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732)
아크 더 레전드-732화(732/875)
[732] space 2. 카이저의 작전 (4)“본론이라니?”
데커드의 물음에 아크는 카이저를 돌아보며 말을 이었다.
“작전을 의논할 생각이었다면 저 메탈 비전이라는 것으로 모의 전투를 시작하기 전에 우리에게 물어보기라도 했을 겁니다. 어떤 작전으로 모의 전투를 치러 볼지. 그러지 않았다는 것은, 그럴 필요가 없다는 말입니다, 이미 생각해 둔 작전이 있으니까.”
카이저가 슬쩍 입꼬리를 치켜 올리며 웃었다.
“과연 아크로군.”
-호오~.
카이저의 말에 글라도스가 흥미로운 눈으로 아크를 돌아보았다. 그녀만이 아니었다. 에리얼과 바론도 흥미인지 경계인지 모를 복잡한 감정의 눈빛으로 새삼 아크를 훑어보았다.
그러나 카이저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생각해 둔 것은 있지.”
“위험한 작전이겠죠?”
“거기까지 파악할 수 있는 건가?”
“뭐…….”
아크가 잘 써먹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해도 안 되고, 저렇게 해도 안 된다. 그러니 위험해도 요렇게 할 수밖에 없다는 식으로 선택의 여지가 없이 만드는 방식은.
와이번 공략 작전에서도, 신의 눈 폭파 작전에서도 아크는 그런 방법으로 부대장들을 설득한 경험이 있는 것이다.
“생각했던 것보다 재미있는 친구로군.”
웃으며 말했지만 그 말을 기점으로 카이저의 눈빛이 진지해졌다. 지금까지 애매하던 눈빛이 이제 확실히 경계하는 눈빛으로 바뀐 것이다.
지금 은하 3국의 관계는 은하연방의 유저들과 다를 것이 없었다. 같은 적을 상대하는 아군임과 동시에 공훈치를 놓고 경쟁하는 라이벌 관계. 때문에 뛰어난 아군은 믿을 만한 동료이자 경계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었다.
‘괜히 나섰나?’
때문에 이런 생각도 들었지만.
사실 아크는 카이저의 태도가 마음이 들지 않았다.
세븐 소드 부동의 1위, 당연히 그만한 실력이 있을 것이다. 좀 전에 확인한 바와 같이 카리스마도 있다. 그리고 뭣보다, 돈도 많은 것 같다. 그러니 오만해지는 것도 당연하다.
아크도 거기까지는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러나 아크와 붉은학살자, 심지어 다른 세븐 소드들까지 너무 밑으로 보는 느낌이 있었다. NPC라면 모를까, 유저가 이런 식으로 나오면 울컥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
무시당할 바에는 차라리 경계 대상이 되는 편이 낫다.
때문에 웬만하면 나대지 않을 생각이었지만 이제 굳이 그럴 필요가 없었다.
“그 위험한 작전이 어떤 건지 짐작되나?”
“기습밖에 없겠죠.”
“타깃은?”
“4개의 위성 중 하나겠지만…….”
“아니, 4개 전부다.”
“네? 4개 전부? 하지만 그렇게 되면…….”
“설명하지.”
카이저가 빙긋 웃으며 대답했다.
그리고 직접 메탈 비전 앞으로 걸어 나와 손을 휘젓자 은하 3국 함대가 서부 지역에 집결해 진군하기 시작했다.
이런 연합 공격은 당연한 것이다.
은하 3국 함대가 전방위에서 공격을 개시하면 4개의 위성을 동시에 상대해야 한다.
다시 말해 연합군의 상대는 ‘신의 군대 함대+위성 4’가 된다. 그러나 함대를 한 방향으로 집결시키면 ‘신의 군대 함대+위성 1’. 그것만으로 위성 3개분의 적이 배제되는 것이다.
일단 이게 기본!
그러나 이건 전투를 위한 진군이 아니었다.
“아군 함대가 한 방향으로 진군하면 적도 모든 함대를 동원해 방어진을 펼칠 수밖에 없지. 당연히 나머지 세 방향의 위성에 대한 경계는 느슨해질 수밖에 없다. 그때 그 3개의 위성에 특공대를 투입하는 것이다.”
“투, 투입?”
아크가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되물었다.
적 함대를 한쪽에 집중시키고 다른 방향의 위성을 기습한다. 여기까지는 아크도 예상하고 있었다.
그러나 아크가 생각한 것은 기동함대를 이용해 레이더 같은 주요 시설을 잽싸게 폭격하고 빠지는 게릴라전이었다.
