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715)
아크 더 레전드-715화(715/875)
[715] space 5. 이얀과 이리나 (3)그러나 더 이상 입을 열지는 못했다. 이얀의 목소리를 들은 것인지 모퉁이 뒤에서 4명의 사내가 뛰어나온 탓이다.
사실 이번에 이얀이 함대장들을 불러 모으게 된 이유가 이 이들이 아크가 모종의 임무를 받고 이동 중이라는 정보를 가져다주었기 때문이다.
그중 한 사내가 양손을 비비적거리며 물었다.
“이얀 님, 어떻게 됐습니까?”
“아크가 비밀 임무를 받고 떠난 것은 사실인 모양이다.”
“그럼…….”
“아니, 이곳에서 손을 쓰기는 힘들다.”
그렇게 대답한 이얀이 사내를 돌아보며 물었다.
“너희들에게 정보를 주고 있다는 사람에게는 그 뒤로 아직 연락이 없나?”
“네, 그의 말에 따르면 아크는 항해를 시작하기 직전까지도 함대원들에게 임무에 대해서는 설명해 주지 않았다고 합니다.”
“혹시 놈이 눈치채거나 한 것은 아니겠지?”
“저희도 혹시나 싶어 물어봤지만 아직 그런 기미는 없다고 합니다.”
“하지만 놈의 속내는 모르는 일이지. 일전의 데이터 유출 건도 아이언을 내세우기는 했지만 놈이라면 뒤에 내가 있었다는 것쯤은 아크도 짐작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니 꼭 누군가를 특정하지는 않더라도 어디선가 정보가 새고 있다는 생각은 하고 있겠지.”
작전 내용을 말해 주지 않는 것이 그 증거였다.
‘그 정보원을 이용해 이번 작전을 방해하는 방법도 생각해 봤지만.’
어차피 아크가 첩자의 존재를 의심하기 시작했다면 그 정보원을 계속 써먹기는 힘들다.
앞으로 잘해야 한 번!
그 기회를 아직 뭔지도 모르는 작전을 방해하는 데 사용하기는 너무 아깝다. 한 번밖에 사용하지 못한다면 그 정보원을 이용해 아크에게 좀 더 확실한 대미지를 입힐 수 있는 기회를 노리는 편이 좋은 것이다.
잠시 생각하던 이얀이 다시 입을 열었다.
“그와 연락이 될 때 전해라. 내가 직접 만나고 싶어 한다고.”
“네? 하지만…….”
“그가 부담스러워한다는 건 알고 있다. 하지만 그도 이제 우리와 함께 가는 수밖에 없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을 터. 그만한 보상을 해 주겠다면 그도 납득할 것이다. 그리고 만남이 성사되면 너희에게도 부대장 자리를 마련해 주지.”
“저, 정말입니까?”
“알겠습니다! 설득해 보겠습니다!”
4명의 사내가 생쥐 같은 눈을 반짝이며 펄쩍펄쩍 뛰었다.
‘이얀, 너무 멀리 가고 있어.’
한 걸음 떨어져 그 장면을 지켜보는 핌은 가슴이 답답했다. 그러나 더 이상 이얀에게 아무 말도 하기 싫었다.
아니, 할 수 없었다.
이제야 이얀이 왜 그렇게까지 아크에게 집착하는지 이해했기 때문이다. 아마도 이얀조차 제대로 모르고 있겠지만 정도가 지나친 그 적개심의 정체는…….
‘……질투!’
이얀은 아크를 질투하고 있는 것이다.
이리나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아크의 모든 것, 아크에게는 있지만 이얀에게는 없는, 그 모든 것을 질투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건…….
‘아크를 가장 인정하고 있는 사람 역시 이얀이라는 말이다.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면서도 이런 공작을 하지 않으면 따라잡힐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가지고 있을 정도로.’
이얀에게는 할 수 없는 말이었다.
SPACE 6. 목적 (1)
“흠…….”
굴지의 대기업 선광그룹 비서실.
조충영 회장의 수행비서인 최국, 최 비서는 아침부터 우환에 잠긴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의 앞에 모여 있는 10여 명의 사내들 때문이다.
“대체 어떻게 된 겁니까?”
책상에 걸터앉은 최 비서가 사내들을 바라보며 물었다.
이 사내들은 선광그룹의 재무팀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이었다. 그런데 얼마 전에 이들에게 조충영 회장의 특별 지시 사항이 전해졌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전권을 위임받아 직접 팀을 꾸린 것은 최 비서지만 어쨌든!
-갤럭시안에 접속해 이큘러스를 특별 감사하라!
이게 재무팀에 전달된 지시 사항이었다.
그렇다. 지금 최 비서 앞에 있는 이 10명의 샐러리맨들이 바로 얼마 전 이큘러스에 들이닥친 특별 감사원들이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말씀드렸지 않습니까? 이건 회장님의 지시 사항이라고. 다시 말해 회장님이 직접 챙기시는 사안이라는 말입니다. 그리고 얘기가 나온 것이 지난 주 초, 벌써 일주일이 넘었습니다.”
