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703)
아크 더 레전드-703화(703/875)
[703] space 1. 돌발 퀘스트 (PART : 1) (3)그리고 실버스타의 기수에서 뻗어 나간 앵커는 정확하게 레피드의 전함에 푹! 그 충격으로 스크린 속에서 휘청거리던 레피드가 잡아먹을 듯한 표정으로 소리쳤다.
-너 이 자식, 뭐 하는 짓이야?
“뭐 어때? 어차피 그 우주선은 네 것도 아니잖아!”
-내 거면 상관없단 말이냐!
아크의 말에 파크가 발끈한 표정으로 스크린에 얼굴을 들이밀었다.
그러나 말싸움이나 하고 있을 여유가 없었다.
“시끄러워! 위기 상황이라고! 지금 실버스타에 엉겨 붙은 금속 파편에게 에너지를 빨리고 있는 중이야! 왜냐고 묻지 마! 나도 모르니까! 어쨌든 이제 너와 나는 한 몸이라고! 그러니 먹히고 싶지 않으면 날아! 젖 먹던 힘이라도 짜내서 날아서 이 몸을 구하라고!”
-저 자식이 와이번에서부터 날 자가용 취급을…….
레피드가 울컥울컥 치미는 눈으로 아크를 노려보았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뒤에서 파크가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떠들어 대자 움찔하며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그때, 불안하게 점멸하던 스크린이 사라졌다.
금속 파편에 쪽쪽 빨려 드디어 통신을 유지할 에너지조차 남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파크가 왜 당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는지는 곧 알 수 있었다.
“이, 이게 대체…….”
파크 함에 앵커를 박아 넣었을 때는 확실히 난파선으로 끌려가는 속도가 둔화되었다. 그러나 통신이 끊기고 잠시 후, 다시 속도가 빨라지고 있었다.
실버스타의 엔진이 완전히 꺼진 탓도 있었지만, 파크 함의 후미에서 뿜어지는 불길도 눈에 띄게 약해졌기 때문이다.
레피드가 아크를 엿 먹이기 위해 일부러?
아니, 뭐 레피드의 성격을 생각하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는 생각도 들지만, 파크 함을 조종하는 사람은 주인 파크다. 그리고 전함을 끔찍하게 생각하는 파크가 고작 그런 이유로 위험을 자초할 리가 없다.
그렇다면 생각할 수 있는 이유는 하나!
‘이 금속 파편이 앵커로 연결된 파크 함의 에너지까지 흡수하고 있다는 말인가?’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다.
그리고 그게 사실이라면 상황은 최악!
파크 함이 다른 전함에 앵커를 박아도 놈에게 끌려가는 것을 막을 수 없다는 뜻이다. 먹히는 전함 숫자만 많아질 뿐!
아니, 이미 함대와 꽤 거리가 벌어져 그런 시도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망했다!’
투퉁! 투퉁! 투퉁! 투퉁!
아크가 절망적인 표정으로 쩍 벌어진 구멍을 바라보고 있을 때였다.
돌연 후방에서 연이어 울리는 포성!
기관포와는 무게감부터 다른 함포의 포성이었다. 후방 모니터까지 꺼져 미처 보지 못했지만 함대가 방향을 돌리고 함포 사격을 시작한 것이다.
‘그래, 아직 포기하기에는 이르다! 기관포는 몰라도 함포라면…….’
금속 파편 여기저기에서 터져 나오는 폭광! 아크의 기대대로 폭광이 번지자 기관포 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파편이 흩어져 나왔지만 그것도 잠시, 그 역시 기관포 때처럼 다시 본체에 달라붙으며 본래 형태로 돌아가는 것이다.
통하지 않는다! 함포조차!
이제 남은 방법은 주포밖에 없다. 그러나 이미 실버스타는 난파선 바로 앞까지 끌려와 있었다. 함대의 주포가 준비될 때까지 기다릴 시간이 없는 것이다.
문자 그대로 속수무책!
“헉! 드, 들어간다!”
“말도 안 돼! 난 아직 저게 뭔지도 모른다고!”
“뭔가 방법이 없는 거냐!”
난파선이 갈라져 만들어진 거대한 아가리.
그 아가리가 바로 앞까지 다가오자 친위대가 우왕좌왕하며 소리쳤다.
