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709)
아크 더 레전드-709화(709/875)
[709] space 3. 그들의 역습 (4)-아크, 아직 무사한 거냐? 음? 위험하다고? 아직 무사하다는 말이군. 맘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구해 주고 싶지만 여기도 그럴 상황이 아니다. 놈이 난파선의 포대를 이용해 공격을 시작했다. 주포의 에너지나 모으고 있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야. 지금으로서는 놈을 박살 내는 것 외에는 너희를 구할 방법이 없다. 하지만 안심해도 좋다. 전투는 우리가 압도하고 있다. 후후후, 와이번에서 보낸 시간이 헛된 것이 아니었다는 말이지.
희망적인 소식을 전해 주었다.
그리고 거기서 끝났으면 좋았겠지만.
-그런데 저놈이 포격으로 밖의 난파선을 부수면 바로 그 난파선을 몸속으로 숨기고 다른 난파선으로 대체하고 있어. 그러니 아무리 포격을 퍼부어도 제자리걸음이다. 결국 저놈을 박살 내려면 난파선을 몽땅 부수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뭐? 시간? 글쎄다, 최소 100여 척은 되니 못해도 서너 시간은 걸리지 않을까? 뭐? 너? 할 수 없잖아. 그때까지 버텨야지.
‘버티겠냐고!’
아니, 버틸 수는 있다. 아크와 레피드, 그리고 지금도 검붉은 물질에 뒤덮인 광장에서 촉수와 밀땅 하는 파크, 사다인, 기타 등등도 버틸 수는 있으리라.
그러나 전함은 아니다.
승무원은 무사할지 몰라도 실버스타와 파크 함은 100% 뼈대만 앙상하게 남게 되리라. 뭐 상황이 이러니 정의남의 말대로 할 수 없는 일이지만.
어쨌든 난파선들이 뒤죽박죽 뒤섞이는 이유가 그것이었다. 방금 전의 소란은 함대의 공격을 받은 괴물이 밖과 내부의 난파선을 교체하며 일어나는 일인 것이다. 그리고 그건 그만큼 함대가 잘 싸우고 있다는 말이기도 하지만 좋은 일이라고 할 수만은 없었다.
‘젠장, 또 엉망이 되었어!’
그때마다 난파선들의 위치가 완전히 뒤바뀌어 지나온 길이 어디인지조차 분간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함대의 포격 탓에 내부는 움직이는 미로가 돼 버렸다는 말이다.
그렇다고 싸우지 말라고 할 수도 없는 일.
아니, 난파선이 움직이지 않아도 어차피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기는 마찬가지다.
“이런 곳에서 무턱대고 움직여서 될 일이 아니야. 뭔가…… 뭔가 방법을 찾지 않으면…… 빌어먹을, 대체 어디로 가야 하는 거야!”
-그럴 때는 방법이 있지.
“뭐?”
아크가 고개를 돌리자 이마에 총구가 박혔다.
그리고 그 총구 너머에서 레피드가 씨익 웃으며 말했다.
-왜 그런 눈으로 보는 거냐?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다며? 그럴 때는 예로부터 사용하는 전통적인 방법이 있지 않냐? 손바닥에 침을 뱉고 탁 쳐서 튀기는 방향으로 가는 거. 하지만 침은 더러우니 네 피로 하자. 탕 쏘고 피가 튀기는 방향으로 가는 거다. 어때? 좋은 방법이지? 방향도 정해지고 좀 전에 쌓인 내 스트레스도 풀리고 말이야.
“장난하냐!”
-장난으로 보이냐?
레피드가 진지하기 짝이 없는 표정으로 되물었다.
-선조들의 지혜를 얕보지 마라. 대를 이어 전해 내려오는 건 뭔가 있기 때문이야. 게다가 네 녀석은 묘하게 악운이 좋잖아. 의외로 확률이 높을지도 몰라. 뭐 실패하더라도 머리에 시원하게 바람구멍을 뚫어 놓으면 좋은 생각이 날지도 모르지.
“그따위 방법이…….”
아크가 울컥한 표정으로 웅얼거리다가 움찔하며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미간을 좁히며 생각하다가 퍼뜩 소리쳤다.
“그래, 그거야!”
-오! 드디어 결심이 선 거냐?
“아니야!”
아크가 버럭 소리쳤다.
“방법이 있어! 확실하지는 않지만 충분히 승산이 있는 방법이!”
-네 머리에 구멍을 뚫는 것보다?
“젠장, 잊어! 그런 되도 않는 방법은 이제 그만 잊으라고!”
-그건 네 말을 듣고 나서 생각해 보지.
“아니, 설명할 시간 없어!”
아크는 레피드의 말을 씹으며 님프를 들어 올렸다.
“토리, 내 말 들리냐? 응답해!”
-엇? 혀, 형님, 형님, 지금 어디 계십니까? 여기는 지금 장난 아니라고요! 밖에서 쿵! 쿵! 당장이라도 장갑이 뜯겨 나갈 기세예요!
