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76)
아크 더 레전드-76화(76/875)
[76] SPACE 1 히어로 메이킹 (1)번쩍! 번쩍! 번쩍!
구름처럼 몰려든 군중들 속에서 쉴새 없이 플레시가 터졌다.
100여 년 전, 생존을 위해 우주로 진출한 인류의 선택은 상상도 못했던 강대한 적과 마주하게 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인류와 비교할 수 없는 강인한 육체와 독자적인 과학 문명을 앞세워 은하계를 지배하려는 호전적인 전투 외계종족 라마였다.
필연적으로 이 두 종족의 전쟁이 시작되었고, 결과는 인류를 중심으로 한 은하연방의 참패였다. 그러나 천재 과학자 루시안이 이끄는 팀 오퍼레이션이 개발한 육체강화 기술인 신체 코팅으로 인류는 비로소 라마족과 대등한 전투력을 손에 넣게 되었고, 여기에 제 3외계종족 연합 아슐라트와 동맹을 맺어 역습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다.
그리고 수많은 영웅들의 희생을 대가로 마침내 길었던 전쟁을 종식시킬 수 있었다.
그러나 그게 평화를 뜻하는 게 아니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었다. 길었던 전쟁은 은하연방과 라마족이 결코 공존할 수 없는 종족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주었고, 숙명의 적으로서 언제든 필연적으로 충돌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두 종족 모두 알고 있었다.
일이 터진 것은 벨린 성좌였다.
오랫동안 불모지로 알려져 있던 벨린 성좌에서 차세대 과학기술의 핵심 재료로 주목받는 희귀 우주자원의 존재가 확인된 것이다. 이에 은하연방과 라마족은 우주자원을 독점하기 위해 군사력을 동원할 수밖에 없었고 자연스럽게 휴전협정은 파기되었다.
2차 우주전쟁의 서막이 열린 것이다.
1차 우주전쟁 시대와는 사정이 달랐다.
은하연방도 이제 갓 우주에 나온 무지한 종족이 아니다.
여러 외계종족과 교류하며 라마족과 은하계를 양분하는 세력으로 당당하게 자리잡은 종족이었다. 그러나 벨린 성좌에서 충돌이 시작되기 직전, 동맹이었던 제 3외계종족 연합 아슐라트가 내부 사정을 이유로 전장에서 이탈해버리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로 인해 벨린 성좌를 무대로 한 은하연방의 계획은 시작부터 큰 차질이 빗어지게 되었다.
그리고 전장에서 속속 전해지는 패전 소식!
그러나 은하연방의 숨통을 조이는 것은 그것만이 아니었다.
-은하연방 이대로 괜찮은가?
-아슐라트의 전장 이탈, 주먹구구식 외교의 한계를 드러내다!
-대안 없는 전쟁! 과욕이 부른 참사! 과연 이 전쟁에 희망은 있는가?
-연방군 지휘부의 독단과 무능함을 여실하게 드러내는 벨린 성좌 전장의 현실!
연일 연방정부에 집중포화를 쏟아 붓는 언론!
그런 언론에 이끌리듯 하루가 다르게 악화되어 가는 여론이었다.
밖에서는 라마족에게, 안으로는 여론의 몰매를 맞게 된 은하연방은 궁지에 몰려있었다.
전전긍긍하는 은하연방에 벨타나 혹성의 승전 소식이 전해진 게 그 무렵이었다.
그래서 낑낑거리던 연방정부의 관리들은 생각했다.
‘여론을 되돌릴 둘도 없는 기회다!’
……라고 말이다.
*****
쿠콰콰콰콰콰콰콰—!
굉음과 함께 붉은 섬광이 솟구쳐 올랐다.
그 붉은 섬광 속에서 녹아 내리는 거대한 기계는 기간틱. 오직 살육과 파괴만을 위해 개발된 최첨단 병기를 몸에 두르고 전장의 악마로 군림해온 살육기계였다. 그러나 그런 전장의 악마도 약점이 있었다. 바로 심장이나 다름없는 동력로였다.
게다가 기간틱의 동력로를 뒤흔드는 폭발의 발원지는 중갑전차의 핵융합 엔진!
