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702)
아크 더 레전드-702화(702/875)
[702] space 1. 돌발 퀘스트 (PART : 1) (2)‘이건 결정타로군.’
“자, 모두 들었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정보창을 훑어본 아크가 함장들을 돌아보며 물었다.
-어떻게 생각하냐니, 그야…….
-생각하고 말고 할 일도 아니지 않냐!
웅성거리는 함장들 사이에서 정의남이 버럭 소리쳤다.
그리고 새삼스러운 눈으로 난파선 덩어리를 돌아보며 한숨을 불었다.
-내 생각이 짧았다. 난파선을 보면 먼저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있는지를 알아보는 것이 상식. 하물며 정의를 입에 달고 사는 내가, 저 많은 난파선을 보고도 그런 생각조차 해 보지 않고 있었다니! 내가 이러려고 정의남이 되었나 자괴감이 들 정도다. 물론 우리는 지금 병사, 아직 구체적인 내용은 모르지만 작전 수행은 목숨보다 소중하다. 하지만 위험에 처한 사람이 필사적으로 내미는 손을 뿌리치는 것은 병사이기 이전에 인간의 자격이 없는 짓! 이건 생각할 것도 없다! 당연히 구조가 우선이다! 정의!
-오! 정의!
교주의 말에 신도들이 호응했다.
‘뭐 그렇겠지.’
충분히 예상했던 대답이다.
그리고 아크 역시 같은 생각이었다.
그렇다고 정의남과 같은 이유에서는 아니었다. 아니 뭐, 아크도 이런 상황에서 ‘싫어요. 바쁜 일이 있거든요. 행운을 빕니다.’라고 딱 잘라 말할 만큼 인정머리 없는 인간은 아니지만, 그보다는 좀 전과는 상황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아크가 난파선을 외면했던 이유!
뭐 이런저런 이유가 있지만 결과적으로 말하자면 이거다.
‘어떤 위험이 있는지 모르니까.’
그러나 난파선 속에 생존자가 있다. 그것도 이곳에 온 지 일주일이 넘은 생존자가. 바꿔 말하면 그건 적어도 난파선에 아크가 걱정할 만한 위험은 없다는 말이었다.
반면 메리트는 상승했다.
네모의 말에 따르면 저 난파선들은 여기저기에서 조난당한 함선들이 모여 있는 것, 누군가에게 약탈당한 함선이 아니다. 물론 함선이 난파당하면 화물 따위는 대부분 유실되지만 말 그대로 대부분, 남아 있는 화물도 있다는 말이다.
아리온이 우주선의 무덤을 찾아다닌 이유도 그것!
‘뭐랄까…….’
이제 아크의 눈에 난파선은 더 이상 불안한 뭔가로 보이지 않았다. 그냥 돈 덩어리!
‘그래도 일단 형식상…….’
“다른 분들의 생각은 어떠십니까?”
-뭐 나도 정의남 님의 말에 동의하지만 괜찮은 거냐? 작전은?
“상관없어. 작전 지역에 도착하는 시기가 꼭 언제까지라고 정해져 있는 건 아니야. 뭐 그렇다고 언제 도착하든 상관없다는 말은 아니지만 몇 시간 정도는 오차범위 안이야.”
-그렇다면 고민할 필요가 없겠군.
“그렇겠지?”
레피드의 말에 아크가 씨익 웃으며 덧붙였다.
“아버지 말대로 이런 요청을 거절하는 건 사람으로서 할 짓이 아니지. 역시 이럴 때는 100척이든 1,000척이든 샅샅이 뒤져 봐야겠지?”
-저 난파선을 모두?
“당연하지! 방금 전까지 우리는 저기 생존자가 있다는 생각조차 못 하고 있었잖아. 그런데 있었어! 그런데 네모 외에 다른 생존자가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잖아! 혹시 아냐? 구조 요청조차 못하고 죽어 가는 사람이 있을지? 우리가 아니면 그 사람들은 다 죽을 수밖에 없다고! 넌 그 사람들을 죽일 작정이냐?”
-아니, 왜 나한테 성질이야?
“성질이 아니라! 상황이 그렇다는 거야! 상황이!”
-뭐 네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뻔히 보인다만 따지기도 귀찮으니 그렇다 치자.
레피드의 말에 이슈람이 피식 웃으며 정의남을 돌아보았다.
-형님은 좋겠소, 생활력 강한 아들을 둬서.
-양자다.
