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71)
아크 더 레전드-71화(71/875)
[71] SPACE 8. 파멸의 기계(PART: 1) (2)발렌시아가 퍼뜩 고개를 들어 올리며 소리쳤다.
“기갑 1, 2, 3소대! 특공이다! 기갑무장으로 전환하라!”
그와 함께 100여 병사의 가방에서 캡슐 같은 물체가 솟아올랐다.
상공에서 확 퍼지듯 벌어진 캡슐은 육중한 강철 갑옷으로 변신해 병사들의 몸을 휘감았다.
연방군의 최정예, 기갑소대원들이 배틀슈트를 입은 기갑전사로 변한 것이다.
“돌진하라!”
콰아아아아아아—!
100여 기의 기갑전사가 폭음을 뿜으며 기간틱을 향해 쏘아져 날아갔다.
사방에서 기갑전사가 벌떼처럼 몰려들자 기간틱의 붉은 빛이 추격하듯 따라붙었다.
이어 수십 명의 기갑전사에게 붉은 빛이 박혀들었을 때였다.
“연방군, 전 화력을 동원해 쉬지 말고 포격하라!”
쿠콰콰콰콰콰! 쿠콰콰콰콰콰!
발렌시아의 명령에 연방군 진영에서 빗발치듯 포탄이 뿜어졌다.
그러자 기갑전사를 추격하던 붉은 빛이 급격히 방향을 틀어 포탄으로 향했다. 뒤이어 기간틱의 포탑이 연속적으로 불을 뿜으며 대부분의 포탄을 공중 분해시켰다.
발렌시아의 입가에 회심의 미소가 떠올랐다.
‘역시 예상대로다. 기간틱의 포격 시스템도 공격과 방어를 동시에 하지는 못해. 그리고 중앙기지의 GEM처럼 우선순위는 공격보다 방어에 치중되어 있다. 쉬지 않고 포격을 쏟아 부으면 공격을 봉쇄할 수 있다는 말이야. 그래서 라마족도 공격과 방어를 분담하기 위해 저런 무지막지한 기체를 한꺼번에 2대나 동원한 것이겠지만…….’
뭐가 문제인지 1대는 엉뚱한 곳에서 놀고(?) 있었다.
‘놈이 돌아오기 전에 승부를 내야한다!’
콰직—!
발렌시아의 빔 소드가 기간틱의 다리에 박혔다.
순간 기간틱의 다리에서 푸른 벌집 모양의 실드가 떠올랐다.
-기간틱의 실드에 타격을 입혔습니다!
《기간틱의 실드 에너지 -0.1%》
접근 공격에 취약한 실드지만 엄청난 양의 에너지를 가진 실드라 줄어든 게이지는 불과 0.1%. 그러나 그 사이에 기간틱에게 접근한 기갑전사는 발렌시아만이 아니었다.
연방군의 기갑소대원 100여 명!
콰직! 콰직! 콰직! 콰직!
100여 명의 기갑전사가 기간틱을 둘러싸고 숨쉴 틈 없이 검과 해머를 휘둘렀다.
그러자 포격에도 끄떡없던 기간틱의 실드 게이지가 빨대로 빨리는 것처럼 쭉쭉 내려갔다.
그러나 역시랄까? 기간틱은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쿠웅—! 쿠웅—! 쿠웅—!
기간틱이 굉음을 울리며 연방군 진영으로 뛰어들었다.
전장 50여 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동체. 그 육중한 무게는 그 자체가 강력한 무기였다.
기간틱은 쉴새 없이 퍼부어지는 연방군의 포격을 GEM으로 요격하며 병사들을 무차별적으로 밟아대기 시작했다. 10여 미터의 보폭을 가진 기간틱이 밀집해있는 연방군 진영으로 들어와 밟아대자 움직임이 느린 중화기병 수십 명이 일격에 떡이 되었다.
그러나 기간틱의 목표는 중화기병이 아니었다.
기간틱이 다가가는 목표는 시지 모드로 전환해 움직이지 못하는 중갑전차!
콰직, 콰직, 콰지지지지지, 퍼펑—!
기간틱의 무지막지한 무게에는 실드도, 초합금 장갑도 소용없었다.
기간틱이 찍어누르자 중갑전차도 군수품 비리가 의심될 정도로 허망하게 뭉개졌다.
“크윽! 막아라! 포탄이든 뭐든 놈의 움직임을 막아!”
그러나 연방군의 적은 기간틱만이 아니었다.
[어림없다! 여기가 네놈들의 무덤이다!]물러나 있던 라마군이 기간틱을 따라 연방군에게 공세를 펼치기 시작했다.
기간틱을 중심으로 연방군과 라마군이 뒤엉키며 난전이 벌어졌다. 이미 괴멸에 가까운 타격을 입고, 페어리와 스타게이트까지 잃은 라마군은 그야말로 악만 남아있었다. 이로서 라마족은 이곳에서 적군을 괴멸시키고 여세를 몰아 단숨에 진격, 연방군의 페어리와 스타게이트를 파괴하는 방법만이 전세를 역전시키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기간틱이 있으면 역전할 수 있다!]콰직, 콰직, 콰지지지지지, 퍼펑—!