기간틱의 강력한 실드도, 두터운 초합금장갑도 동력로를 보호해주지 못했다. 핵융합 엔진이 폭발한 곳은 기간틱의 내부. 동력로 바로 옆에서 소형 핵폭탄 급의 폭발이 일어난 것이다.
그 폭발은 단숨에 동력로를 증발시키고 내부에서부터 기간틱을 붕괴시켰다.
그리고 붉은 섬광이 기간틱의 배를 가르며 솟구쳐 올라왔을 때!
-기간틱을 파괴해 15,000의 승점을 획득했습니다!
“서, 성공이다!”
아크가 시커멓게 그을린 얼굴을 들어올리며 소리쳤다.
기간틱 파괴의 최고 공로자는 말할 것도 없이 핵융합 엔진을 동력로로 돌진시킨 아크였다. 물론 별동대-실버핸드와 친위대-와 공격대를 결성한 상태라 승점 역시 나누어졌지만 기간틱의 동력로에 치명타를 먹인 것은 거의 아크 혼자 이뤄낸 성과. 덕분에 기간틱 파괴의 승점 가운데 50%이상을 독식해 단숨에 15,000의 승점을 올린 것이다.
그것만이 아니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정신 없이 올라가는 레벨 업 메시지!
연방군이 쓰러뜨린 기간틱은 발렌시아와 기갑소대원들이 치명타를 먹였지만 그 전에 연방군의 집중공격을 받은 상태였다. 그러나 방금 전에 파괴된 기간틱은 다리에 구멍을 뚫은 것도, 핵융합 엔진으로 동력로를 날린 것도 거의 아크 혼자 한 일이었다.
당연히 승점처럼 경험치 역시 50%이상을 아크가 독식!
단숨에 레벨이 7이나 올라갔다.
“이럴 수가! 정말…….”
“해냈다! 정말 형님이 기간틱을 쓰러뜨렸어!”
“맙소사! 이건 기적이야! 형님이 기적을 일으켰어!”
“우와아아아아! 형님 만세!”
친위대원들이 환호성을 터뜨리며 아크에게 몰려들었다.
그런 친위대원들의 머리 위에도 십자 마크가 빙글빙글 회전하고 있었다. 기간틱이 파괴되자 아크와 공격대 상태인 친위대원과 실버핸드에게도 경험치가 주어져 레벨이 올라간 것이다.
보통 유저라면 승리에 한껏 취해 날뛰기 바빴겠지만!
아크는 보통 유저가 아니었다.
“정신 차려! 이럴 때가 아니잖아!”
아크가 와락 고개를 들어올리며 소리쳤다.
그러자 우르르 몰려들었던 친위대원들도 퍼뜩 정신을 차린 표정으로 고개를 들어올렸다.
“형님 말이 맞아! 아직 전쟁이 끝난 건 아니야!”
“아직 라마군 잔당이 기지 곳곳에 남아있다. 마음을 놓아서는 안 돼!”
“연방군과 힘을 합쳐 놈들을 정리하자!”
“그게 아니야!”
“네? 그게 아니라니요?”
아크의 고함에 대원들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멍청이들, 여기가 어딘지 모르는 거냐? 아까는 페어리와 스타게이트의 파괴가 더 급해서 그냥 넘어갔었지만 여기는 라마족 중앙기지라고! 거기에 라마족 병사의 시체와 기간틱의 잔해도 널려있잖아. 그 잔해 속에 쓸만한 물건 몇 개쯤은 있을 거 아니야? 어차피 라마족이 전멸하면 임자 없는 물건. 먼저 줍는 사람이 임자잖아!”
아크가 번뜩이는 눈으로 주위를 훑으며 소리쳤다.
“기회는 지금이다! 뒤져! 가방에 넣을 수 있는 건 집히는 대로 몽땅 챙겨라!”
별동대를 조직해 갖은 고생 끝에 라마족의 페어리와 스타게이트를 파괴했다. 그 뒤에도 기간틱에게 쫓기며 몇 번이나 죽을 위기에 처했다가 이제야 겨우 한숨 돌릴 수 있게 되었다.
그 폭발에서 간신히 빠져나온 아크가 가장 먼저 부르짖는 게 전리품 수거인 것이다.
