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694)
아크 더 레전드-694화(694/875)
[694] space 7. 그 남자 A! 그리고 B! (2)기기기기! 기기기기!
기음을 울리며 어둠 속에서 떠오르는 붉은 눈동자! 말할 것도 없이 몬스터였다.
여기서 잠시 설명하자면, 김부장과 감사단은 이제 막 게임을 시작한 유저들이었다. 물론 튜토리얼에 해당하는 R-14 같은 곳을 거쳤지만 이제 겨우 레벨 10!
반면 그들 앞에 나타난 몬스터는 레벨 150대!
그것도 칼날 같은 앞발로 사냥감을 난도질해 잡아먹는 위험도 A의 흉악한 몬스터 언더킬러였다.
기껏해야 우주 벌레나 상대해 봤던 김부장과 감사단은 어둠 속에서 등장하는 언더킬러와 동시에 패닉!
“오, 주여!”
털썩 주저앉았다.
“젠장, 결국 몬스터 라이드가 꺼진 건가?”
“모두 저희 뒤로 물러나십시오!”
그때 두 남자가 감사단 앞으로 뛰어나가며 소리쳤다.
어느새 방패와 검을 들고 있는 A와 B! 그렇다. 이들은 과거 상인, 그리고 그게 적성에 맞는 유저들이었지만 웬일인지 갤럭시안에서는 전사! 그것도 ‘의외로’ 고레벨의 전사였다.
“B, 뒤를 맡아라!”
퍼펑! 카칵! 카카카카카!
“감사단분들은 건드리지 못한다!”
텅! 콰콱! 우드득!
어두운 동굴 속에서 벌어지는 전사와 거대 몬스터의 혈투!
A와 B는 방패로 쏟아지는 언더킬러의 앞발을 막으며 쉬지 않고 검격을 퍼부었다.
물론 아크 같은 전사의 눈으로 보면 어설프기 짝이 없는 전투였다. 그러나 이를 지켜보는 김부장과 감사단은 이제 레벨 10.
‘풋내기 냄새가 풀풀 풍겨 좀 무시하고 있었는데…….’
그들의 눈에는 전설에서나 등장하는 역대급 전투로 보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연신 감탄사를 터뜨리는 사이 장장 20여 분의 사투를 끝에 3마리의 언더킬러를 쓰러뜨린 A와 B가 돌아왔다.
“헉헉헉, 이제 안심하셔도 됩니다. 모두 해치웠습니다.”
“사, 상처가…….”
김부장이 침을 꿀꺽 삼키며 A의 상체를 뒤덮은 상처를 바라보았다.
벌어진 아머 사이로 아직도 붉은 피가 뚝뚝 떨어지는 상처! 보는 것만으로도 욱신거리는 기분이다. 그러나 A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표정으로 웃으며 말했다.
“이런 건 아무것도 아닙니다.”
“네, 말씀드렸지 않습니까? 목숨을 걸고 여러분을 지키겠다고.”
“음…….”
감사단은 할 말을 잃었다.
김부장도 알고 있었다, A와 B가 왜 이렇게까지 감사단을 챙기는지. 때문에 처음부터 살살거리는 태도에 되레 괘씸하다는 생각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건 아니다.
자신들을 지키기 위해 부상까지 마다 않는 A와 B! 그들도 이런 경험은 해 본 적이 없는 것이다.
그때 A가 활달하게 웃으며 말했다.
“어쨌든 이건 우리에게 나쁜 일은 아닙니다.”
“무슨 말인가?”
“제가 들은 바로는 몬스터 라이드를 설치할 때 이곳의 언더킬러는 거의 전멸시켰다고 들었습니다. 물론 숨어 있다가 몬스터 라이드 효과가 끝나 나온 것일지도 모르지만, 외부에서 들어온 놈일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다른 출구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말이군.”
“네, 하지만 이대로는 너무 위험합니다. 몬스터 라이드 효과가 끝났다면 언더킬러는 더 늘어날 겁니다. 이번에는 어찌어찌 막았지만 만약 언더킬러 무리에 포위라도 당하면 우리만으로 여러분을 지켜 드릴 수 있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그럼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
“일단 좀 전에 무너진 동굴로 돌아가죠.”