정의남이 얼굴을 붉히며 정정했다.
그러나 아크는 그런 말 따위는 신경도 쓰지 않았다.
어차피 할 거면 그냥 안면에 철판 쫙 깔고 가는 거다. 그리고 함장들도 만장일치로 찬성.
“함대 선회! 잠시 작전을 중단하고 난파선을 수색해 임자 없는 화물…… 아니,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들을 구조한다! 가자! GO! GO! GO!”
-갑자기 펄펄 나는군.
-뭐 저런 게 저 녀석답기는 하지만…….
그리하여 의욕 넘치는 아크를 선두로 레피드, 정의남, 이슈람, 기타 등등의 함장들도 전함을 선회하며 실버스타를 따라 난파선을 향해 항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불과 1킬로미터까지 접근했을 때였다.
‘……어?’
기대감으로 반짝이던 아크의 눈에 ‘?’가 떠올랐다.
외곽에 있을 때는 못 봤는데 거리가 좁아지자 난파선 위로 2개의 붉은 빛이 떠올라 있는 것이 보였다.
그러나 처음에는 그저 아직 전원이 남아 있는 난파선에서 흘러나오는 빛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1킬로미터 거리까지 접근하자 갑자기 붉은 빛이 움직였다.
좌우로 길게 번지더니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 모양은 흡사…….
“저, 정지! 함대 정지! 모두 멈춰!”
멍하니 보고 있던 아크가 벌떡 몸을 일으키며 소리쳤다.
-뭐야? 정지? 갑자기 무슨 말이야? 왜?
“저, 저게 안 보여요?”
-저거? 뭐?
-지지지…… 지직…… 왜 그러십니까? 왜…….
그때 다시 ‘Unknown’이라는 문구가 떠 있는 화면이 흔들리며 네모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리고 그 순간, 아크는 온몸에 소름이 돋는 기분이 들었다.
아크가 번뜩이는 눈으로 화면을 돌아보며 소리쳤다.
“너…… 누구냐? 아니, 뭐냐?”
-……칫!
-[Unknown]과 통신이 해제되었습니다.
“빌어먹을!”
아크가 모니터를 내리치며 욕설을 터뜨렸다.
-아크, 대체 무슨 일이냐?
스크린에서 레피드의 고함이 들려왔다.
레피드만이 아니었다. 다른 함장들 역시 갑작스러운 상황에 영문 모를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러나 눈치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뭔가 상황이 심상치 않게 돌아간다. 함장들도 그 정도는 파악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게 사실이었다.
‘저건 대체 뭐냐고!’
문제는 아크도 그게 뭔지 제대로 파악하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었다.
단지 아크가 다른 함장들과 다른 점은 보인다는 점이다. 난파선 위에 떠 있는 거대한 눈동자가.
그렇다. 난파선 위로 떠오른 한 쌍의 붉은 빛은 눈동자!
지금 난파선 위에서 실핏줄이 뒤엉킨 붉은 눈동자가 아크 함대를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혹시 몰라 하자스카를 발동시키고 있었지만…….’
이런 것을 보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그리고 여전히 아크는 그 눈동자의 정체를 알 수 없었지만 두 가지만은 확신할 수 있었다. 하나는 그런 곳에 생존자가 있을 리가 없다는 것! 그리고 다른 하나는…….
‘위험하다!’
“설명은 나중입니다! 전 함, 실드를 최대 출력으로 전개하라! 그리고 전투태세로 전환하고 가능한 한 빨리 기수를 돌려 난파선으로부터 떨어져라!”
“혀, 형님!”
그때 토리가 당황한 표정으로 소리쳤다.
이에 시선을 돌린 아크의 얼굴이 딱딱하게 경직되었다.
구체로 뭉쳐 있는 난파선의 집합체가 좌우로 쩍 갈라지는 장면이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만으로도 다른 함장들은 충분히 놀라고 있었다. 그러나 아크의 눈에는 그 장면이 더 충격적으로 보였다. 좌우로 갈라지는 위치는 눈동자의 아래 부분.
다시 말해 그 장면이 아크의 눈에는…….
‘입? 입이다!’
난파선, 아니, 이제 난파선인지 뭔지도 알 수 없는 ‘그것’이 입을 벌리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다음 순간, 그 속에서 무수한 금속 파편이 얽혀 길게 늘어진…… ‘혀’라고밖에는 할 수 없는 것이 뻗어 나왔다. 그 혀가 향하는 방향은 함대의 선두, 아니, 다시 뒤로 방향을 돌리는 중이라 최후미에 위치하게 된 실버스타였다.
