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714)
아크 더 레전드-714화(714/875)
[714] space 5. 이얀과 이리나 (2)대답이 돌아왔다. 그러나 바라던 대답도 아니고 모든 백작이 한 말도 아니었다. 그의 뒤에 서 있는 여자, 이리나였다.
이에 한 걸음 물러나 관망하는 태도로 지켜보던 데커드와 아이언, 미젤란이 당황한 표정으로 이얀을 돌아보았다.
생각지도 못했던 상황에 이얀 역시 당황했지만 그것도 잠시, 이내 험악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내게 하는 말인가?”
“그래요. 뭐 잘못됐나요?”
그러나 이리나는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고 대답했다.
“이, 이리나 대위, 자네 왜 이러나?”
“놔요.”
이리나를 제지하던 모든 백작은 이어지는 말에 얼른 잡았던 팔을 놓았다.
무서웠기 때문이다, 이리나의 눈빛이.
그리고 모든 백작이 물러나자 이리나는 그 무서운 눈빛을 이얀을 향해 돌리며 말을 이었다.
“아크 님이 당신에게 대체 뭘 그리 잘못했죠?”
“그런 말을 하고 있는 게 아니지 않나?”
“아니, 그런 말을 하고 있는 거예요. 그게 아니면 대체 왜 사사건건 아크 님을 물고 늘어지는 건데요? 정말 묻고 싶네요. 왜 그렇게 아크 님을 못 잡아먹어서 안달인지.”
“물고 늘어지는 게 아니다. 일전에도 말했지만 이곳, A-001에 있는 유저들은 모두 함께 목숨을 걸고 싸우는 전우다. 당연히 모든 것은 공유되어야 한다. 그게 기본이다. 믿을 수 없는 전우에게 등을 맡기는 것만큼 멍청한 짓은 없으니까. 하지만 아크는 그 기본을 어겼다. 사욕에 눈에 멀어 전우들에게 도움이 될 중요한 정보를 숨겼지.”
이얀이 슬쩍 함대장들을 돌아보며 말을 이었다.
“아크는 그런 놈이다. 그리고 지금, 그런 놈이 갑자기 모습을 감춘 거다. 그걸 수상하게 생각하는 것이 뭐가 이상하다는 거냐? 아니, 수상하게 생각하지 않는 편이 이상하지. 모르겠나? 나는 지금 전우들의 공익을 위해 놈의 행방을 묻고 있는 것이다.”
이얀은 열변을 토했지만!
“아하, 그러세요?”
이리나는 웃기지도 않는다는 표정으로 대꾸했다.
“그래서 아사드에게는 제대로 설명해 주지도 않고 미끼로 사용했다는 거네요. 전우들의 공익을 위해서. 그런 말이죠?”
“그건…… 함대를 위한 일이었다.”
“그렇겠죠, 당신의 함대를 위해서. 그리고 아크 님도 자신의 함대를 위해서 데이터를 가지고 있었죠. 그런데 당신은 전우를 위해서였고, 아크 님은 사욕을 위해서가 되는 거군요.”
“그것과 이건 다른 얘기다!”
“뭐가 어떻게 다르다는 건지 모르겠지만, 하나만 묻죠.”
이리나가 이얀을 똑바로 응시하며 말했다.
“그렇게 자신이 없어요?”
“뭐…….”
“당신은 이미 400척이 넘는 함대의 함대장이에요. 아크 님과는 비교도 되지 않죠. 공훈치 역시, 아크 님과 비교도 되지 않아요. 그리고 지난 일주일 동안 아크 님이 와이번에서 근신하는 사이에 그 차이는 더 벌어졌죠. 그런데도 겁나나요? 아크 님이 당신을 추월할까 봐?”
“웃기지도 않는 소리! 그따위 놈은 신경도 쓰지 않는다!”
“그런데 왜 아크 님의 행방이 궁금한 거죠?”
“말하지 않았나! 그건…….”
