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674)
아크 더 레전드-674화(674/875)
[674] space 9. 작전 개시! 아크 함대는? (2)* * *
“크크크, 멍청한 놈들.”
수십 개의 모니터로 꽉 차 있는 공간.
도마뱀을 닮은 외모의 드레이크족이 만면에 웃음을 지었다. 이 도마뱀의 이름은 누말. 이스트 회랑 패전의 책임을 지고 북부로 퇴진한 호크를 대신해 2군단의 지휘를 맡은 사내였다.
그리고 지금 그가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는 곳은 N-398. 현재는 신의 군대가 세운 전략 기지의 이름을 따 와이번이라고 불리는 혹성이었다.
“ES-4000의 힘을 너무 얕보고 있군. 사정거리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대가리를 들이밀다니? 뭐 그래도 제법 애쓰고 있기는 하지만.”
누말이 피식 웃었다.
“전장에서 중요한 것은 무력 따위가 아니다. 정보지. 그리고 이것으로 네놈들이 얼마나 무지한지 잘 알았다.”
누말이 바라보는 모니터 속에서 수백 척의 전함이 뒤엉킨 전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와이번을 중심으로 길게 늘어뜨려 놓은 방어선의 우측, 누말이 지휘하는 신의 군대 2군단과 이얀 함대가 접전을 벌이는 장면이었다.
그러나 그뿐이 아니었다.
좌측 벽을 채우고 있는 모니터에는 또 다른 전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이얀 함대와 같은 시기에 좌측 방어선을 치고 들어온 함대―데커드―였다.
그러나 상황은 이얀 함대와 다를 것이 없었다.
그 역시 무방비 상태로 ES-4000의 사정권에 진입하다가 20여 척의 전함을 잃고 뒤이은 2군단의 공격에 피해가 가중되고 있었다.
“역시 이젠트를 습격한 건 탁월한 선택이었어. 덕분에 이런 좋은 병기를 손에 넣었으니. 게다가 병기의 정보도 아슐라트에서 알아서 숨겨 주니 더할 나위가 없지.”
그 이젠트를 습격한 정체불명의 무장 집단.
그게 바로 누말 휘하의 함대였다. 물론 그 역시 지금까지 해 온 모든 일이 그렇듯이 대공의 지시로 인한 것이지만, 뒤에서 일을 처리해 온 자는 바로 이 도마뱀!
신의 군대가 예정보다 빨리 독립국을 선포할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그 덕분이었다.
“그럼에도 총사령관 자리를 펜릴에게 빼앗긴 건 아쉬운 일이지만, 그것도 잠깐이다. 애초에 라마에 배속되어 있던 호크를 은하연방 진영으로 돌린 사람이 펜릴. 그런 호크가 패전했으니 펜릴도 책임을 피할 수 없겠지. 그런 상황에서 이 몸이 은하연방의 진군을 막고 나아가 제기 하기 힘든 타격까지 입힌다면 상황은 꽤 많이 달라질 수밖에 없지.”
경우에 따라서는 펜릴의 실각!
그 자리에 올라갈 사람은 누말밖에 없었다.
그리고 모든 상황은 누말의 예상대로 진행되어 가고 있었다. 나름 총공세랍시고 전함이란 전함은 박박 긁어 공격해 오는 은하연방이지만, 시작부터 수세에 몰리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누말은 여기에서 만족할 생각이 없었다.
이번 전투에 모든 전함을 동원한 은하연방의 주둔지 A-001은 현재 텅텅 빈 상태. 일단 방어전에 성공하면 큰 피해를 입고 퇴각하는 은하연방 함대를 추격, 그대로 A-001까지 밀어붙여 박살을 내 놓을 계획이었다. 신의 군대를 위해서. 그리고 자신의 출세를 위해서!
“하지만 그 전에…….”
누말이 씨익 웃으며 중앙의 모니터를 바라보았다.
와이번의 인근 지역을 비추는 모니터. 아직 그 모니터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누말은 알고 있었다.
“네놈들의 가장 큰 실수는 내가 ‘신의 눈’을 관장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몰랐다는 점이다.”
