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705)
아크 더 레전드-705화(705/875)
[705] space 2. 돌발 퀘스트 (PART : 2) (3)굉음과 함께 갑자기 일대를 뒤덮으며 퍼져 나오는 뇌전!
시작은 난파선의 집합체였다. 난파선의 표면에서 스파크가 일어나더니 이내 전체로 퍼졌고, 굉음을 일으키며 거미줄 같은 형태로 뻗어 나와 일대를 뒤덮어 버린 것이다.
문자 그대로 번개 같은 속도!
“피할 수 없습니다!”
“측정하기 힘든 전류가 함을 뒤덮었습니다!”
“시, 실드가 해제되고 있습니다! 전류가 함 내로 흘러들어 오고 있습니다! 함 내 시스템 교란! 외부에서 들어오는 과전압에 시스템의 일부가 타들어 가고 있습니다!”
“중앙 제어 장치에 화재 발생!”
진동하는 전함 속에서 승무원들이 당혹성을 터뜨렸다.
그러나 뭔가 손써 볼 틈도 없이 상황은 한층 더 심각하게 전개되었다.
“주포 관제 시스템에 에러가 발생했습니다! 헉, 주, 주포의 에너지가 역류합니다!”
콰지지지지! 퍼퍼펑!
뒤이어 연달아 터져 나가는 계기판!
-전함의 에너지 전환 장치가 파손되었습니다!
주포 사용 불가!
항해 시스템 에러! 통제 불능!
자동 화기 관제 시스템 사용 불가…….
동시에 정의남의 눈앞에 주르륵 떠오르는 메시지! 메시지! 메시지!
-이, 이건 말도 안 돼!
노이즈가 번지는 스크린에서 칼리가 당혹성을 터뜨렸다.
전함은 개척자에게 생명이나 다름없다.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는 우주에서는 작은 문제 하나도 개척자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것이다. 때문에 전함에는 상상 가능한 모든 위험에 대비하기 위한 시스템으로 꽉꽉 채워져 있었다.
그런데 고작 뇌전 따위에 그 모든 시스템이 한순간에 제어 불능 상태에 빠져 버린 것이다.
이건 수많은 함대전을 치러 본 칼리조차 아직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일이었다. 하물며 아직 함장으로서의 경험은 그리 길지 않은 정의남은 말할 것도 없지만.
‘당황하고 때가 아니다!’
상황은 눈에 보이는 것보다 심각했다.
다른 시스템도 문제지만 뭣보다 심각한 것은 항해 시스템이 통제되지 않는 것. 이건 유저에 비유하면 ‘혼란’ 상태에 빠졌다는 말과 같았다.
그리고 ‘혼란’은 유저에게도 치명적인 상태 이상이지만 함대라면 위험도는 10배! 아니, 100배 이상으로 치솟는다.
유저끼리는 부딪혀도 머리에 혹이나 생기는 정도로 끝나겠지만 전함과 전함이 충돌하면 박살! 실드마저 해제된 상태라면 스치기만 해도 치명적인 피해를 입는 것이다.
‘이대로 방치하면 자멸이다!’
“전 함! 항해 시스템을 차단하라!”
그나마 함대를 분산시켜 뒀던 것 다행이다.
거기에 정의남의 빠른 판단 덕분에 통제 불능 상태에 빠져 마구잡이로 움직이던 전함들이 서로 충돌하기 전에 정지시킬 수 있었다.
그러나 이게 위기에서 벗어났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이제 난파선의 집합체가 대對함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사실이 증명되었다. 그리고 지금 함대는 그런 난파선의 집합체 앞에서 움직이지도 못하는 상태가 되어 버린 것이다.
“지금은 무엇보다 항해 시스템을 복구하는 것이 먼저다. 각 전함은 동원 가능한 모든 인력을 투입해 최대한 빨리 항해 시스템을 복구하라!”
-혀, 형님!
그때 지직거리는 스크린에서 칼리가 비명 같은 목소리로 소리쳤다.