“전우의 공익을 위해서라고는 말하지 말아 주면 좋겠네요.”
이어지는 이리나의 말에 이얀이 입을 다물었다.
그렇게 대답할 생각이었다!
이얀이 입을 다물고 썩은 표정을 짓자 좀 전에 같은 입장이 되었던 모든 백작이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이리나를 향해 열렬히 응원하는 눈빛을 보내 주었고, 그 응원에 탄력을 받은 이리나는 한층 목소리를 높이며 말을 이었다.
“아크 님이 여러분에게 숨기고 뭔가 하고 있다 해도, 그게 어떻게 전우들의 공익을 해치는 일이 된다는 말이죠? 아크 님이 신의 군대를 돕나요? 아크 님이 작전에 성공하면 여러분의 공훈치가 줄어드나요? 아니, 아크 님이 작전에 성공하면 신의 군대는 어떤 식으로든 대미지를 입을 것이고, 그건 앞으로 신의 군대와 싸우는 데 도움이 될 거예요. 그 정도는 바보라도 알 수 있는 일이에요. 그렇지 않나요?”
이얀은 대답하지 못했다.
아니라고 하기에는 마땅히 설명할 이유가 없었고, 맞다고 하면 바보가 되니까.
이에 이얀이 엄한 입술만 잘근잘근 씹어 댈 때였다.
“나도 같은 생각이다.”
뚱한 표정으로 앉아 있던 데커드가 입을 열었다.
“내가 여기 온 이유는 페미온 성좌로 진군할 작전을 의논하기 위해서라고 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갑자기 얘기가 아크의 행방으로 튀는 거냐?”
“그러니까 나는…….”
“처음부터 아크를 꽤나 괴롭혔지.”
데커드가 이얀의 말을 끊으며 슬쩍 시선을 돌렸다.
“저 여자 말은 하나도 틀린 게 없어. 아크가 어디서 뭘 하든 그건 아크의 자유다. 네가 사사건건 간섭할 일이 아니야. 아니, 기회가 있을 때 말해 두지. 아크는 내가 아끼는 동생이다. 아크가 알아서 하겠다고 해서 잠자코 있지만 저 여자 말대로 작작 하는 편이 좋을 거다. 나도 언제까지나 보고만 있지는 않을 테니 말이다. 하물며 이런 식으로 이 몸을 이용하는 짓 따위, 웃으며 넘어가 주는 것도 이번이 마지막이다.”
그렇게 말하면서도 데커드는 웃지 않았다.
대신 그 눈에서 서릿발 같은 한기가 줄기줄기 뿜어져 나오며 회의실에 모여 있는 사람들을 얼어붙게 만들었다.
여기서 잠시 설명하자면, 전투가 벌어질 때마다 번번이 휘하 함대를 넝마로 만드는 데커드에 대해 A-001에 닥돌밖에 모르는 바보라는 소문이 만연해 있었다.
그리고 그게 사실이었다.
데커드는 바보인 것이다. 그럼에도 휘하 함대원이 탈퇴하지 않는 이유가 이것이었다. 그는 바보지만 그런 단점을 덮어 버릴 만한 카리스마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백작, 그래서 진군을 하겠다는 거요, 말겠다는 거요?”
“아직은 계획이 없네.”
“뭐, 나는 좀 깨지고 부서져도 진군을 하자는 쪽이지만…….”
데커드가 슬쩍 이얀을 째리며 몸을 일으켰다.
“지금 할 말은 아닌 것 같군. 그럼 여기서 더 볼일은 없다. 야, 가자!”
그리고 부관을 데리고 회의실을 나가 버렸다.
“그럼 우리도…….”
“그래, 뭐 우리야 모이라니 모인 거니까…….”
데커드가 나가 버리자 눈치를 살피던 아이언과 미젤란도 슬그머니 일어나 뒤따랐다. 그러자 이리나가 똥 씹은 표정으로 앉아 있는 이얀을 돌아보며 물었다.
