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708)
아크 더 레전드-708화(708/875)
[708] space 3. 그들의 역습 (3)* * *
여기저기 장갑판이 떨어져 나가고 뼈대를 이루는 굵은 강철 빔이 드러나 있는 난파선의 내부, 아크가 몸을 돌리며 소리쳤다.
“바사크, 왼쪽이다!”
-네, 괴갑!
“꺼져라! 마이트! 진동!”
바사크가 좌측에서 달려드는 우주 좀비를 막는 사이, 아크는 반대쪽의 대여섯 마리의 우주 좀비 사이로 파고들어 세차게 발을 굴렀다. 동시에 상하로 요동치는 바닥!
“슬레이어! 연속 비검! 뇌! 뇌! 뇌!”
그 위로 스파크를 일으키는 검기가 속사포처럼 쏟아졌다.
이미 생명력이 바닥나 있던 우주 좀비들은 그것으로 끝, 와중에도 2마리가 엉덩이에 엉겨 붙은 분사 장치에서 방귀(?)를 뿜어내며 날아올랐지만 헛된 몸부림이었다.
-연사! 속사!
타타타탕! 타타타탕!
레피드의 손에서 팽이처럼 회전하며 불을 뿜는 권총!
마구잡이로 쏴 대는 것 같지만 탄환은 단 한 발도 빗나가지 않고 정확히 우주 좀비의 분사 장치에 박혀 들었다.
그리고 폭발!
압축산소로 채워져 있던 탱크에 탄환이 박히자 우주 좀비는 문자 그대로 엉덩이가 폭발하며 벽과 바닥에 처박혔다.
“잔인한 놈.”
-닥쳐! 네놈에게 그런 말을 들을 이유는 없어!
“내가 뭐?”
아크가 ‘폭격’으로 우주 좀비 1마리를 곱게 다진 고기처럼 만들어 대며 되물었다.
-무슨 말이 듣고 싶은 거냐?
“듣고 싶은 말은 많지만 어차피 좋은 말은 해 주지 않겠지?”
-알면 닥치고 움직여!
“쳇, 네 머리는 2비트냐? 꼭 닥쳐야 움직일 수 있어? 난 떠들면서도 움직일 수 있다고!”
그 말대로 아크는 구시렁대면서도 쉬지 않고 우주 좀비를 해체하고 있었다.
이런 아크의 태도에 레피드는 당장이라도 폭발할 것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사실 이것도 다 레피드를 위해서 그런 거다. 얼마 전에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대체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새로운 스킬(직업 공통☆☆☆)을 익혔습니다.
분노(초급, 패시브) : 당신은 상당히 오랜 시간 과중한 스트레스를 받는 생활을 해 왔습니다. 그리고 해소되지 않는 스트레스에 급기야 울화병이 생길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그러나 때로는 이런 스트레스도 도움이 될 때가 있습니다. 뭣보다 당신은 전사! 끓어오르는 분노는 당신의 내면에 잠들어 있는 전투 본능을 보다 역동적으로 끌어내 줄 것입니다.
《전투 시 분노 수치에 따라 1~15%의 전투력 상승》
※이 스킬은 실제로 유저의 화가 치밀 때 발동되며 추가 효과는 정도에 따라 달라집니다.
레피드에게 이런 스킬이 생긴 것이다.
그렇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너 때문이잖아!
알 수 없는 이유로 생긴 이 스킬은 ‘왠지 모르겠지만’ 아크와 상성이 좋았다. 이상하게 아크와 함께 있을 때는 발동 확률이 급상승하는 것이다.
아크가 해맑게 웃어도 펑! 아크가 울컥한 표정을 지어도 펑! 그냥 하품만 해도 펑!
시도 때도 없이 발동하는 것이다.
그러니 그냥 가만히 있어도 되지만 ‘분노’는 말 그대로 분노 수치가 높을수록 전투력이 상승하는 스킬. 정신없는 전투 중임에도 불구하고 아크가 굳이 칼로리를 소비하며 떠들어 대는 이런 레피드에 대한 배려였다.
