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752)
아크 더 레전드-752화(752/875)
[752] space 1. 혹성 탈출 (2)이건 데스나이트가 퍼부어 대는 폭격 때문이 아니었다.
아니, 그 역시 대지를 흔들어 대고 있기는 하지만 지금의 진동은 하늘이 아닌 땅속 깊은 곳, 바로 노드의 핵이 폭주하며 일어나는 지진이었다.
그 지진의 끝은 노드의 종말!
문제는 정작 이런 상황을 만든 팀원들도 그게 언제인지 모른다는 점이었다.
‘헬파이어’는 그 자체가 혹성을 파괴하는 병기가 아니다.
혹성의 핵을 폭주시켜 파괴로 이끄는 병기.
그러나 이 핵의 폭주에 혹성이 파괴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혹성의 지각이나 핵의 상태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어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건 아크 역시 마찬가지였지만.
‘아는 사람이 없는 것은 아니지!’
바로 수백 미터 상공에서 폭격을 쏟아붓고 있는 그놈!
호크다. 그리고 호크의 전함 데스나이트는 타이탄급. 그만한 수준의 전함이라면 대기나 지각의 상태를 확인해 노드의 폭발 시기를 예측하는 것도 가능하다.
노드가 파괴로 치닫는 상황에서도 탈출하지 않고 폭격을 퍼부어 대는 이유가 그 때문이었다.
‘호크가 아무리 눈에 뒤집혔어도 나와 함께 죽을 작정으로 남아서 폭격을 해 대고 있는 것은 아니겠지. 다시 말해…….’
“아직 폭발까지는 여유가 있다는 말입니다.”
그리고 또!
“아직 여유가 있다면 기지의 적군도 무턱대고 탈출하지는 않을 겁니다.”
“무슨 근거로 그런 말을 하는 거야?”
“아니, 아크의 말이 맞다.”
칼리의 말에 정의남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꾸했다.
“전쟁이 벌어지는 지역에 있는 군사기지다. 당연히 기지에는 중요한 데이터나 군수품 따위가 쌓여 있겠지. 놈들도 폭발 시기를 예측하지 못한다면 모를까, 어느 정도 예상이 가능하다면 리미트 타임까지 뒤처리를 한 뒤에 탈출할 것이다.”
“맞습니다.”
특수부대―진짜로!― 소속의 레인이 당연하다는 듯이 끄덕였다.
“더구나 대장인 호크가 아직 노드에 남아 있는 상황입니다. 미치지 않고서야 먼저 탈출하지는 못할 겁니다.”
그러나 칼리는 여전히 불안한 표정으로 말했다.
“하지만 우리가 노드의 폭발 시기를 모른다는 건 마찬가지 아닙니까? 기지에 도착하기 전에 폭발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고요!”
“그러니까 서두르라는 거잖아!”
아크가 다시 에너지 블레이드를 휘두르며 소리쳤다.
그렇다. 아크가 입에 단내가 나도록 검을 휘두르고, 뭐 빠지게 뛰는 이유가 그것이다.
당연히 점차 범위를 넓히는 폭격을 피하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노드의 폭발 시기를 예측할 수 없으니 가능한 한 빨리 이동하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지금 아크 일행이 뛰고 있는 곳은 말 그대로 밀림! 게다가 데스나이트의 폭격으로 일어난 불이 숲을 활활 태우는 중이라 주위는 순식간에 시커먼 연기에 뒤덮여 있었다.
-유독 가스에 노출되었습니다!
독성 물질이 포함되어 있는 가스를 흡입하면 일정 시간마다 신체와 정신에 데미지를 받게 됩니다. 그리고 장시간 노출될 경우, 상태 이상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데미지 50!
-포스 감소 75!
뭐 이런 데미지는 그렇다고 치고!
“대체 기지가 어느 방향이야?”
그래도 막 폭격이 시작됐을 때는 포탑 기지에서 비치는 불빛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숲이 순식간에 연기로 뒤덮여 시야가 완전히 차단되어 버린 것이다.
거기에 쉬지 않고 고막을 흔들어 대는 폭격 탓에 방향 감각까지 잃어 좌우도 구별하기 힘들었다.
