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753)
아크 더 레전드-753화(753/875)
[753] space 1. 혹성 탈출 (3)“대장님, 시간이 다 되어 갑니다.”
“음.”
할리의 말에 호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 전면으로 보이는 스크린에는 문자 그대로 불바다로 변한 숲이 떠올라 있었다.
타이탄급의 전함이 7~8분이나 포화를 쏟아부은 결과였다.
거의 10킬로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숲을 순식간에 잿더미로 만들어 버린 목적은 단 하나, 아크를 죽이기 위해서였다.
뭐랄까, 어째 벼룩 1마리 잡기 위해 집을 통째로 태워 버리는 느낌이 없는 건 아니지만 어차피 이제 곧 노드 자체가 사라진다.
바로 그 아크 때문에!
그때 할리가 히죽 웃으며 말을 이었다.
“이만하면 충분할 겁니다. 저기서 살아남을 수 있는 인간 따위는 없습니다.”
“그렇겠지.”
호크가 눈매를 좁히며 대답했다.
“하지만 내가 죽이고 싶은 것은 아크다. 놈은 사람이라고 보기 힘들지. 바퀴벌레처럼 끈질긴 것만이 장점인 녀석이니까.”
“설마…… 놈이 아직 살아 있다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그야 모르지.”
“하지만 이미 폭주하는 노드의 핵에너지가 밖으로 분출되기 되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서는 서너 개밖에 보이지 않지만 아마도 우주에서 보면 이미 노드의 지표는 균열에 뒤덮여 있을 겁니다. 더 지체하면 데스나이트라도 피해를 입게 될지도 모릅니다.”
“걱정하지 마라. 나도 그 정도로 멍청하지는 않으니까. 그리고 어차피 이 정도의 폭격을 받고도 살아 있다면 1~2분 더 폭격을 해 봐야 의미 없는 짓이지. 하지만 놈이 이 폭격에서 살아남았다고 해도 결과는 달라지지 않는다. 아니, 살아 있다면 남은 시간을 폭격으로 죽는 것보다 더 절망하며 보내야겠지.”
호크가 할리에게 시선을 돌리며 말을 이었다.
“그쪽은 빈틈없이 처리됐겠지?”
“물론입니다.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폭격을 시작하자마자 지시해 두었습니다. 뭐 서두른 만큼 손해를 감수할 수밖에 없겠지만…….”
“상관없다.”
만의 하나라도 있을지 모르는 가능성을 없앤다.
지금 호크에게는 손해보다 그게 더 중요했다. 그리고 그것으로 이제 아크의 죽음은 100% 확실한 사실이 된 것이다.
물론 그게 아크에 대한 적개심이 정리됐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러나 적어도 지금 페미온 성좌에서 벌어지는 함대전에서 아크를 볼일은 없으리라.
“할리, 이제 함대로 귀환한다. 여러모로 펜릴에게는 면목이 없게 됐지만 이 값은 연합 함대와의 싸움에서 갚는 수밖에 없지.”
“알겠습니다.”
몸을 돌린 할리가 승무원들을 향해 소리쳤다.
“사격 중지! 기수를 수직각으로 세워라! 이제 노드를 탈출한다!”
* * *
“빌어먹을!”
아크의 입술이 일그러졌다.
균열을 넘을 때 이용한 몬스터를 타고 그대로 돌진한 아크는 방금 전 포탑 기지에 도착했다.
그리고 이때, 아크는 포탑 기지가 각종 물자를 챙기고 노드를 탈출할 준비를 하느라 상당히 혼란스러운 상황일 거라고 예상하고 있었다.
-탈출선을 훔친다.
그게 이런 계획을 세울 수 있었던 이유다.
이 포탑 기지는 이전에 지나온 포탑 기지보다 규모가 컸다. 당연히 적군도 더 많겠지만 그런 혼란 상황이라면 15명만으로도 탈출선을 훔칠 기회가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없었다.
포탑 기지에는 개미 새끼 1마리도 보이지 않는 것이다.
‘균열을 넘어 이곳으로 오는 사이에 탈출선이 발사되는 것을 본 적은 없다. 그렇다면 내가 폭격이 쏟아지는 숲에서 빠져나오기 전에 모두 탈출했다는 말인가? 폭격이 시작되고 내가 숲을 나오기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5분 전후, 그 시간으로는 데이터나 물자를 챙기기는커녕 병사들이 탈출하기도 빠듯한 시간이었을 텐데, 대체 왜?’
