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727)
아크 더 레전드-727화(727/875)
[727] space 1. 엠퍼러 (2)잠시 생각하던 김영민이 퍼뜩 고개를 들었다.
물론 이전에 한번 써먹었던 기획을 재탕하는 것은 PD로서 좀 뭐하다.
그러나 지금은 그때와 상황이 다르다.
이전에는 뚜렷한 목적도 없이 그저 각자 다른 일을 하는 유저들의 일상이 찍혀 있는 동영상을 방송했을 뿐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뚜렷한 목적이 있다.
전함만 1만 척이 동원된 대大함대전을 앞두고 있는 상황!
그 함대전에 참전한 유저가 1인칭으로 찍은 동영상과 기자가 촬영한 전쟁 영상을 접목시킬 수 있다면?
굳이 전술을 해설할 필요도 없어진다. 그것만으로도 시청자는 전투 중에 벌어지는 모든 일, 전체 작전의 흐름이나 성공, 실패, 실수로 인한 전황의 변화까지, 모든 것을 직접 체험하듯이 몰입할 수 있게 되리라.
물론 그렇다고 유저라면 아무나 그런 동영상을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여기에는 두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첫째는 시청자가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유저여야 한다는 것. 그리고 둘째는 전황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유저라야 한다는 것, 그냥 뒤에서 엄호 사격이나 하는 유저의 동영상이 재미있을 리가 없으니 말이다.
‘그리고 지금 페미온 성좌로 진군하는 은하 3국의 함대에는…….’
그런 조건을 충족시키는 유저가 있었다.
그것도 1~2명도 아닌 7명이나!
‘바로 세븐 소드!’
게임특종의 TOP 50에서 상위 7명에게 부여되는 칭호 세븐 소드!
우연히, 아니, 그들의 인지도를 생각하면 필연이라고 해야겠지만 지금 페미온 성좌로 진군하는 은하 3국의 함대에는 세븐 소드 전원이 참전해 있는 것이다.
‘만약 그들의 동영상을 입수할 수 있다면?’
게임특종이 탄생시킨 세븐 소드가 은하계의 판도를 바꾸는 대규모 전투에서 활약하는 장면을, 다름 아닌 그들의 시점에서 만들어진 동영상을 통해 보여 준다!
이쯤 되면 더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대박이다! 이건 대박이야!’
“혜선 씨, 그거예요! 바로 그거라고요!”
“네? 괜찮은 거예요?”
“당연하죠! 문제 될 것 없습니다! 방송사에서는 시청률이야말로 진리! 하느님입니다! 내가 장담하죠. 그게 실현된다면 다른 방송에서 먼저 함대전을 내보내는 것 정도는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아니, 어쩌면 자체 최고 시청률을 갱신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확신이 생겼다.
망설일 이유도, 그럴 시간도 없었다.
이미 은하 3국의 함대는 페미온 성좌로 진군을 시작했다. 언제 전투가 벌어질지 장담할 수 없는 것이다.
“조연출, 지금 당장 세븐 소드와 연락해라! 연락처가 확인되지 않는 유저는 각국을 전담하는 기자들이 게임 속에서 직접 찾아가 설득해! 아니, 무슨 수를 써서라도 섭외해!”
“네? 아니, 하지만…… 곧 대규모 전쟁을 앞두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리고 세븐 소드는 대부분 함대의 지휘를 맡고 있지 않습니까? 개인 동영상을 찍으면 이들이 세우고 있는 작전이 노출될 수밖에 없을 텐데 순순히 받아들이겠습니까?”
“네놈 머리는 장식이냐!”
김영민이 짜증 나는 표정으로 버럭 소리쳤다.
“어차피 게임특종 방송 시간은 엿새 뒤다. 그 전에 전투가 끝나면 작전이 노출되어도 상관없잖아! 그게 아니라도 그런 위험이 있는 부분은 알아서 편집해도 좋다고 해! 뭣보다, 돈 싫어하는 놈 있어? 필요한 자금은 내가 본부장님과 싸워서라도 받아 낼 테니까 팍팍 질러서 한 놈도 빼놓지 말고 세븐 소드 전원을 섭외해! 못하면 시말서다! 그러니 멀뚱멀뚱 쳐다보지 말고 당장 뛰어!”
“네? 네! 아, 알겠습니다!”
김영민의 고함에 스태프들이 허둥지둥 몸을 일으켰다.
그때 정혜선이 다급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PD님, 잠깐만요.”
“1명 더 추천하고 싶은 유저가 있습니다.”
그러나 정혜선의 목소리는 동시에 나온 다른 목소리에 묻혀 버렸다. 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이지웅, 정혜선과 함께 게임특종의 진행을 맡고 있는 사내였다.
이에 정혜선이 당황한 표정으로 돌아봤고, 뒤이어 이지웅의 입에서 흘러나온 이름에 한층 더 당황한 표정이 되었다.
“아크입니다.”
“아크?”