“이쪽이다!”
그러나 정의남은 망설임 없이 한쪽을 가리켰다.
“님프에만 의지하니까 정작 이런 상황에서는 헤매는 거다. 전장에서 마지막에 믿을 건 자신의 몸뿐이다. 방향 감각을 잃지 않는 건 기본 중에 기본이지. 너도 기회가 되는 대로 연습해 두는 편이 좋을 거다.”
이런 상황에서도 방향 감각을 잃지 않는 기술이라니? 대체 그런 건 무슨 훈련으로 배우는 건데? 아크는 문득 그런 의문이 들었지만.
“걱정 마시오. 내가 틈틈이 빡 세게 굴려서 가르치지, 쉐이커 속에 넣고 흔들어도 똑바로 걸을 수 있을 정도로. 알지 않소? 난 한다면 하는 사람이오.”
이슈람이 피식 웃으며 말했고.
“좋겠구나.”
아크는 발렌시아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았다.
덕분에 자신의 의지 따위는 1도 고려되지 않은 훈련이 예약된 아크였지만, 기뻐(?)할 시간 따위는 없었다.
지금은 1분1초가 생사와 직결되는 것이다.
“가자! 좀 더 속도를…….”
크와아아아!
아크가 정의남이 가리킨 방향으로 몸을 돌릴 때였다.
갑자기 뒤쪽에서 숲을 뒤흔드는 괴성이 터져 나왔다. 이에 움찔하며 반사적으로 시선을 돌린 아크의 눈이 확대되었다.
몬스터!
괴성을 질러 대며 돌진해 오는 것은 거대한 몬스터였다.
그것도 1마리가 아니었다. 수십 미터 길이의 뱀 그레이트 보아, 몸통에 해골과 같은 문양이 새겨져 있는 거미 스컬 스파이더, 수만 마리가 파도를 일으키며 질주하는 아미 앤트 등등, 아크 일행이 싸워 본 몬스터는 물론, 처음 보는 몬스터도 상당수 섞여 있었다.
그 숫자는 수백―아미 앤트까지 합하면 수만이지만―!
“이, 이런 젠장!”
“이 와중에 저 많은 몬스터까지…….”
“아니야!”
아크가 당황하는 팀원들을 돌아보며 소리쳤다.
“모두 가능한 한 두꺼운 나무 뒤로 숨어!”
두두두두! 두두두두!
한데 뭉친 몬스터들이 노도처럼 일대를 뒤덮은 것은 그 직후였다.
그러나 몬스터들은 나무 뒤에 몸을 숨긴 아크 일행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았다. 그저 앞만 보고 미친 듯이 내달리고 있을 뿐이었다.
그들만이 아니었다.
제 코가 석 자라 지금까지는 미처 깨닫지 못했지만 숲 여기저기에서 같은 장면이 펼쳐지고 있었다.
이유는 말할 필요도 없이 데스나이트의 폭격 때문이다.
몬스터들에게 이건 재앙! 천재天災나 다름없다.
뭐 그래 봤자 어차피 노드가 폭발하면 그런 몬스터들도 다 죽겠지만, 당장은 눈앞의 폭격을 피해 무턱대고 반대 방향으로 뛰고 있는 것이다.
‘나이스!’
순간 아크의 눈동자가 반짝였다.
이유는 간단하다. 수백 마리의 몬스터가 폭주 기관차처럼 휩쓸고 지나간 자리는 거의 평지!
아크 일행이 일일이 검 따위로 쳐 내야 했던 수풀이나 넝쿨을 몬스터 트레인Train이 몽땅 밟고 지나간 덕분에 숲을 관통하는 도로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지금이다! 몬스터들의 뒤를 따라간다!”
이에 아크 일행은 잽싸게 나무 뒤에서 나와 무임승차!
몬스터가 닦아 놓은 도로를 따라 전력 질주를 펼치며 숲을 가로지를 수 있었다.
쿠쿠쿠쿠! 콰콰콰콰!
그사이에도 노드를 흔들어 대는 지진은 점점 거세졌다.