전방으로 고개를 돌린 정의남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마치 벌집에서 벌이 쏟아져 나오듯이 난파선의 집합체에서 무수한 비행체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전투기? 아니, 전투기치고는 너무 작아.’
그러나 정체가 뭐든!
마치 벌 떼처럼 공간을 뒤덮으며 밀려오는 비행체!
“항해 시스템을 복구할 때까지는 이 상태로 놈들을 막는 수밖에 없다! 함대, 화기 관제 시스템을 수동으로 전환해 놈들을 요격한다! 공격!”
투퉁! 투퉁! 투콰콰콰콰!
60척의 전함이 비행체를 향해 일제히 불을 뿜어 내기 시작했다.
그와 함께 전방에서 연이어 터져 나오는 폭광!
일격에 100여 기의 비행체가 폭광에 삼켜져 증발했다. 그러나 밀려드는 비행체는 그 수십 배! 포격이 시작되자 사방으로 흩어졌던 비행체들이 그대로 함대를 뒤덮었다.
콰쾅! 콰쾅! 콰쾅!
폭음을 일으키며 요동치는 전함!
“놈들이 육탄공격으로 전함을 들이받고 있습니다!”
“방금 전의 뇌전으로 실드가 해제되어 놈들을 막을 수가 없습니다! 현재 상부 갑판에 수십 기의 비행체가 달라붙었습니다! 그중 10여 기가 포탑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포탑까지 잃으면 끝장이다!”
승무원의 보고에 정의남이 몸을 돌리며 소리쳤다.
“전함 조종과 수리에 필요한 인원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나와 함께 밖으로 나간다! 전함에 붙어 있는 놈들은 우리가 직접 상대한다!”
“네!”
정의남 함의 승선 인원은 약 80명.
정의남은 그중 50명과 함께 우주복을 입고 갑판 위로 뛰어나왔다.
밖으로 나오자 함대가 흩어져 있는 공간이 온통 폭광과 그 사이를 날아다니는 비행체로 뒤덮여 있었다.
그러나 당장 시급한 문제는 정의남 함에 붙어 있는 비행체. 비행체가 전함에 달라붙어 움직인다니, 일단 그것부터가 이해하기 힘든 일이지만.
“뭐냐, 저건?”
주위를 훑던 정의남이 얼굴이 괴상하게 일그러졌다.
그 앞으로 다가오는 것은 전투기도 뭣도 아니었다. 사람! 아니, 사람 형태를 한 뭔가! 좀비처럼 군데군데 뜯겨 나간 살점에 각종 기계 부품이 뒤섞여 있는 괴물이었다.
이 괴물들의 정체는…….
* * *
????
종류 : ??? 위험도 : ???
전투력 : ???
확인할 수 없는 개체입니다.
‘빌어먹을, 정작 필요할 때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니까.’
아크가 울컥한 표정으로 님프를 바라보았다.
님프의 몬스터 정보 확인 기능.
간만에 사용해 봤지만 나오는 것은 ‘?’뿐이었다.
뭐 난파선이 나타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가 쌓이는 상황이 연발되고 있으니 거기에 ‘?’가 하나 더 추가된다고 딱히 달라질 것도 없기는 하지만.
‘……다른 건가?’
위이이잉! 카카카칵!
전기톱처럼 회전하며 날아드는 칼날!
검으로 칼날을 쳐 낸 아크가 두어 걸음 물러나 놈을 바라보았다. 난파선 내부에서 아크 일행을 습격해 온 놈들은 사람과 기계 부품을 같이 믹서에 넣고 돌려 버린 것과 같은, 정말이지 꿈에 나올까 무서운 기괴한 형태의 괴물이었다.
그러나 아크는 이미 이와 비슷한 것을 본 적이 있었다.
아슐라트의 디에라라는 곳을 방문했을 때, 정체불명의 조직에 습격 받은 아슐라트의 사이보그 병사들이 이런 형태로 변해 버린 것을 본 적이 있었다.
