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751)
아크 더 레전드-751화(751/875)
[751] space 1. 혹성 탈출 (1)“함포 모두 적중!”
“타깃의 완전 파괴가 확인됐습니다!”
승무원들의 보고가 이어지는 데스나이트의 함교.
전면의 거대한 스크린에는 불길에 휩싸여 폭발하는 우주선의 영상이 떠오르고 있었다.
그 우주선의 정체는 모른다. 그러나 짐작은 할 수 있었다.
노드가 지각변동을 일으키는 혼란을 틈타 저공비행으로 접근하던 우주선, 그런 정황으로 미루어 짐작건대 폭발하는 우주선은 아마도 이얀, 아니, 아크 일당이 노드를 탈출하기 위해 준비된 것이리라.
때문에 발견하자마자 격추시켰지만.
“……실수다!”
호크의 미간이 일그러졌다.
“빌어먹을, 내가 너무 서둘렀어.”
“네? 그게 무슨?”
“놈은 저 우주선에 없다. 놈이 타고 있는 우주선이 저렇게 쉽게 격추될 리가 없다. 아니, 애초에 놈이 타고 있었다면 이런 숲을 저공비행하고 있을 이유도 없었겠지. 놈은 아직 저 우주선에 타지 못한 거야. 멍청하게! 조금만 생각하면 알 수 있었던 것을!”
“그렇다고 달라질 것은 없습니다.”
호크의 심복, 할리가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기지에서 전해 온 보고에 의하면 방금 전 이 근방에서 폭발이 일어난 직후, 노드의 핵이 폭주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이 상태로 폭주가 계속되면 노드는 연쇄적인 지각변동에 의해 자기 붕괴해 버리고 말 겁니다. 그리고…….”
말을 멈춘 할리가 호크의 눈치를 살피며 한숨을 불었다.
“이미 막을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섰다고 합니다.”
“그런 건 알고 있어!”
호크가 입술을 깨물며 소리쳤다.
그는 사전에 아크가 노드에 잠입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잠입하는 이유까지는 모르고 있었지만, 이쯤 되면 굳이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지금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으니까.
노드의 파괴!
때문에 할리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도 알고 있었다.
방금 전 데스나이트는 아크가 탈출용으로 준비한 우주선을 격추시켰다. 거기에 아크가 타고 있었다면 말할 필요도 없겠지만 할리의 말대로 타고 있지 않아도 달라질 것은 없다.
이미 노드의 폭발은 초읽기에 들어가 있는 상황!
아직 살아 있어도 탈출 수단을 잃은 아크는 자신이 폭발시킨 노드와 운명을 함께할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된 것이다.
“그래서?”
호크가 성난 표정으로 할리를 돌아보았다.
“기뻐하기라도 하란 말인가?”
“아니, 저는 다만…….”
“나는 노드에 있었다. 아크가 잠입한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막지 못했다. 아니, 막지 못한 정도가 아니라…….”
호크는 차마 뒷말을 입 밖으로 꺼내지 못했다.
호크는 바보가 아니다.
이제 와서 ‘대체 일이 왜 이 지경이 됐는가?’라는 생각 따위를 할 정도로 멍청하지 않다는 말이다.
그런 것은 이얀을 만났을 때 이미 모두 파악했다.
몇 차례나 거절하다가 갑자기 호크의 요구를 받아들여 아크의 정보를 넘긴 발렌시아! 그리고 엉뚱하게 아크가 있어야 할 자리에 나타난 이얀 패거리!
이번 일에 그와 직접적으로 얽힌 것은 이 두 사람뿐이지만 호크는 알고 있었다.
-아크!
모든 사건의 뒤에는 ‘그’ 아크가 있다는 사실을!
그리고 이건…….
-철저히 우롱당했다!
이게 호크가 차마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한 말이었다.
그 결과가 지금의 노드였다.
쿠콰콰콰콰!
격렬하게 진동하며 균열을 일으키는 노드.
탈출용 우주선을 잃었으니 노드가 폭발하면 아크도 죽을 수밖에 없지만, 노드와 함께 사라지는 것은 아크만이 아니다.
노드에 포진한 수십 개의 포탑 기지, 수백 척 규모의 함대와 맞먹는 자금을 쏟아부어 만든 포탑 기지도 함께 사라지는 것이다.
‘나는 또다시 타투인과 같은 실수를 저질러 버린 것이다!’
그때도 지금과 같았다.
타투인에서도 아크는 죽고 호크는 살아남았다.
