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676)
아크 더 레전드-676화(676/875)
[676] space 1. 컴뱃 폼 워리어 (1)콰콰콰콰! 콰쾅-!
연이어 터져 나오는 굉음과 화염.
다크스타를 돌파하고 쾌속 진격으로 강습해 온 아크 함대! 그리고 신의 군대의 전략 기지 와이번! 양 진영의 전투는 시작과 동시에 총력전으로 전개되고 있었다.
당연하다. 이번 전투는 은하연방과 신의 군대를 합하면 삼사천 척에 달하는 전함이 동원된 작전이다. 그리고 현재 와이번의 좌우에서 격렬한 전투를 벌이고 있겠지만, 승패가 결정되는 곳은 바로 여기!
와이번이다.
그건 아크 함대도, 와이번의 적군도 알고 있다.
당연히 전투에 임하는 각오부터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
전황만 봐도 알 수 있었다.
퍼펑! 콰콰콰콰!
와이번의 대공 사격에 불길을 일으키며 추락하는 전함.
보통은 이 시점에서 그 전함은 아웃이다. 그러나 전함은 연쇄 폭발을 일으키면서도 기수를 돌려 와이번을 향해 돌진하는 육탄공격을 감행했다.
그야말로 필사적!
그런 상황은 지상도 마찬가지였다.
포격전으로 와이번을 함락시키기 힘들다는 아크의 판단에 의해 투입된 육전부대―라고 해도 따로 편성된 부대는 아니지만―! 이에 와이번도 육전부대를 출격시켰고, 상공의 포격전과 별도로 지상에서도 치열한 전투가 전개되었다.
그리고 여기!
정확한 숫자조차 파악하기 힘들 정도로 많은 적과 아군이 뒤엉켜 싸우는 난전 중에서도 눈에 확 들어오는 활약을 펼치는 전사가 있었다.
그 남자는 바로…….
“RPG!”
“모두 내 뒤로 물러나라!”
위험을 알리는 고함이 울리자 한 사내가 지체 없이 뛰어나가며 소리쳤다. 포탄이 날아든 것은 그 직후였다.
퍼펑!
“명중이다!”
확 뿜어져 나오는 불길에 적 중화기병이 쾌재를 불렀다.
그러나 그 웃음은 순식간에 당혹감으로 바뀌었다. 흩어지는 불길 속에서 떠오르는 것은 기대했던 대로, 박살 난 적군의 시체가 아니었다.
방패! 거대한 타워실드!
“방패? 말도 안 돼! 방패로 RPG를…….”
“맞아, 저놈이다! 아까부터 번번이 우리의 공격을 끊어 대던 놈이야. 분명 놈이 적의 지휘관이다. 집중사격이다! 우리가 놈을 잡는다!”
“전원 사격!”
투투투투! 투투투투!
이어지는 적 소대의 집중사격!
그와 함께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오는 수류탄!
이게 방패병을 상대하기에 가장 좋은 전법이다. 방패 뒤에 몸을 숨긴 병사는 미처 머리 위로 날아오는 수류탄을 발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펑! 대부분 이유도 모르고 박살 나기 마련이다.
그러나 수류탄이 방패 뒤로 넘어가는 순간!
“굉차轟車!”
쿠콰콰콰! 쿠콰콰콰!
거대한 타워실드가 수직으로 세워진 상태로 굉음을 일으키며 돌진해 왔다.
물론 이건 그리 드문 일은 아니다. 아니, 사실 이게 방패병의 유일한 전법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러니 새삼 놀랄 이유도 없지만, 문제는 속도였다.
육중한 중갑에 더 육중한 타워실드를 들고 있는 사람이라고는 상상할 수 없는 속도!
거대한 방패의 하단이 지면을 긁으며 돌진해 오는 장면은, 전차가 최고 시속으로 돌진해 오는 장면을 연상시킬 정도였다. 아니, 실제로 전차와 다름없었다.
“뭐…… 헉! 피, 피해라!”
콰쾅-!
그대로 돌진해 들이받는 방패!
순간 한데 뭉쳐 사격하던 총기병들이 볼링 핀처럼 사방으로 튕겨 날아갔다. 그러자 뒤에서 RPG를 장전하던 중화기병이 화들짝 놀라며 권총을 뽑아 들었다.
그러나 사내의 움직임이 좀 더 빨랐다.
“늦었어!”
중화기병의 몸을 내리치는 방패!
방패라고는 하지만 실체는 수십 킬로그램의 쇳덩어리!
그런 방패로 찍힌 중화기병은 그야말로 비명을 터뜨릴 새도 없이 얼굴이 박살 나며 널브러졌다.
