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696)
아크 더 레전드-696화(696/875)
[696] space 8. 한 방을 위한 준비! (2)물론 그건 이슈람도 알고 있었다.
아니, 혹시나 하며 이전에 루시퍼 헌팅 대원들을 가볍게(?) 1,600킬로미터 정도 행군시켜 봤지만 1도 오르지 않았다.
그러나 이슈람은 삽질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결국 몸은 정신의 도구 같은 것에 불과하다. 진정한 강함이란 몸이 아닌 정신에서 나오는 것! 어떤 역경에도 굴하지 않는 정신이야말로 강해지는 비결이다!”
고통은 사람을 강하게 만든다.
이슈람은 그렇게 믿어 의심치 않는 사람이었다. 이건 함대원들에게 불행한 일이었지만, 사실 더 불행한 일은 실제로 이슈람은 이런 방법으로 효과를 본 적이 있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그런 경험은 이슈람에게…….
“뛰어라! 쉬지 말고 뛰어! 사람은 죽을 정도로 힘든 상황을 이겨 내면 뭐라도 얻는 법이다! 그게 뭔지는 모르지만 있을 거다! 그러니 뛰는 거다!”
이런 위험한 확신을 심어 준 것이다.
그리고 와이번의 섬 외곽을 따라 빙글빙글, 쉬지 않고 일주하며 사흘째를 맞았을 때!
-새로운 스킬(직업 공통☆☆)을 익혔습니다.
하이멘탈(초급, 패시브) : 당신은 강철 같은 의지로 끝없이 육체를 단련시켰습니다. 그러나 갤럭시안의 개척자는 이미 DNA 조작을 통한 신체코팅으로 육체의 능력을 한계까지 끌어올린 신인류. 단순히 육체를 혹사시키는 것만으로 더 강해지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정신은 육체와 다릅니다. 아무리 DNA를 조작해도 정신을 바꿀 수는 없는 법. 정신은 오직 스스로의 의지로 만들어 나가야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극한의 상황도 이겨 낼 수 있는 정신을 갖게 되었을 때, 당신은 진정한 신인류에 어울리는 정신의 소유자가 될 수 있습니다.
《모든 능력치 +5%》
함대원들의 눈앞에 떠오르는 정보창!
과거 직속 부대원들이 600킬로미터를 뛰었을 때 얻은 바로 그 스킬이었다.
그건 다시 말해…….
“헥헥헥! 헥헥헥! 헥헥헥!”
여기저기 널브러진 함대원들, 그들 역시 얄짤 없이 600킬로미터를 뛰었다는 말이다. 문자 그대로 사선―절대 죽지 않지만!―을 넘어 손에 넣은 스킬!
“해, 해냈다!”
“스킬이다! 그것도 능력치를 5%나 올려 주는 패시브 스킬!”
“고, 고생한 보람이 있었어!”
함대원들은 휘몰아치는 감격에 눈물까지 글썽였다.
그러나 사실 함대원들이 기뻐하는 진짜 이유는 스킬을 얻었기 때문이 아니었다. 이로써 지옥 같던 훈련이 끝났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고 생각했지만.
“흠, 그럼 준비운동은 이 정도에서 끝내는 것으로 하지.”
“주, 준비운동?”
“아, 아직 뭐가 더 남았다는 말입니까?”
“뭔 소리야? 당연하잖아. 내가 처음부터 말 안 했어? 이건 훈련이라고. 세상 어디에 그냥 뜀박질만 하는 훈련이 있어? 니들이 육상 선수냐? 얼른 일어나!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
이 정도면 이미 훈련이 아니라 고문이었다.
그러나 함대원들에게도 희망은 있었다. 어찌 됐든 이제 지옥 같은 달리기는 끝났다는 것!
‘그래, 달리기만 아니면 유저인 우리가 그렇게까지 힘들 일은 없어. 검으로 베이고 탄환이 박혀도 어차피 우리가 받는 고통이라 봐야 따끔한 정도. 무한 달리기의 고통에 비할 바가 아니다. 좋아. 어디 갈 때까지 가 보자!’
“알겠습니다! 다음은 뭡니까?”
이에 함대원들은 이를 악물며 일어났고.
“뛰어라.”