그러나 아크는 영웅이 되었고 호크는 모든 것을 잃고 비참한 도망자 신세가 되었다. 이번에도, 결국 아크는 죽게 되겠지만 호크는 그 이상의 것을 잃은 것이다.
‘심지어 이번에도 내 손으로 직접 놈을 해치우지 못했다!’
할 수만 있다면!
아크를 찾아 직접 숨통을 끊어 놓고 싶었다.
“그래, 할 수만 있다면…….”
“대장님, 더 이상 지체하면 위험합니다!”
그때 호크의 눈치를 살피던 할리가 다급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대장님의 심정은 모르는 것이 아니지만 노드의 숲에는 몬스터가 많아 생체 레이더로도 놈들의 위치를 특정하기 힘듭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핵의 폭주는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언제 폭발할지 예측하기도 힘들다는 말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놈들을 잡기 위해 지체하다가는 자칫 우리까지 폭발에 휘말리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런 건 상관없어!”
호크가 거친 목소리로 소리쳤다.
그리고 분노로 일그러진 눈으로 잠시 숲을 바라보다가 입술을 깨물었다.
할리에게 소리친 대로 죽음이 무섭다는 생각 따위는 눈곱만큼도 없다. 어리석은 짓인 줄은 알지만 마음 같아서는 죽더라도 직접 아크를 박살 내고 싶은 욕구가 치밀었다.
그러나 이제 곧 노드가 폭발한다.
이건 단순히 노드의 포탑 기지가 전멸한다는 의미가 아니었다. 신의 군대의 수도 혹성 아도니스를 지키는 성벽에 구멍이 뚫린다는 의미! 그리고 구멍이 뚫린 성벽은 더 이상 성벽이라고 할 수 없다.
물론 노드가 폭발한다고 신의 군대가 곧바로 위기에 몰릴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우주 전장에는 펜릴이 있다!’
호크는 아직 펜릴에 대해 아는 것이 많지 않았다.
그러나 한 가지만은 명확하게 말할 수 있었다. 그는 호크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강하다는 것!
‘이번 일은 모두 내 실책이다! 아크에게 집착한 탓에 이런 실책을 범한 것이다! 그걸 알면서도 또다시 같은 실수를 반복할 수는 없어! 또한 나로 인해 생긴 문제를 펜릴에게 몽땅 떠넘길 수도 없다!’
“할리!”
잠시 입술을 깨물던 호크가 고개를 돌리며 소리쳤다.
“가능한 한 모든 통신 수단을 이용해 기지의 병사들에게 탈출을 명령하라! 그리고 데스나이트의 모든 시스템을 동원해 노드의 상태를 확인하라. 리미트는 노드의 폭발 예상 시각 5분 전! 딱 그때까지만이다. 그때까지 데스나이트의 모든 화력을 쏟아부어 일대를 초토화시킨 뒤에 우리도 전속력으로 노드를 벗어난다!”
“네!”
그제야 할리가 안도의 한숨을 불어 내며 승무원들에게 명령했다.
“통신병, 대장님의 명령을 각 기지로 전송하라! 화기관제사, 현 위치에서 포격 가능한 범위를 섹터 별로 나눠 포격수에게 전달하라! 이곳에서 모든 포탄을 소모해도 상관없다! 호크 님의 명령이다! 숲을! 아니, 놈들을 불태워라!”
퍼펑! 퍼펑! 콰콰콰콰!
동시에 노드의 하늘을 뒤흔드는 포성!
수백 미터 상공에서 사방으로 퍼지며 쏟아져 내리는 섬광은 호크의 분노 그 자체! 그 분노는 숲을 순식간에 화염의 바다로 변해 버렸다.
* * *
콰쾅! 콰콰콰콰!
숲 여기저기에서 수십 미터 높이의 불기둥이 연이어 솟아 올라왔다.
그 순간 숲은 아비규환의 지옥으로 변해 버렸다.
하늘에서는 치솟았던 흙과 자갈이 비처럼 쏟아지고 지상에서는 거대한 화염이 소용돌이를 일으키며 퍼져 나갔다.
그리고 그 불길에 덮여 가는 숲속!
“빌어먹을 자식!”
아크가 데스나이트를 바라보며 이를 갈아붙였다.
그러나 그게 전부였다. 상대는 수백 미터 높이에서 폭격을 쏟아붓는 전함이다. 분하지만 지금 아크 입장에서는 대항할 방법이 없는 것이다.
그때 앞에서 정의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크, 괜찮으냐?”
