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70)
아크 더 레전드-70화(70/875)
[70] SPACE 8. 파멸의 기계(PART: 1) (1)-《파멸의 기계》
적진을 향해 진격하던 당신의 눈앞에 거대한 적의 병기가 등장했습니다.
갤럭시안에는 전차나 메머드 같은 차량 이외에 다목적 전투 병기로서 기간틱이라는 기체가 존재합니다. 기간틱은 예측하기 힘든 개척 혹성의 환경에 적응하며 적을 섬멸하는 목적 하나만으로 만들어진 대(對)혹성 파괴병기로서, 육상 전투용 기체 가운데는 최강의 방어력과 공격력을 겸비한 기체입니다. 그러나 1차 우주전쟁의 종식으로 은하계의 항공식별구역이 확립되어 기간틱을 운송할 모함의 항행이 어려워졌고, 현재까지는 기간틱 같은 고질량의 기체를 스타게이트로 전송하는 기술이 없어 기간틱은 자연스럽게 과거의 유물이 되었습니다.
그런 기간틱이 벨타나 전장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기간틱이 분쟁 혹성으로 전송됐다는 것은 은하연방에게는 위협적인 사건입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현재 기간틱의 출현으로 가장 큰 위협을 받게 된 것은 벨타나의 연방군입니다. 연방군은 뛰어난 전략으로 라마군을 공격, 페어리와 스타게이트를 파괴하는 성과를 올릴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곳에서 기간틱을 막지 못해 연방군이 전멸한다면, 연방군의 중앙기지는 무방비 상태로 적에게 노출되어버리게 됩니다. 또한 벨타나로의 재진입이 불가능해져 벨타나의 점령권을 라마군에게 넘겨줄 수밖에 없습니다.
(기간틱을 막지 못하면 최종 결전에서 획득한 모든 승점이 무효화됩니다. 반면 기간틱을 쓰러뜨릴 경우 전투에 참가한 모든 연방군에게 +500의 승점과 데미지×10의 승점이 가산됩니다. 그리고 기간틱을 쓰러뜨리는데 결정적인 공헌을 한 병사에게는 별도의 특별 보상이 지급될 것입니다. 모든 승점은 벨타나 전쟁이 승리로 종결됐을 때 공적치로 환산됩니다.)
《난이도: ++C》
“기간틱이라니…….”
연방군의 낯빛이 창백해졌다.
대 혹성 침략용으로 만들어진 엄청난 파괴력을 가진 초거대 병기 기간틱!
그 압도적인 공격력으로 제 1차 우주전쟁 당시, ‘전장의 악마’ 혹은 ‘사신’으로 불리던 최강 최대의 전략병기였다. 그러나 정보창에 적혀있는 것처럼 1차 우주전쟁이 잠정적으로 종료되면서 은하계에 항공식별구역이 정립, 기간틱을 운송할 수 있는 모험급 우주선의 항행이 사실상 봉쇄되었다. 또한 현재의 기술력으로는 스타게이트로도 기간틱 같은 고질량 기체의 전송이 불가능해 1차 우주전쟁 이후 분쟁 혹성에서 기간틱이 등장했던 적은 없었다.
때문에 연방군의 최고참인 사령관 하만조차 실제로 보기는 처음이었다.
과거 최강의 육상병기로 군림했다지만 실제로 전투력이 얼마나 되는지 알고 있는 병사는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기간틱의 등장과 동시에 연방군은 모두 쇼크 상태에 빠져버렸다.
전장 50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병기!
그 엄청난 질량만으로도 병사들을 압도하기에는 충분했던 것이다.
그러나 정작 연방군 지휘관 발렌시아의 신경은 온통 다른 곳에 쏠려있었다.
‘아크! 분명 그 자식이었어!’
발렌시아가 이를 바득바득 갈아붙였다.
잠깐이긴 했지만 라마족 기지에서 튀어나온 병사들은 분명 아크와 친위대!
그들이 나온 직후 라마족의 페어리와 스타게이트가 파괴됐다는 메시지가 떠올랐다.
아크와 친위대가 한 짓이라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대체 어떻게? 행방불명이 됐던 아크는 그렇다 쳐도, 어떻게 놈의 졸개들까지 본대보다 먼저 라마족 기지에 와있는 거지? 대체 내가 모르는 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진 거야?’