이것만으로도 18금으로 분류해야 할 정도로 끔찍한 장면이었지만 사내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당연하다. 얼굴은 뭉개져도 아직 생명력은 남아 있으니까. 그리하여 이미 뭉개진 중화기병의 얼굴을 쾅! 쾅! 쾅!
“저, 저 잔인한 놈…….”
몸을 일으키던 총기병들이 아연실색한 표정으로 떠듬거렸다. 뭐 방금 전까지 기관총을 난사하고 수류탄을 던져 대던 놈들이 할 말은 아니지만 어쨌든!
“쏴, 쏴라!”
“놈은 혼자다! 포위해서 사격하면 막지 못해!”
소대장으로 보이는 사내의 명령에 총기병들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막강한 방어력을 가진 방패라도 막을 수 있는 방향은 한쪽. 포위를 당하는 순간 방패병은 단순한 전사. 아니, 그보다 못한 존재가 되어 버릴 수밖에 없었다.
“방금 전에도 그렇고, 제법 방패병을 많이 상대해 본 모양이군. 하지만 같은 방패병이라도 급이 있다는 것을 보여 주지. 기동 모드!”
사내가 양손으로 방패를 움켜쥐며 소리쳤다.
그러자 타워실드가 반으로 갈라지더니 양 팔목에 장착되었다. 팔목에 장착하는 방패처럼. 그러나 이건 단순히 방어만을 위한 방패가 아니었다.
“패 죽여 주마!”
사내가 이를 드러내며 살기 어린 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돌진! 이에 황망한 눈으로 바라보던 총기병들이 퍼뜩 정신을 차리고 총격을 뿜었다.
그러나 사내는 방패병이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빨랐다. 그리고 팔목에 장착된 방패로 급소를 방어하며 질주한 사내가 총기병의 앞에 도달하는 순간!
콰직! 펑-!
총기병의 얼굴에 박히는 주먹! 아니, 방패!
그리고 그 한 방으로 싸움은 끝난 것이나 다름없었다.
방패병은 대부분의 스킬이 방어에 집중되어 있어 이렇다 할 공격 기술이 없다. 대신 이를 보완할 수 있는 것이 바로 방패를 이용한 타격이다.
방패로 적을 타격하면 딱히 스킬을 사용하지 않아도 높은 확률로 ‘경직’이나 ‘기절’ 따위의 상태 이상 효과가 발동되는 것이다. 사내는 그런 방패를 아예 양손에 장착하고 총기병을 두들겨 대고 있었다.
덕분에 최초의 일격에 ‘기절’! 의식을 잃은 채 얻어맞았다. 그러나 그편이 나았다. ‘기절’에서 깨어날 때쯤 다시 ‘경직’ 상태가 되어 의식이 있는 상태로 얻어맞아야 했으니까.
그리하여 제대로 싸워 보지도 못하고 DIE!
“다음은 너다!”
선언한 대로 1명을 ‘패 죽인’ 사내는 바로 다른 총기병을 향해 돌진했다.
물론 총기병들도 얌전히 맞아 죽을 생각은 없었다.
나름 총격을 가하고 수류탄도 던져 보았다. 그러나 사내는 한결 가벼워진 방패를 휘둘러 대부분의 공격을 막아 내며 접근해 무지막지한 폭력을 휘둘렀다. 그리고 순식간에 피 떡으로 변한 총기병이 4명!
1개 소대가 단 1명에게 전멸당한 것이다.
그것도 방패병에게!
“뭐 이런 놈이…… 아, 안 돼! 저런 몰골로 죽을 수는 없어!”
상상도 못 했던 장면에 마지막 남은 총기병이 사색이 되어 웅얼거렸다. 그리고 피 떡이 된 동료들의 시체를 둘러보다가 비명 같은 고함을 질러 대며 도망치기 시작했다.
이에 사내가 가소로운 표정으로 몸을 돌릴 때였다.
투투투투! 투투투투!
“커헉!”
총성이 울리더니 총기병이 비명을 터뜨리며 바닥을 굴렀다. 그리고 생각지도 못했던 총격에 시선을 돌리는 순간, 다시 총성이 울리며 헤드샷! 헤드샷! 헤드샷! 헤드샷!
이마에 수십 개의 탄환이 박히며 즉사했다.
그러자 사내가 눈살을 찌푸리며 고개를 돌렸다.
“쓸데없는 참견을…….”
투투투투! 투투투투! 투투투투!
그때 또다시 총성이 울리며 사내의 발치에 글자가 새겨졌다.
