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726)
아크 더 레전드-726화(726/875)
[726] space 1. 엠퍼러 (1)K방송국의 회의실.
넓은 원형 탁자 주위에 10여 명의 사람들이 둘러앉아 있었다. 이들은 게임 관련 미디어로는 최고의 시청률을 자랑하는 게임특종의 스태프들이었다.
원래 회의 일정이 잡혀 있는 날도 아니고, 평소라면 아직 출근조차 하지 않았을 이른 시간임에도 이들이 회의실에 모여 있는 이유는 몇 시간 전에 전해진 소식 때문이었다.
“올 것이 왔군.”
탁자의 중심에 앉은 중년인이 씨익 웃으며 말했다.
그의 이름은 김영민, 게임특종의 PD다. 그리고 그는 근래 들어 꽤 난감해하고 있었다. 갤럭시안에서 벌어지는 너브 전쟁 때문이었다.
이게 무슨 말이냐 하면…….
-너브 지역을 점거한 정체불명의 조직, 신의 군대가 독립국 선포!
은하 3국의 수뇌부는 신의 군대를 불법 무장 집단으로 규정하고 개척자를 동원해 토벌하기로 합의!
처음 이 소식이 전해졌을 때, 김영민은 바로 특집 방송을 편성했다.
당연하다. 은하 3국이 직접 군대를 동원하지는 않더라도 이런 사안이라면 아마도 참전 전함만 수천 척, 유저는 수만 명, 거기에 유저가 거느리고 있는 NPC까지 합하면 수십만의 병사가 모일 터!
현재의 가상현실 게임은 세계의 규모도, 유저나 NPC의 숫자도 과거의 온라인 게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방대해졌지만 이만한 규모의 전쟁은 흔치 않다.
당연히 수많은 유저의 관심이 집중될 것이고 그런 관심은 시청률로 전환되리라.
예상은 적중했다.
평소 10% 미만이었던 시청률이 이날 25%를 기록한 것이다.
역대급 이슈로 인한 역대급 시청률!
그런 결과는 김영민을 업 되게 만들기에 충분했고, 결국 오버하게 만들었다. 너브 전쟁이 끝날 때까지 관련 내용을 특집으로 방송하겠다는 공지를 띄워 버린 것이다.
그러나 그 뒤의 상황은 김영민의 뜻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문제는 은하 3국 유저들의 지지부진한 성과 때문이었다. 벌써 너브 전쟁이 시작된 지 한 달 가까이 되었지만 은하 3국 유저들은 여전히 외곽 지대에서 깔짝깔짝, 더 이상 진군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그사이에도 쉬지 않고 크고 작은 함대전이 계속되기는 했다. 그러나 아무리 화려한 함대전이라도 반복해서 보면 질릴 수밖에 없다. 하물며 전황에 변화도 없이 같은 장소에서 연이어 벌어지는 함대전, 시청자 입장에서는 재방송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전쟁이 끝날 때까지 특집 편성을 하겠다는 공지를 띄워 놨으니 방송 분량을 줄이기도 힘들었다.
덕분에 초기의 폭발적인 관심은 점점 식어 갔고 동시에 수직으로 치솟던 시청률도 매주 뚝뚝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젠장, 신의 군대든 은하 3국이든 뭐라도 좀 해 보란 말이야!’
덕분에 근래 김영민의 머릿속에는 이런 생각뿐이었다.
그런데 드디어 그의 바람이 이루어졌다.
-은하 3국의 함대가 페미온 성좌로 진군 개시!
바로 이것!
‘너무 갑작스럽다는 느낌도 있지만…….’
김영민으로서는 바라마지 않던 전개! 불평할 생각 따위는 눈곱만큼도 없었다. 아니, 그런 여유도 없었다.
지금 김영민의 머릿속에 들어 있는 생각은 하나!
“이건 우리에게 기회다. 이 기회를 어떤 식으로 활용해야 시청률을 1%라도 더 올릴 수 있는가, 그게 지금 우리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하는 것이다.”
“고민할 필요가 있겠습니까?”
그때 한 스태프가 어깨를 으쓱거리며 대답했다.
“은하 3국의 모든 함대가 페미온 성좌에 집결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곧 전쟁이 시작되겠죠. 현재까지 파악된 은하 3국의 전함은 5천 척 규모. 그리고 아직 정확한 정보는 없지만 지금까지의 전황으로 보면 신의 군대도 그만한 전함을 보유하고 있을 겁니다. 다시 말해 곧 1만 척의 전함이 동원되는 함대전이 벌어진다는 말이죠.”
