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713)
아크 더 레전드-713화(713/875)
[713] space 4. 위저드 (4)이미 무수한 상처에 뒤덮인 네모의 몸에 검은 뇌전이 작렬하자 여기저기에서 연쇄 폭발이 일어나더니 순식간에 잿더미가 되어 쓰러졌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그리고 눈앞으로 주르륵 떠오르는 메시지!
-해, 해치웠다! 형님, 해냈어요!
수십 번이나 소환 취소와 재소환을 반복하며 네모를 폭격했던 골렘 미사일 바사크도 레벨 업을 알리는 십자 문양을 달고 감격에 겨운 표정으로 소리쳤다.
그러나 더 놀라운 변화는 레피드에게 일어났다.
네모가 쓰러지자 몸이 녹아내리며 시커먼 기운이 줄기줄기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는데, 갑자기 그 기운이 레피드를 향해 날아오더니 순식간에 흡수되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
불쑥!
레피드의 머리에 뿔이 하나 더 솟아 나왔다.
이건 뭐랄까…….
‘아니, 지금은 이딴 뿔이나 신경 쓸 때가 아니다!’
잠시 황당한 눈으로 바라보던 아크가 머리를 흔들며 시선을 돌렸다.
이대로 가면 네모는 문제없이 이길 수 있다. 그건 네모의 생명력이 50% 이하로 내려갔을 때 이미 확신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게 승리에 대한 확신은 아니었다.
이유는 지금 아크가 보고 있는 우주 좀비들 때문이다.
‘다행히 늦지 않게 네모를 해치웠다. 하지만…….’
지금 우주 좀비들은 ‘격리’로 불러 낸 이차원의 물질로 만든 벽에 막혀 있었다. 그러나 당연히 그 마법도 영원히 지속되는 것은 아니었다.
최대 유지 시간은 20분!
다행히 네모는 그 전에 처리할 수 있었지만 이제 채 3분도 남지 않았다. 고작 컵라면 하나 익힐 시간이 지나면 수백 마리의 우주 좀비가 쏟아져 들어온다는 말이다.
-이런 빌어먹을, 그런 게 있으면 진즉에 말을 했어야 할 거 아니야!
상황을 전해 들은 레피드가 울컥 소리쳤다.
“할 시간이 있었냐? 그리고 했으면? 뭔가 상황이 나아져?”
-그건 아니지만…….
-형님, 저희가 다 상대할 수 있을까요?
“당연히 무리지.”
바사크의 질문에 아크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방법은 하나밖에 없다. 격리가 해제되는 것과 동시에 돌파한다. 바사크, 너는 일단 돌아가라. 레피드, 이게 마지막 관문이다. 물론 틈새 너머에 놈들이 겹겹이 뒤덮여 있을 테니 쉽지는 않겠지만…… 헉! 레피드, 내려가! 빨리!”
-뭐? 갑자기 왜…….
“시간이 없어! 빨리! 빨리! 빨리!”
아크가 펄펄 뛰며 소리치자 레피드가 바사크의 옆으로 내려섰다. 동시에 등에서 뛰어내린 아크는 질풍 같은 속도로 잿가루로 변해 버린 네모를 향해 돌진!
-<네모의 항해일지>를 습득했습니다!
-<네모의 기이하게 변형된 뼈>를 습득했습니다…….
잿더미를 뒤지며 닥치는 대로 처묵처묵!
잡템 하나 남기지 않고 챙긴 뒤에 다시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
“준비해라! 곧 격리가 해제된다!”
-이 자식은 정말…….
레피드가 이제 일일이 대응하기도 귀찮다는 표정으로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러나 상황이 긴박한 것만은 사실, 이내 마음을 다잡고 틈새를 향해 몸을 돌렸다. 그러는 사이에도 시간은 흘러 초 단위로 접어들었을 때!
“3, 2, 1! 지금이다! 레피드, 날아!”
아크의 고함과 함께 레피드가 사라지는 벽을 향해 폭사되었다. 그리고 쏟아져 들어오는 우주 좀비와 충돌하기 직전!
콰콰콰콰! 콰콰콰콰! 콰콰콰콰!
굉음이 울리며 구체가 격렬하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음 순간, 틈새 주위를 꽉 채우고 있던 우주 좀비들이 순식간에 재로 변하며 불길이 그 위를 휩쓸고 지나갔다.
-아크, 무사하냐? 아크, 대답해!
뒤이어 아크의 님프에서 흘러나오는 정의남의 목소리.
그 목소리로 아크는 대강의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 이 난파선을 장악하고 네모가 죽자 함대가 외부의 난파선을 부수고 중심부까지 진격해 들어온 것이다.
