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741)
아크 더 레전드-741화(741/875)
[741] space 6. 그 남자! 그리고 그 남자! (1)“후…….”
아크가 한숨을 불어 내며 고개를 들었다.
노드는 지표 대부분이 울창한 숲으로 뒤덮인 위성이다.
그것도 그냥 숲이 아니다. 수백, 혹은 수만 년 동안 사람의 손길이 거의 닿지 않은 숲. 그러니까 위성 전체가 아마존 같은 밀림으로 되어 있다고 보면 된다.
그런 밀림 지대에서의 행군!
당연히 힘들다. 아니, 힘들다기보다는 덥다!
대부분의 밀림 지대가 그렇듯이 노드 역시 엄청나게 더웠다. 그러나 더운 것보다 더 참기 힘든 것은 습기였다. 노드의 밀림은 원래 습기가 많기도 했지만.
쏴아아아-!
또다시 쏟아지는 장대 같은 빗줄기.
한 15분 전에도 이런 비가 2~3분 쏟아지다가 그쳤다.
열대 우림에서 시도 때도 없이 내리는 소나기, 스콜이다.
덕분에 키 높이의 수풀과 키보다 수십 배는 높은 나무는 항상 축축하고, 거기에 스콜이 지나간 뒤의 더위!
덥고! 습하고!
불쾌지수를 올리는 조건이 120%로 충족되는 곳이었다.
게다가 또, 아니 당연하겠지만 대부분 부엽토로 되어 있어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발목까지 푹푹 들어간다. 그리고 번번이 앞을 가로막는 수풀과 넝쿨.
덕분에 경갑을 입은 아크도 지치고 힘든데 중갑을 입은 대원들은 말할 필요도 없었다. 아무것도 나오지 않아도 행군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빡 센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아무것도 나오지 않을 리는 없었다.
고스트에서 튕겨 나간 아크가 우연히 떨어진 숲에서 기다렸다는 듯이 몬스터가 나타난 것만 봐도 알겠지만 밀림은 그런 놈들 천지였다.
그리고 나왔다! 그런 게!
“배, 뱀이다!”
“크다! 엄청 커! 한 100미터는 되겠어!”
뭐 100미터는 무지하게 오버한 감이 있지만 그래도 20미터는 되었다.
사람 하나를 통째로 삼킬 수 있을 정도로 거대한 이 뱀은 그레이트 보아! 레벨 400대의 정예 몬스터였다.
“거미다! 거미가 몰려온다!”
“이런 젠장, 거미가 왜 사람 머리통만 한데? 게다가 등에 저건 뭐야? 해골? 해골이냐? 지금 해골 문신을 하고 있는 거냐? 거미가? 왜!”
“해적이라 이건가?”
“훗, 옛날 생각나는군. 이거, 왠지 친근감이 느껴지는 녀석인데?”
칼리 일당이 피식 웃으며 말했지만 피식 웃고나 있을 상황은 아니었다.
그런 거미는 수십 마리씩 무리 지어 나타나는 것이다.
게다가 등에 새겨져 있는 해골 문양은 해적이라는 의미가 아니라 위험한 약이 들어가 있는 병에 붙어 있는 그런 거다. 다시 말해 독! 자기에게 독이 있다며 자랑(?)하기 위해 붙이고 다니는 것이었다.
이 거미 떼는 레벨 250대의 스컬 스파이더!
그레이트 보아보다 몇 등급이나 낮은 몬스터지만 되레 상대하기는 더 까다로운 몬스터였다. 그러나 진짜 상대하기 싫은 몬스터는 따로 있었다.
“나, 나왔다!”
“헉! 수, 숲이 통째로 움직이는 것 같아!”
“힉! 싫어! 싫다고!”
대원들이 비명을 터뜨리며 바라보는 몬스터!
아니, 이걸 몬스터라고 불러도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 정체는 개미였다. 엄청나게 많은, 일대를 완전히 뒤덮고 파도처럼 몰려오는 수만 마리의 개미!
이 개미 떼는 레벨 10의 아미 엔트!
레벨 10이다. 반면 특공대의 레벨은 가장 낮은 대원도 200대 초반. 게다가 아미 엔트는 손가락 한 마디 정도밖에 되지 않는―뭐 그래도 개미치고는 거인급이지만― 크기였다. 그냥 밟아 죽일 수 있는 수준. 그러나 문제는 그 숫자였다.
그야말로 해일처럼 밀려오는 개미 떼!
“우와아아! 개미! 개미가!”
생각 없이 밟아 죽이려고 다가가면 이런 꼴이 된다.
엄청난 개미 떼에 뒤덮여 뜯기는 것이다.
뭐 그래도 레벨 10.
-대미지 2!
-대미지 1…….
뭐 이런 식이지만.
아미 엔트를 상대하기 싫은 이유도 그것이다.
