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716)
아크 더 레전드-716화(716/875)
[716] space 6. 목적 (2)“휴…….”
아크의 입에서 한숨이 흘러나왔다.
처음 난파선 속으로 끌려 들어왔을 때는 문자 그대로 눈앞이 깜깜했다.
그러나 아크는 수많은 역경을 딛고 이 난파선을 장악하고 있던 네모를 처단! 모든 상황을 깔끔하게 정리할 수 있었다.
그러나 세상에 공짜는 없었다.
“젠장, 아직도 얼얼하네.”
아크가 붉게 달아오른 이마를 문지르며 구시렁거렸다.
뭐 그만큼 치열한 전투를 치렀으니 상처 한둘쯤은 생겨도 이상한 일은 아니다.
그러나 이건 우주 좀비와도, 네모와도 상관없는 부상이었다. 아니, 상관이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아크가 이 부상을 입은 것은 네모와의 싸움이 끝난 뒤!
“내 머리가 무슨 과녁이냐? 시도 때도 없이 탕! 탕! 탕! 이제 지긋지긋해! 이게 얼마나 아픈지 알기나 하고 쏴 대는 거냐? 아니, 죽는다고! 보통은!”
-알 게 뭐냐, 이 자식아.
바로 이 자식! 남의 머리에 총질을 해 대고도 반성의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 레피드의 짓이었다.
물론 레피드도 이유도 없이 그런 흉악한 짓을 한 것은 아니었다.
-그리고 지긋지긋한 건 나다. 하다하다 이제 뭐? 바보? 등신? 그따위 소리를 떠들어 대고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기를 바랄 수 있다니, 당장이라도 그 썩을 머리통을 박살 내고 대체 뭐가 들었는지 확인해 보고 싶을 정도다. 그런데 왜 부서지지도 않는 거냐? 네놈의 머리통은?
뭐 레피드가 없는 말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나라고 하고 싶어서 했겠냐?”
아크도 할 말이 있었다.
“그게 다 너 잘되라고 그런 거 아니야! 너 강해지라고!”
아크가 그런 말을 한 이유의 50%는 이것! 바로 레피드의 ‘분노’ 스킬을 발동시켜 주기 위해서였다. 진짜다! 50%는! 나머지 50%가 뭔지는 묻지 말자.
그리고 사실 그것도 의외로 쉬운 일이 아니었다.
원래 사람이란 울컥 치미는 말도 자주 듣다 보면 무감각해지는 법. 처음에는 아크가 뭐라고 말만 하면 펑펑 발동하는 ‘분노’ 스킬이었지만 근래 들어서는 대놓고 갈궈 대도 약발이 잘 듣지 않을 때가 많았다.
때문에 아크도 매번 레피드를 열 받게 만들 새로운 방법을 찾는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었다.
그것만이 아니었다.
“그리고 내가 채찍질만 했냐? 당근도 먹여 줬잖아, 당근! 그것도 3개나!”
그 당근은 바로 영혼석!
아크는 실버스타를 습격한 우주 좀비를 상대할 때 1개, 네모를 상대할 때 2개, 레피드에게 합이 3개나 되는 영혼석을 먹여 준 것이다.
“거기에 분노 스킬 숙련도도 팍팍 올려 주고! 대체 뭐가 불만이야? 되레 고마워해야 하는 거 아니야?”
이에 아크는 당당하게 말했지만.
-채찍? 당근? 뭔가 설정부터 총 맞을 짓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 거냐?
레피드는 고마워할 줄도 모르는 놈이었다.
그런 인간(?)은 또 있었다.
아크가 지친 몸을 이끌고 실버스타로 돌아왔을 때였다.
-야, 이 자식아! 이게 뭐야? 내 몸이 누더기가 됐잖아! 껍데기가 홀라당 벗겨져 쓰라려 죽겠다고! 이 쓸모없는 놈 같으니! 고작 그따위 속임수에 빠져 이 몸을 이런 꼴로 만들어? 그러고도 네놈이 엘림의 후계자냐? 죽어! 나가 죽어!
느닷없이 고막을 후벼 파는 폭언!
……토트였다.