“힉! 옵니다! 와요!”
“시끄러워! 나도 보고 있어!”
아크가 버럭 소리치며 친위대를 돌아보았다.
쿠파와 헤드로, 라벤, 콘세드, 4명의 총기병이 보이지 않는다. 전투태세를 지시했을 때 바로 맡은 포탑으로 이동한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아크가 따로 명령을 내리기도 전에 실버스타의 상하에 붙은 4개의 기관포탑이 회전하며 포화를 뿜었다.
투콰콰콰콰! 투콰콰콰콰!
순식간에 일대가 불길에 뒤덮였다.
그리고 폭광 사이로 터져 나오는 금속 파편들!
이에 뻗어오던 금속 파편은 마치 진짜 살아 있는 생물의 혀처럼 주춤거렸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떨어져 나온 파편이 자석처럼 다시 달라붙어 본래의 형태로 복원되었다.
‘……뭐냐, 저건?’
투콰콰콰콰! 투콰콰콰콰!
그 뒤로 마찬가지였다. 실버스타만이 아니라 근처에 자리 잡고 있던 레피드를 포함해 10여 척의 전함까지 가세해 탄막을 펼쳤지만 터져 나온 파편은 다시 결합, 포화를 뚫으며 실버스타를 향해 날아왔다.
‘젠장, 실수였나?’
기관포의 화력은 통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그 이상의 화력, 함포나 주포로 상대하는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그러나 전방위를 커버할 수 있는 기관포와 달리 주포와 함포는 공격 각도가 한정되어 있었다.
기수에서 발사하는 주포는 정면, 함포는 전방 180도다.
함대전에서 적함에게 배후를 잡히면 불리해지는 이유가 그 때문이다. 후방으로는 화력을 집중시킬 수 없는 것이다.
지금 실버스타도 같은 상황이다.
아크는 아직 상대가 뭔지조차 모른다. 그런 상대와 무턱대고 싸우는 것은 멍청한 짓!
때문에 아크는 바로 퇴각을 지시했고, 그 지시에 따라 실버스타와 함대는 난파선을 등지고 선회하고 있었다. 주포나 함포로 금속 파편을 공격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말이다.
그러나 이제 와서 다시 함대를 돌릴 수는 없었다.
그렇다면 남은 방법은 하나뿐이다.
“빌어먹을, 전속 회피!”
아크의 명령에 실버스타가 한쪽으로 급격히 기울어졌다.
그러나 선회하던 도중에 갑자기 회피 운동을 시도해 봤자 속도가 붙을 리가 없었다.
콰쾅! 콰콰콰콰!
-공격을 받았습니다!
《실버스타의 실드 내구도가 82%로 감소했습니다.》
일격에 18%나 깎여 나가는 실드!
그러나 문제는 대미지가 아니었다. 부스터를 작동시키는 순간에 엄청난 충격을 받아 버린 실버스타는 평행을 잃고 상하좌우로 격렬하게 요동쳤다. 그리고 채 중심을 잡기도 전에 금속 파편이 뱀처럼 실버스타의 동체를 휘감았다.
카칵! 카카카카!
-커헉! 이, 이게 뭐냐?
“혀, 형님, 실버스타가 포박당했습니다!”
“엔진을 최대 출력으로 가동시키고 있지만 꼼짝도 하지 않습니다! 아니, 뒤로! 뒤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실버스타가 난파선으로 끌려가고 있습니다!”
-아크, 어떻게 좀 해 봐!
“힉! 무서워! 무섭다고요! 뭐든 해 봐요!”
“형님, 지시를 내려 주십시오!”
“젠장, 나도 보고 있어! 정신 사나우니까 한 사람만 말해!”
쉬지 않고 터져 나오는 토트와 토리, 헤겔의 목소리에 아크가 버럭 소리쳤다.
확실히 상황은 생각보다 심각했다.
차라리 공격을 받는다면 뭐라도 해 보기나 하겠지만 말 그대로 포박, 아예 움직임이 봉쇄되어 버린 것이다. 그리고 이런 상황이라면 함대의 지원사격을 받기도 힘들다. 아니, 어차피 기관포는 통하지도 않으니 의미도 없다.