“1만 척의 함대전…….”
그 말에 주위의 스태프들이 감탄사를 터뜨렸다.
병사가 아닌 전함이 1만 척이다. 모르고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막상 구체적인 숫자가 제시되자 그 엄청난 규모에 새삼 압도되어 버린 것이다.
“누구라도, 적어도 이번 전쟁에 관심이 있는 시청자라면 전함 숫자만 들어도 이런 반응을 보일 겁니다. 뿐만 아니라 너브 전쟁에는 우리 프로그램에서 선정하는 TOP 50에서 7위 안에 들어 있는 유저들, 세븐 소드도 참전해 있습니다. 은하 3국의 함대가 한 지역에 모인다는 것은 그들도 모인다는 말입니다. 1만 척 규모의 함대전과 세븐 소드. 그것만으로도 이슈는 충분하지 않습니까?”
“확실히 기대되는 전쟁이기는 합니다.”
“자리만 잘 잡아서 함대전을 촬영하면 시청률도 쭉쭉 올릴 수 있을 겁니다.”
“그야 그렇겠지.”
김영민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얼굴에는 석연치 않은 표정이 남아 있었다.
그가 신경 쓰이는 것은 방송 시간이었다. 게임특종은 주간 방송, 어제가 방영 일이었으니 다음 방송까지는 아직 엿새나 남아 있다. 그리고 그사이에 타 방송사의 게임 관련 프로그램이 대여섯 개나 편성되어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요즘은 인터넷을 통한 개인 방송도 활성화되어 있다.
‘만약 당장 내일 전면전이 벌어진다면?’
함대전 영상은 이미 TV와 인터넷을 통해 모두 퍼지리라.
물론 게임특종의 기자들은 개인 방송은 물론, 타 방송사의 게임 기자들보다 뛰어나다.
게임 미디어 중 최고의 시청률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이 그것! 전문 교육을 받은 게임특종의 기자들은 같은 장면을 촬영해도 다른 방송국의 영상과는 디테일이 다른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디테일이 달라도 이미 대부분의 시청자가 함대전 영상을 본 뒤라면 관심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건 얼마 전에도 확인할 수 있었다.
-불패의 카이저, 펜릴이라는 무명의 유저에게 대패하다!
이 사건이 일어났을 때였다.
그 장면도 카이저 함대를 전담하던 기자가 함대전을 멋지게 카메라에 담았지만 사흘이나 남아 있던 방송 시간 탓에 기대만큼의 시청률을 올리지 못했던 것이다.
하물며 이번에는 엿새나 남아 있다.
“물론 당장 내일 전면전이 벌어진다고 결정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운이 좋으면 우리 방송 시간에 맞춰 함대전이 벌어질 수도 있겠지. 하지만 막연하게 그런 기대를 하며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다. 그나마 지난주는 카이저 덕분에 좀 회복했지만 2주전에는 특집이랍시고 재방송이나 다름없는 함대전을 전체의 30%나 되는 방송 분량으로 내보낸 탓에 시청률이 6%대까지 떨어졌어. 이건 지난 1년 중 이후 최저치야.”
‘그건 PD님이 무턱대고 전쟁이 끝날 때까지 특집으로 방송하겠다고 한 탓이죠.’
스태프들의 머릿속에 바로 그런 대사가 떠올랐다.
그러나 입 밖으로 꺼내는 스태프는 없었다. PD이니까! 여기서 제일 높은 사람이니까!
어쨌든 김영민이 계속 말을 이었다.
“그리고 지금 상황으로 보면 우리는 또다시 재방송이나 다름없는 영상을 내보내게 될 확률이 높다. 그래도 2주 전보다는 낫겠지만 역시 기대만큼의 효과를 얻기는 힘들겠지. 이런 절호의 기회가 왔는데도 말이야.”
“하지만 그건 어쩔 수 없는 일 아닙니까?”
“네, 그렇다고 방송 시간을 바꿀 수도 없고, 은하 3국이나 신의 군대에 우리 스케줄에 맞춰 싸워 달라고 할 수도 없으니까요.”
“그러니까 같이 고민해 보자고 불러 모은 거 아니야!”
구시렁대는 스태프들의 목소리에 김영민이 발끈한 표정으로 소리쳤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 닦달한다고 갑자기 좋은 의견이 나올 리가 없었다.
