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68)
아크 더 레전드-68화(68/875)
[68] SPACE 7. 진격의 무허가 별동대 (2)“준비됐습니까?”
잠시 중앙기지를 살펴보던 아크가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
그러자 클렘이 시거를 질겅거리며 거대한 라이플을 들어올렸다.
“누구에게 말하는 거냐? 우린 용병이야. 언제든 스탠바이라고.”
“저희도 준비됐습니다.”
친위대원들도 무기를 꺼내들며 대답했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겠지만 이번 작전은 속도와 은밀함이 생명입니다. 기지에서 불과 수 킬로미터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까지 연방군이 진격해왔으니 아마도 대부분의 병력이 방어작전에 동원됐을 겁니다. 하지만 기지에 병력이 전혀 없지는 않을 겁니다. 놈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최대한 은밀하게 잠입해 신속하게 페어리와 스타게이트를 처리해야합니다.”
“그러려면 일단 저쪽부터 처리해야겠군.”
클렘이 턱으로 기지 중앙에 자리잡은 망루를 가리켰다.
아크는 이미 이곳에 와본 적이 있었다. 그때 살펴본 바에 의하면 건물의 형태는 다르지만 건물의 배치는 연방군 기지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기지 중심에 사령부 건물이 있고, 그 주위에 병영이 늘어서 있는 구조였다.
‘구조가 비슷하다면 페어리나 스타게이트의 위치도 비슷하겠지.’
라마족의 스타게이트도 사령부의 지하에 만들어져 있을 가능성이 많다는 뜻이다.
따라서 아크와 별동대의 목표도 적지 중심에 자리잡고 있는 사령부. 클렘이 턱짓으로 가리킨 망루는 그 사령부 앞에 자리잡고 있었다. 사령부에 잠입하려면 필연적으로 거쳐갈 수밖에 없는 망루였다. 그 망루를 처리해야하는 이유는 하나 더 있었다.
‘라마족의 페어리다!’
망루 옆에 세워져있는 크리스털 기둥.
인터넷을 통해 몇 번 본 적이 있는 라마족의 페어리였다.
연방군 기지처럼 라마족의 페어리 역시 사령부 앞의 광장에 세워져 있는 것이다.
‘페어리를 지키고 있는 라마전사는 둘. 페어리 옆에 하나, 망루 위에 하나…….’
잠시 생각하던 아크가 클렘을 돌아보며 물었다.
“이 거리에서 저격이 가능하겠습니까?”
“가능은 하지만 은밀하게 처리한다는 조건이라면 한꺼번에 둘은 무리야.”
“그럼 됐습니다. 하나는 제가 맡죠.”
“자네 혼자?”
“여러 명이 움직이면 발각될 확률만 높아집니다.”
클렘이 덥수룩한 수염을 긁적이며 잠시 아크를 바라보았다.
그러기를 잠시, 이내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맡겨보지.”
클렘의 대답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아크는 몸을 낮추고 둔덕을 내려갔다.
중앙기지는 이전에 바이크를 훔칠 때 이미 잠입해본 경험이 있었다. 대부분의 병력이 빠져나간 상태라 오히려 그때보다 들킬 위험은 적었다. 은둔술을 발동시키고 적당한 지형지물에 몸을 숨기며 이동하자 페어리 근처까지는 어렵지 않게 올 수 있었다.
-은둔술이 발동 중입니다.
《현재 적에게 발각될 확률: 55%》
그러나 역시 망루 근처까지 접근하자 위험수치가 대폭 상승되었다.
아크가 몸을 숨기고 있던 상자 너머로 페어리 근처를 어슬렁거리는 라마전사를 바라보았다.
거리는 대략 100여 미터. 그 사이에 숨을 숨길만한 장애물은 없다.
‘하지만 시간을 끌어서 좋을 게 없다!’
아크는 조용히 임팩트 블레이드를 꺼내들고 호흡을 가다듬었다.
그리고 라마전사가 반대방향으로 몸을 돌리는 순간!
‘지금이다!’
단숨에 상자를 뛰어넘어 라마전사를 향해 내달렸다.
그러나 50여 미터를 뛰어가기도 전에 망루 위의 라마전사가 반응했다.
[엇? 누, 누구?]라마전사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머리가 튕기듯 돌아갔다.