아크가 난파선을 헤매는 사이 촉수의 공격을 받은 실버스타는 외부 장갑이 여기저기 녹아 토트 말대로 껍데기가 홀라당 벗겨진 몰골이 되어 있었다. 그러나 아슬아슬하지만 구멍이 뚫리거나 한 것은 아니었다.
그리고 토트가 떠들어 대는 것을 보면 알겠지만 에너지도 다시 회복되고 있었다.
말할 것도 없이 아크가 네모를 해치웠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동안 그냥 돌덩이처럼 변해 잠이나 자다가 깨어난 토트에게 돌아오자마자 이딴 말이나 들어야 하다니?
아니, 사실 처음 네모의 통신을 받았을 때 인명 구조는 엘림의 사명이니 뭐니 떠들어 대며 빨리 가라고 난리 치던 사람이 토트였다.
‘하여간 이놈이고 저놈이고…….’
뭐랄까, 아크도 ‘분노’ 스킬이 생길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러나 그런 불평과 억울함에도 불구하고!
‘뭐, 됐어!’
아크는 쿨 하게 넘어갔다.
아크의 성격이 좋아서가 아니다. 고된 전투를 끝낸 아크에게 돌아온 것이 레피드의 총질이나 토트의 폭언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 있었다! 그런 레피드나 토트의 태도 따위는 안중에도 들어오지 않게 만들어 주는 것이! 백팩 속에!
바로 네모가 떨군 전리품들이다.
‘그중에서도…….’
아크가 흐뭇한 표정을 지으며 백팩을 들여다보았다.
영혼석(특수)
투명한 유리질 속에 검은 기운이 일렁이는 신비한 광석입니다.
숙련된 개척자인 당신은 그 속에 숨겨진 강력한 힘의 존재를 느꼈습니다. 그러나 그 힘의 정체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는 없었습니다. 이 광석에 깃들어 있는 힘의 정체를 알아내려면 첨단 기기로 분석해 보는 방법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확인된 정보가 있습니다.
《이 영혼석은 NPC를 부활시키는 데 사용할 수 있습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아이템은 이것!
영혼석! 하나에 200~300골드는 받을 수 있는―아마도― 아이템이었다.
그런데 그게 하나도 아니었다. 네모의 사체 속에는 무려 23개나 되는 영혼석이 박혀 있었다.
대체 왜? 사실 이유 따위는 아무래도 상관없지만, 그 역시 금세 알 수 있게 되었다. 바로 가장 먼저 손에 넣은 ‘네모의 항해일지’를 통해서.
-A-021호 항성 간 왕복선 함장 [네모]의 항해일지.
……1232번째 항해 Day-28
이면 세계를 표류하기 시작한 지 벌써 보름이 넘었다. 평생을 우주에서 보낸 내가 고작 그 정도 일로 난파당하다니, 변명의 여지도 없다.
나와 수십 년을 함께해 온 A-021호가 이런 꼴이 된 것도, 승무원들이 죽은 것도 모두 내 책임이다. 그리고 나 역시 곧 죽을 것이다. 희망 따위는 없다.
……1232번째 항해 Day-29
이상한 물체다. 아니, 우주선인가? 하지만 저런 검은 구체 형태의 우주선이라니? 수십 년 동안 은하계 곳곳을 돌아다녀 봤지만 저런 우주선을 본 적은 없다.
이면 세계를 떠돌다가 저런 것과 마주치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그러나 저 우주선도 한쪽이 갈라져 있는 것을 보니 나와 같은 신세인 모양이다. 안에서 불길한 기운이 느껴지지만 어차피 달라질 것도 없으니 한번 들어가 조사해 봐야겠다.
……1232번째 항해 Day-30
놀라운 일이다. 그 안에는 생명체가 있었다.
그 역시 나처럼 죽어 가고 있었지만 분명 살아 있었다. P-102라는 그 생명체는 내게 속삭였다. 자신의 의지를 이어받으면 영원불멸의 생명을 주겠다고.
그리고 실제로 그는 자신의 힘을 증명했다.
신비한 힘이 깃들어 있는 광석을 이용해 승무원들을 되살려 내 준 것이다.