“쿠라칸, 네 차례다!”
“넵! 후후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쿠라칸이 헬멧의 가드를 내리며 씨익 웃었다.
확실히 이렇다 할 대처 기술도 없이 혼자 여행하다가 이런 개미 떼를 만났다면 순식간에 뼈밖에 남지 않겠지만 지금 아크 일행은 특공대! 30명이나 되다 보니 직업도 다양해서 어떤 상황이라도 대처할 방법이 있었다. 그리고 이런 개미 떼에 특효 처방은 쿠라칸!
아니, 그의 손에 들린 M-620이었다.
쿠라칸은 처음에는 그 절망적인 사격 센스를 보완하기 위해 명중률을 올려 주는 부품으로 개조를 시작했다.
그런데 이게 의외로 효과가 좋아 그 뒤로 완전히 개조 중독자가 되어 월급을 몽땅 쏟아부어 개조, 아니 추가 부품을 붙이는 데 열을 올리고 있었다.
‘헤비 거너’인데도 ‘총기 개조’ 스킬이 Lv.4가 되었을 정도!
그 결과 쿠라칸의 애병 M-620은 이제 부피는 10배쯤 늘어나고 원래 총인지 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정체성이 모호해졌다. 그러나 들고 다니기 힘든 건 쿠라칸의 사정이고, 정체성이 모호해졌지만 맥가이버 칼처럼 별의별 기능이 다 붙어 있었다.
그중 하나가 화염 방사기!
“후후후, 이제 네가 나설 때다, M-620! 나의 애병이여, 분노하라! M-620 열두 번째 추가 부품 화염 방사기 발동! 우하하하! 다 죽어라!”
푸화아아아-!
개미 떼를 향해 뿜어지는 화염!
불길이 뿜어지자 개미들이 순식간에 재가 되어 흩어졌다. 그리고…….
-경험치 0.03!
-경험치 0.03…….
……아미 엔트를 상대하기 싫은 이유가 이것이다.
특공대원들은 평균 레벨 200대 이상, 엔트 개미는 10이다.
마리당 경험치는 1밖에 들어오지 않는 것이다. 게다가 지금 특공대는 30명이 공격대를 구성하고 있는 상황.
1÷30=0.03333…….
그나마 뒤의 ‘3333……’도 잘려 나가 0.03이다.
수만 마리를 죽여 봤자 대원 1명이 받는 경험치는 잘해야 1,000 남짓. 레벨 200대의 대원들에게는 간에 기별도 가지 않는 경험치였다. 시간은 꽤 지체되면서도 경험치는 물론 전리품조차 없는 것이다. 게다가 아크 입장에서는 달갑지 않은 이유가 하나 더 있었다.
“후, 다 썼군.”
치이이이! 털컥! 텅-!
열기를 뿜어내는 M-620에서 튀어나오는 빈 연료통.
화염 방사기용으로 사용하는 이 연료통은 하나에 20골드나 한다. 그리고 그 비용은 아크가 불러다 이번 임무에 투입했으니 당연히 경비 처리.
아크 주머니에서 나가는 돈이다.
아니, 사실 특공대 전체를 위해 사용하는 경비니 원래는…….
“반은 내지. 나중에 청구해라.”
아크가 슬쩍 고개를 돌리자 이얀이 무표정하게 말했다.
……은근히 눈치가 빠른 놈이다.
뭐 그래도 여전히 싫지만!
‘지금 내 입장에서는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이얀이 이런 태도를 취하고 있는 덕분에 놈의 팀원들도 협조적이었다.
몬스터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확실히 한시가 바쁜 와중에 계속해서 나타나는 몬스터는 귀찮은 존재였다. 그러나 귀찮은, 딱 거기까지였다.
레벨 350대든! 정예든! 떼거지든!
지금 이곳에 모여 있는 유저들은 은하연방에서 1, 2위를 다투는 함대에서, 그것도 실력이 있다고 자부하는 유저들만 뽑아온 것이다.
애초에 몬스터들은 그리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문제는 높은 기온과 습도 탓에 푹푹 쌓이는 것 같은, 이 불쾌지수 높은 환경이다. 그리고 이런 환경 속에서도 다른 대원들과 달리 기운이 넘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
“우와! 여기는 그야말로 보고로군. 이 몬스터의 독! 이건 정말 보기 드문 거야! 고작 레벨 100밖에 되지 않는 몬스터가 독은 150레벨이라고! 그리고 저 나무 밑의 버섯! 저건 회복 앰플의 효과를 올리는 촉매제로 완전 나이스 한 성분이 들어 있어!”
빨빨대고 돌아다니며 소리치는 대원은 페핀.
페핀은 직업이 메딕, 의사다 보니 당연히 몬스터의 독액이나 각종 식물에 관심이 많았다. 그리고 노드는 그런 몬스터와 식물이 지천에 널린 밀림.
