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698)
아크 더 레전드-698화(698/875)
[698] space 8. 한 방을 위한 준비! (4)* * *
-카이저 전사!
-1,200척 규모의 아슐라트 함대 대패! 500여 척 격침!
세븐 소드 부동의 1위이자 불패 신화를 이어 가던 카이저의 참패!
이 소식은 불과 하루도 되지 않아 너브 지역은 물론 갤럭시안 전역의 유저들에게 퍼졌다.
1대1만이 아니라 함대 지휘관으로서도 압도적인 패배!
무적으로 인식되던 카이저의 대패 소식은 유저들에게 충격 그 자체였다. 그리고 이 사건은 유저들에게 충격과 동시에 새로운 이름 하나를 각인시켰다.
-신의 군대 1군단장 펜릴!
아직까지 유저들의 입에 오르내린 적조차 없는 이름이었다. 그러나 그게 되레 더 큰 파급력을 발휘하여 수많은 유저들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그리하여 펜릴이라는 이름은 등장과 동시에 수직선을 그리며 치솟아 세븐 소드에 입성하게 되었다.
그러나 카이저는 여전히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었다.
오랫동안 그가 쌓아 올린 명성은 단 한 번의 패배로 무너질 정도로 약하지 않았다. 덕분에 여전히 아슐라트 유저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으며 전장에 복귀, 전력을 회복하며 복수를 다짐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 무렵.
“푸하! 혀, 형님, 방금…….”
수면 위로 솟아오르며 소리치는 햄스터.
“그래, 하면 되잖아.”
이에 아크가 씨익 웃으며 끄덕였다.
-TIMER : 1:57:03
님프의 화면에 멈춰 있는 타이머는 1시간 57분 03초!
아직은 좀 아슬아슬하지만 이로써…….
“준비는 끝났다!”
SPACE 9. 비밀 작전 개시! (1)
“수호기사?”
아크가 고개를 갸웃했다.
아크의 근신이 끝나기 직전, 모든 백작과 함께 와이번으로 찾아온 이리나가 꺼낸 말이었다.
“네, 황제의 비밀 수호기사. 그게 이얀의 정체예요.”
이리나는 굉장히 진지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이리나가 그런 표정을 짓고 있으니 뭔가 굉장히 중요한 것이리라. 그러나 아크는 놀라지 않았다. 그게 뭔지 알아야 경악하든 질겁하든 할 것 아닌가?
그때 이리나가 다시 입을 열었다.
“실은 좀 이상한 부분이 있어 그동안 개인적으로 이얀에 대해 조사하고 있었어요.”
“네? 이리나 님이 왜 이얀을…….”
아크가 ‘?’를 떠올리자 이리니가 움찔하며 입을 다물었다. 그러자 모든 백작이 한숨을 불어 내며 말했다.
“……자네는 바보인가?”
“네? 뭐가요?”
“아니, 됐다. 이리나, 계속해 보게.”
조금 토라진 표정을 짓고 있던 이리나가 슬쩍 아크를 째리고 말을 이었다.
“……그동안 저는 보급 임무로 타투인에 들를 때마다 연방군의 데이터베이스에서 이얀의 행적 기록을 찾아봤어요. 그런데 얼마 전까지는 검색이 되지 않았는데, 나흘 전부터 데이터가 출력되더라고요.”
“연방 사령부의 메인 시스템이 복구된 지 얼마 되지 않아서일 거다. 이전 사령부의 데이터를 옮길 때 일반 유저의 행적 기록 같은 것은 아무래도 뒤로 밀릴 수밖에 없지.”
“저도 그래서 몇 번이나 검색해 본 거예요.”
이리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스타나의 도시는. 아니, 블랙시티 같은 몇몇 특수한 도시를 제외하면 은하계의 모든 도시에는 출입자의 행적을 기록하는 시스템이 붙어 있다.
그건 T-20도 마찬가지. 그런 시스템이 있기에 도시의 유동인구를 파악하고 카오틱 같은 위험인물의 출입을 막을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도시 내에 깔려 있는 무수한 CCTV와 경비 안드로이드. 사실상 누구든 도시에 들어가면 그 순간부터 감시를 받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하물며 은하연방의 수도 타투인이라면 말할 것도 없다.
물론 그런 데이터는 유저가 마음대로 열람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이리나는 연방군 장교.
“이전까지는 이얀이 타투인을 드나든 기록이 별로 없어요. 그런데 어느 시점부터 출입이 급격히 늘어났더군요. 하지만 중요한 건 그 시점이 아니에요.”
“왜 출입이 잦아졌느냐겠지.”
“맞아요.”
모든 백작의 말에 이리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출입이 잦아지기 시작했을 때부터 이얀은 올 때마다 항상 황성을 방문했어요. 그리고 너브 전쟁에 참전하기 직전에도, 이얀은 황제 폐하가 기거하는 임시 거처를 방문했죠.”