굉장하다! 그야말로 신의 힘이다!
아니, 실제로 그는 신으로부터 그 힘을 받았다고 했다. 타락한 은하계를 정화하기 위해! 그러나 그는 이미 구체가 파괴될 때 회복하기 힘든 부상을 입었고, 그는 광석의 힘으로도 회생할 수 없다고 한다. 때문에 광석과 함께 신에게 받은 힘을 내게 주겠다고 했다. 거절할 이유가 없다.
……1232번째 항해 Day-35
힘이 넘친다. 나는 신이 되었다. 창조의 힘을 가진 신이. 의식이 또렷해진다. 내가 뭘 해야 하는지 이렇게까지 확신이 들었던 적은 없었다.
나는 그가 승무원들에게 주었던 광석을 돌려받았다.
광석의 힘이 사라지자 승무원들의 모습이 괴이하게 변했지만 상관없다. 그게 진정한 신병의 모습이니까. 더 많은 신병이 필요하다. 신의 뜻에 따라 이 은하계를 정화하기 위해. 나는 이 신비한 광석의 힘으로 더 많은 신병을 만들 것이다. 그리고 때가 되면…….
……1232번째 항해 Day-131
또 왔다! 멍청하게 이면 세계에서 조난당한 함선이. 이미 그 속의 인간들은 모두 죽어 있지만 상관없다. 이들의 영혼은 내 에너지가 될 것이고, 나는 그 에너지를 아낌없이 사용해 이들의 육체를 신의 첨병에 걸맞은 모습으로 바꿔 줄 테니까.
이들도 분명 영광스러워할 것이다.
자, 비천한 인간들아, 이 몸의 양식이 되어라!
-1232번째 항해 Day-183
으헤헤헤…… 죽어라…… 으헤…….
뭐 대강 이런 내용이다.
정리하자면, 오래전 이면세계에서 난파당한 네모라는 사람이 P-102이라는 생명체를 만나 미쳐 가는 과정이 적나라하게 적혀 있었다.
-<네모의 항해일지>를 습득해 모험치가 1,000만큼 상승했습니다!
이건 보너스!
‘뭔가 애매한 구석이 없지 않지만.’
아크는 이미 라바란스의 해저 신전에서 P-301이라는 놈을 만난 적이 있다.
해저 생물을 몬스터로 바꾸는, 항해일지의 내용으로 유추해 보면 아마도 난파선에 득실거리던 우주 좀비들도 그와 비슷한 힘에 의해 만들어진 몬스터였던 모양이다.
단지 재료(?)가 해저 생물이 아닌 시체라는 점이 다를 뿐. 그리고 처음에는 네모의 승무원들밖에 없었지만 긴 시간이 지나는 동안 난파된 함선이 모여 숫자가 불어난 것이리라.
그러나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문이 남아 있었다.
‘P-102라는 놈이 에너지원으로 삼았다는 광석, 뭐 이거겠지만.’
영혼석!
그러나 P-301 때는 영혼석은 없었다.
대신 P-301의 몸속에서는 T-20에서 연구하고 있는, 위장처럼 생긴 ‘정체불명의 물체’라는 것이 나왔지만 그건 또 P-102의 몸속에서는 나오지 않았다.
‘같은 P 시리즈라도 종류가 다른 건가?’
뭐 당시는 P-301이 죽은 직후에 폭발하는 해저 신전에서 탈출하느라 미처 찾아보지 못한 곳에 영혼석이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그렇게 생각하는 편이 정신 건강에 이로웠다.
‘어쨌든 이로써 한 가지만은 분명해졌군.’
몬스터를 찍어 내는 능력을 가진 P씨 형제(?)들을 보낸, P-301이 신이라고 부르던 존재의 정체! 해저 신전 때는 짐작이었지만 이제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바로 카르마!
P씨 형제들은 카르마가 침공할 때 첨병으로 삼을 전투 종족을 준비하기 위해 앞서 은하계로 파견되었던 일종의 생체 공장 같은 존재인 것이다.
이로써 새로운 사실 하나가 밝혀졌지만…….
‘알 게 뭐냐?’