그렇게 궁지에 몰린 연방군과 악에 바친 라마군이 난전을 펼치는 사이.
결국 기간틱을 막아내지 못한 연방군의 중갑전차가 1대가 또 다시 뭉개졌다.
그러나 연방군도 놀고만 있지는 않았다.
콰지지지지지—!
마지막 중갑전차를 향해 이동하던 기간틱의 실드가 스파크를 일으키며 사라졌다.
발렌시아가 이끄는 기갑전사들이 용의주도하게 라마군의 공격을 회피하며 기간틱을 공격해 마침내 실드를 완전히 분쇄해버린 것이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연방군의 핵심 전력인 기갑 1소대의 대장, 전투력과 지휘력에서 의심할 바 없는 역량을 보여주고 있었다.
“됐다! 이제 공격을 탄두로 전환해 포화를 쏟아 붓는다!”
발렌시아의 명령에 기갑전사들이 무기를 총기로 전환하며 난사했다.
그러나 실드가 벗겨져도 기간틱의 GEM은 건재했다. 그리고 기간틱과 라마군의 공세에 연방군도 엄청난 숫자의 병사가 전사한 상태. 그만큼 포탄의 숫자가 줄어 GEM 시스템에 대부분이 요격 당하고 동체에 직격 한 포탄은 몇 발되지 않았다.
“대장님, 이대로는 마지막 전차까지 당하고 말겠습니다!”
“빌어먹을! 막아! 막아야한다! 남은 전차까지 당하면 화력이 반감한다. 실드가 벗겨진 기간틱이라도 전차를 모두 잃어버리면 엄청난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어!”
“하, 하지만 라마군의 방해 때문에 놈을 멈출 수가 없습니다!”
페드로가 전장을 가로지르는 기간틱을 바라보며 절망적인 목소리로 소리쳤다.
그리고 마침내 기간틱이 거대한 다리로 마지막 전차를 내리찍으려 할 때였다.
‘가만? 그러고 보니 중갑전차에는…….’
발렌시아의 머릿속에 퍼뜩 뭔가가 떠올랐다.
발렌시아는 곧바로 님프로 중갑전차 기관병에게 통신을 연결했다.
*****
라마군과 기간틱, 연방군이 난전을 펼치는 사이.
“빌어먹을!”
아크는 욕설을 내뱉으며 몸을 날렸다.
가파른 경사에서 몸을 날리자 바닥에 닿기가 무섭게 데굴데굴 굴러 떨어졌다.
쿠콰콰콰콰콰콰—!
아크가 서있던 자리가 통째로 날아가며 눈과 얼음이 뒤섞인 흙더미가 와르르 쏟아졌다.
경사를 따라 파도처럼 밀려 내려오는 흙더미에 휩쓸린 아크는 10여 미터나 더 떠밀려 내려갔다. 자갈과 얼음에 피부가 찢겨졌지만 투덜거릴 여유 따위는 없었다.
‘멈추면 죽는다!’
벌떡 몸을 일으킨 아크가 또 다시 반대편으로 몸을 날렸다.
쿠웅—!
흙더미가 쌓여있던 자리에 거대한 쇠붙이가 떨어져 내린 것은 그때였다.
직경 10미터의 땅이 함몰되듯이 움푹 파여 들어갔다.
“헉헉헉, 하여간 이놈의 팔자는…….”
아크가 거친 숨을 몰아쉬며 구시렁거렸다.
여기서 잠시 시간을 되돌려보자면, 라마족의 페어리와 스타게이트가 폭발했을 때.
‘성공이다! 페어리와 스타게이트를 폭파시켰어!’
실버핸드와 친위대를 빼돌려 별동대를 조직, 라마족이 연방군과 치고 받는 사이 텅텅 빈 사령부를 급습해 페어리와 스타게이트를 파괴하는데 성공했다. 물론 그 작전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연방군 본대가 수 킬로미터 떨어진 지역까지 라마군을 끌어내 준 덕분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페어리와 스타게이트를 폭파시킨 것은 아크의 별동대!
-승점 5,000을 획득했습니다!
《승점은 전쟁이 승리로 끝나면 공적치로 환산됩니다.》
아크와 실버핸드, 친위대원.
30여 명의 병력이 나눠먹었는데도 승점이 5,000이나 주어졌다.
고스란히 공적치로 전환되면 아크는 물론 친위대원 모두가 사면 받고도 남을 공적치!
연방군이 남은 라마군 잔당만 소탕해주면 몽땅 자유의 몸이 되는 것이다.
덤으로 재수 없는 발렌시아의 뒤통수를 때려주는 쾌감까지!
‘젠장, 돌아버리겠군. 타이밍이 더럽게 꼬였어!’
그러나 아크가 예상하지 못했던 게 세 가지나 있었다.
첫째는 바로 라마군 스타게이트로 전송되어온 2대의 기간틱.
이미 연방군과의 전투에서 증명된 것처럼 기간틱의 전투력은 고작 30여 명의 별동대가 대적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게다가 아크가 기간틱과 마주친 것은 스타게이트는 물론 사령부 곳곳에 붙여둔 C-6의 폭파 시간이 30분도 남지 않았을 때.
