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737)
아크 더 레전드-737화(737/875)
[737] space 4. 잠입 성공? 실패? (3)-워프 항해 전에 안내드렸듯이 안전벨트를 착용해도 사고가 나는 경우에는 할 수 없는 일이니 운이 나빴다고 생각해 주십시오. 팔자입니다. 팔자는 어쩔 수 없는 겁니다.
그리고 잠시 후 흘러나오는 최첨단 인공지능의 대답.
“뭐가 팔자냐!”
퍼펑! 콰콰콰콰! 퍼퍼퍼펑-!
아크가 울컥한 표정으로 소리치는 그때!
결국 일이 터졌다. 갑자기 굉음을 일으키며 요동치는 고스트의 전면 창이 확 밝아지며 눈앞에 펼쳐지는 초록빛!
울창한 숲으로 뒤덮인 노드의 지표였다.
245번 중 170번, 약 60%의 확률을 뚫고 고스트가 노드의 대기권에 진입한 것이다.
여기까지는 OK! 여기까지는 NICE!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무사히 워프를 해제했습니다! 기적적으로 노드의 열층을 워프 상태로 돌파하고 중간층으로 진입했습니다!
기적이었던 거냐?
모두가 의혹의 시선을 보내는 가운데, G-2는 더 숨길 것 없다는 식으로 지껄였다.
하긴 60%면 약 3분의 1, 그러니까 3대 중 1대는 사고가 난다는 말이다. 그리고 이번 작전에 투입된 특공대는 3팀.
‘무조건 1팀은 사고를 당하는 거냐?’
기적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운이 나쁘지는 않다는 말이다. 이에 아크가 안도의 한숨을 불어 냈지만.
-모든 것이 예정대로입니다. 이제 지상용 레이더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모든 엔진을 끄고 자유낙하 모드로 지상 50미터 지점까지 접근해 비상용…… 접근…… 비상…… 접근…….
그 한숨이 끝나기도 전에 불안한 조짐을 보이기 시작하는 G-2. 동시에 고스트의 계기판에서 펑, 소리가 울리더니 매캐한 연기가 뿜어져 나왔다. 안타깝게도 정작 G-2는 그 기적적인 성공에 해당되지 못한 모양이다. 그리고…….
“뭐가 예정대로냐!”
승객들은 공황상태에 빠져 버렸다.
-접근…… 비상…… 접근…… 비상…… 접근…….
상황은 G-2가 고장 난 카세트처럼 떠들어대는 것과 같았다. 노드의 지표를 향해 아무런 대책도 없이 떨어지는 고스트! 느닷없이 비상사태로 돌입해 버린 것이다. 이에 아크가 반사적으로 팀의 엔지니어 토리를 돌아보았다.
실력도 실력이지만 위험도를 고려해 유저만을 팀을 구성했지만, 비록 햄스터라도 엔지니어로서 토리의 실력은 압도적!
그게 토리가 정예만 차출된 이번 작전에 동행하는 영광―토리는 울었지만―을 누리게 된 이유였다. 그리고 그 뛰어난 엔지니어는 지금
‘뭐야? 저 자식? 어째 조용하다 싶더니…….’
눈을 뜬 채 기절해 있었다.
하긴 아무리 뛰어난 엔지니어라도 문자 그대로 지표를 향해 내리꽂히는 기체 속에서 맛이 간 인공지능을 수리하기는 무리이리라.
그리고 그런 시간도 없다.
이 속도라면 불과 수십 초! 수십 초 후에 고스트는 지표에 처박힐 것이고, 특공대는 고스트가 돼 버리리라.
이건 아크만의 생각이 아니었다.
“빌어먹을, 이게 뭐야!”
“공훈치고 뭐고 시작도 못 해 보고 끝나다니? 이런 법이 어디 있어!”
“우아아아아!”
표현 방법은 다르지만 결국 하고 싶은 말은 하나였다.
이제 다 뒈졌다! 그리고 그건 아크도 동감이지만, 적어도 아직은 아니었다. 아직은 살아 있다. 그리고 살아 있다면 최후의 그 순간까지…….