신의 눈! 너브 지역의 30여 혹성에 자리 잡은 신의 군대 기지의 레이더를 하나로 통합해 만들어진 은하계 최대 규모의 레이더였다. 이 레이더의 탐색 범위는 너브 전역은 물론, 은하 3국의 주둔지까지 사정권 안에 두고 있었다.
비록 아직은 완전한 기술도 아니고, 너브 지역이라도 엄청난 넓이라 새로운 정보를 업데이트하는 데는 1시간이나 소요되지만, 적 함대의 움직임을 예측하기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리고 누말은 와이번에 배속되기 전에 이미 ‘신의 눈’을 이 기지의 레이더와 연결해 놓았다. 때문에 은하연방의 움직임을 사전에 파악하고 있었다.
현재 좌우에서 전투를 벌이는 함대만이 아니라…….
‘양쪽을 공격해 온 함대가 A-001에서 출격한 직후, 수십 척 규모의 함대가 따로 나와 워프에 돌입했다. 이번 공격은 은하연방의 총력전. 그 와중에 수십 척의 함대가 별도의 임무로 움직일 리가 없어. 그렇다면 놈들의 목표도 이곳! 와이번이다. 그리고 좌우 어느 쪽의 함대에도 가세하지 않고 있다면 놈들의 목적은 하나!’
“군단장님!”
그때 레이더 병이 고개를 돌리며 소리쳤다.
“와이번 일대에 깔아 놓은 광투상 레이더에 반응이 잡혔습니다! 파동의 범위로 보면 50~100척 규모의 함대. 현재 와이번 궤도 근처로 워프해 오고 있습니다!”
‘역시…….’
“광폭 초진동 탄두를 준비하겠습니다.”
“멍청한 소리!”
이어지는 병사의 말에 누말이 인상을 찡그리며 소리쳤다.
“제 발로 죽으러 오는 놈들이다. 놀라서 도망치게 만들어서 어쩌겠다는 거냐? 그런 놈들은…….”
누말이 길게 갈라진 입을 붉은 혓바닥으로 훑어 내리며 말을 이었다.
“대가리를 들이밀게 만든 뒤에 잡아먹어야지.”
“그럼…….”
“디바인 루인을 준비하라.”
누말이 느긋한 표정으로 등받이에 몸을 묻으며 명령했다.
무려 1,000기에 달하는 위성 포탑 ES-4000을 관제하는 전략 기지 와이번.
그러나 정작 와이번의 방어 시설은 하나밖에 없었다.
위성처럼 와이번의 궤도를 따라 움직이는 다크스타, 이 역시 전함처럼 등급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와이번의 궤도에 배치된 다크스타는 최대급! 웬만한 함대와 맞먹는 전투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물론 그래도 와이번의 중요도를 생각하면 빈약한 방어 시설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러나 누말은 걱정하지 않았다.
와이번에 배치된 다크스타는 평범한 다크스타가 아니기 때문이다. 수십은커녕 수백의 함대라도 일격에 분쇄할 수 있는 병기가 장착된 다크스타!
그 병기는 바로…….
“이거야말로 신의 선물이지.”
파지지지! 파지지지!
누말의 말과 동시에 모니터 속에서 스파크가 일어나며 수십 개의 워프 게이트가 열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우주 공간으로 모습을 드러내는 수십 척의 전함!
“섬멸하라.”
위이이잉! 콰콰콰콰! 콰콰콰콰!
다크스타에서 엄청난 빛기둥이 뿜어져 나온 것은 그때였다. 그리고 다음 순간, 와이번 궤도에 뿌려놓은 작은 물체와 충돌하는가 싶더니 여러 가닥으로 나뉘어 퍼졌다.
그리고 다시 작은 물체와 충돌! 충돌! 충돌! 같은 장면이 반복되는 사이에 수천 가닥의 빛으로 나뉘어 워프 게이트를 향해 뻗어 나갔다.
순식간에 와이번의 궤도를 뒤덮은 이 빛이 디바인 루인!
다크스타에서 뿜어낸 엄청난 에너지를 궤도상의 작은 위성으로 분산, 수백 수천의 레이저로 바꿔 적 함대를 섬멸하는, 오버 테크놀로지의 병기였다.
“대공께 경의를!”