라마전사가 비틀거리며 난간을 움켜쥐었다. 그리고 고개를 들어올리는 순간, 연이어 머리가 두 번이나 덜컥거리며 흔들리더니 맥없이 허물어지며 난간 아래로 떨어졌다.
갑자기 망루 위에서 동료가 떨어지자 페어리 주변을 순찰하던 라마전사가 움찔하며 몸을 돌려세웠다. 그가 어둠 속을 질주하며 다가오는 아크를 발견한 건 그때였다.
[치, 침입…… 합!]그러나 목소리는 이어지지 못했다.
거리를 좁힌 아크의 손이 쑤셔 박히듯 그의 입을 틀어막았다.
이어 무릎 뒤쪽에 하단차기를 먹여 쓰러뜨리고 놈의 목에 칼날을 쑤셔 박았다.
치명타가 터지며 라마전사의 생명력이 쫙 빠져나갔지만 그것만으로 숨통을 끊어놓기에는 부족했다. 물론 이대로 싸워도 넉넉하게 이기겠지만 그럴 시간 따위는 없었다.
“기갑무장!”
아크는 곧바로 배틀슈트를 불러냈다.
그리고 라마전사의 목에 박혀있는 검을 놓고 주먹을 내뿜었다.
“18연타!”
투콰콰콰콰콰콰콰!
마나 100%상태에서 펼쳐진 하이퍼 드론의 필살기 18연타!
고레벨을 전사들은 연방군과의 전투에 동원되어 보초를 서던 라마전사의 레벨은 30밖에 되지 않았다. 그런 상대에게는 과분한 스킬이었지만 스킬이란 필요할 때 필요한 곳에 사용해야 최상의 효과를 얻을 수 있는 법. 신속정확, 확실하게 숨통을 끊는데는 이만한 스킬이 없었다. 주먹이 꽂힐 때마다 라마전사는 갓 잡아 올린 생선처럼 펄떡거렸지만 목에 검이 박혀있어 비명조차 지르지 못했다. 그리고 15발 째의 주먹이 가슴에 박혔을 때!
-공적치 +40
피떡으로 변한 라마전사가 축 늘어졌다.
‘휴, 일단 첫 번째 관문은 통과다.’
배틀슈트가 벗겨진 아크가 참았던 숨을 불어내며 놈의 목에서 검을 뽑았다.
그리고 슬쩍 고개를 돌려 기괴한 자세로 바닥에 처박혀있는 라마전사를 바라보았다. 페어리로 달려올 때 망루 위에서 떨어졌던 라마전사였다.
‘……장난 아닌데?’
아크가 라마전사의 머리에 뚫려있는 3개의 구멍을 바라보며 피식 웃었다.
굳이 말할 필요도 없지만 라마전사는 혼자 생쇼를 하다고 떨어져 죽은 게 아니었다.
둔덕 위에 대기 중인 실버핸드의 단장 클렘의 솜씨였다.
스나이퍼인 클렘이 둔덕 위에서 망루 위의 라마전사에게 헤드샷을 먹여버린 것이다.
그러나 라마전사가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시체가 되어버린 것은 클렘의 솜씨만은 아니었다. 일반 FPS게임이라면 헤드샷으로 적군을 한 방에 처리할 수도 있겠지만, 갤럭시안은 RPG. 어지간히 레벨 차이가 나지 않는 한 스나이퍼의 헤드샷으로 원 샷 원 킬은 어려웠다.
게다가 스나이퍼 라이플은 연사속도가 가장 느린 총기.
그런 총기로 방금 전처럼 3연속 헤드샷이 가능했던 이유는 별동대에는 클렘 외에도 2명의 스나이퍼가 있기 때문이었다. 바로 친위대원 칼리벤과 베럴이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 거리에서의 저격 성공률은 50%도 되지 않았는데…….’
피라미드에서의 사냥으로 친위대원들이 얻은 것은 단순한 경험치만이 아니었다.
굳이 말할 필요도 없지만 경험 많은 용병, 실버핸드는 친위대원들보다 전투능력이 뛰어났다.
또한 직업 별로 특화된 전문기술의 숙련도도 친위대원에게 비할 바가 아니었다. 피라미드에서의 전투로 그런 두 그룹의 격차를 실감한 아크는 이게 기회임을 깨달았다.
‘새로운 스킬을 배우는 것은 하루 이틀만에 가능한 게 아니야. 하지만 그보다 숙련된 전사의 가르침을 받을 수 있다면 관련 스킬의 숙련도를 빠르게 올릴 수 있다!’