당연히 최 비서는 지금쯤이면 대강의 일이 마무리되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아니었다.
“그런데 아직 시작도 못 했다니요?”
“피치 못할 사정이 있었네.”
최 비서가 어이없는 표정으로 묻자 머리가 반쯤 벗겨진 감사팀장, 김부장이 난감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아, 물론 그렇겠지. 사정, 뭔가 사정이 있었겠지. 회장의 특별 지시를 받고도 일주일이 넘도록 아무것도 못한, 15년 이상 근무해 온 회사에서 잘릴지도 모를 위험을 감수할 만한 사정이. 최 비서는 이렇게 비아냥거리고 싶은 욕구를 꾹꾹 참으며 입을 열었다.
“그래서? 뭡니까? 그 사정이?”
“실은 감사를 하러 간 그날, 몽땅 동굴에 갇혀 버렸네.”
“……네?”
최 비서가 괴상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아크라는 녀석이 여러분을 동굴에 가둬 버렸다는 말입니까?”
“아니, 그건 아니네!”
김부장이 얼른 고개를 저으며 소리쳤다.
“우리가 갔을 때 아크라는 사람은 없었어. 대신 A, B가 이큘러스를 맡고 있었지만 어쨌든 우리가 동굴에 갇힌 것은 사고였네. 사고!”
“A? B? 뭡니까, 그건? 무슨 자판기 같은 겁니까?”
“아크 밑에 있는 사람들이네. 요즘 보기 힘든 훌륭한 젊은이들이지.”
“그럼 그 A, B에게 구해 달라고 하면 되지 않습니까?”
“그들도 같이 갇혀 있네.”
김부장이 안타까운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러나 최 비서는 대체 김부장 일행이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 건지 1도 이해하기 힘들었다.
동굴에 갇혔다, 일단 이 부분부터가 수상하기 짝이 없지만 사고라니 뭐 그렇다고 치고 넘어가자. 그리고 그 불행한 사고에 심심한 유감의 뜻을 전할 생각도 있었다.
거기가 현실이었다면 말이다.
잠시 머리를 긁적이던 최 비서가 한숨을 불며 말했다.
“김 부장님, 이런 말을 해야 한다는 것 자체가 답답하기 짝이 없습니다만 게임이란 말이죠, 보통 죽거나 그런 일도 있는 법이거든요. 그러니까…… 네, 죽어도 상관없다는 말입니다. 그러니까 뭐랄까…… 제가 여쭤 보고 싶은 건 말입니다. 일주일 넘게 갇혀 있는 동안 꽉 어딘가에 머리를 박고 죽어 버릴 생각은 하지 못했냐, 이겁니다.”
“그런 짓을 할 수 있을 리가 없지 않은가!”
“에? 왜요?”
“그들! 그래, 그들 때문이네.”
김부장이 한숨을 불어 내며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김부장 일행이 아직까지 죽지도 못하고 동굴에 갇혀 있는 이유를.
“사실 우리도 처음 동굴에 갇혔을 때는 자살도 생각했네. 아니, 굳이 자살할 필요도 없지. 그 동굴에는 무시무시하게 생긴 몬스터들이 득실거리고 있었으니까. 우리는 동굴이 무너진 직후에 그런 무시무시한 몬스터에 갈가리 찢겨 죽을 위험에 처하게 됐지. 아니, 죽었을 것이네. 하지만 그들이 지켜 줬네. 피투성이가 되면서까지!”
A, B가!
“그것만이 아니네. 동굴에 갇힌 우리에게 찾아온 두 번째 시련은 굶주림이었네. 그러나 그것도 그들이 해결해 주었네. 동굴에서 찾은 한 줌도 되지 않은 식량을 우리에게 전해 준 것이네. 정작 본인들은 주린 배를 움켜쥐고, 굶주림에 지치다 못해 정체도 모르는 독버섯을 먹고 온몸이 팅팅 붓는 짓을 당하면서도 괜찮다고 말하며 힘들게 찾아온 식량을 몽땅 우리에게 넘겨주었다는 말이네.”
A, B가!
물론 김부장의 착각이었다.
A, B의 레벨이면 사실 언더킬러 서너 마리는 딱히 부상을 입을 상대도 아니었다. 그리고 실제로 동굴에서 A, B가 입은 부상은 피투성이라고 할 정도도 아니었고 그것도 처음 언더킬러를 만났을 때뿐이었다.
그 뒤로는 딱히 부상이라고 할 만한 상처도 없었다.
그리고 몸이 팅팅 부은 것도 독버섯 탓이 아니었다. 그냥 피둥피둥 살이 쪘을 뿐이다.
김부장들이 자는 사이에 ‘삽질’로 밖에 나가 너무 처먹어 대서. 일주일 동안 동굴에서 뒹굴거리며 배 터지게 먹은 탓에 ‘자기 최면’ 스킬로도 숨기기 힘들 정도로 살이 올라 버린 것이다.
여기서 하나 더 비밀을 밝히자면 A, B가 김부장 일행에게 준 식량은 그때 먹다 남은 음식 찌꺼기였지만 어쨌든!