친위대원들은 ‘개척자 DNA’, 다시 말해 페어리로 재생 가능한 몸을 가지고 있는 NPC들이다. 그리고 벨타나에서도 죽기를 밥 먹듯이 한 덕에 상대적으로 다른 NPC에 비해 죽음에 대한 공포가 낮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건 단순히 죽음에 대한 공포와는 다른 문제였다.
먹히고 있다! 뭔지도 모를 존재에게! 무력하게!
거기에서 오는 생물의 본능적인 공포에 친위대는 완전히 공황상태에 빠져 있었다.
그러나 그뿐이다. 정작 그들이 타고 있는 실버스타는 조명조차 들어오지 않는 상황.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없었고 뭔가 있다 해도 이미 늦었다.
‘끝이다!’
쿠쿠쿠쿠! 쿠콰콰콰쾅!
굉음과 함께 찾아든 짙은 어둠.
실버스타와 파크 함을 삼킨 아가리가 닫히는 소리였다.
SPACE 2. 돌발 퀘스트 (PART : 2) (1)
“뭐지? 여기는?”
아크가 천천히 머리를 들어 올렸다.
놈의 아가리 속으로 들어올 때, 사실 아크도 친위대원들과 다를 게 없는 상황이었다. 정말이지 아무 생각도 없었다.
끝이다.
그저 막연하게 그런 단어만 떠오르고 있었다.
그리고 아가리가 닫히는 소리와 함께 찾아든 짙은 어둠. 그때 아크는 그 어둠을 배경으로 ‘YOU DIE’라는 문구가 떠오르는 장면을 상상했다. 그러나…….
“뭐, 뭐야? 아무 일도 없잖아?”
“살아 있어!”
“다들 괜찮은 거야? 하나도 안 보여!”
“누가 플레시 스틱 좀 꺼내 봐!”
잠시 웅성대는 소리가 들리더니 옅은 빛이 주위를 밝혔다.
그 빛 속에서 떠오르는 쿠라칸, 엘라인, 베라드, 랄프, 기타 등등의 친위대 얼굴들이 떠올랐다. 아크를 포함해 승무원 모두 무사히 살아 있는 것이다.
하긴 에너지가 바닥나 깡통이나 다름없는 신세가 되었지만 일단 실버스타가 건재하다.
그러니 괴물의 아가리 속에 들어왔다지만 실버스타에 타고 있는 아크와 친위대가 밑도 끝도 없이 죽어 나갈 리는 없기도 하지만.
‘최악의 상황은 아니다!’
아크가 상상하던 최악의 상황은 이대로 우적우적 씹히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런 상황이 벌어졌다면 정말 손쓸 도리 없이 당하고 말았겠지만, 아직 그런 조짐은 보이지 않았다.
물론 그게 안심해도 된다는 말은 아니었다.
씹히지는 않더라도 아크 일행이 정체도 모르는 괴물의 아가리 속에 들어와 있는 건 사실이고, 실버스타는 꼬마전구 하나 켤 에너지도 남아 있지 않은 상태인 것이다.
‘하지만 살아 있다. 우리도! 실버스타도! 그렇다면 아직 희망은 있어!’
이건 그냥 막연한 기대 같은 것이 아니었다.
퉁! 투퉁! 퉁! 투투퉁!
어두운 공간 저편에서 연이어 들려오는 둔탁한 울림.
함대다. 실버스타와 파크 함이 삼켜지자 아크 함대가 놈의 입 주위에 포격을 쏟아붓고 있는 것이다.
물론 방금 전에는 그 함대조차 실버스타와 파크 함이 삼켜지는 것을 막지 못했지만, 그때는 너무 갑작스러운 일이라 함대 전체가 혼란에 빠져 있었다. 싸워야 할지 물러나야 할지조차 판단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때와 상황이 다르다.
밖의 상황을 확인할 방법은 없지만 이제 함대도 본격전인 전투태세에 돌입했으리라.
‘우리는 아직 이놈의 정체조차 모른다. 그러니 이길 수 있다는 보장은 없어. 하지만 함대가 포기하지 않는 이상 적어도 이곳을 탈출할 기회는 생길 것이다!’
아크는 함대의 힘을 믿고 있었다.
