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739)
아크 더 레전드-739화(739/875)
[739] space 5. 아크 & 이얀 (2)“뭐냐?”
그때 이얀이 자신을 째리는 아크를 돌아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말해 두지만 우리가 움직이지 않은 이유는 고스트를 지키기 위해서였다. 이 주변에 어떤 몬스터가 있을지도 모르고 이곳은 적지, 만일을 대비해 위장도 해 놔야 하니까.”
“누가 뭐라냐?”
“그럼 그런 눈으로 쳐다보는 짓은 그만두지? 불쾌하니까.”
“내 눈이다, 인마.”
아크가 퉁명스러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러자 이얀의 얼굴이 한층 더 불쾌감에 물들었지만 그것도 잠시, 이내 본래의 얼굴로 돌아왔다. 물론, 그 얼굴이 더 낫다는 것은 아니다.
“이런 말다툼이나 하고 있을 때가 아니라는 것쯤은 알 텐데? 솔직하게 말하면 나도 너에 대한 감정은 좋지 않다. 네가 나에게 한 짓이 있으니.”
“……뭐?”
‘하다니? 뭘? 내가 무슨 짓을 했는데?’
이어지는 이얀의 말에 아크가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A-001에 갔을 때부터 번번이 퀘스트 등록을 방해하고, 와이번 공략전 때는 일부러 적 함대를 아크 함대 쪽으로 보내고, 얼마 전에는 아크가 얻은 적 함대의 정보를 문제 삼아 근신까지 먹게 만들었던 이얀이다.
그러나 아크는 그동안 아무 짓도 하지 않았다.
‘어? 막상 생각해 보니 그러네? 그동안 엄청 당하기는 했는데 되갚아 준 적은 한 번도 없잖아? 에? 에에? 뭐야? 나, 그동안 당하기만 한 거야?’
뭐 와이번 때는 적의 다크스타로 그 함대를 쌈 싸 먹고, 근신을 받았을 때는 되레 그 시간을 ‘신의 눈’ 공략의 준비 과정으로 활용했으니 딱히 손해 본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건 아크가 잘나서 그런 거다. 그렇다고 이얀이 한 짓이 정당화되지는 않는 것이다.
그럼에도 아크는 아직 이렇다 할 보복을 한 적이 없었다.
이건 확실히 이상한 일이었다.
-1을 당하면 100을 돌려주는 것이 인지상정!
하물며 이런 말을 좌우명으로 삼는 아크가!
‘젠장, 내 공훈치가 올라갈 때마다 저 자식이 무슨 짓이라도 당한 것처럼 똥 씹은 표정을 짓고 있어서 착각하고 있었어. 난 아직 아무 짓도 안 했다고!’
다시 생각하니 무지하게 억울하지만 어쨌든!
그런데도 이얀은 마치 지금까지 아크가 자신을 괴롭혀 왔다는 식으로 말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얀이 무슨 생각을 하든 관심도 없지만 이건 뭐랄까…….
“너! 무슨…….”
“하지만 지금은 찌질하게 그런 걸 따질 생각은 없다. 좋든 싫든 우리는 이제 이번 전쟁의 승패를 좌우할 임무를 같이할 수밖에 없는 처지니까. 그러니 과거 따위는 잠시 묻어 두고 협조하는 수밖에 없겠지.”
이얀이 아크의 말을 끊으며 제 말만 떠들었다.
“하지만 그 전에 먼저…….”
그리고 팩 고개를 돌리며 수풀에 뒤덮여 있는 고스트를 바라보았다.
“이 문제부터 합의를 봐야겠지?”
뭐랄까, 입 밖으로 쏟아 내고 싶은 말은 많지만 아크는 일단 꾹 눌러 참았다. 이얀의 말대로 지금 그보다 중요한 것은 고스트였기 때문이다.