그러나 아직은 아니다. 아직 숲의 상공에서는 데스나이트가 꾸준히 범위를 넓히며 폭격을 퍼부어 대고 있다. 그 폭격이 멈추지 않는 한, 아직 희망이 있는 것이다.
그렇다. 뒤에서 치솟는 불기둥은 어떤 의미에서는 희망!
퍼펑! 퍼펑! 콰콰콰콰!
뭐 살의가 충만한 희망이었지만 어쨌든!
몬스터 트레인의 뒤를 따라 달리기 시작하자 불기둥과의 간격이 더 벌어지고 있었다.
‘연기 탓에 확인하기는 힘들지만 이쯤이면 헬파이어를 박아 넣은 포인트를 이미 지났거나 가까워졌을 거야. 그리고 포인트에서 포탑 기지까지의 거리는 약 1킬로미터! 이 속도라면 늦어도 2~3분 안에 도착할 수 있는 거리다!’
아크가 그런 생각을 할 때였다.
크와아아아!
앞에서 터져 나오는 몬스터의 괴성! 아니, 비명!
물론 이건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었다. 불길에 쫓기는 몬스터들은 그사이에도 계속해서 비명을 질러 대고 있었던 것이다. 때문에 처음에는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지만, 곧 아크는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몬스터들의 비명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다시 말해 몬스터들이 전방 어딘가에 멈춰 있다는 의미였다. 대체 왜? 아니, 대체 뭐가 이성을 잃은 수백 마리의 몬스터를 멈춰 세울 수 있다는 말인가?
시시각각 가까워지는 몬스터들의 비명에 아크는 정체불명의 불안감이 느껴졌다. 그리고 잠시 후, 그 불안감은 현실이 되어 나타났다.
‘뭐, 뭐야, 저건?’
아크가 도착했을 때 수백 마리의 몬스터는 수십 마리로 줄어 있었다. 그리고 그 수십 마리의 몬스터도 갑자기 눈앞에서 훅 사라져 버린 것이다.
연기 탓에 그 앞에 뭐가 있는지는 보이지 않았지만 아크는 본능적으로 직감했다.
“머, 멈춰! 일동 정지!”
아크가 급하게 몸을 세우며 소리쳤다.
몬스터들이 사라진 이유를 눈으로 확인한 것은 그다음이었다. 숲을 가로지르며 벌어져 있는 10여 미터 넓이의 균열!
연기에 시야가 막힌 상태로 이성을 잃고 질주하던 몬스터들은 멈춰 서지 못하고 균열 속으로 떨어져 버린 것이다.
“젠장! 이게 뭐야?”
“왜 하필이면 이런 곳에 균열이…….”
팀원들이 황망한 표정으로 균열을 바라보며 떠들었다. 그러나 주위를 둘러본 아크는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
‘아니, 이건 우연이 아니다! 다른 곳은 몰라도 여기는 분명하게 기억해. 바로 우리가 헬파이어를 심은 곳이다. 빌어먹을, 미처 여기까지는 생각하지 못했어.’
균열은 아크가 ‘헬파이어’를 박아 넣은 장소!
다시 말해 지금 노드를 흔들어 대는 대지진의 진원지라는 말이다.
아크는 숲을 지날 때도 땅거죽이 쩍쩍 갈라져 있는 것을 몇 번이나 목격한 적이 있었다. 하물며 ‘헬파이어’가 폭발했던 곳에 멀쩡할 리가 없다. 그러나 균열이 발생한 원인을 밝혀냈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었다.
균열의 넓이는 10여 미터!
“돌아가야 하나?”
“그건 무리예요. 연기 탓에 가시거리가 얼마 되지 않지만 이게 헬파이어로 인해 생긴 균열이라면 꽤 멀리까지 뻗어 나가 있을 거예요. 데스나이트의 폭격도 그렇지만 불길이 바로 뒤까지 따라붙은 상태에서 균열을 우회하는 길을 찾기는 무리예요.”
“하지만 뛰어넘을 수도 없잖아.”
“제가 해 보겠습니다!”
정의남이 난감한 표정을 떠올리자 아리온이 나서며 대답했다.
푸화아아아! 푸화아아아!