-닥치라고! 되도 않는 배려하지 말고 닥쳐!
그러니 말은 저렇게 해도 속으로는 고마워하고 있을 것이다.
탕! 탕! 탕! 퍼펑-!
그 증거로 레피드의 총에서 뿜어지는 탄환은 시시각각 강해지고 있지 않은가.
이러니저러니 해도 역시 상성이 좋은 사이라고밖에 할 수 없었다. 그러나 역시 상성으로 따지면 바사크를 빼 놓을 수는 없었다. 뭐니 뭐니 해도!
‘저놈이다!’
또다시 우주 좀비 1마리를 해체한 아크가 눈을 반짝이며 몸을 돌렸다. 뒤쪽 구석에 숨어 있는, 다른 놈들보다 약간 큰 몸집의 우주 좀비!
아크가 놈을 발견한 것은 바사크의 시각을 통해서였다.
바로 이것! 레피드도 레피드지만 바사크는 아예 아크와 시각을 공유하는 것이다. 당연히 상성 최고!
“바사크, 뚫어라!”
-네, 갑니다! 우오오오! 돌진!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괴갑으로 우주 좀비를 쳐 내며 돌진하는 바사크!
그 뒤를 따라 가던 아크는 바사크의 어깨를 밟고 뛰어올랐다. 그리고 큰 몸집의 우주 좀비를 향해 떨어지며 ‘폭격’! 뒤이어 벌러덩 넘어지는 놈의 몸 위에 올라탔다.
“자! 먹어라!”
콰쾅! 콰쾅! 콰쾅!
그리고 이어지는 폭격! 폭격! 폭격!
밑에 깔린 우주 좀비가 버둥거렸지만 ‘폭격’은 방어조차 불가능한. 아니, 방어까지 부수고 박히는 공격이다.
그런 공격을 양손! 두 자루의 검으로 퍼부어 대자 반죽처럼 뭉개지던 우주 좀비의 머리가 순식간에 박살 나며 흩어졌다.
그리고 그 옆으로 툭 떨어지는 작은 메모리 카드.
아크가 이 우주 좀비를 보자마자 무지막지하게 때려잡은 이유가 바로 그 메모리 카드 때문이었다.
아직 주위에는 서너 마리의 우주 좀비가 남아 있었지만 아크는 잽싸게 메모리 카드를 주워 님프에 연결했다. 이어 패스워드를 입력하는 화면이 나왔지만.
-이 데이터는 보안 장치에 의해 잠겨 있습니다.
확인된 보안 장치는 5등급입니다. Lv.3의 해킹 스킬은 1~6등급의 보안장치를 자동으로 해제할 수 있습니다. 자동으로 보안 장치를 해제하시겠습니까? Y/N
“예스! 해제!”
Lv.3의 해킹 스킬 덕분에 자동 해제!
-M-293호 항성 간 왕복선 함장 [도미니크]의 항해일지.
뒤이어 님프 화면에 이런 제목이 떠올랐다.
아크가 이런 항해일지를 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검붉은 물질로 뒤덮인 공간에서 우주 좀비의 습격을 받은 직후, 레피드와 함께 놈들이 들어왔던 통로를 따라 나오자 수많은 난파선이 뒤엉킨 공간이 나타났다.
뭐 난파선의 집합체 속에 들어와 있으니 검붉은 공간보다 그게 정상이지만 어쨌든!
그 난파선들에 들어갈 때마다 우주 좀비가 나타났다.
숫자는 난파선마다 다르지만 보통 30~50마리. 그리고 그중에는 십중팔구 방금 전에 아크가 박살 낸 것과 같은, 약간 몸집이 큰 우주 좀비가 1마리씩 섞여 있었다.