“뭐랄까…… 역시 난놈이로군.”
전리품 수거가 전문인 헥스마저 질렸다는 표정을 떠올렸다.
그러나 틀린 말은 아니었다. 아직 연방군은 사령관 하만의 지휘를 받으며 라마군 잔당 처리에 여념이 없었다. 잔당처리가 끝나면 수백의 연방군도 곧 전리품 수거에 나서리라.
그러니 별동대가 알짜배기 전리품을 챙길 기회는 지금뿐!
“아크의 말대로 다!”
가장 먼저 반응한 것은 역시 헥스였다.
“다른 것도 아니고 전리품 수거 경쟁에서 남들에게 밀리는 것은 실버핸드 스케빈저의 수치! 스케빈저는 곧바로 2개조로 나뉘어 1조는 친위대와 함께 라마족 중앙기지의 잔해를, 2조는 기간틱의 잔해를 중심으로 외부 전장의 전리품 수거에 집중한다. 잊지 마라. 우리는 용병, 명예보다는 실리다. 전리품 수거도 우리에게는 전투. 우리의 전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우와아아아아아!”
헥스의 명령에 별동대가 함성을 터뜨리며 사방으로 흩어졌다.
그리고 연방군이 여기저기에서 산발적인 총격전을 벌이고 있을 때…….
“중앙기지 속에서 보급품 창고로 보이는 장소를 발견했습니다!”
“당장 잔해를 걷어내고 전리품을 인양하라!”
“오오, 잔해 속에 상당한 양의 보급품이 남아있습니다. 쓸만한 게 꽤 많습니다!”
“눈치 볼 것 없다! 눈에 보이는 건 모조리 쓸어 담아!”
“기간틱의 잔해에서도 재활용 가능한 라마금속과 반도체를 다량 발견했습니다!”
“챙겨! 챙겨! 챙겨! 몽땅 챙겨!”
헥스의 지휘 아래 별동대는 닥치는 대로 전리품을 쓸어 담았다.
전장이 완전히 정리된 건 그로부터 1시간 뒤였다. 마지막까지 저항하던 라마군 잔당을 처리한 연방군도 전리품 수거를 시작했지만 이미 별동대가 한차례 쓸고 지나간 뒤.
전장에 남아있는 것은 가방이 꽉 찬 별동대가 남겨둔 찌꺼기뿐이었다.
뭐 그 중에도 간간이 쓸만한 전리품이 발견되어 아크를 속 쓰리게 만들었지만.
“뭐 그 정도는 서비스하는 셈치지. 연방군도 나름 고생했으니까.”
마치 선심 쓰듯 중얼거리는 아크였다.
그리고 선심(?)을 베푼 연방군과 함께 연방군 기지로 귀환.
-현재의 신체정보가 페어리에 등록되었습니다.
《사망할 경우에도 현재 등록된 캐릭터 레벨과 스킬, 님프의 정보가 유지됩니다.》
페어리 등록으로 마침내 길었던 여정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었다.
지난 보름동안 피나는 노력 끝에 얻은 결과물이 이제야 온전히 아크의 것이 된 것이다.
“더 바랄 수 없을 정도로 최상의 결과다.”
순간 아크의 눈앞에 지난 두 달의 기억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사악한 햄스터에게 속아 어이없이 범죄자가 되어 벨타나에 강제징용 된 지 두 달.
영하 50도의 추위와 굶주림에 시달리다가 삽질로 겨우 굶어죽을 위기를 벗어나고 따르는 죄수들을 조직화했다. 그러나 이런 아크의 노력은 엉뚱하게 기갑 1소대장 발렌시아의 비위를 거슬리게 만들어 갖은 괴롭힘을 당하는 결과를 낳았다. 그리고 보름 전에는 발렌시아의 방해로 낙오병이 되어 적지에 버려지기까지 했었다.
‘하지만 나는 죽지 않았다.’
절망의 구렁텅이-실제로 수 킬로미터나 되는 크레바스로 떨어졌었다-에서 꾸역꾸역 기어올라왔다. 그리고 연방군보다 먼저 라마족 중앙기지를 급습해 페어리와 스타게이트를 폭파하고, 방금 전에는 기간틱까지 해치운 것이다. 그로 인해 얻은 승점이 20,000.