그와 동시에 아리온의 어깨에서 솟아 나오는 백색 날개!
“아직 해 본 적은 없지만 레피드가 아크를 태우고 비행하는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저도 1명 정도는 태우고 날 수 있을 겁니다. 그러니 제가 균열을 왕복하며 팀원들을 옮겨 보겠습니다.”
‘이제 와서 우회하는 길을 찾는 것보다는 낫겠지만…….’
역시 무리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폭격이 접근하는 속도를 생각하면 잘해야 3~4명. 나머지는 균열에 막혀 오도 가도 못하고 폭격과 화염에 휩싸여 죽게 되리라. 그러나 지금은 달리 방법이 없다.
그리고 해야 한다면 1초라도 빨리 시작하는 편이 나았다.
이에 아크가 고개를 끄덕일 때였다.
두두두두! 두두두두!
지면이 흔들리며 뒤에서 굉음이 들려왔다.
그와 함께 흩어지는 연기 속에서 확 솟아 나오는 몬스터 떼! 또 다른 몬스터 떼가 폭격을 피해 질주해 오고 있는 것이다. 아크 일행이 모여 있는 방향으로!
이대로 그 몬스터 떼에 휩쓸리면 아크 일행도 균열로 떨어지고 말리라.
“나무! 모두 두꺼운 나무 뒤로 몸을 숨겨라!”
아크가 몸을 날리며 소리쳤다. 이에 팀원들도 뿔뿔이 흩어져 나무 뒤에 몸을 숨기는 순간!
크와아아아! 크와아아아!
연이어 대기를 울리는 비명! 비명! 비명!
이성을 잃고 내달리던 몬스터들은 마치 떼 지어 자살하는 레밍스처럼 우수수 균열 속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모든 몬스터가 자살(?)하는 것은 아니었다.
펄쩍-!
가장 자리에서 뛰어오르는 몬스터!
거대한 황소를 닮은 패그라는 몬스터는 그대로 몸을 날려 10여 미터나 되는 균열을 가뿐히 뛰어넘는 것이 아닌가? 패그만이 아니었다. 대부분의 몬스터는 버둥거리며 균열 속으로 떨어졌지만 서너 종은 패그처럼 균열을 뛰어넘고 있었다.
“……!”
이건 생각할 필요도 없다.
“저거야! 다들 봤지? 지금 균열을 뛰어넘는 몬스터들! 모두 균열을 넘을 방법은 그것뿐이다! 지금 바로 저 몬스터들의 등에 올라타는 거야!”
“뭐, 뭐라고?”
“저렇게 뛰어가는 몬스터의 등에 무슨 수로…….”
“사내자식들이 무슨 말이 그렇게 많아? 어차피 균열을 넘지 못하면 죽는 수밖에 더 있어? 그리고 이런 것도 막상 해 보면 그렇게 어려운 일도 아니라고! 잘 봐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이 몸이 모범 답안을 보여 주마!”
웅성대는 팀원들에게 일갈을 날리는 이슈람!
순간 이슈람은 그대로 몸을 날려 턱! 턱! 나무를 밟고 올라갔다. 그리고 순식간에 5미터 정도까지 솟아오르더니 반대 방향으로 뛰어 질주하는 패그의 등에 올라탔다.
그리고 패그와 함께 펄쩍!
“핫! 어떠냐? 쉽지?”
“……;”
대답하는 팀원들은 없었다.
그리고 모법 답안이라고 할 수도 없었다.
타이밍을 맞춰 패그의 등에 올라타는 것도 그렇지만, 그 이전에 다른 팀원들은 그런 식으로 나무를 타는 것부터가 무리였다. 추가로 말하자면, 이슈람의 수제자(?)인 아크도 그건 무리다.
“좀 더 쉬운 방법을 보여 주지!”
그때 정의남이 나무 뒤에서 불쑥 몸을 내밀며 타조를 닮은 몬스터의 앞을 막았다. 그리고 슬쩍 몸을 움직이자 몬스터가 중심을 잃고 휘청거렸다.
정의남은 그사이에 몬스터의 등에 올라탔고, 다시 중심을 잡은 몬스터는 균열로 뛰어가며 펄쩍!