그런데 투입이라니?
저 엄청난 대공망을 갖춘 위성에 병력을 투입할 수 있을 리가 없지 않은가?
그러나 카이저는 단호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래, 투입이다. 저 위성을 완전히 파괴하기 위해서는 그 방법밖에 없지.”
“파괴? 위성을 말입니까? 그게 가능할 리가…….”
“있지.”
카이저가 씨익 웃으며 팔을 휘저었다.
그러자 메탈 비전의 액체 금속이 한데 모이며 커다란 구체 형태로 바뀌었다. 전선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원형 물체.
“이게 혹성 파괴 병기 ‘헬파이어’다.”
“혹성 파괴 병기?”
“그래, 범우주 특별조약에 의해 지금은 개발이 금지된 병기지. 그리고 과거 존재하던 헬파이어는 모두 해체되었지만 연구용으로 아슐라트에 몇 개가 남아 있었다. 전에 한 번 본 적이 있었지. 그래서 내가 이번 작전을 설명하며 요청했다. 그리고 얼마 전 은하 3국 수뇌부 회의에서 수락되어 몇 시간 전에 도착했지.”
-뭐야? 그럼 이러쿵저러쿵 떠들 필요도 없잖아. 그냥 그 헬파이어인지 뭔지로 위성이든 아도니스든 몽땅 날려 버리면 되는 거 아니야?
“그렇게 쉬울 리가 없잖아.”
글라도스의 말에 카이저가 웃으며 대답했다.
“혹성 파괴 병기라고 하지만 실제 파괴력은 거대 운석 정도를 파괴할 수준밖에 되지 않아. 뭐 그래도 주포 100발 정도의 파괴력이기는 하지만, 아도니스를 둘러싸고 있는 위성을 파괴하기는 무리야, 외부에서는.”
“그렇다면…….”
“내부다. 위성의 핵과 가까운 특정 장소에 박아 넣고 폭발시키면 핵을 자극해 내부에서부터 붕괴하도록 유도할 수 있지. 다시 말해 전체 작전은 이런 거다. 은하 3국 함대가 집결해 적을 한 방향으로 집중시키고 전면전을 벌이는 사이, 특공대가 나머지 세 방위의 위성으로 침투한다. 그리고 포인트로 이동해 헬파이어를 박아 넣고 폭파. 거치적거리는 방어 위성 3개를 동시에 박살 내는 것이다.”
“…….”
회의실이 잠시 침묵에 휩싸였다.
위성의 방어 시설을 무력화시키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위성을 파괴하다니? 성패 여부를 떠나 발상부터 난폭하기 짝이 없는 것이다. 그것도 닥돌의 데커드와 폭력 제일주의 글라도스마저 놀랄 정도의 난폭함!
“나는 이미 한 번 패배를 경험했다. 이런저런 생각할 여유가 없어. 이번 전투는 이긴다. 그걸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릴 생각이 없다.”
-뭐 딱히 반대할 생각은 없지만…….
-침투는?
그때 붉은학살자가 끼어들었다.
-네 말대로 위성의 대공망은 은하 3국 함대의 진군을 막을 정도로 견고하다. 인원을 최소화시켜 스텔스 성능이 뛰어난 전함을 이용한다 해도 그 대공망을 뚫고 침투할 수 있다는 보장은 없지 않나? 또한 위성은 말 그대로 적 기지가 무수히 깔려 있다. 소수의 특공대만으로 그런 곳에서 작전을 수행하기는 힘들 텐데?
“은하계 최고라고 자부하는 아슐라트의 과학력을 얕보지 마라.”
-있는 건가, 방법이?
“물론이지. 애초에 침투할 방법이 없다면 작전 자체가 성립되지 않으니까. 들어가는 방법도 우리 쪽에서 준비하겠다. 그리고 작전 수행은…….”
카이저가 회의실에 모여 있는 사람들을 주욱 둘러보았다.
“여기에는 세븐 소드만도 6명이나 모여 있다. 순위에 들어가기도 힘든 TOP 50에서도 최상위를 차지하고 있는. 물론 그게 진짜 모든 유저 중 최강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그러나 최고 클래스의 유저인 것만은 분명하지. 그리고 아크와 붉은학살자도 그와 맞먹는 실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겠지.”
-각 진영에서 우리만 부른 데는 이유가 있었다는 말인가?
“그렇지.”
카이저가 씨익 웃으며 대답했다.