‘방법을 찾아야 한다!’
아크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그리고 위기의 순간에 한층 더 회전이 빨라지는 아크의 머리!
이러쿵저러쿵해도 이번 작전은 퀘스트. 퀘스트를 시작도 하기 전에 100% 죽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그러니 분명 살아날 방법이 있다. 그리고 사실 이미 힌트는 주어져 있었다.
-접근…… 비상…… 접근…… 비상…… 접근…….
맛이 간 G-2가 떠들어 대는 말에.
G-2가 떠들어 대는 ‘비상’은 지금 상황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비상용…….’에서 잘린 말이다. 그리고 전체 맥락을 맞춰 보면 미처 나오지 못한 나머지 단어는 아마도!
‘비상용 착륙 장치!’
고스트는 처음부터 지상 50미터 높이까지 접근했을 때 비상용 착륙 장치를 이용해 착륙할 계획이었다는 말이다.
-비상 착륙 장치
※수동 조작 가능! 항해 중에 사용하면 위험!
아니나 다를까!
빠르게 기내를 훑어보자 지표를 향해 떨어지는 고스트의 기수, 시커먼 매연이 뿜어져 나오는 계기판 아래쪽에 이런 표지가 붙어 있는 스위치가 있었다.
순간 머리보다 손이 먼저 움직였다.
그리고 스위치 ON!
펑! 퍼펑-!
밖에서 터져 나오는 폭음!
그와 함께 고스트의 좌측에서 천막 같은 것이 튀어나오더니 엄청난 속도로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비상 착륙 장치는 에어백으로 고스트를 감싸 충격을 감소시키는 방식인 것이다. 그리고 확실히 효과가 있겠지만!
‘뭐야? 왜…….’
한쪽이 나오지 않는다!
지금 부풀어 오르는 에어백은 고스트의 좌측면만 덮고 있었다. 그렇다면 당연히 우측에도 에어백이 있다는 뜻!
그런데 아무리 스위치를 눌러도 우측에서는 아무것도 나오지 않는 것이다.
다른 스위치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리고 그러는 사이에도 시시각각 다가오는 노드의 지표!
당연히 이대로 추락하면 위험하다. 그래도 하나는 펴졌으니 운이 좋으면 살 수 있겠지만 245번 시험 비행 중 성공 170번! 그러니까 30%밖에 되지 않는, 뭐 그것도 엄청 문제가 심각한 거지만 이미 그 30%에 딱 걸려 버린 것이다.
‘운 따위, 믿을 수 있겠냐!’
그렇다면 이제 남은 방법은 하나!
아크는 후미로 뛰어가 우측 해치의 잠금 장치를 풀었다. 콰아아아아아-!
그리고 열기가 무섭게 무시무시한 기세로 불어닥치는 바람! 밖으로 내민 얼굴을 그대로 날려 버릴 것 같은 바람을 맞으며 기체를 살피던 아크의 눈매가 좁아졌다.
‘……역시!’
짐작이 맞았다.
워프 상태로 대기권을 돌입할 때 받은 충격인지 고스트의 우측면은 자잘한 상처에 뒤덮여 있었다. 그리고 해치에서 수 미터 떨어진 곳에 작은 패널이 휘어져 반쯤 열린 상태로 장갑에 끼어 있는 장면이 눈에 들어왔다.
그 사이로 삐져나와 있는 천!
‘에어백이다!’
분리되었어야 할 패널이 장갑에 끼어 에어백이 정상적으로 터지지 않고 있는 것!
‘저 패널만 떼어 내면 된다!’
이제 남은 문제는 무슨 방법으로 패널을 떼어 내느냐!
손은…… 당연히 안 닿는다. 검도…… 닿을 거리가 아니다.
이에 검기로 패널을 부숴 볼 까도 생각해 봤지만 검을 휘두를 각도도 안 나올뿐더러 에어백이 찢어질 확률이 높았다. 그렇다고 잡을 곳 하나 없는 기체 외부를 기어 접근하기도 무리!