30% 확률로 사고가 일어난다는, 그리고 그 사고 덕분에 전신 타박상으로 앓아(?)눕기까지 했던 아크는 솔직히 그냥 분해해서 고물상에 넘기고 싶은 심정이지만!
아직 고스트의 용도는 끝난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고스트라도 지상용 레이더를 100% 회피할 수는 없다.
따라서 고스트는 대기권에 돌입하기 전에 위성의 궤도를 한 바퀴 돌아 적의 레이더망이 가장 느슨한 지점을 찾아 착륙을 시도할 것이다. 너희는 그 지점에서 ‘헬파이어’의 위력을 100% 발휘할 수 있는 지점까지 적의 감시망을 피해 이동, 작전을 완수하면 되는 것이다.
그리고 ‘헬파이어’가 기동하기 전에 지급된 광파 무전기를 이용해 고스트의 G시스템과 접속, 해당 좌표로 호출한다.
그사이에 ‘헬파이어’가 기동하면 위성은 붕괴가 시작되며 전 지역의 레이더망이 제 기능을 상실할 터. 이때 고스트에 탑승해 작전 지역을 벗어나면 되는 것이다.
이게 이번 작전의 전문全文!
아직 고스트는 특공대를 탈출시켜야 하는 임무가 남아 있다는 말이다.
특공대는 자폭을 하기 위해 잠입한 게 아니니까!
그런데 아크 일행이 타고 온 고스트는 착륙도 하기 전에 맛이 갔다. 그러나 여기까지도 큰 문제는 아니었다.
-G-2는 심각한 문제가 아닙니다. CPU가 완전히 나갔다면 좀 더 시간이 걸리겠지만, 외부의 충격에 의해 그냥 회로 몇 개가 타 버린 것 정도입니다. 문제는 G-2보다 고스트 쪽이에요. 워프 상태로 대기권에 돌입할 때 입은 충격도 그렇지만, 착륙할 때 받은 충격 때문에 주요 시스템이 많이 상해 다 점검하려면 못해도 4~5시간은 걸릴 것 같습니다.
링거를 맞을 때 고스트를 점검한 아크 팀의 엔지니어.
불시착할 때는 눈뜨고 기절하는 묘기를 선보여 준 햄스터 토리의 보고였다.
다시 말해 수리는 가능하다는 말이다.
그리고 은하연방의. 아니, 이번 작전에 참가한 3국의 특공대는 모두 아크와 이얀처럼 두 팀으로 구성되어 있고, 두 팀 모두 엔지니어가 1명씩 포함되어 있었다.
이건 퀘스트의 필수 조건이었다.
‘헬파이어’를 작동시키는 데 엔지니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2명인 이유는 유사시 한 팀이 전멸되는 상황이 벌어지더라도 나머지 팀만으로 작전을 진행하기 위한 대비.
그러니 1명은 남아서 고스트를 수리하고 남은 1명은 ‘헬파이어’를 짊어지고 특공대와 함께 목적지로 향하면 되겠지만…….
‘문제는 어느 팀의 엔지니어가 이곳에 남느냐!’
이얀이 순순히 물러나 주지 않는 것과 비슷한 문제가 있다고 한 것이 이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헬파이어’는 이번 작전의 핵심!
당연히 이 ‘헬파이어’를 소지하고 있는 팀이 이번 작전의 주축이 될 수밖에 없다.
하물며 이를 조작할 수 있는 엔지니어가 1명밖에 없다면 다른 팀은 그저 보조. 최악의 경우에는 작전 성공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위해 죽음을 불사하고 혈로를 열어야 하는 것이다.
아크와 이얀은 고스트의 고장으로 그 문제를 당장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
그리고 이때 아크는…….
‘양보할 수 없지!’
당연히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이유는 굳이 말할 필요도 없다. 믿을 수 없으니까!