“훗! 어떠냐? 쉽지?”
“……;”
이번에도 대답하는 팀원은 없었다.
확실히, 중심을 잃고 잠시 멈춘 몬스터의 등에 올라타는 건 그리 어려워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그 이전에, 몬스터의 중심을 잃게 만든 그 ‘슬쩍’이 문제다.
대체 그 ‘슬쩍’이 뭔지 아는 사람이 없는 것이다.
추가로 말하자면, 정의남의 양아들인 아크도 전혀 이해되지 않았다.
“하여간 저 두 사람은…….”
이쯤 되면 이제 아크가 나설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아크는 이 두 남자의 수제자이자 양아들! 비록 이슈람 같은 짓(?)은 못하고, 정의남이 한 짓(?)이 뭔지도 모르지만!
두두두두! 두두두두!
‘지금이다!’
잠시 나무 뒤에서 몬스터들을 살피던 아크가 눈을 번뜩이며 튀어나왔다. 그리고 양팔로 옆을 스치는 패그의 목을 움켜쥐고 같이 달리다가 발을 구르며 뛰어올라 등에 앉았다.
뒤이어 아크가 탄 패그도 균열 끝에서 펄쩍!
“……!”
팀원들의 머리 위에 ‘!’가 떠오른 것은 그때였다.
정의남이나 이슈람 같은 임팩트는 없지만 평범한, 그러니까 적어도 납득할 수 있는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 이곳에 모여 있는 유저들은 아크 함대에서도 자타공인 최정예 유저로 구성된 특공대!
펄쩍! 펄쩍! 펄쩍!
아크의 동작으로 감을 잡은 팀원들은 하나둘 몬스터를 잡아타고 균열을 넘기 시작했다. 그러나 아크는 왠지 모르게 찜찜한 기분이 들었다.
“뭔가 잊은 기분이 드는데…….”
있었다! 잊은 것이!
“에? 뭐야? 형님, 저는요? 저는 어쩌라고요! 저는 그런 거 무리라고요! 왜냐하면 팔이 짧아요! 제 팔로 몬스터 목을 잡는 건 무리라고요! 죽기 싫어요! 팀원들은 되지만 전 안 된다고요! Help! Help!”
균열 너머에서 짧은 팔을 흔들어 대며 소리치는 햄스터다.
토리를 잊어버리고 와 버린 것이다.
그러나 다행히!
텁!
“젠장, 무슨 햄스터가 이렇게 무거워? 그나마 잡기 편해서 다행이군. 어이, 햄스터! 살고 싶으면 버둥대지 말고 얌전히 있어.”
짧은 팔과 달리 거대한 토리의 대가리를 움켜쥐고 날아오르는 아리온! 덕분에 토리는 뽑기 기계의 봉제인형처럼 대롱대롱 흔들리며 균열을 넘어왔다.
‘좋아, 아직 시간이 있다!’
아직 데스나이트는 숲 위로 포화를 쏟아붓고 있었다.
그건 아직 노드가 폭발하기까지 최소 5분 이상―데스나이트가 노드를 탈출하는 데 필요한 시간까지 감안하면―의 시간이 남아 있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아직 포탑 기지의 적군도 노드를 탈출하지 않았으리라.
물론 아크 일행은 방금 전에야 겨우 ‘헬파이어’를 기폭 시킨 포인트를 지나왔다. 다시 말해 아직 포탑 기지까지는 1킬로미터의 거리가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두두두두! 두두두두!
지축을 울리며 돌진하는 패그!
이미 흥분해 버린 패그는 그대로 정면, 포탑 기지를 향해 질주하고 있는 것이다. 이 속도라면 2~3분으로 예상했던 이동 시간도 1분 이상 단축할 수 있으리라.
“이대로 포탑 기지까지 달린다! GO! GO! GO!”
패그의 등에서 아크가 소리쳤다.
두두두두! 두두두두!
그 뒤를 따라 질주하는 12마리의 몬스터와 팀원들!
그리고 그 위에서는 토리의 대가리를 움켜쥔 아리온이 뒤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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