김부장들은 믿어 의심치 않았다.
같이 살자! 살아 나가자! 용기를 잃지 말자고 말해 주는 A, B의 숭고한 희생(?) 정신을!
“할 수 없지, 그런 두 사람 앞에서. 귀찮으니 그냥 죽겠다는 말을, 자네라면 할 수 있겠나? 아니, 자네는 모르겠지. 그건 경험해 보지 않으면 절대 알 수 없어.”
김부장이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난데없이 회상 모드로 접어들었다.
“후후후, 나도 한때는 꿈이 있었지. 부정부패와 싸우겠다며 동지들과 밤을 새워 대자보를 쓰고 화염병을 들고 거리로 나간 적도 있었네. 1원짜리 하나 생기지 않고 때로는 목숨을 걸어야 할 정도로 위험한 일도 많았지만 나에게는 자긍심이 있었네. 하지만 사회에 나와 가정이 생기자 그런 것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게 되었네.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오직 그것만을 위해 살았지.”
김부장이 자조적인 표정으로 자신의 몸을 더듬었다.
“그 결과 내게 남은 것은 벗겨진 머리와 이 뱃살뿐이지. 와이프는 김치 하나 덜렁 건네주고 밖으로 쏘다니니 바쁘고, 자식은 자식대로, 손자들도 냄새난다고 근처에 안 와. 그게 가족을 위해 청춘을 바친 나의 현주소네.”
뭐랄까, 듣고 있자니 최 비서까지 우울해지는 인생 여정이었다.
“하지만 그 두 젊은이와 함께 있는 사이에 깨달았네. 나 역시 불타오르던 시절이 있었다는 것을! 그리고 아직 그 불길은 내 마음속 어딘가에 남아 있다는 것을!”
“네, 저도 같은 것을 느꼈습니다!”
“잃어버리고 있던 뭔가를…… 뭔가를 되찾은 기분이었습니다!”
재무팀원들이 흥분한 목소리로 떠들었고.
‘대신 잃게 생겼다고요, 직장을.’
최 비서의 입에서는 한숨이 흘러나왔다.
김부장에게 대강 설명을, 심지어 굳이 알고 싶지도 않은 김부장의 인생사까지 들었지만 최 비서는 여전히 이들이 뭔 소리를 하는 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아니, 관심도 없었다.
중요한 것은 그들이 아직까지 동굴에 갇혀 있다는 것이고, 조충영 회장이 오늘 오후까지 제출하라고 지시한 감사 결과 보고서는 아직 1도 진행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그게 의미하는 바는…….
‘엿 됐다!’
이건 김부장 일행에만 해당되는 말이 아니었다.
이미 말했듯이 이번 건은 조충영 회장이 최 비서에게 일임한 일이었다. 다시 말해 김부장 일행을 특별 감사 팀으로 보낸 사람이 최 비서라는 말이다.
그런데 일주일 만에 와서 한다는 말이 이거다.
그나마 김부장 일행은 뭔가, 그게 대체 뭔지는 모르지만 뭐라도 찾았다니 억울하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최 비서는 그냥 덩달아 목이 날아갈 위기에 처해 버린 것이다.
물론 최 비서는 이런 식으로 직장을 잃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최 비서가 머리를 벅벅 긁어 대며 입을 열었다.
“무슨 말인지는 알겠습니다. 아니, 전혀 모르겠지만 일단 넘어가죠. 지금은 당장 내일도 살아 있을지 모르는 상황이니까요. 회장님이 오늘 오후까지 서류를 가져오라고 했단 말입니다. 자. 이제 어쩔 생각입니까?”
“회장님에게도 이런 상황을 말씀드리면…….”
“집으로 해고 통지서가 날아오겠죠.”
최 비서가 딱 잘라 말하자 김부장이 얼른 고개를 저었다.
“그, 그건 곤란하네. 다음 달에 와이프 차를 바꿔 주기로 했단 말이야. 그리고 둘째는 아직 결혼도 안 했어!”
“그런 인생에 회의를 느끼는 거 아니었습니까?”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지!”
이제야 현실로 돌아온 모양이다, 늦은 감은 있지만.
“뭔가 방법이 없겠나?”
“이제 와서 제게 그런 말을 한들…….”
최 비서는 머리를 감싸 쥐고 한숨을 푹푹 불었다.
사실 그에게 아크, 김현우와 관련된 일들은 반쯤은 재미. 말하자면, 호기심은 가지고 있지만 그리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는 일은 아니었다.
그리고 그건 조충영도 마찬가지이리라.
그러나! 아니, 설령 장난삼아 지시한 일이라도 이런 상황에서 회장이 웃으며 넘어가 줄 것 같지는 않았다.
‘찾아야 한다! 뭔가 그럴듯한 핑계를!’
이에 필사적으로 머리를 쥐어짜던 최 비서가 퍼뜩 머리를 들어 올렸다.
그리고 김부장을 돌아보며 씨익 웃었다.
“이렇게 해 보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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