그 의문은 곧 풀렸다.
보통 군사기지에는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 여분의 탈출선을 준비해 두는 것이 상식.
이 기지도 마찬가지였다. 적군은 보이지 않았지만 외곽에 자리 잡은 도크에는 여분의 탈출선이 3척이나 남겨져 있었다. 그러나!
“몽땅 박살 났어!”
“폭발 흔적이 있어! 일부러 부수고 간 거야!”
“망할 자식들!”
팀원들이 울컥한 표정으로 소리쳤다.
여분의 탈출선은 모두 산산이 부서져 흩어져 있는 것이다.
탈출선만이 아니었다. 도크 근처에는 엄청난 양의 군수품이 쌓여 있었는데, 그 역시 엄청난 고열로 녹여 놓은 것처럼 한 덩어리로 눌어붙어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 아크는 모든 상황을 이해했다.
“……호크!”
놈은 알고 있었던 것이다.
만의 하나, 아크가 폭격을 피해 살아 나오면 어디로 향할지. 때문에 숲과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자리 잡고 있는 이 기지의 병사들을 일찌감치 퇴각시킨 것이다.
챙기기 힘든 보급품을 이런 식으로 폐기시키면서까지!
만의 하나, 문자 그대로 만의 하나라도 아크가 살아서 나가지 못하게 하기 위해 이런 짓까지 한 것이다.
솔직히 제정신이 아니라는 생각마저 들지만, 적어도 이번에는 효과가 있었다. 덕분에 죽을 둥 살 둥 기지까지 뛰어온 아크 일행은 완전 패닉 상태가 되었으니까.
“완전 삽질을 한 셈이군.”
“입에 단내가 나도록 뛰고 구르며 폭격을 피해 여기까지 온 결과가 이거라니…….”
“차라리 숲에서 죽었으면 억울하지라도 않을 텐데.”
“아, 아니야! 이건 아니라고!”
팀원들이 허탈한 표정으로 웅얼거릴 때였다.
멍청한 표정으로 고철로 변한 탈출선을 바라보던 토리가 발악하듯이 소리쳤다. 그리고 반쯤 정신이 나간 얼굴로 탈출선의 잔해를 드라이버로 탁탁 내리쳤다.
“나, 난 토리야. 후후후! 그래, 난 뛰어난 엔지니어라고. 그러니까 고칠 수 있어. 당연하지. 내가 이런 곳에서 죽을 리가 없잖아. 그러니까 고칠 수 있어. 전함도 아니고 고작 탈출선이잖아. 이런 것쯤은 간단하지. 후후후! 후후후후!”
“저 녀석, 완전히 맛이 갔군.”
“뭐 무리도 아니지.”
“저 녀석 NPC잖아. 개척자 NPC도 아니고 그냥 NPC. 뭐 우리야 죽어도 부활하면 되지만 저 녀석은 그냥 끝이라고. 불쌍한 녀석. 좀 시끄러운 햄스터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나름 정이 들었는데 이제 두 번 다시 못 보겠군.”
팀원들이 그런 토리를 측은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어이, 아크, 저 녀석도 이제 간다.”
그때 정의남이 턱으로 뒤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고개를 돌리자 저 멀리, 활활 타오르는 숲 위에서 수직으로 세워지는 데스나이트가 눈에 들어왔다.
호크도 탈출 준비를 하는 것이다.
이제 노드의 폭발이 임박했다는 뜻이다. 이에 팀원들이 너 나 할 것 없이 씁쓸한 표정으로 한숨을 불었다.
그리고 그건 아크도 마찬가지였지만.
“어? 저, 저건?”
아크가 움찔하며 미간을 좁혔다.
데스나이트를 바라보다가 의외의 구조물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도크의 우측에 붙어 있는 창고! 아니, 탑처럼 그 창고 위로 솟아올라 와 있는 구조물이었다.
잠시 멍한 표정으로 그 구조물을 바라보던 아크가 와락 몸을 돌리며 토리에게 뛰어갔다. 그리고 가슴 털―멱살―을 움켜쥐고 흔들어 대며 소리쳤다.
“토리! 야, 인마! 정신 차려 봐!”