아니, 지금은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
지금 발렌시아에게 중요한 것은 전쟁에서 가장 높은 공적치를 챙길 수 있는 적의 페어리와 스타게이트가 파괴됐다는 것, 그리고 그게 자신, 혹은 자신이 지휘하는 부대가 아닌 아크와 그를 따르는 졸개들이 저질렀다는 점이었다.
이로서 지난 며칠 동안 이곳까지 오기위해 피 터지게 싸웠던 게 몽땅 삽질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발렌시아는 닭 쫓던 개 신세가 되어버린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아크가 살아있다는 게 문제였다.
발렌시아가 5,000의 공적치와 함께 연방군의 지휘권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은 캐리어MR-II에 담겨있는 데이터 덕분이었다. 그러나 캐리어MR-II의 원래 주인은 아크.
‘만약 아크가 살아서 귀환한다면…….’
발렌시아가 아크의 공적을 가로챘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이미 받아 챙긴 5,000의 공적치를 토해내야 하는 것은 물론 약속 받은 은성무공 훈장과 작위까지 날아가 버릴 뿐만 아니라, 순식간에 영웅에서 범죄자로 전락해버리리라.
그래서 도로 되돌려보냈다. 캐리어MR-II!
라마족에게 아크가 숨어있는 장소까지 친절하게 알려준 것이다.
그러나 아크는 살아있었다. 뿐만 아니라 라마족의 페어리와 스타게이트까지 파괴해버렸다.
‘멍청한 라마족 자식들! 밥상을 차려줘도 못 처먹는 건가? 대체 그동안 뭘 한 거야? 고작 죄수 하나 처리하지 못해서 일을 이 지경으로 만들다니!’
라마족이 원망스러울 지경이었다.
‘어쨌든 놈을 이대로 놔두면 안 돼. 어떻게든 여기서 처리해야한다!’
발렌시아의 머릿속에는 오직 그 생각뿐이었다.
그러나 그런 발렌시아의 생각은 채 몇 초도 이어지지 못했다.
“대장님, 위험합니다!”
뒤쪽에서 페드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퍼뜩 고개를 들어올린 발렌시아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쿠웅—!쿠웅—! 쿠웅—!
대지를 들썩이며 다가오는 전장 50여 미터의 이족(二足)보행 기간틱!
마치 타조처럼 길게 뻗은 다리 위의 동체가 넋 놓고 바라보는 연방군을 향해 회전하고 있었다. 그와 함께 동체에 붙어있는 수십 개의 포탑이 일제히 연방군에게 조준되었다.
‘흥, 기간틱이 얼마나 강력한 병기인지는 모르겠지만…….’
“모두 정신차려라! 그래봐야 놈은 느려터진 커다란 쇳덩이에 불과하다! 라마족 잔당은 이미 전의를 잃은 상태. 저 쇳덩어리만 처리하면 이 전쟁은 연방군의 승리다! 중갑전차와 중화기병은 모든 화력을 집중해 기간틱을 공격하라!”
“모두 명령 못 들었나? 목표는 전방의 기간틱이다! 화력을 집중하라!”
연이은 페드로의 구령에 멍청한 표정을 짓고 있던 연방군이 퍼뜩 정신을 차렸다.
갤럭시안도 다른 온라인 게임처럼 병력을 지휘할 때는 ‘지휘’ 스킬이나 ‘통솔력’ 스텟 따위가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같은 명령이라도 지휘관이 관련 스킬이나 스텟이 높을수록 더 빠르고 일사불란하게 병사를 움직일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비록 성격에 문제가 있지만 발렌시아는 기갑 1소대장으로 적지 않은 경력을 쌓아온 유저!
반응은 즉각적으로 이루어졌다.
퍼펑! 슈슈슈슈! 슈슈슈슈! 슈슈슈슈!
중화기병과 중갑전차가 대전차포를 발사했다.
그와 함께 수백에 달하는 포탄이 빗발치듯 기간틱을 향해 날아갔다.
‘기간틱이 최강의 육상 병기라고 불리던 것은 백여 년 전의 일이다. 전장의 악마니 사신이니 떨어대 봤자 실체는 거대한 쇳덩어리에 지나지 않아. 우주전쟁은 선제공격이 최고의 무기다. 아무리 강력한 화력을 가지고 있어도 먼저 고철덩어리로 만들면 그만이야. 거대한 몸집에 느려터진 움직임의 기간틱 따위, 과거의 유물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해주마!’
아무리 두터운 장갑을 가진 기체라도 수백의 포탄을 맞고 멀쩡할 리가 없다.