그리고 그런 우주 좀비는 잡을 때마다 이런 항해일지를 떨구는 것이다. 이유는 대강 짐작할 수 있었다.
‘아마도 몸집이 큰 우주 좀비는 아마도 이 난파선들의 함장. 그리고 다른 놈들은 승무원이었겠지.’
이쯤 되면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게 우주 좀비의 정체였다. 실버스타나 파크 함처럼 이 괴물에 삼켜져 죽은, 아니, 살해된 승무원들이 이해할 수 없는 힘에 의해 좀비로 변해 버린 것이다.
그러나 그 정도는 굳이 항해일지가 아니라도 예상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리고 아크 역시 그런 것이나 확인하기 위해 항해일지를 보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어디 보자…….’
아크가 얼른 페이지를 넘겼다.
-12번째 항해 Day-2.
우주풍으로 인해 작은 소동이 있었지만 항해는 순조롭다. 이대로라면 늦어도 내일 중으로 모리아나 항에 도착할 수 있을 것 같다.
-12번째 항해 Day-3
모리아나 항에 도착해 납기일에 맞춰 무사히 화물을 넘겨줄 수 있었다. 그러나 긴 항해로 선원들의 피로가 많이 쌓여 있다. 선원들이 지치면 항해에도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뛰어난 함장이라면 안전한 항해에 휴식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있다. 때문에 이번 항해만 무사히 마치면 승진이 약속되어 있기에 마음은 급하지만 다음 항해에 앞서 선원들에게 충분한 휴식을 제공할 예정이다. 말해 두지만 모리아나 항에 약혼자가 있어서는 아니다.
-12번째 항해 Day-4
선원들의 혈색이 좋다. 만족스러운 휴식 시간을 보낸 모양이다. 나 역시 만족스러운 휴식을 보냈다. 아무래도 다음 항해도 꽤 순조로울 것 같다…….
“순조로울 것 같다…….”
아크가 찜찜한 표정으로 머리가 터져 버린 우주 좀비를 바라보았다.
그 순조로운 항해의 끝이 그거다.
뭐랄까, 역시 인생은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것인 모양이다. 아크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였다.
-<도미니크의 항해일지>를 습득해 조함술이 50만큼 상승했습니다!
갑자기 눈앞에 떠오르는 메시지!
그것만이 아니었다.
-<도미니크의 항해일지>를 읽어 퀘스트를 습득했습니다!
《도미니크의 불행》
당신은 난파선 속에서 항성 간 왕복선 M-293호의 선장 도미니크의 항해일지를 발견했습니다. 그는 곧 승진을 앞두고 있었고, 모리아나 항에 결혼을 약속한 애인도 있었지만 불행한 사고를 당해 사망하고 말았습니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항해란 항상 위험과 함께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도미니크 항에 있다는 약혼자는 아직 도미니크의 생사조차 모르고 있을 것입니다. 뱃사람은 뱃사람의 인정이 있는 법. 그녀를 찾아 소식을 전해 준다면 불행한 사고를 당한 도미니크에게 작은 위안이 될 것입니다.
※난이도 : –
거기에 퀘스트까지!
아크가 항해일지를 읽은 이유가 바로 이것…….
“아니야!”
아크가 울컥한 표정으로 소리쳤다.
그러자 그 사이에 남은 우주 좀비를 처리한 레피드도 한숨을 불어 내며 물었다.
-또 꽝이냐?
함장 우주 좀비가 떨구는 항해일지는 의외로 대박 아이템이었다.
지금까지 아크가 얻은 항해일지는 6개.
이번에는 조함술 수치가 상승했지만, 그 외에도 어떤 항해일지는 기계학 관련이나 전투 스킬 숙련도를 올려 주는 것도 있었다. 뿐만 아니라 내용에 따라 《도미니크의 불행》 같은 보너스 퀘스트가 주어지는 것도 있었다.
당연히 좋다. 좋지만!
“빌어먹을, 아무래도 그런 것 같아.”