“네, PD님도 보고를 받았겠지만 애초에 은하 3국의 함대가 페미온 성좌로 진군할 수 있게 된 이유는 은하연방의 특수부대가 신의 군대의 최심부로 침투해 신의 눈이라는 레이더 기지를 파괴했기 때문입니다. 그 기습 작전을 성공시킨 함대의 함대장이 바로 아크. 다시 말해 지금의 전황은 아크가 만들어 낸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런데 이런 기획에 아크를 빼놓는다면 이상하지 않습니까?”
……라고 말했지만!
사실 이지웅이 아크를 추천하는 진짜 이유는 따로 있었다.
……2억!
이지웅이 투자한 돈이다.
이큘러스 개발 사업, 다시 말해 아크에게 말이다.
이제야 밝히지만 과거 이스타나에서 벌어진 쿠데타 사건 때, 이지웅이 당시 의용군 대장인 아크의 인터뷰 내용을 유난히 길게 방송했던 이유도 그 때문이었다.
아크가 유명해지면 당연히 그의 컴퍼니도 유명해진다.
그건 어떤 식으로든 컴퍼니의 성장에 도움이 될 것이고, 컴퍼니의 성장은 투자자인 이지웅의 주머니를 두둑하게 만들어 주리라. 그러니 이지웅에게는 아크를 유명하게 만들어 줄 이유가 있는 것이다.
그런 그가 이런 기회를 놓칠 리가 없었다.
뭐 보기에 따라서는 직권남용이지만, 그건 그만한 자격이 없는 사람을 추켜세울 때나 해당되는 얘기다. 이지웅에게는 아크를 추천할 명확한 이유가 있었다.
“확실히 아크도 요주의 유저이기는 하지. 그리고 한 사람 더 추가하는 것도 큰 문제는 없지만 세븐 소드 멤버에 아크를 끼워 넣으면 그림이 좀 이상해지지 않을까?”
“아니, 되레 긴장감이 생길 겁니다.”
“긴장감?”
“네, 잊으셨습니까? 아크는 이스타나에서 의용군을 이끌 때 TOP 50의 7위 안에 진입했던 적이 있습니다. 뭐 결과적으로는 황제를 구출하고 공훈 1위를 이얀이 차지하는 바람에 최종 투표에서는 세븐 소드가 되지 못했지만, 바꿔 말하면 현재 세븐 소드 자리를 위협하는 가장 유력한 유저라는 말도 됩니다.”
“오호!”
이지웅의 말에 김영민의 눈동자가 반짝였다.
“무슨 말인지 알겠어. 세븐 소드와 그 자리를 위협하는 가장 유력한 유저 아크. 그래, 자네 말대로 경우에 따라서는 꽤 긴장감 넘치는 장면이 연출될 수도 있겠어.”
“투자할 가치가 있죠?”
“확실히…… 하지만 섭외가 되겠나? 아크는 이전에도 몇 번이나 인터뷰를 시도했지만 만나 주지도 않던 유저 아닌가?”
“그건 제게 맡겨 주십시오. 실탄만 넉넉히 주시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섭외하겠습니다.”
결연한 표정으로 나서는 사람은 게임특종의 종군기자 소린이었다. 아크의 사업체로 흘러들어 간 투자금 2억, 거기에는 적지만 소린의 쌈짓돈도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할 수만 있다면, 좋아. 섭외해 봐라.”
그리하여 세븐 소드와 함께 아크도 제2차 유저 동영상 계획에 참가하게 되었다.
뭐 그것도 아크가 받아들일 때의 얘기이기는 하지만 어쨌든, 스태프들에게 할 일을 지시한 김영민은 본부장에게 자금을 긁어내기 위해 몸을 돌리다가 문득 생각난 표정으로 정혜선을 돌아보았다.
“아, 그러고 보니 혜선 씨도 아까 뭔가 할 말이 있던 것 같은데? 내가 정신이 없어서 깜빡 잊고 있었군요. 죄송합니다. 말씀하십시오.”
“부탁할 말이 있었지만…….”
말을 멈춘 정혜선이 뒤에서 숙덕대는 이지웅과 소린을 돌아보았다. 그리고 이내 빙긋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이제 됐어요.”
* * *
“흠.”
아크가 창밖을 바라보며 입맛을 다셨다.
그 앞의 우주 공간에는 엄청난 숫자의 전함이 일렬로 늘어서 있었다.
이건 은하연방의 함대가 아니었다.
각양각색이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 화살촉과 같은 형태를 하고 있는 전함들은 아슐라트 함대.
아크가 아슐라트 함대를 바라보고 있는 이유는 페미온 성좌로 진군할 때 받은 전문 때문이었다.
-은하연방의 함대장에게 알린다.
신의 군대 함대가 너브 전역에서 퇴각함에 따라 은하 3국의 함대는 페미온 성좌까지 진군해 삼 면을 포위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그것이 적의 세력이 약화되었다는 의미는 아니다.