그러나 아크도 폼으로 함장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헤겔, 실버스타의 자동 기체 제어 장치를 해제하라! 그리고 우측 날개의 분사구를 최대 상향각으로! 좌측 날개의 분사구를 최대 하향각으로 설정하라! 선수의 각도는 우측 45도! 선미의 각도는 좌측 45도! 조정이 끝나는 대로 보고하라!”
“수정각 입력 완료!”
“어디 이 충격을 버틸 수 있는지 두고 보자!”
아크가 오기 어린 표정으로 실버스타에 휘감긴 금속 파편을 바라보며 소리쳤다.
이건 과거 이큘러스를 조사할 때 실버스타처럼 노블리스가 정체불명의 촉수에 휘감겼을 때 마틴 후작이 사용했던 기술이었다. 자동 시스템으로는 허용하지 않는 방식으로 기체를 격렬하게 흔들어 포박을 풀어 버리는 일명 파동요란!
“지금이다! 분사!”
푸화아아아! 푸화아아아! 푸화아아아!
그리고 아크의 명령이 떨어지는 순간, 각기 다른 방향으로 수정된 분사구에서 시퍼런 불길이 뿜어지자 기체가 격렬하게 요동쳤다.
그러나 그건 그야말로 잠깐이었다.
갑자기 분사구에서 뿜어지는 불길이 급격히 약해지며 진동이 가라앉는 것이 아닌가?
“뭐, 뭐야? 왜……?”
“실버스타의 동력이 급격히 약해지고 있습니다!”
“동력이? 방금 전에 공격당한 곳이 엔진룸이었다는 말이야?”
“그건 아닙니다. 하지만…….”
-힘이…… 힘이 빠져나가고 있다……. 실버스타를 휘감은 뭔가가 에너지를…… 빨리고 있어……. 의식이…… 의식이…….
‘서, 설마?’
아크가 황망한 눈으로 빛이 옅어지는 토트를 돌아보았다.
토리나 헤겔은 아직 출력이 급감하는 원인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았지만 토트는 실버스타와 한 몸. 그런 토트의 말이라면 상황을 정확하게 표현한 것이리라.
금속 파편이 실버스타의 에너지를 흡수하고 있는 것이다. 대체 무슨 원리로? 그런 질문 따위는 의미 없다. 이미 이 상황 자체가 상식적이라고는 할 수 없으니까.
‘이제 저놈은 단순히 난파선의 집합체라고 할 수 없어. 저 자체가 하나의 생명체, 몬스터라고 봐야 한다. 그런 놈이 실버스타의 에너지를 흡수하며 끌어당기고 있다면 생각할 수 있는 이유는 하나밖에 없어. 그렇게 생각하고 싶지는 않지만…….’
먹기 위해서!
그렇게밖에는 생각할 수 없었다.
마치 먹잇감에 독을 주입해 무저항 상태로 만들어 포식하는 생물처럼, ‘저것’은 실버스타의 움직임을 봉쇄하고 통째로 집어삼키려 하고 있는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실버스타의 출력이 약해지자 점차 난파선으로 끌려가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었다.
‘이대로 끌려가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최악의 경우에는 실버스타를 잃을 수도 있어! 아니, 십중팔구 그렇게 될 것이다. 무슨 수를 써서든 촉수에서 벗어 나야해! 하지만 엔진을 가동시킬 동력조차 없다면 방법이…….’
-젠장! 전 함, 다시 선회!
그때 에너지 부족으로 점멸하는 스크린에서 정의남이 소리쳤다. 실버스타가 속수무책으로 끌려가자 정의남은 퇴각을 포기하고 아예 전면전을 시도하기 위해 함대를 되돌리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실버스타가 끌려가는 속도는 그보다 몇 배는 빨랐다. 이대로라면 함대가 선회하기 전에 놈의 입 속으로 빨려들고 말리라.
이에 아크가 머리를 쥐어뜯고 있을 때였다.
-아크, 대체 무슨 일이냐? 왜 엔진을 꺼 버린 거냐? 상황을 설명해라!
‘……있다!’
레피드의 목소리에 아크가 퍼뜩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토리를 돌아보며 소리쳤다.
“토리, 앵커다! 앵커 사출기를 좌로 30도 방향으로 회전시켜 발사하라!”
“네? 하, 하지만 30도 방향이면…….”
-나잖아!
레피드가 황당한 표정으로 소리쳤다.
그러나 아크는 레피드의 말을 씹으며 재차 소리쳤다.
“뭐 하고 있어? 서둘러라! 더 늦으면 앵커도 닿지 않는다! 발사!”
투퉁-! 터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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