“후후후! 무슨 말입니까? 내 정신은 어느 때보다도 맑다고요. 보면 모르십니까? 이렇게 박살 난 탈출선도 고치고 있잖아요. 후후후! 보세요! 이제 거의 다 됐습니다. 당연하죠. 이 토리가 이런 곳에서 죽을 리가 없으니까.”
“아직 살 방법이 있을지도 몰라!”
“살 방법은 당연히 있죠. 말했잖아요. 탈출선을…… 에? 사, 살 수 있다고요?”
드라이버로 잔해를 탁탁 치며 웅얼거리던 토리가 화들짝 놀라며 아크를 돌아보았다.
다른 팀원들도 놀란 표정으로 아크를 바라보았다.
“살 방법이 있다고?”
“아크, 갑자기 그게 무슨 말이냐?”
“저기! 도크의 창고에 붙어 있는 저 구조물 말입니다! 저거 본 적이 있어요! 어이, 토리! 너도 본 적 있지? 맞냐? 저게 내가 생각하는 그거 맞아?”
“저거…….”
토리가 눈을 껌뻑이며 구조물을 바라보았다. 그러기를 잠시, 갑자기 뒷덜미의 털을 바짝 세우며 소리쳤다.
“커, 컨테이너 사출기!”
“역시!”
동시에 아크가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도크의 창고에서 솟아 나와 있는 구조물은 컨테이너 사출기! 이름 그대로 마치 레일건과 같은 원리로 장거리로 컨테이너를 사출하는 기계였다.
아크가 컨테이너 사출기에 대해 알고 있는 이유는 이큘러스의 영주이기 때문이다. 이게 무슨 말이냐 하면…….
-도크 ▷ 창고 ▷ 컨테이너 사출기
바로 이거다.
이큘러스에 건설할 수 있는 시설물 목록!
보통 영지 혹성에 건설할 수 있는 건물 중에는 애드 온Add-on으로 하위 시설을 추가할 수 있는 종류가 있다.
도크의 경우 추가로 창고를 지을 수 있고, 창고 건설이 완료되면 특수 시설로 컨테이너 사출기라는 시설을 추가할 수 있었다.
-컨테이너 사출기
분류 : 보급용 컨테이너 사출기
물자를 채운 컨테이너를 사출하는 시설입니다.
보통 컨테이너 사출기가 가장 많이 사용되는 것은 택배용 화물선입니다. 이 컨테이너 사출기를 이용하면 굳이 일일이 혹성에 착륙하지 않아도 수만 킬로미터 이상 떨어진 곳까지 컨테이너를 보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도크에 설치할 수 있는 컨테이너 사출기의 용도는 그 반대로, 지상에서 우주로 컨테이너를 사출하는 데 사용됩니다. 인근 우주에서 항해하는 우주선에 보급품을 전해 줄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때문에 상당한 시간을 절약할 수 있어 물류 운송이 많은 혹성이나 인근 우주에서 함대전이 예상되는 혹성에 많이 설치되는 시설입니다.
당연히 같은 컨테이너 사출기라도 규모에 따라 컨테이너를 날릴 수 있는 거리가 달라집니다. 보통 택배용 화물선에 장착되는 것은 가장 낮은 등급으로, 혹성에서 대기권 밖으로 컨테이너를 사출하지는 못합니다. 그러나 도크에 설치되는 사출기는 당연히 대기권 밖으로 사출할 수 있는 출력을 가지고 있고, 최상 등급의 경우 가까운 혹성까지 다이렉트로 화물을 전달할 수 있습니다.
이게 바로 컨테이너 사출기의 용도!
도크의 창고에 장착되는 컨테이너 사출기는 기본적으로 화물, 그러니까 컨테이너를 대기권 밖까지 날릴 수 있는 상위 등급이다. 다시 말해…….
‘노드를 탈출할 수 있다!’
문제는 그 컨테이너에 사람이 타고 괜찮은가.
그러나 이 부분은 이미 직접 확인해 본 사람, 아니 햄스터가 있었다.
과거 소혹성 E-2036에 불시착했을 때 아크는 T-20에 연락해 택배로 토리를 받아 본 적이 있었다. 물론 컨테이너 사출기로 E-2036에 도착한 토리는 뭐랄까…….
“서, 설마 형님 저걸로…….”
“그래, 저거라면 노드를 탈출할 수 있어!”