그렇게 생각한 아크는 별동대를 직업군으로 나누어 짝을 지어줬다.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실버핸드는 이미 친위대원들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는 상태.
같은 계열의 스킬을 가진 대원끼리 짝을 지어주자 실버핸드 대원들은 틈틈이 총기사용법이나 단검술 따위를 가르쳤고, 덕분에 친위대원들은 경험치보다 숙련도가 더 많이 올라갔다.
그 중 가장 많은 발전을 보인 것이 클렘에게 배운 칼리벤과 베럴이었다.
옆에서 보기 민망할 정도로 빡세게 훈련받은 덕분에 칼리벤과 베럴도 이제 수백 미터 거리에서 적의 머리에 구멍을 뚫을 정도의 저격술을 몸에 익힌 것이다.
“재능이 있군. 잘 가르치면 이름 꽤나 날릴 스나이퍼가 되겠어.”
특히 삼지안 운가라 족 칼리벤은 클렘이 감탄할 정도의 성장을 보여주었다.
‘벌레 먹는 아크’ 사건으로 한결 충성도가 올라간 친위대원들!
그들의 성장은 아크의 성장과 다름없었다.
‘어쨌든…….’
아크는 가방에서 사각 물체를 꺼내들었다.
그리고 페어리 아랫부분에 부착하자 붉은 메시지가 떠올랐다.
-C-6을 설치했습니다.
미리 세팅된 타이머가 작동되었습니다.
《60분…… 59분 59초…… 59분 58초…….》
얼마 전에 중화기병을 쓰러뜨리고 얻은 폭탄 C-6!
원래 이 C-6은 폭발물 관련 스킬이 없으면 제대로 사용할 수 없었다.
일단 타이머 세팅이 불가능해서 설치와 동시에 폭발해 자폭하게 되는 경우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 문제도 실버핸드와 합류하자 간단하게 해결되었다. 나쿠마 사냥 때 전자기 기뢰를 사용했던 것처럼 실버핸드 대원 중에는 폭발물 전문가도 있었다.
그 대원이 미리 C-6의 타이머를 설정해준 것이다.
‘폭발까지 1시간!’
망루를 지키던 라마전사를 처리했다.
그리고 페어리에 C-6을 설치했으니 남은 일은 사령부의 스타게이트뿐!
1시간 내에 그 모든 일을 처리하고 중앙기지를 탈출하는 게 아크의 계획이었다.
‘촉박한 시간은 아니지만 어떤 변수가 있을지 모르니 서둘러야한다!’
C-6을 설치한 아크는 곧바로 사령부로 이동했다.
사령부 앞에는 이미 별동대원들이 모여있었다.
“이제 애송이라고 부를 수 없겠군.”
아크가 합류하자 클렘이 새삼스러운 눈길로 바라보며 웃었다.
“C-6이 작동했습니다. 병영 안에도 적군이 남아있을 테니 1시간 내에 기지를 탈출하려면 적어도 30분 내에 스타게이트가 있는 곳까지 가야합니다. 가능하겠습니까?”
“그건 저 녀석에게 물어봐야지. 어이, 어때?”
“거의 다 됐습니다.”
님프를 만지작거리며 대답한 사람은 헥스였다.
실버핸드에서 어택커가 처리한 나쿠마의 잔해나 주우며 돌아다니던 스케빈저 조장 헥스.
스케빈저라는 이름처럼 청소부나 다름없어 실버핸드에 있을 때 헥스가 몇 번이나 후계자가 돼달라며 사정했지만 아크는 일언지하에 거절했었다. 그러나 벨타나에서 다시 만나고 나서야 아크는 스케빈저가 그저 잡템이나 줍는 직업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때는 스케빈저가 할 일이 잡템을 줍는 일밖에 없었을 뿐이었다.
실제 헥스는 실버핸드에서 아크가 생각했던 것보다 많은 일을 하고 있었는데…….
“대장, 스캔이 끝났습니다.”
헥스가 씨익 웃으며 고개를 들어올렸다.
동시에 헥스의 님프에서 복잡한 구조의 입체지도가 떠올랐다.
바로 라마족 사령부 내부의 지도! 이게 스케빈저 헥스의 능력이었다.