신의 군대 함대는 여전히 건재할 뿐만 아니라, 페미온 성좌는 놈들의 근거지. 페미온 성좌의 외곽에 위치한 4개의 위성은 가공할 병기로 무장되어 주성 아도니스를 성벽처럼 지키고 있다. 이에 은하 3국의 수뇌부는 연합 체재로 페미온 성좌를 공략하기로 합의하고, 지휘부를 아슐라트 함대로 통합하기로 결정했다.
이거다.
좀 뜬금없지만 예상했던 일이기도 했다.
너브 외곽 지대에 있을 때와는 상황이 다르다. 그때처럼 지금도 은하연방과 라마, 아슐라트가 페미온 성좌를 삼 면에서 포위하고 있는 형국이지만, 간격은 워프를 하지 않아도 불과 2~3시간이면 왕래할 수 있는 거리.
사실상 한데 모여 있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각자 따로 움직이면 도움은커녕 방해가 될 여지가 더 많다. 연합 체재로의 전환은 필연이라는 말이다.
그런데 왜 아슐라트 함대로 지휘부가 통합되었느냐.
물론 거기에도 이유는 있었다. 그것도 하나도, 둘도 아닌 세 가지나 되는 이유가.
첫 번째 이유는 은하 3국의 관계 때문이었다.
은하연방과 라마는 최근까지도 벨린 성좌의 주도권을 두고 전쟁을 벌이던 사이다.
실리를 따지기 전에 자존심 때문이라도 상대 진영에 지휘권을 넘겨줄 수는 없다. 그러니 제3국, 은하연방과 동맹 관계지만 라마와도 교류를 하고 있는 아슐라트밖에 없는 것이다.
두 번째 이유는 함대의 규모다.
현재 은하연방의 전함은 1,600여 척. 라마는 원래 은하 3국 중 유저 수가 가장 적은 곳이라 이번 전쟁에도 1,200여 척밖에 참전하지 않았다. 그리고 아슐라트 역시 은하연방보다는 유저 수가 적다고 알려져 있었는데 놀랍게도 참전한 전함이 2,100여 척에 달했다.
아슐라트는 이 전함을 페미온 성좌의 경계를 따라 띠처럼 일렬로 늘어세워 놓고 있었는데, 아크가 보는 위치에서는 그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쳇, 뭐야, 저 진형은? 시위라도 하는 거야?”
“그런 거다.”
아크의 말에 서릿발처럼 하얀 머리칼의 사내, 데커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저 전함 중 상당수는 카이저가 모아 온 걸 거야.”
“카이저가?”
“너, 카이저에게 붙은 백전불패라는 별명을 누가 지어 준 건지 아냐? 바로 이 몸이다.”
“네? 형님이요? 카이저와 아는 사이예요?”
“물론이지. 이 몸이 이래 봬도 세븐 소드 아니냐? TOP 50의 상위 유저가 세븐 소드라고 불리기 시작할 때는 가끔 시간을 내서 모이던 적이 있었어. 아니, 지금도 몇몇은 모이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모여서 한다는 말이 세븐 소드가 상위권을 유지하기 위해 힘을 합치자는 쩨쩨한 소리만 해 대서 난 일찌감치 그만뒀지.”
잊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데커드도 세븐 소드였다.
“어쨌든, 내가 카이저에게 백전불패라는 별명을 붙인 이유는 마음에 들지 않아서야. 뭔가 사내답지 못한 구석이 있는 놈이거든.”
“사내답지 못하다니요?”
“카이저가 지금까지 진 적이 없는 이유는, 질 싸움을 하지 않아서야. 적이 100척이면 200척, 200척이면 300척. 일단 그런 식으로 쪽수부터 많이 모으고 시작하지. 그러고도 조금이라도 찜찜한 구석이 있으면 싸우지 않아. 사내가 할 짓이 아니지. 이길 수 있는 싸움만 한다는 말은 결국 약한 놈만 괴롭힌다는 말이니까.”
이길 수 있는 싸움만 한다.
데커드의 말대로 그는 그런 쩨쩨한 싸움은 하지 않는다.
아크가 봤다. 적 함대가 더 많든, 두꺼운 방어진을 펼치고 있든, 상관없이 돌진해 들이받는 장면을.
그리고 적에게 무지막지한 피해를 입히는 것과 동시에! 무지막지한 피해를 입는 장면을.
‘그런데도 항상 선봉이면서 용케 살아남는단 말이지.’
아크조차 풀지 못하는 미스터리 중 하나였다.
뭐 어쨌든!
“그래서 백전불패라는 별명을 붙여 준 거다. 백전백승이 아니고. 그런데 카이저 자식은 의미도 모르고 좋아라 제 입으로 떠들고 다니더군.”
데커드는 이렇게 말하지만…….
‘쪽수를 모으는 것도 실력이지. 그리고 이길 수 있는 싸움만 할 수 있다는 것도 그만큼 신중하고 상황 판단이 빠르다는 의미다.’
이게 아슐라트 함대에 지휘권이 주어진 세 번째 이유이자 결정적인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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