다시 말해 이제 모든 상황이 종료됐다는 말이다.
“이제 끝났다.”
아크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불어 낼 수 있었다.
레피드 역시 마찬가지. 긴장을 풀며 천천히 하강해 바닥에 착지했다. 그리고 변신을 풀고 아크를 향해 빙긋 웃어 보이며 이마에 총구를 들이밀었다.
-그래, 이제 끝났다. 죽어라.
탕! 탕! 탕!
아크가 이마에서 피를 뿜으며 털썩 쓰러졌다.
SPACE 5. 이얀과 이리나 (1)
A-001의 회의실.
지금 그곳에는 팽팽한 기류가 감돌고 있었다.
이얀을 포함해 데커드와 아이언 등, 참전 유저들을 대표하는 유력 함대장들과 A-001의 관리국을 대표하는 모든 백작과 이리나 사이에 감도는 기류였다.
원인은 이얀이었다.
“납득할 만한 이유를 말해 주십시오.”
“이미 충분히 설명했다고 생각하는데? 무슨 설명이 더 필요하다는 건가?”
“그 설명을 납득할 수 없다고 말하는 겁니다.”
이얀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대체 언제까지 와이번 주변에서 미적거리고 있어야 한다는 말입니까?”
이게 이 심상치 않은 분위기의 발단이다.
와이번이 함락된 것이 일주일, 아니 정확히는 여드레 전이었다. 그러나 은하연방은 아직 페미온 성좌로 진군하지 못하고 인근 지역에서 소규모 함대전을 벌이고 있었다.
당연히 이유는 있었다.
먼저 신의 군대가 와이번에 전략 기지를 세운 이유는 너브 지역 동부의 워프 항로가 그 주변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은하연방이 신의 군대의 근거지인 페미온 성좌로 진군하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와이번 인근을 지나는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그 와이번이 함락되었다.
-이제 전력을 모아 적의 근거리로 진군할 수 있다!
그러니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실상은 반대였다.
지금까지는 항로가 제한적이었다.
그러니 당연히 선택의 폭도 좁았다. 물론 전투 자체는 시시각각 변하는 상황에 맞는 전술이 필요하지만 큰 그림으로 보면 그냥 함대를 집중시켜 공략하는 것, 그게 전부였다.
그러나 와이번이 함락되자 상황이 달라졌다.
와이번을 함락시킴으로써 너브 전 지역으로 뻗어 있는 항로가 확보된 것이다.
이건 지상으로 비유하자면 좁은 길목을 지나자 넓은 평원이 펼쳐져 있는 것과 같았다. 그러나 그게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와이번을 손에 넣음으로써 은하연방은 적의 군사 거점을 어디든 공격할 수 있게 됐지만, 동시에 그건 어디서든 공격받을 수 있다는 말과 같은 의미였다.
-적의 근거지로 진군하기 위해서는 먼저 진군로를 확보해야 한다!
이런 결론에 도달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 진군로를 확보한다는 것은 위험요소, 말하자면 주변의 적을 소탕한다는 말이다. 그리고 그게 혹성에 세워진 군사 거점뿐이라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지도 모르지만 함대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전투는 둘째 치고 일단 요소요소에 숨어 있는 적 함대를 찾아내는 것부터가 쉬운 일이 아닌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해냈습니다.”
이얀이 우쭐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러나 그건 이얀이 잘나서가 아니었다.
아크가 와이번의 사령관이었던 누말을 해치우고 입수한 ‘신의 군대 함대 편성 및 배치 현황’!
이얀은 다른 함대장들과 손잡고 아크를 압박해 문자 그대로 탈탈 털어 그 데이터를 손에 넣었고, 그 덕에 연전연승! 숨어 있는 적 함대를 찾아 격파시킬 수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이얀은 생각했다.
-이제 페미온 성좌로 진군할 때다!
……라고!
그러나 정작 작전권을 쥐고 있는 모든 백작은 고개를 저었다.
“아직은 때가 아니다.”
물론 이얀으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말이었다.
“지난 일주일 동안 우리는 인근 지역에 숨어 있던 적 함대를 찾아 전투를 벌였고 그중 9할 이상의 승리를 거뒀습니다. 물론 모든 적함을 격침시킨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렇기에 계속 소규모 함대전만 하고 있을 수는 없습니다. 패주 한 함대가 집결하고 새로운 적함이 충원된다면 결국 우리는 제자리걸음만 할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밖에 없습니다. 연이은 패배로 적의 사기가 떨어져 있는 지금, 적의 근거지로 진군해야 합니다.”
“그렇게 간단한 상황이 아니다.”