이어지는 이슈람의 말에 아득해졌다.
그러나 이대로 정신줄을 놓으면 안 된다. 그러면 또다시 그 지옥 같은 무한 달리기를 하는 수밖에 없다! 그런 절박함에 함대원들은 아득해지는 정신줄을 움켜쥐며 따졌다.
“다, 달리기라니요! 방금 전에 이슈람 님이 말했잖아요! 우리가 육상 선수냐고! 그냥 뛰기만 하는 훈련이 어디 있냐고! 그럼 이제 뭔가 다른 걸 해야 하지 않습니까?”
“물론 다른 거다.”
투투투투! 투투투투! 투투투투!
그때 대열의 뒤에 늘어서 있던 직속 부대원들이 일제히 기관총을 난사했다. 이에 함대원들이 질겁하며 물러나자 이슈람이 씨익 웃으며 말했다.
“난이도를 올렸지.”
“나, 난이도?”
“그래, 이제부터 내 직속 부대원들이 너희 뒤를 따라가며 기관총을 난사할 거다. 전장은 언제나 탄환이 빗발치는 곳이다. 이건 그런 탄환을 피하는 훈련이지. 다시 말해 내 부하들의 탄환을 피하며 뛰는 게 다음 단계다.”
그냥 뛰는 것만으로도 숨이 끊어질 것 같았다. 그런데 이제 뒤통수에 탄환까지 박아 넣겠단다.
이건 그냥 죽으라는 것이나 다름없지 않은가? 아니, 탄환 따위는 아무래도 좋다. 다시 지옥 달리기―이미 ‘같은’은 사라졌다―를 하느니 차라리 죽는 편이 100배 나았다.
“차라리 총을 맞겠습니다!”
그러니 이런 말이 나올 만도 하지만.
“어? 그래? 뭐 그것도 나쁘지 않지. 어이, 레피드.”
탕-! 탕-! 탕-!
“으악!”
총성이 울리자 앞으로 나선 함대원이 비명을 터뜨리며 쓰러졌다.
이슈람―실행한 사람은 레피드지만―은 진짜 함대원을 향해 총을 발사한 것이다.
그러나 함대원들도 이제 안다. 이슈람은 그러고도 남을 인간이라는 것을. 그리고 그게 문제도 아니었다.
문제는 총에 맞은 함대원의 상태.
유저에게 총격 따위는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지만 그 함대원은 아예 눈을 까뒤집고 사지를 떨어 대고 있는 것이다.
그때 이슈람이 씨익 웃으며 말했다.
“흉탄이라는 기술이다. 페인 수치를 최하로 조정해 놔도 진짜 총에 맞는 것과 같은 수준의 통증을 준다고 하더군. 하지만 뭐, 직접 맞아 보니 그 정도는 아니더군. 그러니 맘 놓고 맞아도 된다. 아니, 그것도 방법이지. 뭐든 극한까지 가기만 하면 되니까.”
아직도 경련하는 함대원.
마음 놓고 맞고 싶은 생각이 들 리가 없었다.
“참고로 이 친구도 너희 뒤에서 총을 쏘는 부대에 포함될 예정이다. 뭐 훈련이니 조준 사격을 하지는 않겠지만 집중하지 않으면 따끔한 맛을 보게 되겠지.”
뛰어도 지옥! 뛰지 않아도 지옥!
‘……악마다!’
함대원들은 그제야 자신들이 무슨 짓을 했는지 깨달았다.
지옥문! 제 손으로 지옥문을 열어 버린 것이다. 그리고 이슈람이야말로 그 지옥문에서 뛰쳐나온 악마! 그런 악마를 상대로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투투투투! 탕-! 탕-!
“컥! 으악!”
“힉! 피, 피해! 아니, 뛰어라!”
그저 비명을 질러 대며 뛰고, 뛰고 또 뛸 뿐!
그리고 그 뒤를 추격하는 이슈람과 레피드&부대원, 아니, 그냥 악마와 하수인들의 총질 역시 실로 무식하기 짝이 없는 훈련 방법이었지만, 효과가 있었다.
-필사적인 몸부림으로 [회피(☆☆)] 스킬을 익혔습니다!