지금 아크에게는 딱히 대수로운 일도 아니다.
물론 아직 은하계에서 카르마의 위협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그리고 공간의 틈새에서 찾은 카르마의 우주선에서 대공이라는 존재를 본 적도 있다. 그러나 거기까지. 당장은 어디 있는지도 모르는 대공 따위를 신경 쓸 이유는 없었다.
그보다 전리품!
“뭐 나머지는 그냥 쏘쏘 한 수준인가?”
아크가 백팩의 전리품을 하나하나 살피며 중얼거렸다.
네모는 영혼석 외에도 꽤 많은 전리품을 떨궜지만 대부분은 ‘네모의 기이하게 변형된 뼈’와 같은 재료 템, 장비품은 레벨 200짜리 매직 등급 런처가 전부였다.
그러나 실망할 필요는 없었다.
-14번 함, 히터 함장의 부관입니다. 맡은 지역을 정리했습니다. 처리한 우주 좀비는 62마리, 전리품은 잡템 5개와 항해일지로 보이는 메모리 카드 2개입니다.
-16번 함, 마크입니다. 우주 좀비 30마리 처리 완료. 메모리 카드 1개 확보했습니다.
-27번 함, 맡은 지역을 정리했습니다.
속속 들어오는 보고.
네모가 죽은 직후, 난파선의 집합체도 완전히 힘을 잃었다.
그러나 내부에 득실거리는 우주 좀비는, 여전히 득실거리고 있었다.
함대 단위의 병력 앞에 이런 우주 좀비 떼는 그냥 경험치!
그러나 이 우주 좀비들을 박멸하기로 마음먹은 이유는 경험치보다는 전리품 때문이었다.
물론 이미 아크가 확인한 바대로 우주 좀비들이 떨구는 전리품은 대부분 잡템이었다. 그러나 수천 마리나 되니 레어 급도 하나 정도는 나오지 않겠는가?
그리고 설사 레어 급 아이템이 하나도 나오지 않는다 해도 확실하게 건질 수 있는 것이 있었다.
바로 30~50마리에 하나씩 섞여 있는 함장 우주 좀비가 떨구는 항해일지!
이 항해일지는 100% 확률로 ‘조함술’이나 공격, 방어, 기계학 등의 스킬 숙련도를 올려 줄 뿐만 아니라, 퀘스트까지 주는 것이다.
난파선에 득실거리는 우주 좀비는 4,000~5,000여 마리에 달하니 대충 계산해도 항해일지가 족히 100개는 된다는 뜻!
“하나도 남김없이 털어 버리겠다!”
그리하여 함대원 출격!
난파선 구석구석을 수색하며 습격해 오는 우주 좀비는 물론 숨어 있는 놈까지 샅샅이 찾아내 박멸하는 중이었다.
그것만이 아니었다.
-포탄이 남아 있는 난파선을 발견했습니다!
-포탄 500발, 미사일 24발, 근처의 전함으로 운반하겠습니다!
전투 결과에 섞여 때때로 들어오는 보고.
함대원들은 우주 좀비를 소탕하며 난파선 곳곳을 뒤져 쓸 만한 것을 몽땅 털어 대고 있는 것이다. 물론 그만큼 시간이 지체되고 있었지만.
‘어차피 지금은 당장 작전 지역으로 이동할 수 없는 상황이다.’
사실 이게 가장 큰 문제였다.
촉수의 공격을 받았던 실버스타와 파크 함은 말할 것도 없지만, 함대 역시 난파선의 집합체와 전투를 벌였다.
그나마 와이번에서 함대전 훈련을 착실히 받은 정의남과 이슈람, 칼리 등이 그 와중에도 서두르지 않고―이 부분은 좀 울컥하지만― 조직적으로 함대를 지휘해 준 덕분에 격침된 전함은 없었다.
그러나 피해가 없을 수는 없었다.
대부분의 전함이 실버스타나 파크 함 못지않은 피해를 입어 버린 것이다. 그리고 긴 전투 시간 탓에 A-001에서 보급받은 포탄도 상당 부분 소비해 버린 상태였다.
이 상태로 그냥 작전지로 향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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