“뭔가 더 할 말이 남았나요?”
‘빌어먹을, 잘되고 있었는데 저년 하나 때문에!’
이얀의 계획은 이전처럼 모든 백작을 몰아붙여 아크가 하고 있는 일, 그게 뭔지는 모르지만 그 일 자체를 무효로 만드는 것이었다. 다시 말해 뭔가 작전을 성공해도 공훈치를 받지 못하는 상황으로 만들어 버릴 계획이었다는 말이다.
그리고 그런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었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했던 이리나의 포격에 격침! 그리고 함대장들까지 나가 버렸으니 이제 비빌 언덕도 없었다.
“없다!”
이에 이얀이 버럭 소리치며 몸을 돌릴 때였다.
“잠깐만 기다리세요.”
“뭐냐? 더 할 말은 없다고 했을 텐데?”
“난 있어요.”
이리나가 빙긋 웃으며 대답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이내 험악한 표정으로 돌변하며 말을 이었다.
“이얀, 네가 아크 님을 적대시하든 말든 상관 안 해. 상관할 필요도 없지. 아크 님이 너 같은 사람 때문에 곤란해질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으니까. 그러니 그런 건 아무래도 좋지만, 또 한 번 내 앞에서 아크 님을 ‘놈’이라고 부르면 따귀를 맞을 각오를 해야 할 거다.”
느닷없는 반말에 이얀의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
아니, 그런 차원의 문제가 아니지만, 이런 상황에서 뭔가 대꾸를 해 봐야 더 쪽팔릴 뿐이다. 결국 이얀은 애꿎은 입술만 너덜너덜하게 만들고 회의실을 빠져나갔다.
“휴, 덕분에 살았네.”
그제야 모든 백작이 한숨을 불어 내며 말했다.
“하지만 이대로 계속 비밀로 해도 되는지 모르겠군. 아니, 사실 꼭 비밀로 해야 할 이유도 없지 않나? 자네 말대로 이번 작전이 성공한다고 다른 함대장이 불이익을 당하는 것도 아니니 말이네.”
“이얀이 황제의 수호기사가 아니라면 그렇겠죠.”
“뭐 그게 좀 걸리기는 하지. 하지만 황제의 수호기사라도 그 역시 은하연방 소속이네. 설마 방해까지나 하겠나?”
“모르죠. 가서 물어보고 올까요?”
이리나의 말에 모든 백작이 괴상한 표정으로 바라보다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 관두게. 지금 자네라면 진짜 물어보러 갈 것 같아. 그래, 자네 말대로 괜한 걱정거리를 만들 필요는 없지. 뭣보다 아크의 행방을 캐는 이얀의 저의를 확인할 방법이 없으니까. 아니, 물어보고 오라는 말이 아니네. 앉아, 앉게. 걱정돼서 하는 말이야. 이얀이 저렇게 노골적으로 아크를 적대시하면 이번은 그냥 넘어가더라도 언젠가 더 심각한 상황이 벌어질지도 몰라. 그리고 최악의 상황에는…….”
애들 싸움이 어른 싸움이 되는 것은 흔한 일이다.
모든 백작이 이전보다 이얀을 조심스럽게 대하는 이유가 그 때문이었다.
자칫 이얀이 폭주라도 해 버리면. 아니, 성격으로 보면 아크가 폭주할 확률이 더 높지만 어쨌든, 둘의 싸움이 마틴 후작과 황제의 정쟁으로 확대될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는 것이다. 때문에 모든 백작은 이얀이 황제의 수호기사라는 것을 안 뒤로 매사가 조마조마했다.
“그런 건 그때 가서 걱정해도 돼요.”
그러나 이리나는 간단하게 정리하고 넘어갔다.
“자네 말이지…… 뭐랄까…… 요즘 들어 지나치게 밝아졌다고 해야 하나…… 전혀 다른 사람이 되었다고 해야 하나…… 갑자기 너무 꿋꿋해진 거 아닌가?”