“커, 컨테이너 사출기…… 택배…… 무서워…… 무서워…….”
아직도 컨테이너 사출기나 택배라는 단어만 나와도 덜덜 떨며 이런 말을 할 정도로 심각한 정신적 데미지를 입어야 했다. 그러나 죽는 것보다는 그편이 100배 나았다.
그리고 최악의 상황은 컨테이너 사출기를 이용하고도 노드의 폭발에 휘말려 죽는 것!
거기까지 생각한 토리가 벌떡 일어나 뛰어갔다.
“가, 가요! 갑니다!”
“자! 자세한 설명은 나중에 할 테니 일단 따라와!”
아크 역시 팀원들을 이끌고 지체 없이 창고로 향했다.
창고로 들어가자 빈 컨테이너가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다. 아마도 내용물은 아까 본 덩어리―폭탄으로 녹여 한 덩어리로 변해 버린―로 만들어 버린 모양이다.
그러나 이제 와서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없다.
‘중요한 것은…….’
위이이잉! 텅! 위이이잉! 텅!
그때 갑자기 기계음이 울리며 천장에 붙어 있는 크레인이 움직였다. 그리고 곧바로 집게발로 컨테이너 하나를 집어 사출기에 장전(?)하는 작업을 진행하기 시작했다.
“크레인도! 사출기도 정상적으로 작동합니다!”
먼저 창고로 들어와 사출기를 조작한 토리가 소리쳤다.
뭐랄까, 일단 자기 목숨이 연관되면 엄청난 순발력을 발휘하는 토리였다.
“형님, 각도는 어디로 맞춰 놓을까요?”
“각도? 그거야 당연히…….”
이어지는 토리의 질문에 대답하던 아크가 움찔하며 입을 다물었다.
아크가 가고 싶은 곳은 당연히 연합 함대가 포진해 있는 곳이었다. 그러나 지금 연합 함대는 신의 군대 함대와 전투 중이다. 게다가 컨테이너에는 대문짝만 하게 ‘FORCES OF GOD : NOD’. 신의 군대라는 문자가 박혀 있는 것이다.
그런 문자가 박힌 컨테이너를 타고, 심지어 전투 중인 연합 함대를 향해 무턱대고 날아가면 그대로 박살 날 위험이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데스나이트가 방금 전에 노드를 대기권을 빠져나갔다.
그리고 아마도 지금, 아니 방금 전까지 노드 전역에 흩어져 있는 적의 기지에서도 사출기를 이용해 보급품이 실린 컨테이너를 사출했을 터.
그런데 모든 컨테이너가 같은 방향으로 날아가는 와중에 딱 하나만 다른 방향으로 날아가는 것이 호크의 눈에 띈다면?
‘생각할 것도 없어! 100% 요격당한다!’
그렇다면 차라리!
“사출기의 각도는 수정하지 말고 놔둬!”
“네? 하, 하지만 지금은…….”
“시간이 없다는 것쯤은 말하지 않아도 알겠지? 그러니 한 가지만 말해 두마. 그나마 살 수 있는 방법은 그것뿐이야!”
“윽! 윽! 윽!”
아크의 말에 토리가 괴상한 소리를 내며 조작기에서 손을 떼었다. 뭐랄까, 하고 싶은 말이 많은 표정이지만 지금은 햄스터의 기분까지 신경 써 줄 여유는 없었다.
1분1초! 그렇다. 지금은 진짜 1분1초가 아크 팀의 생사를 좌우하는 것이다.
“자, 모두 컨테이너 속으로!”
아크가 먼저 컨테이너 속으로 들어가며 소리쳤다.
그리고 그 뒤를 이어 정의남과 이슈람, 칼리, 유진, 아리온, 장보고, 아사드, 사다인, 히터, 발렌시아, 쿠라칸, 레인, 페핀, 그리고 마지막으로 토리까지 탑승 완료!
텅! 텅! 텅!
그리고 문을 닫아걸자 곧바로…….
“……응?”
아크가 갸웃거리며 토리를 돌아보았다.
“뭐야? 이거 왜 안 움직여? 토리, 제대로 발사 장치를 작동시키고 온 거야?”
“네? 아니…… 이거 수동인데요?”
“뭐?”
“형님도 봤잖아요. 크레인부터 발사 준비까지 일일이 제가 조작하는 거.”