“네, 그게 좋겠습니다. 그곳은 한쪽이 막혀 있으니 적어도 포위될 걱정은 없습니다. 그러니 우리 중 1명이 지키고 다른 1명이 출구를 찾는 방법이 좋겠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두 분의 부담이…….”
“저희는 괜찮습니다.”
A와 B가 빙긋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피투성이의 모습으로!
어쨌든 김부장의 생각으로도 현재로서는 그게 최선이었다. 그리하여 A와 B를 따라 다시 막힌 동굴로 향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감사단은 새로운 문제에 봉착했다.
꼬르르르~.
바로 식량 문제다. 이제 막 우주로 나온 레벨 10짜리들이 식량을 넉넉하게 챙기고 다닐 리가 없었다. 그리고 아직 출구는. 아니, 그런 게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 상황!
‘……이런 곳에서 굶어 죽는 건가?’
“이걸 드십시오.”
그때 수색을 나갔던 A가 돌아오며 뭔가를 내밀었다.
말라비틀어진 우주 식량이었다.
“이, 이건?”
“주위를 수색하다가 몇 개 주웠습니다. 아마도 이전에 들어온 전투원들이 전투 중에 떨군 것 같습니다. 몇 개 되지는 않지만 급한 대로 요기는 할 수 있을 겁니다.”
“당신은…….”
“저는 여러분보다 레벨이 높습니다. 좀 더 버틸 수 있습니다.”
‘이 바보 같은 친구…… 그럴 리가 없지 않나!’
김부장의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만복도는 레벨과 상관없다. 레벨이 높아도 만복도가 줄어드는 속도는 똑같은 것이다. 아니, A와 B는 전투까지 하니 김부장보다 몇 배는 더 빨리 줄어들고 있으리라.
그럼에도 A와 B가 버티고 있는 이유는…….
“윽! 크…….”
“소리 내지 마! 들리겠어!”
식량을 넘겨주고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숙덕거리는 A, B.
그 주위에는 괴상하게 생긴 이끼나 버섯 따위가 흩어져 있었다. 안전한 우주 식량을 감사단에 주고 본인들은 독을 품은 미확인 식물로 배를 채우고 있는 것이다.
레벨이 높으니까! 어지간한 독으로는 죽지 않으니까! 배가 뒤틀리는 고통을 참으며!
“그래도 처음보다는 먹을 만해.”
“음, 어찌 됐든 저분들은 이큘러스를 찾아 준 손님이다. 이큘러스의 관리자로서 저분들을 지키는 것은 무엇보다 우선하는 사명. 그 사명을 완수하기 전에는 죽을 수 없어.”
“버티자! 버텨야 해!”
‘우리를 지키기 위해 저렇게까지 한다는 말인가……!’
김부장은 감동했다.
사실 김부장은 캐릭터 같은 것은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그는 ‘어떤 분’의 특명을 받아 필요에 의해 갤럭시안에 접속했을 뿐이다. 그러니 캐릭터가 죽는 것 따위, 죽어도 어차피 부활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했다.
아니, 이곳에 갇혔을 때.
‘그냥 자살해 버릴까?’
채 1시간도 되지 않아 이런 생각을 했다.
관심도 없는 캐릭터보다 이큘러스의 감사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아니다. 그렇다고 갑자기 캐릭터에 애정이 생긴 것은 아니다.
다만!
‘회장님의 특명을 받고 들어온 나에게는 무엇보다 감사가 중요하다. 하지만 저렇게까지 하며 우리를 지키는 사람 앞에서 어찌 죽겠다는 말을 할 수 있단 말인가!’
김부장도 사나이!
“일단 오늘은 늦었으니 주무십시오. 이전 병력이 버린 식량이 좀 더 있을 것 같지만 확신할 수는 없으니 만복도 감소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틈틈이 자 두는 편이 좋습니다. 그사이에 저는 좀 더 주위를 살펴보겠습니다.”
“음, 부탁합니다.”
김부장은 치솟는 눈물을 삼키며 대답했다.