아크가 잔뜩 찌푸린 얼굴로 레피드를 돌아보며 대답했다.
지금은 그냥 꽝.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아크가 처해 있는 상황 때문이다.
이 괴물의 배 속에서 탈출할 방법을 찾기 위해 실버스타와 파크 함마저 외면하고 나온 아크와 레피드. 이 2명은 밖으로 나오자마자 두 가지 문제에 봉착했다.
첫째는 우주 좀비.
수없이 뒤엉킨 난파선을 하나 지날 때마다 수십 마리의 우주 좀비가 기어 나오는 것이다. 물론 아크와 레피드, 바사크의 전투력이라면 그 정도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 아크는 시간이 없었다.
당장 실버스타와 파크 함이 언제까지 버틸 수 있는지조차 모르는 상황인 것이다. 아니, 실제로 얼마 남지 않았다.
-야! 뭐 하고 있는 거야? 이미 전함에 촉수가 닿지 않은 곳이 없어! 이대로라면 1시간! 아니, 30분이면 외부 장갑에 구멍이 숭숭 뚫릴 판이라고! 나, 난 이 전함이 녹아 버리면 내 명에 못 죽어! 잘난 척하며 뛰어나갔으면 뭐라도 좀 해 보란 말이야!
방금 전에 받은 파크의 통신 내용이었다.
그리고 아크도 뭐라도 좀 해 보고 싶었다. 불행히도 그런 상황에 처해 있는 것은 파크 함만이 아니니까. 그게 안 되는 이유가 두 번째 문제 때문이다.
“젠장,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알아야 가지!”
바로 이것!
이 난파선 속에는 분명 이 모든 문제의 원인인 괴물의 본체가 숨어 있다. 그건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그러나 그게 어디인지 알 수가 없는 것이다.
아크가 항해일지에 집착하는 이유가 그 때문이다.
아크와 레피드의 손에 숱하게 죽어 나간 우주 좀비들도 이전에는 평범한 항해사들이었다. 다시 말해 우주 좀비들은 앞서 아크 일행과 같은 상황에 처했던 사람들이라는 말이다.
때문에 아크는 항해일지에 이 난파선에 대한 정보, 좀 더 구체적 말하자면 이 괴물의 본체가 숨어 있는 장소에 대한 힌트 같은 것이 남아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아니, 분명히 있을 것이다.
이 난파선의 내부도 따지고 보면 던전!
그리고 복잡한 던전 속에는 보통 그런 단서가 숨겨져 있는 것이 RPG의 정석인 것이다. 그러나 6개째의 항해일지를 꼼꼼히 읽어 봐도 그런 정보는 찾을 수 없었다. 그러니 다시 발품을 팔며 돌아다니는 수밖에 없었지만…….
‘뭐냐고! 저 황당한 숫자는!’
100여 척! 아니, 내부까지 꽉꽉 채워져 있는 난파선은 수백 척에 달했다. 뒤죽박죽 뒤엉킨 수백 척의 난파선은 더도 덜도 않고 미로! 뿐만 아니라…….
쿠쿠쿠쿠! 쿠쿠쿠쿠!
-혀, 형님, 흔들립니다!
“빌어먹을, 또 시작됐군. 뭐든 잡아!”
아크가 황급히 근처의 기둥을 움켜쥐었다.
그 직후에 주변의 상황이 일변하기 시작했다.
아크가 들어 와 있는 난파선이 아래로 푹 꺼지더니 위쪽의 난파선이 반대쪽으로 밀려났다. 다른 난파선들도 마찬가지. 마구잡이로 뒤엉키며 어느 것은 밖으로 밀려나고 어느 것은 안쪽으로 밀고 들어왔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지는 알고 있다.
‘이 근처를 폭격한 건가?’
이건 내부보다는 밖의 상황 때문이었다.
아크는 난파선을 헤매는 사이 정의남과도 연락을 해 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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