그러나 한번 싸워 본 몬스터는 그 정보가 고스란히 님프에 저장된다. 전부는 아니라도 싸우며 알아낸 정보는 다음에 다시 같은 몬스터를 만났을 때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당시 얻은 정보가 출력되지 않는다.
‘닮았지만 다른 몬스터라는 말이겠지.’
일단 여기까지.
계속해서 이해하기 힘든 상황이 이어지니 뭐라도 알아낼 수 있으면 좋겠지만, 지금은 그런데 연연할 때가 아니었다.
지금 아크를 위협하는 것은 이 ‘?’의 괴물만 아니다.
이러고 있는 사이에도 실버스타와 파크 함은 촉수의 공격을 받고 있는 것이다. 당연히 괴물이 나타났다고 모든 대원들이 맞서 싸울 수 있는 입장이 아니었다.
아니, 굳이 그럴 필요도 없었다.
“마이트! 폭격!”
물러났던 아크가 튕기듯 뛰어나가며 검을 휘둘렀다.
전기톱 같은 칼날을 휘둘러 대던 괴물이 움찔하며 방어 자세를 취했다. 그러나 의미 없는 짓이다.
‘폭격’은 아크보다 힘이 떨어지는 적의 방어는 그냥 분쇄해 버리는 스킬! 말하자면 강자에게는 약하고 약자에게는 강한 기술인 것이다. 뭐랄까, 그렇게 설명하니 좀 치사한 느낌도 없지 않지만 어쨌든!
콰쾅! 콰지지지!
여지없이 괴물의 방어를 부수고 들어가 박히는 광선검!
동체가 들썩거릴 정도의 충격을 받은 괴물이 휘청거리며 황급히 물러났지만 어림도 없다. 일단 한 번 약점을 잡았다 싶으면 끈질기게 물고 늘어져 끝장을 보는 아크다.
“아직이다! 슬레이어, 비검! 뇌!”
아크는 곧바로 따라붙으며 두 자루의 에너지 블레이드로 속사포 같은 검기를 쏟아부었다.
‘비검’의 속성 추가에 의해 스파크를 일으키며 날아가는 검기! 검기가 박힐 때마다 살점과 뒤엉킨 기계 부품 사이에서 스파크가 일며 괴물의 몸이 경직되었다. 그리고 뒤이은 ‘폭격’에 살과 기계가 분리되며 박살 났다.
투투투투! 투투투투!
그때 숨 돌릴 틈도 없이 등 뒤로 날아오는 탄환!
그러나 아크는 이미 뒤에서 괴물들이 총구를 들이대는 것을 알고 있었다.
뒤통수에 눈이 붙어 있어서가 아니다.
-얻다 대고 총질이냐? 괴갑!
지체 없이 왼팔을 방패로 변형시키며 아크의 뒤를 막아서는 바사크.
바사크의 진면목은 이런 난전에서 제 위력을 발휘했다.
룬 문자 ‘바이우스’를 이용해 시각을 공유하면 시야가 2배, 전방위의 상황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당연히 대응 속도가 빠를 수밖에 없었다.
“나이스 타이밍이다, 바사크! 숙여!”
순간 몸을 돌린 아크는 괴물의 총격을 막아내는 바사크의 등을 밟고 뛰어 올랐다. 그리고 한데 모여 있는 서너 마리의 괴물을 향해 떨어지며 ‘진동’!
콰쾅!
굉음을 일으키며 흔들리는 지면!
아크보다 힘 스텟이 떨어지는 적을 55% 확률로 넘어지게 만드는, 이 역시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한 위력을 발휘하는 스킬이었다. 거기에 추가로 ‘공포’ 상태 발생!
기긱? 기기기기!
괴물이, 괴물인 주제에, 공포에 질린 눈빛으로 주춤주춤 물러났다.
그러나 아크는 가차 없었다.
하물며 상대는 동정심이라고는 코딱지만큼도 생기지 않는 흉측한 몰골의 괴물이다.
“바사크, 이대로 몰아붙인다! 마이트, 격돌!”
-네, 형님! 우오오오! 돌진!