‘저 자식을 믿을 바에야 차라리 지나가는 똥개를 믿지. 저 자식이 지금까지 한 짓을 생각하면 뻔하지. 만약의 경우 설사 우리가 혈로를 뚫어 줘도 위기만 벗어나면 바로 공격대를 해체하겠지. 그리고 우리는 그냥 개죽음을 당하는 거고. 그저 이나 갈아 대며 공훈치 600만을 독식한 이얀을 째려보고 있어야 하겠지.’
이런 그림이 뻔히 보이는 것이다.
그러나 같은 이유로 이얀도 양보하지 않을 터!
‘기내의 속편이라도 찍어야 하나?’
고스트 기내의 속편, 그러니까 난투극이다.
그리고 적지 한복판에서 아군―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끼리 위성 하나를 통째로 박살 낼 폭탄을 둘러싸고 난투극을 벌인다? 말할 것도 없이 멍청하기 짝이 없는 짓이었다.
그러나 아크는 물러나지 않을 생각이었다.
이번 작전, 아니, 다른 특공대는 몰라도 아크와 이얀에게 ‘헬파이어’의 소유권은 그만큼 중요한 문제인 것이다. 이에 아크는 결사의 각오로 회담에 임했다. 그리고…….
“양보하지.”
“훗, 그건 곤란하지. 나는…… 에?”
피식 웃으며 말하던 아크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얀이 살짝 눈을 치켜뜨며 되물었다.
“왜, 싫은가?”
“뭐? 아니, 싫다는 건 아니지만…….”
‘뭐야? 대체 이 자식 왜 이래? 고스트에서도 어째 좀 이상하더니, 대체 무슨 꿍꿍이야? 어디서 뭐 이상한 약이라도 먹고 왔나? 갑자기 왜 이래?’
수상하다. 물론 무슨 수를 써서라도 최종적으로는 그런 대답을 받아 낼 생각이었지만, 이런 식으로 나오면 되레 찜찜해서 받아들일 수가 없지 않은가?
‘뭔가 있어! 분명히 뭔가 있다! 아니, 혹시 내가 그런 식으로 생각하게 만들어서 거절하게 만들 꿍꿍이인가? 아니, 그렇다고 해도…… 아니…… 하지만…… 아니…….’
한 번 의심하기 시작하니 끝도 없었다.
그래서 그냥 쿨하게 물어보았다.
“무슨 꿍꿍이지?”
“그거라면 이미 말했을 텐데?”
“뭐?”
“너와 나의 관계, 이런 자리에서 시시콜콜 늘어놓고 싶지는 않지만 결코 좋다고는 할 수 없지. 하지만 이번 작전은 은하연방, 나아가 페미온 성좌에 모여 있는 은하 3국 함대의 운명을 좌우할 중차대한 임무다. 사사로운 감정을 내세워 그런 작전에 지장을 주게 된다면 페미온 성좌에 모인 수천 유저를 볼 면목이 없어지는 일이다. 하지만 그런 이유로 네게 양보를 강요하는 것도 비겁한 짓이지. 그러니 내가 한다, 대의를 위해서.”
의심은 더욱 깊어져만 갔다.
‘바로 그런 말을 믿을 수 없다는 거야!’
아크는 이런 말이 목구멍 바로 밑까지 솟구쳤다.
대의라니? 전쟁 중에 적 함대를 아군 함대로 보내고, 다른 유저가 손에 넣은 데이터를 트집 잡아 근신을 받게 만든 놈이 떠들어 댈 말이 아니지 않은가!
‘하긴, 이 자식은 데이터로 나를 압박할 때도 입만 열면 ‘전우’니 ‘모두를 위한 일’이니 하는 말을 떠들어 댔었지.’
그러나 그건 목적을 이루기 위한 수단.
아크는 이얀이 진짜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고는 1, 아니, 0.0001도 해 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목적을 위한 수단이 아니다.
되레 양보하며 말하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A-001의 회의실처럼 다른 유저가 보고 있는 것도 아닌데도 불구하고.