-일단 살고 보자는 의지로 [안전제일(☆☆)] 스킬을 익혔습니다!
-어찌어찌 버티다 보니 [용의주도(☆☆)] 스킬을 익혔습니다…….
비명을 질러 대는 함대원들의 눈앞에 연이어 떠오르는 정보창! 과거 루시퍼 헌팅 대원들이 익혔던 스킬을 빠른 속도로 습득해 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함대원들은 이런 스킬조차 달갑지 않았다. 이런 무식한 훈련 방법이 효과가 있다는 것은, 이런 무식한 훈련을 계속해야 한다는 말이니까.
흐뭇해하는 사람은 따로 있었다.
“훗, 잘되고 있군.”
빙긋 웃는 사람은 아크였다.
지금 와이번 앞의 벌판에서 훈련―괴롭힘에 가깝지만―을 받는 함대원들에게는 이슈람이 악마처럼 보이겠지만.
“역시 이슈람 형에게 맡기길 잘했어.”
사실 이 훈련을 계획하고 레피드까지 지원하며 뒤에서 코치해 준 사람이 바로 이 남자, 아크인 것이다.
물론 아크도 이런 방법이 꽤 무리가 있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단 기간에 전투력을 끌어올릴 수 있겠지만 부작용이 있을지도 모른다.
-태웠어…… 하얗게 태웠어…….
뭐 이런 소리를 중얼거리며 재가 되어 사라진다든가 하는.
‘그리고 부작용이라면…….’
벌판에서 이슈람이 뚝딱거리는 반대편.
선선한 그늘 가에서 평온한 표정으로 모여 있는 사람들도 있었다. 정의남, 그리고 마테우스에서부터 정의남을 따라온 전직 200명의 죄수+70여 명―늘었다! 칼리 일당도 있었다!―이었다.
이들이 왜 그런 곳에 모여 있느냐 하면, 아크가 훈련을 제의했을 때.
“난 이거면 된다. 자, 이리 모여라.”
정의남은 점잖게 고개를 저으며 이들을 불러 보았다.
“정의란 최강의 힘이다. 왜 그런가? 정의란 올바른 가치를 세우고 지키는 힘이기 때문이다. 그 힘은 무릇 어머니가 아이를 지키는 힘처럼 부드럽고, 또한 무릇 아버지가 아이를 지키기 위해 싸우는 힘과 같으니…….”
그리고 이런 정의학 강의를 시작하는 것이다.
자식인 아크로서는 뭐라고 말해야 할지 참 심경이 복잡해지는 광경이었다. 그러나 말릴 수는 없었다. 이 역시 참 심경이 복잡해지는 일이지만, 이게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오! 정의!”
부흥회(?)에서 복음(?)을 듣던 대원들이 한 번씩 부르짖으면 일부의 머리 위에 뽕뽕 노란색의 십자 문양이 떠오르는 것이다.
-새로운 스킬(직업 공통☆☆☆)을 익혔습니다.
광신도(Lv1, 패시브) : 당신은 위대한 성인을 만났습니다. 그는 당신에게 새로운 삶에 눈뜨게 해 주었고, 쓰레기처럼 살아오던 당신에게 가치를 부여해 주었습니다. 이에 당신은 쓰레기 같던 삶을 버리고 그를 따르며 진리를 추구하는 삶을 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또한 성인을 위해서라면 불 속이든 물 속이든 설사 천만 대군이 몰려온다 해도 맞서 싸우기로 결심했습니다. 당신은 그런 믿음이 깨지지 않는 한 초인적인 힘을 발휘할 것입니다. 단, 믿음이 깨지면 그동안 발휘했던 초인적인 힘은 역으로 당신의 육체를 파멸시킬 것입니다.
《화염, 냉기 속성 저항력 +30%, 공격력 +10%, 방어력 +20%》
※신앙의 대상이 1킬로미터 범위 안에 있어야 발동합니다.
※신앙이 깨지면 스킬로 인해 추가되는 효과가 일정 기간 동안 감소 효과로 적용됩니다.
……그게 이거다.
따르는 무리를 밤을 새워도 쌩쌩하고 안 먹어도 배부르게 하는 정의남의 ‘광신’과 쌍을 이루는 스킬 ‘광신도’.