“아크 님이 없으니 저라도 꿋꿋해야지요.”
“나는?”
“네? 모든 백작님요? 음…….”
“아니, 됐네. 들어 봐야 짜증만 날 것 같은 예감이 팍팍 드니까.”
모든 백작이 잔뜩 찌푸린 표정으로 머리를 흔들었다.
“그보다 그 아크 말이네. 아직 연락 없나?”
“네, 아직은요.”
“아크에게 들은 작전대로라면 지금쯤이면 이미 임무를 끝내고 돌아오고 있을 시간이지 않나? 그런데 아직 연락조차 없다니? 뭔가 생각지 못한 문제가 생긴 건가? 빌어먹을, 성패는 둘째 치고 제대로 목적지에 도착했는지조차 알 길이 없으니 답답해 돌아 버리겠군. 그래도 무사히 임무를 마치고 돌아와 주면 상관없지만 만의 하나라도 일이 잘못되기라도 하면…….”
“괜찮아요.”
그때 이리나가 방긋 웃으며 대답했다.
자신만만한 이리나의 표정에 모든 백작은 뭔가 알고 있는 것이라도 있나 싶어 기대 어린 표정으로 돌아봤지만 이어지는 이리나의 말에 썩은 표정을 되었다.
“제가 먹여 살리면 되니까.”
‘어이, 이리나 대위, 그런 말이 아니지 않나? 이 전쟁은 어떻게 되는 거냐고, 전쟁은!’
모든 백작의 머릿속에 이런 대사가 맴돌았지만 입 밖으로 꺼내지는 않았다. 그런 말을 해 봤자 어차피 이리나의 귀에 들어가지도 않을 것 같으니까.
‘난 대체 여기 왜 와 있는 걸까?’
이쯤 되니 그조차 알 수 없을 지경이다.
문득 이스타나의 아내가 그리워지는 모든 백작이었다.
* * *
“이얀.”
핌이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이제 이런 짓은 그만두자. 그 여자의 말대로야. 아크를 방해한다고 우리 공훈치가 올라가는 것도 아니잖아. 황제 폐하도 그런 걸 바라고 우리를 이곳으로 보낸 것도 아니고. 뭣보다 그건 우리가 생각하던 기사의 모습이 아니야. 그러니 이제 아크는 그만 놔두고 우리는 우리 할 일에 집중하자. 다시 여자 앞에서 그런 소리를 듣고 싶지는 않아!”
“그래, 그 여자…… 이리나…….”
그때 말없이 걷던 이얀이 우뚝 멈추며 중얼거렸다.
그리고 슬쩍 고개를 돌리며 씨익 웃었다.
“꽤 멋지더군.”
“……뭐?”
“여자에게 그런 말을 들어 보기는 처음이야. 뭐랄까, 진심이 느껴지더군.”
그건 핌도 느꼈다.
100% 진심으로 따귀를 갈길 기세였다.
“너…… 무슨 생각을 하는 거냐? 그녀는 아크의 여자 친구야. 그건 A-001의 유저라면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이라고.”
“그래, 아크!”
핌의 말에 이얀이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그리고 눈앞에 아크가 둥둥 떠 있기라도 한 것처럼 허공을 째리며 소리쳤다.
“그 자식이 문제야! 여기도 저기도 아크! 타투인의 전투에서 공적 순위 1위를 한 건 나다! 하지만 타투인 전투에 대해 말하면 유저들은 먼저 아크라는 이름을 떠들어 대지! 여기서도 똑같아! A-001에서 최강의 함대를 가지고 1위를 하고 있는 사람은 나다! 하지만 다들 아크! 아크! 아크! 그리고 저 여자까지! 대체 왜? 내가 그 자식보다 못한 게 뭔데? 아크 자식은 나보다 뭐가 잘나서 다 가지고 있느냐는 말이다!”
“이얀, 너…….”
핌이 당황한 표정으로 이얀을 바라보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