“시끄러워! 나도 어떤 상황인지는 알아! 그러니 살고 싶으면 움직여! 시간이 없다! 창고에 E-2036에서 챙겨 뒀던 연료봉 있지? 당장 실버스타의 연료봉을 그걸로 교체해!”
-네? 이, 있기는 하지만…….
“시간이 없다고 했잖아! 군말하지 말고 당장 교체해!”
아크가 성난 목소리로 소리치자 뒤에서 레피드가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무슨 생각을 하는 거냐? 연료봉을 교체하다니? 지금 실버스타가 어떤 상황인지 몰라서 그러는 거냐? 아직 전함의 에너지를 흡수하는 금속 파편 줄기에 휘감겨 있잖아. 그런 상태에서 연료봉을 교체해 봐야 뭔가 해 보기도 전에 몽땅 흡수될 거다.
아크가 씨익 웃으며 끄덕였다.
“그렇겠지.”
-뭐?
“네 말대로 연료봉을 교체하면 금속 파편 줄기가 에너지를 흡수할 거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너는 흡수된 에너지가 어디로 갈 것 같냐?”
-그야 당연히…….
“이 난파선을 움직이는 괴물의 본체, 우리가 찾던 곳이다.”
아크가 실버스타의 연료봉을 교체하라고 지시한 이유가 바로 이것이었다.
에너지가 흡수당할 확률은 100%, 그리고 그 에너지가 이 난파선의 본체로 이동할 확률은 100%까지는 아니라도 90%는 된다. 물론 그 에너지의 흐름은 눈으로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다른 사람이라면.
“나와라, 샤이어! 룬 문자 하자스카!”
그러나 샤이어의 빛을 뿜어내는 손으로 그려지는 룬 문자 ‘하자스카’의 힘이 부여된 눈이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볼 수 있다! 에너지의 흐름을!
“……저기다!”
잠시 후 아크의 입술이 치켜져 올라갔다.
넝마처럼 변해 뒤엉켜 있는 난파선들 사이로 떠오른 붉은 빛. 아래에서부터 붉은 빛이 혈관처럼 난파선 사이를 복잡하게 가로지르며 위를 향해 뻗어 올라가고 있는 것이다.
분명하다. 그 빛이야말로 지금 실버스타가 흡수당하고 있는 에너지!
‘그리고 저 빛의 종착지가 우리가 찾던 곳이다! 시간이 없어. 이곳에 들어오기 전에 실버스타의 에너지가 흡수되는 데 걸린 시간은 불과 3~4분! 그 전에 저 끝에 도착해야 한다!’
“레피드, 입 벌려!”
-뭐? 컥!
아크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는 레피드의 입에 영혼석을 쑤셔 박았다.
동시에 영혼석이 잘게 부서지며 ‘악마가 봉인된 마총’에 흡수되었다. 그러자 레피드는 이제 새삼스럽지도 않은 어둠의 기운에 휩싸이며 악마로 변신했다.
“바사크, 돌아와라!”
아크가 바사크를 회수하며 다짜고짜 악마의 등에 올라탔다.
“자, 날아라! 레피드!”
-이 자식이, 대체 뭐 하는 짓이야!
“보면 몰라? 보인다고! 내 눈에는! 놈이 있는 곳까지 이어진 가이드라인이! 그러니까 날아! 저게 얼마짜리 가이드라인인 줄 알아? 모르면 그냥 닥치고 날아!”
-……빌어먹을!
레피드가 욕설을 내뱉으며 날아올랐다.
그와 함께 양옆으로 휙휙 스쳐 지나가는 난파선의 잔해들!
그 사이를 비행하니 롤러코스터가 따로 없었다. 그러나 아크는 그런 장면을 볼 여유 따위는 없었다.
튀어나올 것처럼 돌출된 파란 눈동자는 오직 붉은 빛만 좇고 있었다. 그리고 붉은 빛이 난파선의 잔해 사이로 사라질 때마다 레피드의 뿔을 잡고 흔들며 소리쳤다.
“여기서 위로! 아래로! 저 사이로! 다시 위로!”
-흔들지 마!
“할 수 없잖아! 바쁘다고!”
투투투투! 투투투투!
그때 돌연 뒤에서 울리는 총성!
움찔하며 고개를 돌리자 수십 마리의 우주 좀비가 추격해 오고 있었다. 아니, 뒤만이 아니었다.
레피드가 난파선 사이를 비행하자 주위의 잔해에 붙어 있는 우주 좀비들의 머리 위로 ‘!’가 연달아 떠올랐다. 일정 범위 내의 우주 좀비들이 애드―몬스터가 유저를 인식하고 공격하는 것― 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일제히 날아올라 전후좌우에서 몰려들기 시작했다.
-빌어먹을, 이제 어쩔 거냐?
“어쩌기는 뭘 어째? 너는 그대로 날아! 나와라, 바사크!”
아크가 왼팔을 뒤쪽으로 휘두르며 소리쳤다.
동시에 바사크가 소환되었고.
-부르셨습니까, 형님! 어? 어어? 어어어?
콰콰콰쾅!
그대로 뒤로 날아가 충돌!