원래 스케빈저는 개척자를 보조해주는 직업으로 아이템 수집은 기본, 미확인 아이템 감별이나 필요한 부품만 주어지면 장비의 수리와 업그레이드가 가능할 뿐만 아니라 지금처럼 새로운 개척지나 던전, 건물의 내부지형을 파악할 수 있는 기술을 사용하는 직업이었다.
뭐 그래도 헥스의 후계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지만…….
‘그래도 모험에 엄청 도움이 되는 직업은 분명해!’
그래서 아크는 헥스의 소원을 들어주었다.
“어때, 이제 좀 요령을 알겠냐?”
“네, 약간.”
“후후후, 똘똘한 녀석.”
헥스가 흐뭇한 표정으로 헤겔의 맨질맨질한 머리를 쓰다듬었다.
아크는 후계자에 목말라하는 헥스에게 헤겔을 붙여준 것이다. 헤겔은 전투 능력은 전무하지만 몸의 3분의 1이 머리통인 그레이 족 답게 날아오는 미사일의 궤도를 순식간에 계산해낼 정도로 영리한 외계인이었다. 덕분에 헥스도 헤겔을 꽤나 마음에 들어하는 눈치였다.
‘다시 생각해봐도 탁월한 선택이었어.’
끈덕지게 달라붙는 헥스를 떼어내면서 갖고 싶은 스킬을 충성도 만땅의 부하에게 붙여주는 묘책! 이전게임에서 소환수를 성장시켜본 아크에게 이 정도는 기본이었다.
“수고했네. 데이터를 대원들의 님프로 전송해주게.”
“알겠습니다.”
헥스가 님프를 조작하자 모든 대원의 님프에 사령부의 지도가 등록되었다.
“자, 이제 시작해보자. 들은 대로 제한 시간은 30분이다. 화염탄이든 빙결탄이든 아끼지 말고 팍팍 써도 좋다. 스타게이트만 파괴하면 승리의 주역은 우리다. 총알 값 정도는 얼마든지 연방정부에서 뜯어낼 수 있으니까 이럴 때 원 없이 써보는 거다!”
“멋지십니다!”
철컥, 철컥, 철컥, 철컥!
별동대원들이 환호성을 터뜨리며 일제히 총기를 장전했다.
사령부 내부로 들어왔으니 이제 어지간한 소음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제 남은 것은 속도전!
“돌격!”
별동대원들이 사령부로 뛰어들어갔다.
사령부 내부는 수십 개의 통로가 복잡하게 얽혀 있었다. 그러나 헥스가 전송해준 지도 덕분에 길을 헤맬 이유가 없었다. 님프 위에 떠있는 입체 지도의 가장 아랫부분, 커다란 지하공간이 스타게이트가 있는 곳이리라. 아크와 별동대원들은 지도에 표시된 목표지점을 향해 질풍처럼 돌격했다. 도중에 몇 몇 라마전사와 마주쳤지만 그 역시 문제되지 않았다.
[헉! 네, 네놈들은……?]투투투투! 투투투투! 투투투투!
나타나기가 무섭게 불을 뿜어대는 30개의 총기!
라마전사는 대사 한 줄을 내뱉기도 전에 벌집이 되어 쓰러졌다.
그야말로 속전속결! 한 두 명의 라마전사는 별동대의 걸음조차 늦추지 못했다.
“피핀, 주피터, 100미터 간격으로 C-6을 설치해라. 간만에 화끈하게 가자고!”
“알겠습니다.”
클렘의 명령에 2명의 대원이 모퉁이마다 C-6을 설치하며 뒤따랐다.
-C-6을 설치되었습니다.
미리 세팅된 타이머가 작동되었습니다.
《50분…… 49분 59초…… 49분 58초…….》
-C-6을 설치되었습니다.
미리 세팅된 타이머가 작동되었습니다.
《40분…… 39분 59초…… 39분 58초…….》
그때마다 아크의 눈앞에도 C-6의 타이머가 떠올랐다.
아크가 페어리에 부착한 C-6의 타이머 세팅은 1시간. 그러나 대원들이 부착하는 C-6에 세팅시킨 시간은 50분, 40분…… 점점 줄어들었다. 아크가 부착한 C-6과 동시에 폭파시키기 위해 시간이 경과될수록 폭파시간을 짧게 세팅하고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그만큼 시간이 지나고 있다는 뜻이었다.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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