덕분에 페핀은 입이 귀밑까지 찢어진 얼굴로 쉬지 않고 뛰어다니며 닥치는 대로 챙기고 있었다. 그리고 몇 번은 그런 페핀 때문에 몬스터가 애드 된 적도 있었다.
이미 지치고 힘들고, 덥고 습해 불쾌지수 만땅인 대원들, 특히 이얀 일당에게 좋게 보일 리가 없었다.
“젠장, 거슬리게…….”
그러나 그들도 페핀에게는 뭐라고 할 수 없었다.
노드의 밀림에서 나오는 몬스터는 대부분 독을 가지고 있었고, 그런 곳에서 메딕의 존재는 거의 절대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빨빨대며 돌아다니는 건 이얀 일당의 메딕도 매한가지.
문제는…….
“이야, 이거 정말 옛날 생각나는 걸.”
“그러니까, 나는 옛날도 아니라고 했잖아. 얼마 전에도 아프리카에서, 아니, 뭐 그래도 살짝 추억 돋기는 하는군. 참 모를 일이야. 이런 환경이 편하게 느껴진다니.”
“태생이 그런 거 아니겠소? 하지만 몬스터만 나오는 건 좀 그렇군. 몬스터라 봐야 따지고 보면 동물 같은 거 아니야? 여기서 마약 카르텔 같은 놈들이 나와 주면 딱인데 말이오.”
“뭐 카르텔은 아니지만 나오기는 하겠지. 여기도 적지니.”
“이거 기대되는걸.”
들뜬 표정으로 히죽거리는 두 사람.
바로 정의남과 이슈람이었다.
그리고 아크는 안다, 이 두 사람의 얘기가 농담이 아니라는 것을. 그러나 이얀 일당은 모른다. 이 두 사람이 헛소리를 하고 있다고밖에 생각할 수 없는 것이다.
하물며 불쾌지수가 연신 최고치를 갱신하고 있는 지금!
“젠장, 저 자식들이 또…….”
“그렇지 않아도 짜증 나는데 저런 헛소리까지 듣고 있어야 해?”
“이래서 밀리터리 덕후가 덕후 끝판왕이라고 하는 거야.”
“다른 사람들 힘들어하는 건 안 보이는 건가?”
이얀 일당의 짜증을 유발시켰다.
뭐 생각해 보면 정의남과 이슈람이 딱히 그들에게 손해를 끼친 것은 아니지만, 치솟는 불쾌지수는 그런 둘의 행동도 불쾌감으로 받아들이게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부분이 두 팀의 가장 큰 불안 요소. 언제든지 싸움으로 번질 수 있는 일이었다.
그러나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쓸데없는 말은 하지 말라고 했을 텐데?”
이얀 덕분이다.
이얀이 적당하게 팀원들을 견제해 주고 있는 것이다.
뭐 그것도 카메라 탓이겠지만, 어쨌든 협조하겠다는 이얀의 말은 거짓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리하여 여러 장애에도 특공대는 큰 어려움 없이 진군을 이어갔다.
그러기를 대략 1시간 반.
특공대에 여러 가지 의미에서 적지 않은 영향을 주는 사건이 벌어졌다. 아니, 이건 사건이라기보다는 예견된 일이었다.
“모두 정지! 숙여!”
갑자기 앞에서 들려오는 낮은 목소리.
그와 함께 수풀 속에서 앉은걸음으로 튀어나오는 2명!
이들은 아크 팀의 레인과 이얀 팀의 이보크, 정찰 임무를 맡고 본대보다 100미터 정도 앞서 가던 두 팀의 레인저였다.
“뭐지?”
“감시 초소입니다.”
이얀의 질문에 이보크가 대답했다.
그러자 레인은 아크에게 다가와 자세히 보고했다.
“이 앞의 200미터 전방에 적의 감시 초소가 있습니다. 초소 주변에 3, 초소 내부에도 최소 2명의 적이 있는 것으로 예상됩니다.”
“초소…….”
노드는 신의 군대의 대공망이 깔려 있는 위성.
당연히 노드에는 대규모 군사시설이 도처에 숨겨져 있었다. 애초에 고스트가 지상용 레이더망이 느슨한 곳에 착륙해 지금까지는 신의 군대의 군사시설과 접하지 못했지만 이동 거리를 생각하면 많든 적든 적과 마주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나 교전은 피할수록 좋다.
적이 보이기 시작한다는 것은 본격적으로 군사시설에 접근하기 시작했다는 뜻! 그런 곳에서 총격전이라도 벌어지면 특공대의 존재가 적에게 알려지게 되는 것이다.
당연히 위험하다.
“아크, 일단 여기는 피해서 가는 것이 좋겠다.”
이에 잠시 생각하던 이얀이 말했을 때였다.
“그건 하책이다.”
갑자기 정의남이 끼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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