정의남의 ‘광신’과 이들의 ‘광신도’를 합하면 더 강해질 뿐만 아니라 안 먹고 안 자며 싸우는 좀비 부대 탄생이다.
정의교라기보다는 차라리 부두교가 어울릴 것 같다.
그리고 점점 종교화되어 가는 추세라 확실히 이슈람의 훈련보다는 평화로워 보이지만.
‘왠지 부작용은 저쪽이 더 있을 것 같단 말이지.’
끝이 좋은 사이비 종교는 없으니까. 그러니 웬만하면 말리고 싶다.
‘하지만 준비할 시간이 많지 않다.’
이런 사교(?)의 부흥회까지 용납하는 이유가 그것! 아크는 그냥 할 일이 없어서 훈련을 시작한 게 아닌 것이다.
‘이얀 때문에 일주일이나 근신을 먹었다. 함대원들 앞에서는 금세 따라잡을 수 있다고 말했지만, 이전과 지금은 상황이 달라. 와이번이 무너짐으로써 이제 너브 동부의 신의 군대와 은하연방은 파상波狀 전투를 할 수밖에 없다.’
크고 작은 함대전이 쉬지 않고 벌어질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그리고 사실 공훈치를 벌기에는 와이번 공략 같은 큰 전투보다 그 편이 유리했다.
한 번에 얻는 공훈치는 적지만 전투 간격이 짧아 꾸준히 모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아크에게는 불리하다.
아크는 이미 공훈치에서 이얀보다 600만 이상 뒤져 있다. 그리고 이번 근신으로 일주일이나 전장에 투입되지 못하는 상황이다. 그런 상황에서 아크가 이얀을 따라잡을 방법은 큰 한 방을 노리는 것. 그러나 전황이 중소 규모의 함대전을 중심으로 진행되면 그런 기회조차 없는 것이다.
그래서 아크는 생각했다.
‘기회는 기다리는 것이 아니다. 만드는 것이다.’
……라고!
그리고 이건 그저 막연한 생각이 아니었다.
아크는 이미 그 기회를 만들 수 있는 비장의 카드를 가지고 있었다.
‘그게 바로…….’
아크가 슬쩍 손을 내려다보았다.
그 손에 쥐여 있는 것은 바로 ‘누말의 눈알’!
물론 ‘누말의 눈알’은 와이번의 시스템 락을 해제하는 일종의 열쇠였다. 그러나 원래 눈알의 숫자는 2개! 다른 하나의 눈알에는 아크도 상상하지 못했던 비밀이 숨겨져 있었다.
그게 아크가 쥐고 있는 비장의 카드!
‘하지만 이 카드는 양날의 검이다. 잘되면 이얀에게 한 방 먹일 수 있겠지만, 자칫하면 우리 함대는 재기하기도 힘든 대미지를 입게 된다.’
아크가 무리를 하면서 함대원들을 훈련시키고 있는 이유가 그것이다.
그리고 훈련은 육전부대만 하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전함을 운용하는 기관병도 모처에서 나름의 훈련을 하고 있었다. 그곳은 바로…….
퍼펑-! 퍼펑-!
섬에서 수 킬로미터 떨어진 바다에서 치솟아 오르는 물기둥! 바로 수중이다. 굳이 우주로 나가지 않아도 수중에서 함대 전술 훈련은 할 수 있는 것이다.
그게 아크가 근신 중에도 허가된 보급 임무까지 하지 않는 두 가지 이유 중에 하나다.
뭐 또 다른 하나의 이유는 말할 것도 없이.
‘웃기시네. 누구 좋으라고 쫓아다니며 뒤치다꺼리를 해 줘?’
되도 않는 이유로 아크를 몰아붙여 이런 곳에 처박아 둔 것이 이얀과 유력 함대의 함대장들이다.
그런데 그런 함대에 보급이라니? 아무리 공훈치가 아쉬워도 그런 배알 없는 짓을 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차라리 자잘한 공훈치는 과감히 포기하고 훗날을 위한 훈련이 백배는 더 유익하다.
그리고 처음에는 근신 중이라 남의 눈에 띄는 것도 부담스러워 상공도 피해 바다로 들어간 것이지만, 이게 또 의외로 히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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