‘뭔가! 뭔가 방법이…….’
매끈한 장갑판을 보며 머리를 쥐어뜯을 때였다.
갑자기 떠올랐다! 한동안 잊고 있었던, 지금 상황에 딱 맞는 아이템이!
“나와라, 문어!”
백팩에서 꺼내 든 것은 1마리의 문어!
요즘은 잘 사용하지 않는 ‘자렌족의 증표’였다. 아니, 사용할 수가 없었다.
그리 많은 양은 아니지만 붙이고만 있어도 생명력을 회복시켜 주는 편리한 아이템이지만, 원래 성장형 아이템이라 한동안 잊고 있는 사이에 아크의 머리통만 해진 것이다.
자기 머리에, 그만한 문어를 붙이고 적과 싸울 수는 없지 않은가. 그렇다고 아직 무슨 기능이 더 붙을지도 모르는 문어를 버릴 수도 없어서 가지고 다녔지만, 지금 아크에게는 이 문어야말로 생명줄이었다.
왜냐하면 이 문어는…….
“붙어라!”
철썩!
매끈한 장갑판이라도 척 달라붙고!
“기어라!”
뽈뽈뽈뽈! 뽈뽈뽈뽈!
그 상태로 기어 다닐 수도 있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아크 머리통만 해진 크기! 이전에 꼴뚜기만 한 크기였을 때는 어림도 없지만 이만한 크기라면 아크의 몸무게도 지탱할 수 있는 것이다.
“자, 가라! 시간이 없다! 저 패널! 저기로 기어!”
뽈뽈뽈뽈! 뽈뽈뽈뽈!
문어는 아크의 기대를 배신하지 않았다.
아니, 기대 이상이었다. 문어는 아크가 왜 불러냈는지 알고 있다는 듯이 한쪽 다리로 아크의 손목을 휘어 감고 역풍이 몰아치는 고스트의 외벽을 기어갔다.
엄청난 속도로 가까워지는 지면과 비교하면 답답할 정도로 느린 속도였지만 확실히! 필사적으로!
‘빌어먹을, 밑은 보지 말자! 지금 문어는 최선을 다하고 있는 거야. 더 닦달한다고 빨라지지는 않는다. 그러니 패널만 보는 거야! 1초! 불과 1초에도 생사가 갈린다! 그리고 까딱 실수해서 에어백을 찢어도 끝장이다! 그러니 패널에만 집중한다! 패널만…… 지금이다!’
“에너지 블레이드!”
위이이잉! 콰직! 퍼퍼펑-!
문어와 함께 접근하던 아크가 검을 휘두르는 순간!
덜렁거리던 패널이 스파크를 일으키며 떨어져 나갔다. 그리고 기다렸다는 듯이 밖으로 튀어나와 부풀어 오르는 에어백! 빵빵! 바람이 새거나 찌그러지는 곳도 없이 좌측의 에어백처럼 고스트의 우측면을 순식간에 뒤덮어 가는 것이다.
그리하여 고스트는 구원받았다.
“……에?”
그러나 아크는 아니었다.
이때, 아크는 한 가지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 있었다.
에어백이 펴지는 속도! 긴급 상황에 작동시키는 것이니 당연히 그 속도는 그야말로 순식간!
말 그대로 순식간에 우측면을 뒤덮어 버리는 것이다. 그리고 그때, 아크는 우측면에 붙어 있었다. 따라서…….
퉁-!
에어백의 압력에 튕겨 날아오르는 아크.
고스트의 비상 착륙 장치를 작동시키고 정작 본인은 맨몸으로 100여 미터 상공으로 튕겨 나와 버린 것이다. 그리고 허공에 잠시 머물었다가 낙하!
“%&@&@%!$$%!!”
동시에 아크의 머릿속은 완전히 패닉 상태가 되었다.
그러나 와중에도 드는 생각은 하나! 아니, 생각 따위는 없었다. 저 멀리에서 숲에 떨어진 고스트가 굉음을 일으키며 미끄러지고 있었지만 그런 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있는 것은 살아야겠다는 본능!