-도망가는 놈을 보면 쏘고 싶은 충동을 참기 힘들어서 말이지.
“……변태냐?”
사내가 어이없는 표정으로 뒤에서 두 자루의 경기관총을 들고 있는 남자를 바라보았다.
이 남자의 히터. 과거 타투인에서 아크가 조직한 의용군의 2군장을 맡은 경력이 있는 유저였다. 그리고 그를 째리는 방패의 사내는 바로 1군장 출신의 아사드였다.
-사람을 저렇게 만들어 놓은 네가 할 말이냐?
히터가 주위의 피 떡을 둘러보며 말했다.
기관총으로.
“그거야 어쩔 수 없는 거잖아. 사실 나도 찜찜하다고. 하지만 이런 방식이 아니면 방패병이 무슨 수로 여러 명의 총기병과 싸워? 이건 직업 특성상 불가항력이이야.”
-그리 와 닿지 않는 변명이지만…….
-그보다 너, 너무 무리하고 있는 거 아니냐?
“흥! 무리는 무슨…….”
아사드가 콧방귀를 뀌며 웅얼거렸다.
그러나 맞다. 지금 아사드는 꽤 무리하고 있었다.
본래 부대에서 방패병의 역할은 지원, 직접 전투를 하기보다는 전체 전황을 살피며 아군을 보호하는 것이 주 임무다.
대부분의 파티에서 탱커가 리더를 맡는 이유가 그것. 아사드가 ‘월 메이커Wall-Maker’라는 방패병 계열의 직업을 택한 이유가 그것이다.
리더가 되고 싶으니까. 다시 말해…….
‘난 다름 사람에게 인정받는 재미로 게임을 하는 거란 말이야!’
아사드는 튀고 싶어 하는 인간이라는 말이다.
그리고 아사드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이미지는 굳이 나서서 설치지 않아도 모두에게 인정받는, 그저 묵묵히 앉아 있어도 모두가 리더로 추천하는 전사였다.
그리고 의용군에서는 그게 되었다. 비록 대장은 아니지만 바로 밑의 1군장, 그것도 자청해서 맡은 것이 아니라 유저들의 추천으로 ‘본의 아니게’ 맡게 된 자리였다.
바로 이런 것이 아사드의 보람!
그런데 A-001에 온 뒤로는 뭐 하나 제대로 되는 일이 없었다. 뿐만 아니라 얼마 전에는 이얀에게 이용만 당하고 버려지기까지 했다.
그리고 아크와 이얀의 다툼이 화제가 되며 덩달아 아사드의 과거(?)도 A-001의 유저들 사이에 쫙 퍼져 있었다.
그가 과거 의용군의 1군장이었다는, 그런데 변변치 못하다는, 뭐 그런 식으로 말이다.
당연히 아사드로서는 참기 힘든 일!
‘이대로는 안 돼! 이대로라면 이제 내 이미지는 그냥 이얀에게 이용당하고 버려진 찌질한 유저로 굳어진다. 그 전에 뭔가 해야 해! 한 방에 이미지를 회복할 뭔가를!’
때문에 아사드는 내내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고.
‘기회가 왔다!’
마침내 기다리던 무대가 갖춰졌다.
그게 바로 이곳! 와이번 공략 작전이다.
게임의 핵심은 뭐니 뭐니 해도 전투! 유저를 평가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는 것도 바로 전투 실력이다.
의용군 시절 아사드가 1군장이 될 수 있었던 이유도 그것!
쿠림 투기장에서 10연승을 거둬 ‘챔피온’ 칭호를 받은 명성 덕분이었다.
‘그래, 보여 주자! 내가 어떤 유저인지! 말로 떠들 필요 없이 직접 보여 주는 거다! 내가 얼마나 대단한 놈인지! 지금 함대의 부대장 역할은 아크 대장과 함께 온 사람들이 맡고 있지만, 아직 공식적인 건 아니야. 하지만 함대가 커지고 있으니 조만간 부대장을 뽑겠지.’
그 부대장이 결정되는 장소가 여기!
조만간이라면 역시 이번 전투에서의 활약성에 따라 결정되리라.
‘일단 부대장 자리부터 차지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함대원들에게 자신의 실력을 각인시키지 않으면 안 된다.
그게 아사드가 무리를 하는 이유.
방패병의 역할에 충실해도 아사드의 실력이라면 충분히 실적을 올릴 수 있지만, 찌질한 유저 이미지를 벗기 위해서는 보다 확실한 ‘그림’이 필요한 것이다. 방금 전처럼 홀로 적 소대원들을 피 떡으로 만들어 버리는 압도적인 그림이!
……효과가 있었다.