발렌시아는 이 공격으로 확실하게 데미지를 입힐 수 있으리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기간틱의 동체에서 수백 개의 빛줄기가 쏟아져 나온 것은 그때였다.
그리고 그 빛이 날아드는 포탄에 닿는 순간!
쿠콰콰콰콰콰! 쿠콰콰콰콰콰!
기간틱의 동체에 붙어있는 포탑이 일제히 불을 뿜었다.
동시에 기간틱을 향해 날아가던 포탄이 공중에서 폭발을 일으키며 사라지기 시작했다.
빠르게 줄어가는 포탄의 숫자에 발렌시아의 얼굴이 당혹감에 물들었다.
“맙소사! 저, 저건 GEM…… 자동 요격 시스템?”
GEM은 순식간에 적 포탄의 궤도를 계산해 요격하는 방어 시스템이다.
이런 GEM은 일반 전차에도 장착되어 있지만 계산에 한계가 있어 한번에 요격 가능한 포탄의 숫자는 잘해야 2~3개. 한꺼번에 백여 개의 포탄을 요격할 수 있는 GEM은 중앙기지 규모의 건물에서나 운용할 수 있는 시스템이었다. 그게 장거리 포격만으로 적 기지를 괴멸시키기 힘든 이유였고, 연방군이 적진까지 밀고 들어와야 했던 이유이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 기간틱이 요격하는 포탄은 동시에 백여 개!
‘중앙기지 급의 GEM이 장착되어 있다는 건가?’
움직일 수 있는 기동 병기가 중앙기지 급의 방어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는 말이었다.
‘아니, 아무리 중앙기지 급의 GEM이라도 한계는 있어! 설사 중앙기지의 GEM 이상의 성능이라도 불과 몇 백 미터 거리에서 수백 개의 포탄을 모두 요격할 수는 없다! 수십 발의 대전차포만으로도 놈에게 충분히 데미지를 입힐 수 있어!’
발렌시아의 판단은 정확했다.
퍼펑! 퍼펑! 콰콰콰콰쾅! 콰콰콰콰—!
방어 시스템을 돌파한 수십 발의 포탄이 직격!
굉음과 함께 기간틱의 동체가 엄청난 섬광과 연기에 휩싸였다.
“됐다! 놈은 엄청난 피해를 입었을 것이다! 중화기병과 중갑전차는…….”
“대, 대장님!”
그때 페드로가 경악성을 터뜨렸다.
뒤이어 병사들에게 명령을 내리던 발렌시아의 얼굴에도 경악의 빛이 떠올랐다.
“이, 이럴 수가……!”
쿠웅—! 쿠웅—! 쿠웅—!
자욱하게 피어오르는 연기 속에서 대지를 뒤흔드는 굉음이 이어졌다.
이어 몸에 붙은 먼지를 털어 내듯 흩어지는 연기 속에서 거대한 기체가 걸어나왔다.
기간틱. 몸에 흠집하나 나지 않은 기간틱이었다. 기간틱이 한 걸음 한 걸음 내딛을 때마다 동체를 원형으로 뒤덮고 있는 벌집 모양의 투명한 물체가 번들거렸다.
“시, 실드! 실드입니다! 실드가 기체를 통째로 감싸고 있습니다!”
“이, 이건 말도 안 돼! 어떻게 저만한 기체에…….”
“게다가 수십 발의 포탄에 직격 당하고도 실드 한 장 깨지지 않았어!”
“맙소사! GEM도 모자라 실드까지 중앙기지 급이라는 말인가?”
수백 발의 포탄을 날렸는데도 흠집하나 내지 못했다.
이 충격적인 상황에 연방군 병사들은 믿어지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떠듬거렸다.
그때 기간틱의 동체에 달린 백여 개의 붉은 빛이 연방군에게 향했다.
“헉! 메, 메머드! 대공(對空)실드를 전개하라!”
다급해진 발렌시아의 비명 같은 명령에 후방의 메머드에서 푸른빛이 뿜어져 나와 연방군을 뒤덮었다. 연방군의 핵심 전력 중 하나인 메머드는 병력 수송은 물론 중갑전차에 비할 수는 없지만 공격기능도 붙어있었다. 그러나 메머드의 가장 주요한 기능은 실드 전개!
광범위한 실드를 전개해 적의 포화를 막는 게 메머드의 주임무였다.
그러나…….
쿠콰콰콰콰콰! 쿠콰콰콰콰콰!
50여 미터 상공에서 수십 발의 포탄이 벼락처럼 내리 꽂혔다.