“흠…….”
모든 백작이 침음성을 발하며 생각에 잠겼다.
일반 유저가 황제를 접견할 기회는 그리 많지 않다.
실제로 아크 역시 수많은 공을 세웠지만 황제를 직접 본 것은 《어둠의 전조》 퀘스트를 완료했을 때뿐이었다. 그런데 이얀은 마치 자기 집 드나들 듯이 타투인에 올 때마다 들락거렸다. 이건 뭔가 있다. 그리 생각하는 게 당연하다.
당연히 이리나도 그리 생각했다.
“그래서 황제 폐하와 관련된 자료를 훑어보고 있었는데, 그게 나오더군요.”
“비밀 수호기사 말인가?”
“네, 비밀 수호기사는…….”
“그 부분에 대한 설명은 됐네. 나도 대강은 알고 있으니까. 은하연방에서 황권이 약해지기 시작할 무렵, 12대 황제가 비밀리에 조직한 일종의 첩보 조직이지. 주 목적은 귀족의 견제와 황권 강화. 하지만 곧 조직이 표면으로 드러나며 귀족들의 공세를 받게 됐지. 이에 조직은 와해되고 당초의 목적과 달리 황권이 급격히 약해지는 계기가 되었다. 지금은 귀족 중에서도 알고 있는 사람이 거의 없는 일인데 용케 찾았군.”
그러나 이리나가 그 정보를 찾는 건 생각만큼 어렵지 않았다. 그건 이리나가 유저이기 때문이다. 그게 무슨 말이냐 하면…….
-[황제], [유저], [직업]
이게 이리나가 검색한 내용.
NPC는 그런 식으로 생각하지 않겠지만 고위 NPC와 밀접한 관계의 유저, 보통 유저가 이들의 관계를 보며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은 ‘직업’인 것이다.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특수 직업 : 비밀 수호기사
황제의 직속 기사단으로 일종의 첩보 임무를 주로 수행하는 직업입니다.
-전직 조건에 대한 정보는 없습니다.
이런 것이 툭 튀어나온 것이다.
일종의 숨겨진 직업!
“흠, 확실히…… 하지만 이것만으로 이얀이 비밀 수호기사라고 단정하기는 힘드네.”
“물론 다른 증거들도 있어요.”
그동안 아크도 바빴지만 이리나도 꽤 바빴던 모양이다.
A-001과 타투인을 오가는 보급 퀘스트를 진행하는 사이, 쉬지 않고 황제와 이얀이 만난 시점과 은하연방 내부에서 일어난 사건을 대조! 몇몇 사건이 이얀과 관련이 있다는 확증을 잡은 것이다. 물론 그 몇몇 사건이 귀족과 관련이 있었음은 말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뭣보다 확실한 증거는…… 이거예요!”
이리나가 님프 위로 영상을 띄웠다.
전함의 입체 영상. 아크도 본 적이 있는 이얀의 전함이었다. 그러나 미처 보지 못했던. 아니, 신경조차 쓰지 않았던 부분이 있었다.
바로 이얀의 전함에 새겨져 있는 이름이다.
-Royal knight
로열나이트, 황제의 기사. 그러니까…… 이건 뭐랄까…….
“……의심할 여지가 없군.”
모든 백작이 오묘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이 자식은 숨기고 싶은 거야, 자랑하고 싶은 거야?’
참고로 비밀 수호기사는 이름에도 떡하니 붙어 있는 것처럼 비밀 조직이다.
뭐 어쨌든, 아크는 흐뭇했다.
이번 기회에 새삼 여자 친구가 얼마나 똑똑한지―이얀의 전함 이름으로 비밀 수호기사라는 증거를 잡은 걸 말하는 게 아니다!―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기에 하나 더!
‘나를 위해서…….’
이리나가 왜 이얀의 정보를 캐고 있었는지도 이해했다.
아니, 이얀이 왜 자신을 그렇게 경계했는지 알게 됐다고 해야겠지만 뭐 그게 그거니까.
사실 아크도 내내 그 부분이 마음에 걸리고 있었다.
대체 왜?
아크도 이얀이 싫다. 그리고 공훈 순위를 놓고 싸우는 경쟁자라는 입장도 있다. 그러니 도와주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그렇다고 일부러 쫓아다니며 방해하고 싶은 생각도 없었다.
아크가 착해서가 아니라 그게 보통 유저의 방식이다.
그러나 이얀의 방해는 지나치게 집요했다.
물론 도크에서 좋은 만남을 가진 것은 아니지만, 단지 그것만으로 이렇게까지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 것은 이해하기 힘든 일이었다.
그런데 있었다, 이유가.
‘딱 걸렸어!’
와이번 공략전이 끝난 직후 아크는 뒤늦게 와이번으로 돌아온 100여 척의 적 함대가 우측, 그러니까 이얀이 맡았던 전장에서 워프 해 온 함대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나 아크는 문제 삼지 않았다.