쿠콰콰콰콰! 쿠콰콰콰콰! 쿠콰콰콰콰!
누말이 경례를 하듯이 손을 치켜 올리는 것과 동시에 궤도를 뒤덮던 레이저가 적 함대에 쏟아졌다.
그리고 뿜어져 나오는 폭광!
수십 킬로미터에 달하는 지역을 불태운 폭광이 지나간 자리에는 작은 파편 하나조차 보이지 않았다.
전멸!
좌우에서 대함대로 주의를 끄는 사이 특공대로 와이번을 점령하겠다는 은하연방의 작전은 시작도 하기 전에 실패로 돌아간 것이다. 아니, 누말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다음 순간!
“군단장님! 광투상 레이더에 아직 적의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습니다! 위치는 디바인 루인으로 섬멸시킨 함대의 반대쪽! 에너지 급증! 워프 게이트를 생성하고 있습니다!”
“무슨 소리냐? 뒤쪽이라니? 거기는 워프 항로도 없는 곳이다!”
“하, 하지만…….”
파지지지! 파지지지!
레이더 병이 돌아보는 모니터 속에서 스파크가 일어나기 시작한 것은 그때였다.
* * *
콰지지지!
누말이 모니터로 지켜보는 우주 공간.
격렬한 스파크의 소용돌이를 뚫으며 수십 척의 전함이 솟아 나오고 있었다. 그러나 정작 그 전함의 함장들은 얼떨떨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 이럴 수가…….
-항로 이외의 공간으로도 항해할 수 있었던 건가?
-아니, 그건 무리다. 모함급 전함이라도 보통은 그대로 전자기 폭풍이나 중력장에 눌려 폭발한다고!
-그래, 상식적으로는 불가능하지.
-이거였군, 본대가 최강의 수송대로 불릴 수 있던 이유가.
스크린을 꽉 채우고 있는 유저들이 웅성거리며 한 사내에게 시선을 집중했다.
그 사내가 이 함대의 함대장, 이전까지는 최강의 수송대로 불리던 아크 함대의 함대장이었던 아크였다. 그리고 아크 함대가 그런 별명으로 불릴 수 있었던 이유는…….
“그래, 이거다.”
아크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유저들이 떠들어 대는 것처럼 워프로 돌입하는 이면세계는 자기장과 중력장이 뒤죽박죽 뒤엉켜 최고 등급의 방어도를 가진 전함이라도 몇 분도 버티지 못한다.
때문에 이미 안전이 확인된 루트, 그러니까 워프 항로를 이용하는 수밖에 없다.
그리고 당연하지만, 보급 임무는 바로 이 워프 항로를 이용할 때를 기준으로 시간을 잴 수밖에 없다.
그러나 아크가 매번 그 시간보다 빨리 움직일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그 항로를 무시했기 때문이다.
‘자낙스…… 좋은 선물을 남겨 주었어.’
그게 가능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실버스타, 아니, 좀 더 정확히 말하면 공간의 틈새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흡수한 자낙스의 전함 덕분이었다.
그 전함을 흡수했을 때, 실버스타가 타이탄급의 전함으로 랭크 업을 하는 것과 동시에…….
-형상 분해 융합 완료!
흡수한 우주선과 융합해 기체가 타이탄급으로 랭크 업되었습니다!
-흡수한 우주선의 특수 시설이 실버스타와 융합, 봉인된 룸에 재구축되었습니다!
특수 레이더 : 흡수한 우주선의 함장은 자낙스라는 인물이었습니다. 자낙스는 이전 세대의 엘림으로 신마전쟁 이후, 은하계 어딘가에 숨어 있는 카르마라는 자들을 찾아 나섰습니다. 그리고 은하계를 돌아다니며 모은 여러 단서를 조합해 카르마가 우주 공간이 아닌, 이면세계의 어딘가에 숨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에 자낙스는 수많은 희생을 치르면서도 끊임없이 이면세계와 맞선 결과, 그동안 모은 데이터를 분석해 이면세계의 자기장과 중력장의 변화를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데이터를 기반으로 항로 이외의 이면세계를 돌파할 수 있는 항해법을 구축, 이면세계 전용 레이더를 완성했습니다.