“뭐, 뭐야? 저 녀석은?”
“몰랐어? 아사드라는 녀석이잖아.”
“아사드? 아사드라면 이얀에게 버림받고 우리 함대로 들어오게 됐다는 유저? 그런데 그 유저가 저렇게 셌어? 완전 장난 아니잖아.”
“그러게. 나도 방패병이 저렇게 싸우는 건 처음 봐. 전에 의용군의 1군장이었다는 말은 들었지만 그때는 아크 함대장과 아는 사이라 그런 거라고 생각했는데…….”
주위에서 간간이 들려오는 함대원들의 목소리!
아사드가 보여 준 압도적인―그리고 잔인한― 장면에 함대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었다.
뭐 그런 그림을 만드느라 몸 여기저기에 총알구멍이 생겼지만,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다. 그리고 그런 것을 신경 쓸 때도 아니었다.
‘이제부터가 중요하다!’
다시 말해 지금까지는 관심을 집중시키기 위한 싸움이었다면, 이제부터는 자신의 강함을 각인시키기 위한 싸움!
이전보다 강렬한 장면이 필요한 것이다.
‘자신 있어! 타투인 전투 이후, 나도 놀고 있었던 게 아니야. 함대전에서는 발휘할 기회가 없었지만 그사이에 기동 모드 같은 비기를 서너 개나 익혀 뒀다고! 두고 봐라. 함대원들은 물론 아크 대장도 깜짝 놀라게 만들어 줄 테니. 그래, 이번 전투의 주인공은 다른 누구도, 심지어 아크 대장도 아니다. 바로 내가 될 것이다!’
투투투투!
-쯧쯧, 무슨 생각을 하는지 뻔히 보이는군.
그때 히터가 혀를 차며―총으로― 말했다.
“알면 이제 쓸데없는 참견은 하지 마.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는 것처럼 보이면 평가가 떨어질 수밖에 없잖아.”
-어련하겠냐?
“발키리다!”
그때 전방에서 고함이 들려왔다.
이에 히터와 아사드가 고개를 돌리자 적 기지에서 10여 기의 비행체가 나오는 장면이 보였다.
저공비행을 하며 기관포를 뿜어내는 헬리콥터 같은 비행체는 1인승 전투 헬기 발키리!
“젠장, 하필이면…….”
아사드가 입술을 일그러뜨리며 웅얼거렸다.
등장과 동시에 아군에게 엄청난 피해를 입히는 발키리!
그런 발키리를 격추시키면 함대원들에게 확실한 존재감을 심어 줄 수 있으리라. 그러나 발키리는 비행체다. 승룡권이라도 사용하지 않는 이상 주먹이 닿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뭐…… 어차피 발키리가 상대라면 부대 단위로…….’
“저, 저것 좀 봐!”
그때 또다시 전방에서 소란이 일었다.
동시에 발키리가 날뛰는 상공으로 솟아오르는 악마!
뒤이어 악마가 양손으로 기관포처럼 시커먼 구체를 뿜어내 발키리를 격추시키는 장면이 눈에 들어왔다.
대체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알 수 없었지만.
“뭐, 뭐야, 저게?”
아사드는 본능적으로 위기감을 느꼈다.
악마의 정체가 뭔지는 모르지만 일단 발키리를 공격한다. 아군이라는 말이다.
문제는 그 아군에 함대원들의 관심이 완전히 집중되어 있다는 것! 게다가 10여 기의 발키리와 공중전을 펼치는, 아사드와는 비교도 안 되는 장면을 보여 주고 있는 것이다.
‘이래서야 방금 전에 내가 활약한 장면 같은 것은…….’
함대원들의 머릿속에 남아 있지도 않으리라.
그러나 그것도 잠시, 아사드는 이내 고개를 저었다.
‘아니지. 저게 뭐든 스킬 같은 거라면 그리 오래 가지는 않을 거야. 전투는 이제 막 시작되었다. 내가 활약할 기회는 많아. 그리고 악마가 사라지면 다시 내게 관심이 집중될 거다. 아니, 집중할 수밖에 없게 만들어 주마!’
아사드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였다.
푸화아아아아!
악마가 공중전을 펼치는 전장의 아래에서 갑자기 빛이 뿜어져 올라왔다.
그와 함께 수십 개의 광채가 솟아올라 마치 별자리와 같은 형태로 늘어섰다. 그리고 그 위로 흐릿한 영상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번쩍이는 검을 움켜쥐고 미지의 적을 향해 당장이라도 돌진할 것처럼 전의를 불태우는 전사의 형상이었다.
이 형상의 정체는 바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