와이번에서 일주일간 펼쳐진 지옥훈련을 이겨 낸 함대의 힘을!
물론 그게 이런 정체불명의 괴물과 싸우기 위한 훈련은 아니었지만 어쨌든 강해졌다.
그건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그리고 지금 그 함대를 이끄는 사람은 정의남과 이슈람, 칼리 일당이다. 그러니 뭐든 해 줄 것이다. 지금은 그렇게 믿는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우리다! 우리가 그때까지 버틸 수 있느냐!’
아직은 별일이 일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아크는 이런 상황이 언제까지나 유지되리라고 믿을 정도로 낙천주의자가 아니다.
괴물이 그냥 입에 물고 있기 위해 혀에 화상(?)을 입으면서까지 실버스타와 파크 함을 삼키지는 않았을 터! 뭔가 일어난다! 그 역시 의심의 여지가 없는 일이었다.
“넋 놓고 있을 때가 아니다!”
아크가 웅성대는 친위대원들을 돌아보며 소리쳤다.
“무슨 사태가 벌어진 것인지 지금은 나로서도 설명할 길이 없다. 하지만 하나만은 분명하다. 실버스타를 삼킨 놈이 적이라는 것. 다시 말해 지금 우리는 적지 한복판에 들어와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언제 무슨 일이 생길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말이다. 또한 밖에 아군 함대가 있지만 당장 도움을 기대하기는 무리. 당장은 우리와 실버스타를 지킬 수 있는 사람은 우리 자신밖에 없다. 그러니 먼저 무기와 방어구를 점검하고…….”
-아크를 사살하라!
뒤이어 터져 나오는 고함!
이에 아크가 고개를 끄덕이며 소리쳤다.
“그래! 아크를…… 에? 잠깐, 잠깐! 야, 인마! 얻다 총구를 들이대는 거야? 뭐야? 어떤 놈이…… 어라? 님프? 레피드? 너였냐!”
-그래! 나다, 인마!
아크가 손목을 내려다보자 님프에서 울컥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이 자식, 이제 하다하다 남의 우주선에 작살까지 쑤셔 박아? 뒈지고 싶냐?
“무슨 소리야! 당연히 아니지!”
레피드의 목소리에 움찔했던 아크가 버럭 소리쳤다.
“넌 눈알이 없는 거야, 뇌가 없는 거야? 나라고 그러고 싶어서 그랬겠냐? 보고도 몰라? 뒈지고 싶지 않으니까 네 우주선에 앵커를 박은 거 아니야?”
-그걸 지금 말이라고…….
“그리고 지금이 그런 거나 따지고 있을 때냐? 그렇게 상황 파악이 안 돼? 지금 우리가 들어와 있는 곳은 난파선, 아니, 정체도 모르는 괴물의 아가리 속이라고! 위기! 너나 나나 지금 죽을 위기에 처해 있다는 걸 모르겠어?”
-그게 누구 때문인데…….
“당연히 괴물이지!”
적반하장! 그리고 철옹성!
이런 곳에 파크 함까지 끌고 들어온 주제에 되레 큰소리치는 아크의 태도에 레피드는 물론 친위대원들조차 할 말을 잃었다.
-너…….
텅! 텅! 텅! 텅!
잠시 말을 잃었던 레피드가 다시 입을 열 때였다.
갑자기 머리 위에서 둔탁한 소리가 연이어 들려왔다. 실버스타의 상부 갑판 위로 뭔가가 떨어지는 소리였다.
그건 실버스타만이 아니었다.
레피드와 연결된 님프에서도 그와 비슷한 소리가 전해졌다. 파크 함에도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시작됐다! 뭔가가!’
“거봐! 말했지?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라고!”
아크는 되레 레피드를 구박하며 친위대원에게 소리쳤다.
“지금은 실버스타를 지키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토리, 헤겔, 너희는 여기 남아 함 내를 살펴라! 나머지는 나를 따라라!”
아크는 먼저 선실로 향했다.
실버스타의 시스템이 모두 먹통이라 지금은 밖의 대기 상태조차 파악할 수 없다. 아무리 급해도 무턱대고 함 밖으로 뛰어나갈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러니 먼저 선실에서 우주복을 착용, 장비 정비까지 후다닥 해치운 아크는 대원들과 함께 갑판으로 뛰어 올라갔다.