바짝 뒤쫓던 우주 좀비들과 한 덩어리가 되어 날아갔다. 이른바 바사크 미사일! 그리고 이 미사일의 최대 장점은 재활용이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소환 취소! 다시 소환! 바사크 발사!”
-헉! 혀, 형님? 대체 무슨…… 어? 어어? 어어어?
콰콰콰쾅!
영문도 모르고 우주 좀비와 충돌했다가 재소환된 바사크는 다시 영문도 모르고 발사!
이번에는 측면에서 날아드는 우주 좀비와 충돌하며 멀어졌다. 그러나 포스만 넉넉하면 몇 번이고 재사용이 가능하다! 그리하여 다시 발사! 발사! 발사!
-아욱! 컥! 우엑! 헉!
-징한 놈, 일단 시작하면 인정사정없군.
“시끄러! 다른 방법이 없잖아!”
물론 아크와 레피드도 구경만 하고 있지는 않았다.
아크는 왼팔로는 바사크 미사일을, 오른손으로는 전격 속성의 ‘비검’을 쉬지 않고 퍼부었고, 레피드는 레피드대로 전방의 우주 좀비를 향해 ‘영격’을 날리며 길을 뚫었다.
그리고 아크와 레피드의 노력과 바사크의 눈물겨운 희생을 발판 삼아 수백 미터 비행했을 때였다.
-아크, 어디냐? 이제 어디로 가야 되는 거냐?
“……이런 젠장!”
아크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앞을 가로막고 있는 수 척의 난파선, 붉은 빛이 그 중심을 관통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도 꽤 좁은 틈을 몇 번이나 통과했지만 이건 아예 비집고 들어갈 틈도 보이지 않았다.
이에 아크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지만!
‘아직 포기하기는 이르다!’
“레피드, 잠시만 이대로 버티고 있어!”
아크는 레피드를 꽉 껴안은 뒤에 유체이탈을 시도했다.
말하자면, 캐릭터를 그대로 놔두고 캡슐 밖으로 뛰어나왔다는 말이다. 그리고 휴대폰을 집어 들고 빛의 속도로 다이얼을 누른 뒤에 소리쳤다.
“아버지, 접니다! 포격! 포격! 시간이 없습니다! 자세한 설명은 나중에 할 테니 지금 당장 포탄을 왕창 쏟아부으세요!”
-뭐? 갑자기 무슨…….
아크는 정의남의 말도 듣지 않고 다시 들어왔다.
“레피드, 이제 남은 건 운에 맡기는 수밖에 없다! 버텨! 슬레이어! 비검! 비검!”
-젠장, 영격! 영격! 영격!
그렇게 아크와 레피드가 사방에서 몰려드는 우주 좀비와 치고받고 있을 때였다.
쿠쿠쿠쿠! 쿠쿠쿠쿠! 쿠쿠쿠쿠!
돌연 굉음이 일어나며 주위의 난파선들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아크가 유체이탈까지 해 가며 정의남에게 폭격을 요청한 이유가 이것이다.
이 난파선의 집합체는 일정 이상의 대미지를 받으면 난파선의 위치가 바뀌는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꼭 앞을 막고 있는 난파선들이 움직인다는 보장은 없었다.
‘하지만 일단 요동치기 시작하면 난파선들의 위치가 조금씩이라도 바뀐다! 완전히는 아니라도 비집고 들어갈 틈 정도는 생길 거야! 아니, 생기지 않으면 안 돼!’
그리고 아크는…….
“저기다!”
그 약간의 틈을 놓치지 않았다.
쇳소리를 내며 벌어지는 난파선 사이의 틈!
순간 아크는 뿔을 확 꺾으며 박차를 가했고, 레피드는 ‘#$!#@$’라는 욕설을 내뱉으며 그 사이로 파고 들어갔다. 그리고 여기저기 솟아 나온 금속 파편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비행해 반대 방향으로 나오는 순간!
“저, 저건?”
아크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반대쪽은 넓은 공간으로 되어 있었다. 주위에는 수많은 난파선이 뒤엉켜 있지만 보이지 않는 경계선이 존재하는 것처럼 구형의 빈 공간을 형성되어 있었다.
그러나 아무것도 없는 것은 아니었다.
그 중심에 떠 있는 검은 구체, 아크가 쫓아온 붉은 빛은 그 구체에 닿아 있었다.
아크가 놀란 이유는 같은 모양의 구체를 본 적이 있기 때문이다. 바로 카르마의 우주선이다. 자낙스의 흔적을 쫓아 들어갔던 이면세계의 틈새에서 목격한 카르마의 우주선!
크기는 그때 본 것의 절반도 되지 않았지만 형태는 분명 카르마의 우주선이었다.
그러나 완전한 상태는 아니었다.
아크가 들어온 곳에서 정면으로 보이는 부분이 마치 뜯겨 나간 것처럼 쩍 벌어져 있었다.
‘저게 왜 이런 곳에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찜찜한 눈으로 바라보던 아크가 고개를 저으며 레피드의 뿔을 꽉 움켜쥐며 소리쳤다.
“가자, 레피드!”
-탈것 취급 하지 말란 말이다!
레피드가 울컥한 목소리로 소리치며 검은 구체 속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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