“함대전을 방송할 때 전략 게임의 해설자를 초빙해 전술을 해설하게 하면 어떨까요? 은하 3국이나 신의 군대가 전투에서 사용하는 전술을 상황에 맞춰 해설하면 같은 함대전이라도 다른 시각으로 볼 수 있게 되지 않겠습니까?”
이런 의견이 나오기도 했지만.
“넌 모니터링도 안 하냐? 그건 이미 다른 방송에서 하고 있는 거잖아!”
그런 이유로 기각.
그리하여 스태프들이 한숨을 푹푹 불어 내고 있을 때였다.
“저기…….”
한 여자가 머뭇거리며 손을 들어 올렸다.
그녀는 이름은 정혜선. 쓸데없는 특집 편성으로 시청률이 뚝뚝 떨어지는 와중에도 6%대를 사수하는 데 지대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게임특종의 두 진행자 중 1명이었다.
당연히 김영민도 그녀에게만큼은 공손할 수밖에 없었다.
“네, 혜선 씨. 스케줄이 바쁘죠? 사실 이건 스태프 회의라 혜선 씨까지 나올 필요는 없는데 조연출이 눈치 없이 연락을 해서 번거롭게 만들었네요. 스케줄이 있으시면 먼저 일어나셔도 됩니다.”
“아니, 그런 건 아니고요. 제가 이런 말씀을 드려도 될지 모르겠지만…….”
“네? 아, 괜찮습니다. 혜선 씨도 우리 식구 아닙니까? 아니, 게임특종 팀의 간판스타죠. 뭐든 불편한 부분이 있으면 편하게 말씀해 주십시오.”
“그런 말은 아니고요.”
정혜선이 무안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으며 말을 이었다.
“PD님께서 말씀하신 문제 말인데요. 방금 전에 작가님이 전투 장면을 다른 시각으로 본다는 말을 하셔서 생각난 건데, 이번에는 다른 방법을 사용해 보는 건 어떨까요? 다른 방식이라고 해도 전에 게임특종에서 한번 같은 방송을 한 적이 있지만.”
“우리 방송에서?”
“네, 유저들이 직접 촬영한 영상을 방송했던 거 말이에요.”
“아! 그거…….”
확실히, 몇 년 전에 그런 식으로 특집 방송을 했던 적이 있었다. 그리고 꽤 인기가 있어 한때는 정식 프로그램으로 편성되기까지 했었다.
얼마나 인기가 있었냐 하면, 지금 게임특종의 진행을 맡고 있는 정혜선도 당시 화제가 되었던 ‘어떤’ 유저의 동영상에 출연한 것이 계기가 되어 연예인이 되었을 정도였다.
그런 인기 프로그램이 없어진 이유는 인터넷 개인 방송이 활성화된 영향이 컸다. 말하자면, 비슷한 콘텐츠가 너무 많아져 메리트가 없어진 것이다.
그리고 거기에 하나 더 덧붙이자면 개인 촬영 영상의 이미지가 안 좋아진 탓도 있었다.
방송사와 달리 개인 방송은 심의도 받지 않는다.
때문에 몇몇 유저는 조회 수를 올릴 목적으로 일부러 선량한 유저를 뒤치기 하거나, 입에 담기 힘든 욕설을 하는 등, 경쟁적으로 자극적인 영상을 만들어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던 것이다.
“그건 저도 알아요.”
정혜선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문득 쓸쓸한 표정을 보이며 말을 이었다.
“PD님도 아시겠지만 저도 한때 뉴월드라는 게임을 한 적이 있어요. 그때 저와 함께 다니던 유저는…… 재미있었어요. 그 유저가 하는 행동 하나하나가. 그냥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즐겁고 재미있었어요. 사실 제가 게임특종의 진행을 맡은 이유는 저를 봐 주시는 시청자분들과 그런 즐거움을 함께 나누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유저가 직접 만든 동영상은 그런 즐거움을 함께할 수 있는 좋은 기획이었다고 생각해요.”
“음.”
김영민이 무안한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였다.
유저가 촬영한 동영상의 장점이라면 누구보다 그가 잘 알고 있었다.
당시 그 기획의 책임자가 다름 아닌 김영민이니까.
때문에 그 프로그램이 폐지될 때 가장 안타까워했던 사람도 그였지만.
“물론 요즘 유저가 찍은 동영상이 문제가 많다는 건 알고 있지만 그 이상으로 장점이 많은 것도 사실이잖아요. 뭣보다 우리가 문제가 있는 동영상을 그냥 내보내지도 않을 거고요. 그래도…… 안 될까요?”
“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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