“쿠라칸, 조명탄!”
“네!”
투퉁! 푸화아아아!
10여 미터 상공에서 폭발이 일어나며 빛이 터져 나왔다.
‘뭐냐? 대체 여기는…….’
주위를 살피던 아크의 얼굴이 당혹감이 번졌다.
조명탄의 빛에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검붉은 물질에 뒤덮여 있는 천장이었다.
문제는 그 검붉은 물질 속에 섞여 있는 것.
부서진 함선의 잔해였다. 마치 같이 섞어 반죽해 붙여 놓은 것처럼 무수한 함선의 잔해가 검붉은 물질과 뒤엉켜 붙어 있는 것이다. 난파선으로 이루어진 ‘뭔가’의 몸속이니 함선의 잔해 자체는 딱히 이상한 것이 아니다.
‘하지만 이건 마치…….’
-아크 님, 저기 좀 보십시오!
그때 앞쪽에서 엘라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리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줄기처럼 얽힌 무수한 금속 파편이었다. 실버스타의 에너지를 흡수했던 금속 파편의 줄기는 아직 동체에 감겨 있는 것이다.
그러나 엘라인이 가리킨 것은 금속 파편이 아니었다.
이 공동을 이루고 있는 검붉은 물질, 그것이 마치 촉수와 같은 형태로 솟아 나와 실버스타 여기저기에 붙어 있었다. 함 내에서 들은 것은 그 촉수가 실버스타에 붙는 소리였다. 그리고 촉수가 붙은 자리는 매캐한 연기를 뿜어 올리며 녹아내리고 있었다.
순간 아크는 바로 상황을 이해했다.
‘먹히고 있다! 실버스타가!’
아크가 검붉은 물질과 뒤엉킨 함선의 잔해를 봤을 때 떠올린 것은 음식 찌꺼기, 마치 소화되다 만 음식 찌꺼기 같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게 정답이었다.
실버스타를 녹여 대는 촉수, 이대로 방치하면 십중팔구 실버스타 역시 벽 속의 잔해와 같은 신세가 돼 버리리라.
“빌어먹을! 마이트! 격돌!”
아크가 지체 없이 촉수를 향해 돌진하며 소리쳤다.
이동거리가 멀면 멀수록 더 강한 위력을 발휘하는 컴뱃 폼 워리어의 돌격 기술 ‘격돌’!
갑판을 울리며 돌진한 아크의 몸통 박치기로 1차, 뒤이어 10미터 이상의 거리를 돌진할 때 발생되는 충격파가 폭발하며 2차 충격이 가해지자 촉수가 떨어져 나갔다.
“맙소사! 뭐 이런…….”
뒤이어 드러나는 광경에 아크의 입에서 신음이 흘러나왔다. 우주복을 착용하느라 좀 지체되기는 했지만 밖으로 나오는 데 걸린 시간은 불과 2~3분, 그사이에 촉수가 붙어 있던 자리는 손가락 한 마디 깊이까지 녹아 있었다.
그런 것이 10여 개나 붙어 있다. 이 상태라면 실버스타는 채 1시간도 안 되어 뼈만 남으리라.
‘하지만 일단 공격은 먹힌다!’
동체를 휘감은 금속 파편은 함포의 포격에도 끄떡없었다.
하물며 아크나 친위대의 공격이 먹힐 리가 없었다. 그러나 촉수는 아니었다. 물론 ‘격돌’에 맞은 촉수가 부서지거나 한 것은 아니지만 일단 떼어 낼 수는 있는 것이다.
‘지금은 달리 방법이 없다! 촉수를 막으며 버티는 수밖에 없어!’
“촉수를 공격하라!”
-중화重化! 파괴의 일격!
바로 뛰어나가는 엘라인의 손에 들린 검이 묵직한 해머로 변형되었다.
검과 해머, 거기에 총까지, 상황에 따라 자유자재로 변형이 가능한 ‘G-1000의 팔’! 엘라인이 해머로 변형된 ‘G-1000의 팔’을 휘두르자 폭음이 터지며 촉수가 떨어져 나갔다.
거기에 2명의 전사가 추가되었다.
-스크류 블레이드!
-멸절의 해머 부스터 가동! 파괴의 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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