“우리가 준비할 우주선의 탑승 인원은 최대 30명. 일단 지금 이 자리에 모인 사람 중 각 진영별로 2명이 포함되고 나머지 인원은 그 2명이 휘하 부대원 중 14명씩 차출, 15명 단위의 팀 2개로 특공대를 편성한다. 특공대를 2개 팀으로 편성하는 이유는 굳이 말할 필요도 없겠지?”
최악의 경우 한 팀을 포기하더라도 작전을 이어 가기 위해서다.
“위성 3개를 동시에 공략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아도니스로 향하는 진군로는 위성 하나만 파괴해도 확보할 수 있다. 말하자면 나머지 2개는 보험. 그만큼 위험하다는 의미지. 하지만 달리 말하면 성공했을 때의 보상 역시 그만큼 크다는 뜻도 된다. 은하 3국 수뇌부에서 이번 작전에 건 공훈치는 600만!”
이어지는 말에 웅성대던 회의실이 조용해졌다.
600만! 이건 대규모 함대전 퀘스트에나 주어지는 공훈치다. 그런데 함대도 아니고 불과 30명이 참가하는 퀘스트에 600만! 일단 성공하면 1명당 20만의 공훈치를 받을 수 있다는 말이었다.
작은 전함이라면 2척을 구입할 수 있는 공훈치!
“훗, 역시 유저는 어쩔 수 없어. 공훈치 얘기를 들으니 눈빛부터 달라지는군. 하지만 아무리 욕심이 나도 3명이 함께 가는 건 곤란하다. 말할 필요도 없겠지만 이 작전은 비밀. 그러니 은하연방과 라마에서 이 작전을 알고 있는 유저 중 최소 1명씩은 남아 나와 함께 함대전을 지휘해 줘야 하니까. 이번 회의에 3명을 부른 이유는 그 때문이다.”
-뭐? 잠깐!
카이저의 말에 글라도스가 놀란 표정으로 소리쳤다.
-너와 함께 함대전이라니? 그럼 너는 침투 작전에 참가하지 않는다는 말이야?
“물론이지.”
카이저가 이를 드러내며 대답했다.
“이번 함대전은 침투 작전을 위한 포석이지만, 적당히 할 생각 따위는 없다. 나는 갚아 줘야 할 빚이 있으니까.”
그 상대는 말할 것도 없이 카이저에게 굴욕의 패배를 안겨 준 펜릴!
신의 군대 총사령관이었다.
잠시 그 이름을 곱씹듯이 턱 근육을 꿈틀거리던 카이저가 메탈 비전을 돌아보며 소리쳤다.
“각 진영은 침투할 사람을 정해라! 그리고 남을 사람은 나와 함께 함대전에 대비한 작전 회의에 들어간다!”
* * *
그 시각 서울 모처의 골방.
한 사내가 짜증 나는 표정으로 핸드폰을 들고 있었다.
그의 이름은 박경진, 갤럭시안에서는 발렌시아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는 유저였다.
그리고 지금, 전화를 걸어온 사람도 박경진이 아닌 발렌시아에게 용무가 있는 사람이었다.
“그게 무슨 말이야?”
-네, 그게…… 이얀이 직접 만나고 싶다고 합니다.
주저하는 목소리로 대답하는 사람은 마일드. 현재는 이얀 휘하의 함대원이지만, 그 전에는 박경진과 함께 ‘아크 타도!’를 외치며 오인회라는 조직을 만들었던 유저였다.
그러나 그 오인회는 거창한 이름과 달리 이렇다 할 활동 한 번 못해 보고 해체되었다.
그리고 전설(?)로 남을 뻔했지만 무슨 운명의 장난인지 발렌시아는 아크의 함대원으로, 마일드와 나머지 3명은 이얀의 함대원이 되어 A-001에서 재회!
‘신의 뜻이다!’
이렇게밖에 생각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리하여 박경진과 마일드 일행은 다시 의기투합, ‘신新오인회’를 조직했다.
목표는 당연히 아크 타도!
‘신오인회’는 아크와 이얀이 사이가 안 좋다는 점을 이용해 박경진은 아크 함대의 정보를 빼내 마일드에게 패스. 마일드는 그 정보를 이얀에게 넘기고 있었다.
굳이 말할 필요도 없지만 과거 아크가 와이번에서 《신의 군대 함대 편성 및 배치 현황》 데이터를 얻었다는 정보를 이얀이 알고 있었던 이유가 그 때문이었다. 그리고 덕분에 이얀은 A-001 관리국을 압박해 아크 함대에 근신 처분을 내리게 하는 데 성공했지만.
……삽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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