‘다른 유저…… 가만? 혹시?’
거기까지 생각하던 아크의 머릿속에 퍼뜩 뭔가가 떠올랐다. 그리고 시선을 들어 올리는 순간!
‘그런 거였군!’
아크는 모든 의문이 해소되었다.
아크가 찾은 답은 바로 이얀의 어깨에서 깜빡거리는 붉은 빛. 아크는 그 빛을 깜빡이는 물체가 뭔지 알고 있었다.
아크의 어깨에도 같은 물체가 붙어 있으니까.
바로 게임특종의 기자 소린이 붙여 준 휴대용 카메라였다.
그리고 붉은 빛은 녹화 중이라는 의미.
‘맞아. 게임특종에서 의뢰한 동영상은 원래 세븐 소드가 대상이라고 했었지. 그리고 잊고 있었는데 저 이얀 자식도…….’
아크로서는 억울하면서도 다행이라고 생각하지만 어쨌든!
이얀은 쿠데타 실패로 추락한 호크의 빈자리를 차지하고 세븐 소드가 된 유저. 당연히 이얀도 의뢰를 받아 카메라를 장착하고 있었고, 그게 이얀의 이해하기 힘들었던 행동의 해명할 수 있는 열쇠였다.
이얀은 의식하고 있는 것이다.
자신의 동영상을 볼 사람들의 시선을.
때문에 아크와 자신의 사이가 벌어진 것이 모두 아크 탓이라는 식으로 떠들어 대고 ‘대의’니 뭐니 하는 되도 않는 헛소리를 떠들어 대고 있는 것이다.
말하자면 신분 세탁 같은 것이다. 그렇다. 이건 평소 이얀답지 않은 것이 아니었다. 너무나도 이얀다운 행동이었다.
‘정말이지, 좋아할 수 없는 놈이군.’
이에 아크는 절로 인상이 찌푸려졌지만.
‘나쁜 일은 아니다.’
이로써 한 가지만은 분명해졌기 때문이다.
‘헬파이어’를 넘겨주겠다는 말에 적어도 다른 꿍꿍이는 없다는 것!
이얀은 분명 비열한 놈이지만 TV에 방송되는 동영상 속에서 비난을 받을 만한 행동을 할 정도로 대담한 놈은 아니다. 그게 아크가 파악한 이얀의 성격이었다.
‘네가 그런 식으로 나온다면…….’
솔직히 맘 같아서는 놈이 되도 않는 연기를 하는 카메라 앞에서 지난 일을 일일이 들춰내며 시시비비를 가리고 싶은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그런 짓을 하면 이얀이 길길이 날뛰며 죽자 살자 달려들 것은 안 봐도 뻔한 일.
그러나 뒤집어 말하면 그런 짓을 하지 않는 이상 이얀도 아크가 걱정하는 일, 적어도 대놓고 뒤통수를 치는 짓은 못한다는 뜻도 되었다.
카메라는 아크도 장착하고 있으니까!
‘좋아. 나도 이번 작전을 실패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그리고 네 연극이 분란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안전장치가 돼 준다면, 이번 작전이 끝날 때까지는 장단을 맞춰 주지.’
“음, 대의를 위해서라면 할 수 없지.”
거기까지 생각한 아크가 짐짓 근엄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네 제안을 받아들이지. 대의를 위해서! 그리고 작전 수행을 위해 최대한 협조할 것을 약속한다. 대의를 위해서! 나는 이번 작전을 성공하기 싶기 때문이다. 대의를 위해서!”
“……장난하는 거냐?”
“아니지. 난 진지하다고, 너도 알다시피.”
아크가 씨익 웃으며 이얀의 카메라를 흘깃 쳐다보았다.
이건 경고다. 아크도 카메라의 존재를 알고 있으니 엉뚱한 생각은 하지 말라는. 이에 이얀이 썩은 표정을 지었지만 덕분에 협상은 NICE하게 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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