이얀의 주장에 모든 백작이 한숨을 불어 내며 말했다.
“이번 전쟁은 우리 입장만 생각해서는 안 된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우리만으로는 이길 수 없다. 은하 3국이 공조하지 않으면 안 돼.”
그러나 은하 3국 중 가장 앞서 진군하던 아슐라트는 얼마 전 카이저의 패배로 너브 외곽 지대까지 밀려났다. 이에 카이저는 다시 함대를 집결시켜 복수의 기회를 노리고 있지만 아직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라마도 전황이 좋지 않기는 마찬가지였다.
한때는 나름 분전하며 조금씩 진군하고 있었지만 신의 군대의 주력 함대 ‘복수의 검’이 북부에 배치되자 발이 묶인 상태에서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었다.
“우리는 지난 일주일 동안 적지 않은 적 함대를 격퇴시켰다. 분명 무시할 수 없는 성과지. 하지만 승리에 도취되어 상황을 낙관해서는 안 된다. 네 말대로 패주한 적 함대는 어딘가에서 집결해 역습의 기회를 노리고 있을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무턱대고 적의 근거지로 진군한다면 위험을 자초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최소한 아슐라트와 라마가 적을 압박할 수 있는 상황이 될 때까지는 성급하게 움직일 수 없다.”
“정말 그게 전부입니까?”
“뭐?”
“그 이유가 다냐고 물었습니다.”
“허, 무슨 말인지 모르겠군. 달리 무슨 이유가 있다는 말인가?”
“그야 저도 모르지요. 그래서 묻고 있는 겁니다. 모든 백작님이 진군을 미루는 이유, 혹시 그 이유가 아크와 관련이 있는 건 아닌지.”
“무, 무슨? 갑자기 거기서 아크 얘기는 왜 나오는 건가?”
“제가 잊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십니까?”
이얀이 눈매를 좁히며 당황한 표정의 모든 백작을 바라보았다.
“아크의 근신은 일주일, 이미 어제 끝났습니다. 하지만 작전 회의에도 참석하지 않는군요. 왜일까요?”
“그, 그야…….”
“삐쳐서 나오지 않는다고 대답하지는 말아 주셨으면 합니다.”
이어지는 이얀의 말에 모든 백작이 입을 다물었다.
그렇게 대답할 생각이었다!
“이미 아크가 와이번에 없다는 것도 확인했습니다. 제 질문의 요지가 그겁니다. 저는 백작님이 진군을 반대하는 이유를 납득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그게 아크와 관련이 있다면 당연히 우리도 알 권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얀이 진군 운운하며 모든 백작을 쪼아 대는 이유가 이것이었다.
사실 이얀도 지금 상황에서 페미온 성좌로 진군하기는 힘들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아니, 지금도 충분히 만족하고 있었다.
아크를 털어 얻은 데이터 덕분에 소규모라고는 하지만 함대전에서 꾸준히 공훈치를 모으고 있으니 굳이 위험을 무릅쓰면서까지 진군을 주장할 이유는 없는 것이다.
그리고 아크가 툴툴대며 근신지에서 기어 나왔다면 문제 될 것이 없었다. 아니, 이 자리는 적어도 지금보다는 즐거운 시간이 됐을 것이다.
지난 일주일 사이에 이얀과 아크 함대의 공훈치 차이는 다시 이따만큼 벌어졌고, 이얀은 그런 공훈치를 기꺼이 자랑해 주었을 테니까 말이다.
그런데 아크가 휘하 함대와 함께 돌연 사라졌다.
다름 아닌 ‘그’ 아크가 말이다.
‘대체 왜?’
당연히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찜찜하다! 엄청 찜찜하다!
‘일단 놈의 행방을 파악해야 한다!’
그때 이얀이 생각한 것이 모든 백작이었다.
갑자기 사라졌다고 하지만 아크가 너브 전쟁을 포기하지는 않았을 터. 뭔가 다른 꿍꿍이를 꾸미고 있다면 모든 백작이 모를 리가 없었다. 너브 지역에서는 설사 수백 척의 적 함대를 무찔러도 관리국의 승인을 받은 작전이 아니면 공훈치를 받을 수 없으니까.
‘그래, 모든 백작은 아크의 행방을 알고 있다. 아크와 작당해 우리가 모르는 꿍꿍이를 꾸미고 있는 거야. 그게 뭔지 알아내야 한다.’
이에 이얀은 진군을 명분삼아 함대장들을 모아 모든 백작을 압박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일단 여기까지는 계획대로.
이런 상황이면 모든 백작도 언제까지나 숨기고 있을 수는 없으리라. 이얀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였다.
“작작 좀 하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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