물론 그것만으로 이면세계를 자유롭게 왕래할 수는 없습니다. 비교적 안전한 루트라도 당연히 항로보다는 위험! 그러나 뛰어난 승무원과 적절한 조함술을 갖추고 있다면 새로운 항로를 개척할 수 있을 것입니다.
《기능 : 이면 세계의 자기장과 중력장의 변화 예측.》
이런 기능이 붙었다.
이게 랭크 업과 함께 얻은 ‘특수 레이더’의 기능!
아크가 2배 이상의 속도로, 그것도 신의 군대에 의해 모든 항로가 봉쇄된 전장을 누빌 수 있었던 비밀이 이 ‘특수 레이더’였다. 이 레이더 덕에 정규 항로를 무시하고 목표 지점까지 일직선―뭐 때때로 돌아가야 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그러니 빠를 수밖에 없었고, 항로를 봉쇄한 적 함대의 광투상 레이더에도 걸릴 리가 없었다.
이것이 아크 함대의 영업 비밀!
‘뭐 이제 휘하 전함도 모두 알게 됐으니 비밀도 아니지만…….’
가능하면 직속 함대원 외에는 알리고 싶지 않았다.
비밀이란 아는 사람이 적을수록 효과를 발휘하는 것이니까. 그리고 어차피 안다 해도 실버스타와 같이 움직이지 않으면 이런 워프 항해는 할 수 없다. 때문에 지금까지는 다른 함대원들에게도 비밀로 하고 있었지만.
‘어쩔 수 없지.’
아크는 이번 작전을 들었을 때 바로 생각했다.
‘무턱대고 와이번으로 가면 박살이다!’
……라고!
당연하다. 1,000기가 넘는 ES-1,000을 관장하는, 적 방어선의 핵심 기지다.
엄청난 수준의 방공망을 준비해 두고 있는 것이 당연지사. 뻔히 보이는 외부 항로를 타고 접근하면 말할 것도 없고, 워프 항로로 접근해도 100% 걸리고 99% 괴멸되리라.
괜히 자살 특공대가 아닌 것이다.
‘그리고 위험도는 정규 항로가 아니어도 다를 게 없다.’
어떤 루트로 접근해도 와이번에 돌입하기 위해서는 궤도 근처에서 나올 수밖에 없다.
그러니 적 입장에서는 예측하지 못한 기습이라도 함대가 대기권으로 돌입하는 사이에 요격할 시간은 충분한 것이다.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 요격 타이밍을 노리는 방법뿐이다!’
어떤 무기든 발사와 발사 사이에는 간격이 존재한다. 그리고 그런 간격은 병기의 위력이 강할수록 길어진다.
‘아마도 와이번의 궤도에 자리 잡은 방어 병기는 함대를 섬멸시킬 수 있는 수준일 터. 위력은 주포이거나 그 이상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연사는 불가능하다고 봐야 해. 그만한 화력의 병기라면 적어도 재충전에 몇 분은 걸릴 것이다.’
그래서 아크는 생각했다.
먹잇감을 던져 주자고. 그게 바로 방금 전 ‘디바인 루인’에 의해 사라진 함대였다.
그 함대의 정체는 폐선! A-001에 나포되어 있던 적함이나 수리가 불가능할 정도로 파괴된 아군의 전함이었다.
물론 그런 전함을 끌고 정규 항로도 아닌 이면세계를 돌파하기는 무리. 이에 아크는 일단 정규 항로까지 앵커로 묶은 전함을 끌고 이동. 워프 게이트를 열어 강제로 밖으로 밀어낸 뒤에 바로 와이번의 후방으로 이동해 온 것이다.
‘일단 여기까지는 계획대로다.’
그러나 적의 방어 병기는 상상 이상이었다.
‘아무리 폐선이라지만 일격에 흔적도 남기지 않고 증발시키다니…….’
그러나 놀라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이미 놈들도 우리 존재를 알고 있다. 머뭇거리다가는 우리도 저 꼴이 된다. 다크스타가 다시 공격을 준비하기 전에 와이번의 대기권 안으로 돌입해야 한다!’
“서둘러라! 전 함대, 돌진!”
-아! 그렇지!
-전속 항진하라!
콰아아아! 콰아아아! 콰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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