콰쾅! 콰콰콰쾅!
-협공 성공!
《격돌+돌진 : 충격 대미지 +50%》
그대로 지면을 울리며 돌진하는 아크와 바사크!
둘이 동시에 들이받자 4마리의 괴물이 수 미터나 날아가 바닥에 처박혔다. 그리고 채 몸을 일으키기도 전에 들이닥친 아크와 바사크에게 잘근잘근 밟히기 시작했다.
이쯤 되면 누가 괴물인지 분간하기 힘들 정도!
그러나 이건 괴물이 약해서가 아니었다.
‘내가 강해진 것이다!’
아크는 와이번 공략전을 치를 때부터 자각하고 있었다.
펜저모니엄의 수련관 금마의 탑, 그리고 자낙스의 진전을 이어받아 전직한 ‘조디악 나이트’!
그사이에 다른 유저나 몬스터와 싸워 본 적이 없어 미처 느끼지 못했지만, 그 전과 후의 아크는 전혀 다른 사람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성장해 있었다.
그러나 실버스타를 습격한 괴물은 30여 마리. 역시 바사크와 아크, 둘만으로 상대하기는 무리였지만.
“쳇, 저놈들이 또…….”
공격을 퍼붓던 아크가 미간을 찡그렸다.
아크와 바사크가 밟아 대자 몇 마리가 하늘로 날아오르고 있었다. 그건 놈들이 비행 능력을 갖추고 있다기보다는, 이곳이 무중력 공간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아크도 산소 분사기를 이용하면 쫓을 수는 있지만 굳이 그럴 이유는 없었다.
-어림없다! 영격!
괴물들의 머리 위로 쏟아지는 시커먼 구체!
그렇다. 괴물과 싸우는 사람은 아크와 바사크만이 아니었다. 레피드 역시 참전해 있었다.
그건 당연히 괴물이 아크와 바사크만으로 감당하기 힘들어서였지만, 굳이 레피드가 참전한 데는 이유가 있었다.
지금 양쪽에서 습격하는 괴물과 촉수.
그러나 같은 습격이라도 대처하는 방식은 전혀 다른 상황이었다. 어차피 실버스타와 파크 함을 공격하는 촉수는 파괴할 수 없다. 그러니 대처도, 접근하지 못하게 막거나 떼어 내는 데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다시 말해 전함을 지키는 데는 전투력보다 쪽수가 더 중요하다는 말이다.
그러나 괴물은 촉수와 달리 일단 죽일 수는 있다.
그렇다면 전투력이 높은 사람이 나서서 최대한 빨리 처리하는 편이 나은 것이다.
아크와 레피드가 괴물과 싸우는 이유가 이것!
아크는 굳이 말할 필요도 없고, 현재 이곳에 있는 사람 중에 아크 다음으로 강한 사람은 레피드! 뿐만 아니라 악마로 변하면 거기서 전투력이 한 단계 더 상승!
물론 여기에는 피 같은 아크의 돈―영혼석―이 들어가지만 지금은 그런 걸 따질 때가 아니었다. 그리하여 과감한 투자로 레피드는 악마로 변신!
-받아라! 영격! 영격! 영격!
상공에서 괴물을 향해 융단폭격을 퍼부어 대고 있었다.
덕분에 날아오르던 괴물들은 살충제를 맞은 파리처럼 픽픽 바닥에 떨어졌다. 그리고 다시 아크와 바사크의 공격에 이리저리 굴러다니며 한데 뭉쳤다.
아크가 기다리던 것이 바로 이때!
“바사크, 이제 물러나라!”
뒤로 물러난 아크가 검을 치켜 올리며 소리치는 순간!
돌연 수십 미터 상공에 무수한 광점이 떠올랐다. 그리고 폭발적으로 확대되며 거대한 바위처럼 굳어지더니 괴물들의 머리 위로 낙하하기 시작했다.
“슬레이어! 유성!”
콰콰콰! 콰콰콰! 콰콰콰!
일대를 뒤덮으며 터져 나오는 폭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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