그리고 감사단과 함께 누워 잠을 청하며 어금니를 물었다.
‘이런 사나이들의 인정을 무시할 수는 없다. 그러니 살아야 한다! 지금 내가 이들의 노력에 보답할 수 있는 방법은 오직 그것밖에 없다. 그러니 살아야 한다!’
그리고 이들이 모두 잠―접속 종료―들었을 때!
“푸하! 배고파 죽는 줄 알았네.”
-여기 있습니다.
“음! 땡큐!”
우적우적! 우적우적!
A와 교대해 나온 B는 문어가 건네주는 ‘문어 바’를 꾸역꾸역 집어삼키고 있었다.
이게 무슨 말이냐 하면, A와 B가 감사단을 데리고 이 던전으로 향하기 직전, 사실은 컨트롤 센터 앞에 집합해 있던 자렌족에게 한 말이 있었다.
-우리가 들어가면 10분 뒤에 출구를 폭파시켜라!
……이거다.
당연히! 그동안 멀쩡하던 동굴이 하필 지금, 딱 맞춰 무너질 리가 없었다. 폭파시킨 것이다. C-6으로! A와 B의 밀명을 받은 자렌족이!
이유는 바로…….
‘계약서에 적혀 있던 특별 감사 실시 조건은 개발 이후 3개월이 지나고, 10%의 수익을 올리지 못했을 경우다. 이 두 가지 조건 중 하나만 맞지 않아도 감사를 할 수 없어. 그리고 현재 이큘러스의 수익률은 7%!’
감사가 시작되기 전에 나머지 3%를 채우면 취소시킬 수 있다는 말이다.
그게 A와 B가 동굴을 폭파시킨 이유!
‘아직 감사는 정식으로 시작되지 않았다. 그러니 감사단을 던전에 가둬 놓고 그사이에 3%의 수익을 채우면 되는 거야!’
그래서 A와 B가 같이 들어갔다.
그사이에 감사단이 죽기라도 하면 곤란하니까.
물론 그렇게 되면 A와 B도 같이 갇히게 된다. 그러나 A와 B에게 그런 것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삽질! T-20의 아오지 던전에서 피골이 상접할 때까지 삽을 휘둘러 대며 익힌 삽질!
A와 B는 교대로 던전을 수색하러 나와 바로 삽질! 삽질! 삽질! 김부장과 감사단이 주린 배를 움켜쥐고 있을 때 이미 밖으로 나와 ‘넘나 맛난’ 어묵바를 배 터지게 먹고 있었다.
당연히 이끼와 버섯을 먹은 것은 위장!
“휴, 맛있다!”
배를 빵빵하게 채운 B가 문어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일단 감사단은 가두었다. 하지만 우리의 싸움은 지금부터다. 너희들은 바로 자원 매장지 확보를 시작하라. 그리고 시설로 돌아가 엔지니어들에게 당분간 비상 체재로 근무하라고 전하라. 이건 이큘러스의 사활이 걸린 문제다. 가능한 한 빨리! 나머지 3%의 수익을 채워야 한다!”
-네, 관리자 님!
“자, 그럼 나는 이제…….”
문어가 뛰어가자 B가 씨익 웃으며 몸을 일으켰다.
그러자 놀라운 장면이 벌어졌다. 5개나 되는 어묵바를 혼자 먹어 치워 배는 불룩, 얼굴은 빵빵, 영양상태 만점이 되어 있던 B가 순식간에 퀭한 몰골로 변하는 것이다.
그런 극적인 변화가 가능한 이유는 ‘자기 최면’ 스킬 덕분!
-자기 최면(☆☆)] 스킬이 생성되었습니다.
《강력한 암시로 살짝 맞아도 피를 철철 흘리는 부상을 입은 것처럼, 배가 불러도 굶주림에 시달리는 것처럼 보이게 만들어 상대의 동정심을 자극하는 기술입니다.》
A와 B도 나름대로 필사적이다.
아크 밑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이런 스킬 하나쯤은 필수!
이 원숭이들도 그동안 아크 밑에서 그냥 밥만 축내며 살아온 게 아닌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 하나 더 추가하자면…….