“이 자식이 지금 장난하나? 그럼 진즉에 말을 해야지! 아니, 다 수동으로 조작해야 한다면서 그냥 너까지 컨테이너 속으로 들어와 버리면 어쩌자는 거야?”
아크가 와락 멱살을 움켜쥐자 토리가 세차게 머리를 흔들어대며 소리쳤다.
“혀, 형님이 말할 틈도 없이 팀원들을 몽땅 컨테이너에 태워 버렸잖아요! 그러니까 저도 탔죠! 아니, 저보고 작동시키라니요? 그건 저보고 죽으라는 말 아닙니까? 못 해요! 저는 못 합니다! 몇 번이나 말하지만 저는 인스턴트 같은 다른 팀원들과 달리 목숨이 하나밖에 없는 햄스터라고요! 저는 살 겁니다! 아니, 죽어도 혼자는 못 죽습니다!”
“이런 망할…….”
정말이지 확 패 버리고 싶다.
그러나 지금은 햄스터를 패는 시간도 아까운 상황.
그리고 아크 역시 토리가 죽는 건 곤란했다. 토리는 잊고 있는 모양이지만, 사실 토리 역시 부활시킬 수는 있다. 개척자가 아닌 NPC도 부활시킬 수 있는 영혼석이 있으니까.
그러나 그 영혼석!
‘비싸다고!’
어지간한 유저의 부활 비용보다 비싼 것이다.
아니, 가격을 떠나 차라리 다 같이 죽겠다며 버티는 토리를 강제로 쫓아내 봤자 사출기를 제대로 작동시킬 리가 없다.
토리 말대로 그냥 다 같이 죽는 것이다.
‘그럼 대체 누가…….’
이에 아크가 다급한 표정으로 팀원들을 둘러볼 때였다.
퍽-!
갑자기 아크의 명치에 박히는 주먹!
생각도 못했던 충격에 아크가 헛바람을 들이켜며 주저앉았다. 그리고 당황한 표정으로 고개를 들어 올리자 정의남이 씨익 웃으며 말했다.
“내가 하지.”
“네? 아, 아니, 말도 안 됩니다!”
“네! 형님을 남겨 두고 갈 바에는 차라리 제가!”
정의남의 말에 칼리와 아리온, 장보고, 유진이 펄쩍 뛰며 소리쳤다. 그러나 정의남은 단호한 표정으로 소리치며 컨테이너 밖으로 뛰어나갔다.
“됐다! 말리지 마라! 이곳에 남는 사람은 죽는다! 그걸 알면서도 다른 사람에게 미룰 수는 없어! 그리고 원래 이럴 때는 가장 연장자가 남아야 하는 법이다!”
그리고 씨익 웃으며 문을 닫았다.
“뒷일을 부탁한다!”
“혀, 형님-!”
이에 칼리 일당이 눈시울을 붉히며 울부짖었지만!
아크는 묻고 싶었다.
‘아니, 남겠다는 건 아무래도 상관없지만…….’
말해 두지만 아크는 말릴 생각 따위는 1도 없었다.
그리고 하나 더 말하자면 자신이 남고 싶은 생각 역시 0.1도 없었다. 누구라도 하겠다고 나서면 기꺼이 등을 떠밀어 줄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는 것이다.
‘그런데 느닷없이 내 명치는 왜 때리고 가냐고!’
그러나 잠시 후!
위이이이잉! 위이이이잉! 퍼펑-!
컨테이너가 흔들리더니 엄청난 속도로 튕겨 날아갔다.
컨테이너에 승객을 위한 안전장치 같은 것이 있을 리가 없었다. 말 그대로 그냥 쇠 상자! 덕분에 가속도에 의한 충격을 맨몸으로 받아 버린 아크는 엄청난 압력에 뒤로 튕겨 날아가 벽에 처박혔다. 그리고 그 위로 팀원들이 날아와 아크를 떡으로 만들었다.
그런 상태로 4분 가까이 날아가고 있을 때였다.
콰쾅! 콰콰콰콰-!
굉음과 함께 진동하는 컨테이너!
컴컴한 컨테이너에 처박혀 있지만 그 충격의 정체를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한계에 도달한 노드가 드디어 폭발해 버린 것이다.
“형님-!”
그리고 칼리 일당이 울부짖던 그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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