“튀, 튀어! 걸리면 뒈진다!”
아크와 별동대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쳤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아크 일당은 스케빈저 헥스 덕분에 사령부의 구조를 완벽하게 파악하고 있었다는 점이었다. 때문에 아크는 기간틱이 따라 들어올 수 없는 좁은 통로를 골라가며 눈썹이 휘날리게 도망쳐 사령부가 폭발하기 전에 탈출할 수 있었다.
아크가 예상하지 못했던 두 번째 실수는 그 다음이었다.
‘연방군이 벌써 여기까지 진격해왔을 줄이야!’
아크의 계획은 연방군이 오기 전에 사령부를 폭파시키고 빠져나가는 것이었다.
그런데 사령부를 빠져 나와보니 벌써 연방군이 라마기지를 포위하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아크가 평범한 연방군이라면 쌍수를 들고 환영해야할 일이었다. 그러나 아크는 평범한 연방군이 아니었다. ‘연방군 지휘관 발렌시아에게 찍힌 죄수 부대원’이었다.
발렌시아는 아크가 보낸 캐리어MR-II를 중도에 가로채 공적치를 받았다. 이 사실을 숨기려면 아크가 페어리에 등록하기 전에 처리하는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는 아크의 생사가 불분명해 이렇다할 대응을 하지 않았지만 눈앞에 보이면 얘기가 달라진다.
십중팔구 눈에 벌개져서 총을 쏴대며 쫓아오리라.
예상은 적중했다.
“죽여라! 저 자식들! 저 자식들을 죽여버려!”
사령부를 탈출해 납작 엎드려 있을 때, 분명하게 들었다.
발렌시아 자식이 길길이 날뛰며 살인교사를 해대는 고함소리를.
아크가 연방군이 오기 전에 사령부를 폭파시키고 빠져나가려던 이유가 그 때문이었다.
그러나 연방군의 진격이 예상보다 빨라 코앞에서 발렌시아와 딱 마주쳐버렸다.
‘근성 없는 라마족 놈들! 고작 발렌시아 따위에게 벌써 깨진 거야?’
라마족이 원망스러울 정도였다.
그렇게 이래저래 라마족만 죽일 놈이 되어 가는 가운데…….
슈슈슈슈! 슈슈슈슈! 슈슈슈슈! 쿠콰콰콰콰쾅!
폭연이 치솟는 사령부에서 수십 발의 미사일이 날아왔다.
연방군은 생각지도 못했던 폭격에 당황했지만 아크는 그 미사일을 정체를 알고 있었다.
바로 아크와 별동대를 따라 밖으로 나온 기간틱!
‘어쩌면 잘 된 일일지도 몰라!’
순간 아크의 머릿속에 ‘!’가 떠올랐다.
연방군이 라마기지까지 몰려왔다. 당연히 라마군 입장에서는 연방군을 물리치는 게 급선무. 따라서 기간틱 역시 우선적으로 연방군을 공격하리라. 연방군 역시 가만히 당하고 있을 리가 없으니 반격을 할 테지. 아무리 발렌시아라도 연방군 지휘관이나 되는 녀석이 그런 상황에서 아크를 죽이겠답시고 총칼을 휘둘러대며 쫓아오지는 못하리라.
‘그래, 기간틱을 연방군에게 떠넘기고 도망치는 거야!’
그게 아크의 계획이었다.
그리고 연방군과 라마군이 폭발에 당황하는 사이 잽싸게 자리를 벗어났다.
아크가 예상하지 못했던 세 번째 실수가 바로 이것이었다.
쿠웅—! 쿠웅—! 쿠웅—!
바로 지금 아크를 향해 다가오는 기간틱!
스타게이트가 폭발하기 직전에 전송된 기간틱은 2대.
그 중 1대는 아크의 예상대로 연방군과 무지막지하게 치고 받기 시작했다. 그러나 나머지 1대는 연방군 따위는 거들 떠도 보지 않고 아크를 따라오기 시작한 것이다.
“어째서? 왜? 내가 어쨌다고?”
아크가 울컥하며 따졌지만 거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사실 연방군의 공격을 받기 전에 2대의 기간틱은 이미 데미지를 입은 상태였다.
바로 C-6에 의해 사령부가 통째로 날아가 버릴 때 받은 데미지였다. 그리고 사령부에 C-6을 설치한 것은 아크와 별동대. 그리고 현재 별동대의 리더는 아크로 등록되어 있었다.
다시 말해 아크가 기간틱에게 선빵을 날린 것과 같은 상황.
기간틱이 어글(일반 온라인 게임에서 몬스터에게 데미지를 주는 만큼 올라가는 분노 수치. 몬스터는 어글 수치가 높은 유저를 우선적으로 공격한다.) 수치를 한 몸에 받아버린 것이다.
1대는 출현 직후 지레 겁먹은 연방군이 폭격을 받아 어글 수치가 아크에서 연방군으로 바뀌었다. 그러나 연방군의 공격을 받지 않은 기간틱은 여전히 최우선 적이 아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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