-남을 속이려면 먼저 자신부터 속여라!
이 역시 아크에게 배운 것 중 하나!
“우우! 배, 배고파…….”
아직 동굴로 돌아가기도 전이었지만, B는 진짜 꼬르륵 소리가 흘러나오는 배를 움켜쥐고 비틀거리며 걸음을 옮겼다.
A와 B에게는 이곳이 바로 전장! 그리고 지금 그들만의 전쟁이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 * *
그때 아크는…….
‘그렇게 나오신다 이거지?’
여전히 끓어오르는 불쾌감에 치를 떨고 있었다. 그러나 그 대상은 아크의 의혹을 관리국에 제보한 아이언이 아니었다.
“……이얀!”
아크는 확신하고 있었다.
이번 일은 모두 이얀이 아이언을 조종해 꾸민 일이다.
이유는 갑자기 치솟은 아크의 평판에 위협을 느꼈기 때문이리라.
‘그렇다고는 해도 나 역시 운이 나빴어.’
누말에게 얻은 전리품이 군사정보라는 것을 이얀이 알 리가 없다.
아마도 내친김에 그냥 한번 꾹 찔러 본 것이리라. 그런데 진짜 군사정보가 툭 튀어나왔다. 이얀 입장에서는 생각지도 못한 횡재, 아크 입장에서는 날벼락이었다.
그리고 그 사건이 A-001의 유저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는 바로 확인할 수 있었다.
-18번 함대장 율리우스입니다.
일전에 부탁했던 함대 합병 건은 없던 일로 해 주십시오. 이유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럼 이만.
-25번 함대장 싸울아비요.
실망했소, 아크 공. 공은 소인의 검을 받을 자격이 없소.
-31번 함대장 어금니 꽉 물어입니다…….
그로부터 1시간도 안 되어 쏟아지는 메시지.
그러나 정확히 말하면 이건 아크가 군사정보를 독점했기 때문은 아니었다.
아마도 관리국에서 군사정보 독점을 인정했다면 이들은 되레 더 달라붙었을 것이다. 공훈치를 더 많이 챙길 수 있다고 생각했을 테니까.
그러나 이얀이 군사정보 독점을 ‘비겁한 짓’이라는 분위기로 만들었다.
그리하여 모든 백작도 어쩔 수 없이 아크 함대에 근신, 일주일 동안 와이번에서 후방 지원 임무만 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함대장들이 잽싸게 발을 빼는 이유가 그것이다.
‘뭐 이제 와서 새삼 아쉬울 것도 없지만.’
어쨌든 이래저래 꿀꿀한 상황인 것만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것만이 아니었다.
“쯧쯧, 그래서 내가 말했지 않냐? 그런 건 일찌감치 관리국에 넘겨주는 편이 좋다고. 내 말을 들었으면 되레 공훈치를 받았을 거 아니냐?”
“하여간 욕심은…….”
“이제야 제대로 된 퀘스트를 받아 전장에 나갈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다 저 자식 때문이야!”
“쿠테타라도 일으켜서 확 함대장 바꿔 버려?”
“좋은 생각이다. 나도 동참하지. 기꺼이 저 녀석 이마에 탄환을 박아 주마.”
함대원들에게도 이런 타박―마지막은 레피드―을 들어야 했다. 그렇다고 아크가 OTL 자세로 석고대죄를 했느냐?
“내가 뭘! 난 유저의 정당한 권리를 행사한 것뿐이라고! 그리고 이게 나 혼자 잘 먹고 잘 살자고 그런 거냐? 다 같이 잘 먹고 잘 살아 보자고 그런 거 아니야? 그런데 나만 죽일 놈이냐? 나만 나쁜 놈이야?”
되레 목에 핏대를 세우며 떠들었다.
뭐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다. 이런 일, 게임을 하다 보면 숫하게 겪는 일이다. 그런 일이 생길 때마다 OTL 하면 무릎이 남아나지 않으리라.
아크는 그런 암울한 성격의 남자가 아니다.
역경에 굴하지 않는 사나이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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