“네, 저는 괜찮아요! 팀원들은?”
“모두 무사하다.”
정의남이 팀원들을 돌아보며 대답했다.
그 말대로 주위에는 이슈람과 칼리, 유진, 장보고, 아사드 등, 팀원들이 모두 모여 있었다. 이 와중에도 팀원들이 모두 무사할 수 있는 이유는 아크 덕분이었다.
그때, 그러니까 고스트가 격추당했을 때!
아크는 직감했다.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호크는 제 손으로 아크를 죽이고 싶어 안달이 나 있는 놈이다.
애초에 페미온 성좌에서 연방 함대와 신의 군대의 대규모 함대전이 시작된 지금, 전장을 비우고 노드에 와 있던 이유가 그 때문이었다.
그런 놈이 전함을 타고 아크 일행의 머리 위에 떠 있는 것이다.
물론 ‘헬파이어’가 작동한 시점에서 이미 경기는 종료된 것이나 다름없다. 그러나 그게 호크가 얌전히 물러날 이유는 되지 않는다. 아니, 그래서 더 그냥 물러나지 않을 것이다.
‘온다, 공격이!’
“뛰어! 일단 이 지역을 벗어난다!”
순식간에 그런 결론에 도달한 아크는 지체 없이 소리쳤다.
덕분에 바로 뒤에 시작된 데스나이트의 집중포화를 피할 수 있었다.
아니, 아직은 피했다고 말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고스트가 격추당한 지점에 퍼부어진 집중포화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었기 때문이다.
콰쾅! 콰콰콰콰!
계속해서 치솟아 오르는 불기둥!
그 불기둥은 마치 아크의 뒤를 쫓듯이 팀원들을 향해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이런 젠장, 발각된 건가?”
“그건 아니다.”
칼리의 말에 정의남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무리 전함이라도 이런 폭격을 가하며 우리 위치까지 파악하기는 무리다. 놈들이 우리 위치를 파악했다면 이런 식으로 무차별적인 폭격을 할리가 없어. 그리고 포탄이 떨어지는 곳은 이쪽만이 아니야. 맞은편으로도 포탄이 떨어지고 있어. 다시 말해 놈은 폭격의 범위를 넓혀 가고 있는 거다. 우리가 있었을 확률이 높은, 고스트가 격추된 지점에서부터 점차 범위를 넓혀 가며 폭격을 하고 있는 거다.”
“그럼 결국 우리가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모르고 폭격을 퍼부어 대고 있다는 말이군. 저 자식, 아주 작정했구먼.”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에요!”
조금 늦게 팀에 합류한 아크는 구시렁대는 이슈람을 지나쳐 뛰어갔다.
굉음을 일으키며 수십 미터씩 치솟는 불기둥이 시시각각 다가오고 있는 상황이다. 그 포격에 따라잡히면 그것으로 끝!
한가하게 잡담이나 할 때가 아닌 것이다.
“슬레이어! 비검! 풍!”
아크가 두 자루의 광선검을 좌우로 휘둘렀다.
‘비검’에 풍 속성을 부여하자 바람의 칼날로 변한 검기에 수풀에 뒤엉킨 넝쿨이 가닥가닥 끊어져 나갔다. 아크는 연이어 검기를 날리며 그 사이로 뛰어 들어갔다.
“뭣들하고 있는 거야? 칼리, 사다인, 아리온, 멍하니 보고 있지만 말고 선두로 나와 장애물을 제거해라! 나머지는 뒤를 따라 뛰어!”
“어? 어!”
그제야 팀원들이 허둥지둥 아크의 뒤를 따랐다.
그리고 선두에서 검과 창, 금강륜을 날리며 앞을 막는 수풀과 넝쿨을 베어 넘기는 아크와 칼리, 사다인, 유진을 따라 다시 숲을 가로지르기 시작했지만!
사실 아크 일행의 문제는 폭격도, 앞을 가로막는 울창한 밀림도 아니었다.
“비선참!”
그때 칼리가 금강륜을 날리며 옆으로 따라붙었다.
“아크, 대체 어디로 가자는 거야?”
“어디로 가는 거냐니? 그걸 지금 몰라서 물어?”
“모르니까 묻지! 이미 고스트가 당했잖아! 그런데 이렇게 뛰어서 어쩌자는 거야? 어차피 뭐 빠지게 뛰어 폭격을 피해도 노드가 폭발하면 다 뒈지는 거라고!”
“맞아! 나도 그 말을 하고 싶었어!”