메머드의 실드로 막은 것은 처음의 10여 발뿐이었다. 10여 발이 넘어가자 실드에 균열이 번지기 시작했고, 이내 유리처럼 깨져나가며 포탄이 연방군 진영 위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고막이 터져 나갈 듯한 폭음과 함께 일대가 통째로 사라지는 듯한 섬광이 일었다.
뒤이어 드러나는 광경은 문자 그대로 참상(慘狀)!
기간틱의 포격이 집중된 지역에는 마치 운석이 떨어진 것처럼 움푹 파여 들어간 크레이터가 만들어져 있었다. 그 공간 속에 있던 병사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흔적조차 남지 않을 정도로 갈가리 찢겨 증발해버린 것이다.
충격이 공포로 변하는 순간이었다.
“괴물이다! 저건 기계가 아니라 괴물이야!”
“기간틱이 전장의 악마라는 말은 괜히 나온 게 아니었어!”
발렌시아 역시 같은 심정이었다.
마치 악마의 눈동자 같은 백여 개의 붉은 빛으로 쉴새 없이 연방군 진영을 더듬어대며 한 걸음, 한 걸음 다가오는 거대한 기계. 발렌시아의 눈에도 기간틱은 더 이상 크기만 한 쇳덩어리로 보이지 않았다. 정보창에 떠오른 말처럼 전장의 악마!
사신이 다가오는 것처럼 느껴졌다.
‘위험하다! 이대로는 당한다!’
기간틱에게 떠밀리듯 뒷걸음치던 발렌시아가 움찔하며 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이내 어금니를 깨물며 세차게 고개를 저었다.
‘아니, 이대로 포기할 수는 없어!’
이번 전투는 발렌시아에게 둘도 없는 기회였다.
은하연방의 영웅이 될 수 있는 기회! 일반 유저에게 평생 한 번 있을까 말까한 기회다.
그러나 그것도 전쟁에서 이겼을 때의 얘기. 만의 하나, 패전한다면 기회를 잃는 것은 물론, 패전의 책임도 지휘관인 발렌시아가 지게 되리라.
‘아크 따위에게 신경 쓸 때가 아니다! 어쨌든 아크도 연방군. 내가 연방군의 지휘관으로 있는 이상, 아크를 처리할 기회는 얼마든지 있어. 하지만 그것도 내가 죽어버리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연방군이 전멸해도 마찬가지. 일단 기간틱을 쓰러뜨리는 게 급선무다!’
발렌시아가 퍼뜩 고개를 들어 기간틱을 바라보았다.
‘괴물 같은 전투력을 가지고 있지만 따지고 보면 기간틱도 병기. 분명 공략할 방법이 있을 것이다. 게다가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폭발하는 기지 속에서 나온 기간틱은 2대였다.
만약 그 2대가 동시에 연방군을 공격하기 시작했다면 발렌시아도 자포자기 상태가 되었으리라. 그러나 연방군에게 다가오는 기간틱은 1대.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머지 1대는 연방군이나 라마족도 없는, 엉뚱한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우리에게는 기회다!’
발렌시아의 머리가 비상하게 회전하기 시작했다.
‘기간틱이 상상 이상의 방어력과 공격력을 가진 병기임은 틀림없지만 덩치가 크고 움직임이 느리다는 것은 분명하다. 중앙기지 급의 GEM과 실드는 그런 단점을 보완하기 위한 방편에 불과해. 아마도 저 거대한 동체는 그런 GEM과 실드를 탑재하기 위해서겠지. 하지만 GEM으로도 모든 포탄을 요격할 수는 없어. 다시 말해 실드만 없으면 기간틱에게 데미지를 줄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기간틱의 실드 방어력도 어마어마한 수준이었다.
방금 전 수십 발의 포탄을 직격 당했음에도 깎인 실드는 고작 10%남짓.
그 10%의 데미지도 잠깐 사이에 절반 가까이 회복되고 있었다. 병사의 실드와 달리 메머드나 기간틱 같은 거대 병기의 실드는 완전히 파괴하기 전까지 자체 에너지로 실드를 회복시킬 수 있었다. 그런 기간틱의 실드를 포격만으로 파괴하기는 무리!
‘하지만 실드는 약점이 있다!’
탄환이나 포탄 같은 원거리 공격에는 절대적인 방어력을 가진 실드.
그러나 그런 실드도 접근공격에는 방어력이 극단적으로 약해지는 단점이 있었다.
‘그래, 보기에 달리 기간틱의 공략법은…… 백병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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