도착할 수 있다. 라마족과 연합군의 전투가 벌어지기 전에 도착하면 자칫 위험해질 수 있으니 너무 서둘러도 안 돼.’
그래서 아크는 시간을 죽이기로 했다.
경험치를 다발로 던져주는 개 대가리, 아누비스를 때려잡으며.
일부러 피라미드의 함정에 빠져 무한대로 이어져있는 방을 닥치는 대로 때려부순 것이다.
이미 함정 방을 격파하는 방법은 파악이 끝난 상태. 게다가 이번에는 혼자가 아니었다. 20명의 실버핸드 단원과 10명의 친위대원, 30명의 병력이 함께였다.
“저 눈깔이다. 집중사격!”
투투투투! 투투투투! 탕—! 탕—!
아크가 찍으면 동시에 수십 발의 탄환이 눈깔에 박혔다.
덕분에 저승의 신 아누비스는 발가락을 꼼지락거리기도 전에 돌무더기로 변해버렸다.
이때 친위대원들의 평균 레벨은 25전후. 그 상태로 레벨 35짜리 아누비스를 광속으로 쓸어대며 돌아다니자 30인 공격대 상태로도 경험치가 쭉쭉 올라 하루만에 3레벨 업! 이미 40레벨 전후인 실버핸드와 아크도 1레벨을 올릴 수 있었다.
-《캐릭터 정보창》
이름: 아크(R-02788) 레벨: 45
종족: 인간 직업: 개척자 범죄도: 3,500
생명력: 900(+15) 정신력: 450
힘 105(+3) 민첩 155 체력 175(+3) 지혜 15 지능 85 운 15
※칭호: 청소반장(민첩 +3)
※신체 코팅: 프리즈너
+프리즈너 코팅으로 활동 지역이 벨타나로 한정되었습니다.
+프리즈너 코팅을 받은 상태에서는 신체 정보가 은하연방에 귀속됩니다.
+프리즈너 코팅이 삭제되지 않는 한 다른 신체 코팅을 받을 수 없습니다.
덕분에 죄수신분으로 45레벨을 달성해 버렸다.
거기에 아누비스가 떨구는 잘리만 광석도 300개나 더 얻었다.
이전에는 보고도 못 먹었던 전리품이지만 지금은 불어난 인원만큼 가방도 불어났다. 물론 전리품도 인원수에 맞춰 나눠야하겠지만 보고도 못 먹는 것보다는 백 배 나았다.
그러나 그런 행복한 사냥도 오래가지 않았다.
무한대라고 생각했던 함정의 방에도 끝이 있었다. 꼬박 하루동안 수백 개의 방을 격파하자 그 뒤부터는 어디로 이동하든 이미 때려부순 돌무더기만 쌓여있는 방이 나왔던 것이다.
‘하긴 이렇게 쉽게 경험치와 전리품을 얻을 수 있는 방이 끝이 없을 리가 없지.’
그렇게 아쉬운 한숨을 불어낼 때였다.
-무라트 유적의 함정을 100%파괴해《무식한 파괴자》의 칭호를 얻었습니다.
무라트는 무엇보다 지혜를 중요시 여기는 종족이었습니다. 때문에 지혜로운 자는 그게 적이나, 심지어 자신의 무덤을 도굴하는 도적이라도 존중합니다. 무라트 유적지의 함정이 생명을 빼앗기보다는 지혜를 시험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는 이유가 그 때문입니다.
그러나 당신은 무라트의 함정을 지혜롭게 풀어내지 못했습니다. 천여 개에 달하는 방을 모두 파괴할 때까지도 함정의 비밀을 풀어내지 못한 당신. 실로 무식한 자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버틴 인내심 역시 지혜만큼이나 존경스러운 것입니다.
《칭호 효과: 무식한 파괴자(지혜 -10, 힘 +7, 체력 +7)》
새로운 칭호가 붙었다.
‘그런데 무식한 파괴자라니…….’
함정의 비밀 따위는 진즉에 풀었다고 따지고 싶었다.
그러나 함정 방이 끝이 있다는 것은 몰랐고, 함정을 몽땅 때려부수면 칭호를 받을 수 있는 줄도 몰랐다. 그럼 결국 무식한 파괴자가 맞는 건가? 하지만 함정의 비밀은 풀었는데?
‘에이, 몰라. 어쨌든 칭호를 얻었으니 됐지 뭐. 그리고 어차피 더 있을 시간도 없어.’
당연히 아크는 주구장창 이곳에서 개길 생각은 아니었다.
잠시 삼천포로 빠졌던 얘기를 되돌리자면.
아크의 목표는 따로 있는 것이다!
‘그게 바로 이곳!’
둔덕 아래에 자리잡은 라마족의 중앙기지!
‘발렌시아는 이미 내가 보낸 정보를 가로채 상당한 공적치를 받았을 거야. 하지만 정보는 어디까지나 정보에 불과하다. 결과적으로 전쟁에서 승리하지 못하면 아무런 의미가 없어. 그리고 분쟁 혹성에서 승리하기 위한 필수조건은 적 기지의 페어리와 스타게이트를 폭파시키는 것. 적 기지의 위치를 알아낸 공적도 그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발렌시아가 죽어라 싸워대는 이유는 그것이었다.
그러나 아크는 이미 30명의 별동대와 함께 라마족 중앙기지에 도착해있는 것이다.
그것도 연방군을 막기 위해 몽땅 뛰어나가 텅텅 비어있는 라마족 중앙기지 앞에 말이다.
‘연방군이 오기 전에 라마족의 페어리와 스타게이트를 우리가 처리한다!’
이게 아크의 최종 목표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