그리고 몸에 배인 반사적인 행동뿐이었다.
“바이우스 실드!”
아크는 최대한 몸을 말고 양팔을 X 자로 교차시키며 소리쳤다. 동시에 확 펼쳐지는 실드 너머로 들이닥치는 대지!
콰직! 콰직! 콰직! 콰콰콰콰-!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울창한 나뭇잎!
이어 나뭇가지가 보이더니 연이은 파열음이 울리며 시야가 수차례 위아래로 바뀌었다.
쿵-!
뒤이어 찾아든 묵직한 울림과 등으로 전해지는 통증!
“크…….”
신음을 흘리던 아크가 흠칫 놀라며 고개를 들어 올랐다.
그 앞으로 보이는 것은 하늘을 뒤덮은 울창한 산림과 서너 개의 가지가 부러져 있는 나무. 잠시 멍하니 그 장면을 지켜보던 아크는 한참 뒤에야 깨달았다.
‘살아서 도착했다! 노드에!’
아크의 얼굴이 감격의 빛이 샘솟았다.
뭐 퀘스트를 성공한 것도 아니고 작전 지역에 도착한 것만으로 감격해야 한다는 게 서글퍼지지만!
불과 수십 초 사이에 몇 번이나 생사를 오간 아크로서는 G-2의 말대로 당장 살아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기적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하나 더!
‘내가 아슐라트 우주선을 두 번 다시 타나 봐라. 아니, 그러고 보니 고스트는 개발 중인 우주선을 카이저가 가지고 왔다고 했지? 카이저 자식, 제가 탈 우주선이 아니라고 착륙만으로도 기적이라고 떠들어 대는 우주선을 줘? 돌아가기만 해 봐라. 아니, 지금은 그보다…….’
이를 박박 갈아 대던 아크가 움찔하며 고개를 들었다.
“고스트! 고스트는?”
그리고 황급히 몸을 일으킬 때였다.
우두두둑!
-팔에 골절상을 입었습니다!
팔이 부러졌습니다. 이런 심각한 외상을 입을 경우, 생명력과는 별도로 페널티가 주어집니다. 페널티는 적절한 치료를 받을 때까지 유지됩니다.
《공격 속도 -30%》
-27부위에 심각한 타박상을 입었습니다!
20부위 이상에 타박상을 입을 경우 일정 시간 동안 움직이지 못합니다.
타박상 1부위당 전체 스텟이 1% 감소합니다.
《전체 스텟 -27%》
뼈 소리와 함께 주르륵 떠오르는 메시지!
“이런 빌어먹을, 적당히 하라고!”
동시에 털썩, 대大자로 뻗어 버린 아크가 울컥한 표정으로 소리쳤다.
우주선 추락과 에어백 고장, 거기에 이런 중상까지!
정말이지 한 번 시작되니 끝도 없다. 새삼스럽지만 정말이지 살아 있는 게 신기할 지경이다.
“아니, 이런 상황이라면…….”
아직 살아 있다고 말하기도 힘들었다.
아크가 들어와 있는 노드는 지표의 대부분이 숲으로 되어 있는 밀림 혹성. 그리고 이런 곳에는 보통 잡몹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 그리고 아크가 그런 생각을 하자마자!
부스럭, 부스럭.
기다렸다는 듯이 수풀이 들썩이며 늑대와 닮은 몬스터 서너 마리가 나타났다. 눈알만 뒤룩뒤룩 굴려 몬스터들을 확인한 아크의 얼굴에 자조적인 미소가 번졌다.
“그래, 나오겠지. 이쯤 되면 되레 안 나오면 섭섭하지.”
끝도 없이 이어지는 불운의 연속!
아니, 이건 그저 아크가 운이 없어서 당하는 일이 아니다.
“빌어먹을! 이 망할 카이저 자식-!”
모든 것은 그 자식! 그 망할 카이저 자식 때문이었다.
그리고 아크가 노드의 밀림 속에서 분노의 욕설을 터뜨리고 있던 그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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