다크스타로 몰살시켜 몽땅 공훈치로 바꿔 먹은 이유도 있었지만, 아무리 이얀이라도 아크를 방해하기 위해 전장에서 일부러 그런 짓을 하지는 않았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꼭 아크를 방해해야 하는 이유가 있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그렇게까지 했다 이거지…….’
그때 미간을 찌푸리며 생각에 잠겨 있던 모든 백작이 한숨을 불어 내며 말했다.
“그렇군.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황제 폐하가 너브 지역 전쟁에 참견한 이유가 그거였어. 상위 공훈자에게 영지 혹성을 하사하겠다는…… 황제 폐하는 이번 전쟁으로 이얀에게 힘을 실어 주려는 건가.”
“이얀은 꼭 1위를 해야 하는 이유가 있었던 거예요. 거기에 아크 님이 방해가 될 거라고 생각한 거고요.”
“아니, 그런 막연한 이유가 아닐 거네.”
모든 백작이 고개를 저었다.
“지금 황제 폐하에게 가장 위협이 되는 사람은 마틴 후작님이네. 그리고 아크는 명실공히 마틴 후작님의 충복이지. 아마도 황제 폐하가 직접 아크를 방해하라는 명령을 내렸을 가능성이 높다. 적장을 잡으려면 말부터 쓰러뜨리라는 것이지.”
“전 마틴 후작님의 말이었습니까?”
“말이 그렇다는 거지.”
아크가 볼을 부풀리자 모든 백작이 툭 던지듯 말하며 이리나를 돌아보았다.
“어쨌든 우리 예상이 모두 사실이라면 경우에 따라서는 신의 군대 같은 것보다 심각한 문제가 될지도 모르네. 비밀 수호기사가 부활했다는 것도 그렇지만, 더 심각한 문제는 황제 폐하가 분명한 의지를 가지고 마틴 후작님을 견제하기 시작했다는 점이지. 이리나, 혹시 마틴 후작님께는 보고했나?”
“아니요, 아직.”
“음, 후작님께는 내가 보고하지. 그리고 이리나, 아크, 자네 둘은 후작님이 어떤 결정을 내릴 때까지는 이 일을 입 밖에 내지 말게.”
모든 백작은 불안한 기색을 숨기지 못하고 계속 손을 쥐락펴락하며 중얼거렸다.
“만의 하나 이 문제가 정쟁으로 발전하기라도 하면…….”
이얀이 힘을 갖게 되면 위험하다.
그리되면 분명 황제는 이얀을 발판 삼아 세력을 넓힐 것이고, 필연적으로 마틴 후작과 정쟁이 벌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는 아직 쿠데타의 상처도 아물지 않은 은하연방에 분열을 초래할 터! 은하연방의 귀족인 모든 백작 입장에서는 역시 걱정부터 앞설 수밖에 없는 일이지만.
“그런 거야 막으면 되죠.”
“뭐? 어떻게?”
모든 백작이 움찔하며 시선을 들었다.
“그야 간단하지 않습니까? 적장을 잡으려면 말을 쏘라면서요? 제가 마틴 후작님의 말이라면 황제 폐하의 말은 이얀. 제가 이얀이 기어 올라오지 못하게 밟아 주면 되는 것 아닙니까? 이른바 말 싸움!”
아크는 힘차게 말했고.
“……농담할 때가 아니라는 걸 모르겠나?”
핀잔만 받았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지금은 그게 최선이지. 그리고 그게 피를 보지 않으면서, 가장 문제를 확대시키지 않고 해결하는 방법이기도 해. 하지만 지금 너와 이얀의 격차는 쉽게 따라잡을 수 있는 수준이 아니네. 자네가 근신으로 움직이지 못하는 사이에 이얀은 예닐곱 번의 함대전에서 승리해 2위인 데커드와의 격차도 엄청나게 벌어졌어.”
아크 덕분이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딴 놈이 챙기는 것처럼, 아크가 힘들게 얻은 ‘신의 군대 함대 편성 및 배치 현황’으로 이얀이 재미를 보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울컥 치밀지만.
“결국 이번 작전의 성패가 분수령이 되겠군요.”
“그렇겠지.”
이리나와 모든 백작의 대화.
그렇다. 아크가 따라잡을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군사정보는 빼앗겼지만 대신 나는 이게 있다!’
꽉 움켜쥐는 아크의 손아귀 속에 들어 있는 누말의 눈알.
번번이 꽉꽉 움켜쥐는데 터지지 않는 게 용하다 싶지만, 사실 터질 걱정은 없었다.
와이번에 홍채가 등록되어 있던 눈알과 달리 이 눈알은 의안義眼이니까. 그리고 이리나가 말한 작전은 바로 그 의안으로 얻은 정보에 기초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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