바로 이것!
아크 일행이 노드를 탈출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인 고스트. 이들은 방금 전에 그 고스트가 눈앞에서 격추당하는 장면을 목격한 것이다.
그리고 ‘헬파이어’의 기폭으로 노드는 파멸을 향한 카운트다운이 시작된 상황이다.
따라서 칼리의 말대로 뭐 빠지게 뛰어 봐야 삽질!
이대로 노드의 대기권 밖까지 뛰어갈 수 있는 재주가 없는 이상 아크 일행의 전멸은 기정사실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물론 아크도 당연히 그 정도는 알고 있었다.
그리고 사실, 지금 죽는다고 해도 딱히 억울할 것도 없었다. ‘헬파이어’를 기폭 시킨 시점에서 이미 작전은 성공. 《위성 폭파 작전》에 걸려 있는 600만의 공훈치는 이미 확보해 놓은 것이다. 그러나!
“그래서? 그냥 죽자는 거냐?”
아크가 울컥한 표정으로 칼리를 돌아보며 소리쳤다.
“우리가 그런 상황이라는 건 저 자식도 알아! 그런데 왜 폭격을 퍼부어 대고 있는 것 같냐? 저건 그냥 화풀이야!”
“뭐 그야 그렇겠지만…….”
“그런 화풀이 따위에 죽을 생각은 없어!”
“그건 나도 동감이다.”
뒤에서 정의남이 고개를 끄덕이며 끼어들었다.
“실력이나 전략에서 밀려서 당한다면 할 수 없지만 화풀이, 그것도 눈감고 집어 던지는 돌이나 다름없는 포탄에 맞아 죽어서야 눈을 감을 수도 없지.”
“훗, 말하자면 자존심을 지키고 죽기 위해서 뛰고 있다는 건가? 뭐 암담하지만 그것도 나쁘지는 않네. 발악하는 적의 공격을 피해 자신이 파괴한 위성과 함께 최후를 맞이하는 것도 나름 멋지잖아? 좋아! 보란 듯이 폭격을 피해 죽자고!”
“무,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이슈람의 말에 토리가 사색이 된 얼굴로 비명을 터뜨렸다.
“싫어! 난 싫다고! 포탄이든 노드의 폭발이든 다 싫다고! 난 인스턴트 같은 너희들과 달리 목숨이 하나밖에 없다고! 달랑 하나! 무슨 말인지 알아? 죽으면 그냥 그것으로 끝이라고! 그런데 싫다는 나를 억지로 데려와 폭탄을 터뜨리게 하더니 이제는 그 폭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죽으라고? 장난하냐! 못 죽어! 죽기 싫다고! 형님, 뭐라도 좀 해 봐요!”
뭐 토리의 말 때문은 아니지만…….
“아니에요!”
아크가 고개를 저으며 소리쳤다.
말했듯이 아크는 이런 식으로 호크의 화풀이 따위에 당해 죽을 생각은 없었다. 그러나 아크가 이렇게 필사적으로 도망치는 이유는 그게 전부가 아니었다.
“아직 방법이 있을지도 몰라요!”
“뭐? 방법? 무슨…….”
“기억하죠? 우리가 헬파이어를 심은 포인트 근처에 있던 신의 군대의 기지.”
“기지? 그 포탑 기지를 말하는 거냐?”
아크는 쉬지 않고 에너지 블레이드로 수풀을 베어 넘기며 끄덕였다.
“네, 그 기지는 처음부터 연합 함대와 싸우기 위해 만들어 놓은 거예요. 그러니 포탑 기지에는 유사시에 사용할 수 있는 비상용 탈출선 정도는 갖추고 있을 거예요!”
“확실히…….”
정의남이 미간을 모으며 끄덕였다.
가능성이 있다. 아니, 아크의 말대로 노드의 상황을 생각하면 포탑 기지에는 거의 확실히 탈출선이 준비되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게 완전한 해결책이 되는 것은 아니었다.
여기에도 몇 가지나 되는 문제가 있었다.
먼저 데스나이트의 폭격을 피해 숲을 뚫고 포탑 기지까지 가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리고 포탑 기지까지 간다고 해도 상당수의 적군을 상대해야 한다. 아니, 적군을 상대할 수 있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최악의 경우는 적군이 없을 때. 그건 이미 적군이 탈출선을 타고 노드를 빠져나갔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바로!
쿠쿠쿠쿠! 콰콰콰콰!
굉음을 일으키며 진동하는 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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