이전까지 얻은 공적치를 합하면 무려 22,000이다.
의심할 여지도 없이 벨타나의 모든 연방군 가운데 최고 공적치이리라.
덤으로 그동안 사사건건 아크를 갈궈대던 발렌시아에게 제대로 한 방 먹여주었다. 그리고 전장의 전리품까지 거의 독식하다시피 했다. 아크 말대로 더 바랄 수 없을 정도의 결과!
그러나 이 전쟁으로 아크가 얻은 가장 큰 것은 따로 있었다.
‘왜 이렇게 일이 꼬이지?’
그동안 아크는 약간 의기소침해있었다.
R-14에서부터 벨타나까지, 나름 열심히 한다고 했는데도 결과가 안 좋을 때가 많았다.
사악한 햄스터에게 속아 범죄자가 된 것도, 발렌시아에게 당해 낙오병이 된 것도 그런 일 가운데 하나였다. 그건 단순히 운이 따라주지 않아서가 아니었다. 그런 문제가 생길지도 모른다는 것을 사전에 알아채지 못한 아크의 실수. 이전이라면 하지 않았을 실수였다.
‘대체 왜 이러지? 뭐 이전에도 실수를 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잖아. 뻔히 보이는 실수를 몇 번이나 반복하다니, 이건 나답지 않아. 완전히 바보가 돼버린 느낌이라고. 이제 20대 중반이니 나이 탓이라고 하기도 뭐하고…… 정말 돌아버리겠군.’
갤럭시안을 시작한 이후 아크를 내내 답답하게 만들던 게 바로 이것이었다.
예전 같지 않다는 불안감.
그러나 이번 승전으로 그런 불안감을 말끔히 털어 낼 수 있었다.
낙오병이 된 이후부터 지금까지, 피라미드에서 살아남고 라마족의 추격을 따돌리고, 별동대를 조직해 승점과 전리품을 독식하게 된 것은 100% 아크가 만들어낸 결과였다.
그러나 이번만큼은 결과보다 과정이 더 중요했다.
절망적인 상황을 몇 번이나 겪으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마침내 연방군 최고 승점자가 되기까지의 과정! 그 과정을 통해 아크는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것을 되찾은 것이다.
‘그래, 나는 아크다. 전설의 게이머 아크. 그게 나야!’
바로 자신감!
‘지금까지는 예행 연습에 불과했어. 게임은 이제부터다. 루시퍼 자식, 날 이 게임에 끌어들인 게 얼마나 큰 실수였는지 깨닫게 해주마. 바로 나, 아크가!’
그렇게 아크가 자신감을 되찾은 그 순간!
“모두 꼼짝 마라!”
위협적인 목소리가 광장을 흔들었다.
그와 함께 수십 명의 병사가 몰려와 아크와 별동대를 포위했다.
“에? 뭐, 뭐야? 이것들이 미쳤나? 왜 이래?”
생각지도 못했던 상황에 대원들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두리번거릴 때였다.
병사들 사이에서 은발의 중년인이 걸어나왔다. 벨타나 연방군 사령관 하만이었다. 하만은 당혹스러운 표정의 대원들을 주욱 둘러보다가 아크에게 시선을 돌리며 입을 열었다.
“아크, 그리고 죄수 부대 소속의 멜린 이하 10명. 너희들을 무단탈영과 작전 도중 무단 이탈, 명령 불복종의 혐의로 체포한다. 모두 무장을 해제하도록.”
하만의 말에 별동대원들이 벙찐 표정을 떠올렸다.
“그게 무슨 웃기지도 않은 소리요!”
그때 클렘이 성큼 앞으로 나서며 거친 목소리로 소리쳤다.
“무단탈영? 명령 불복종? 하만 사령관, 미친 것 아니오? 아크는…….”
“닥치시오!”
하만이 팩 고개를 돌리며 클렘을 노려보았다.
“당신이 지금 죄수 부대원 따위를 변호할 입장이라고 생각하시오? 당신과 실버핸드가 지휘부의 허가 없이 죄수 부대원을 데리고 작전 지역을 이탈했다는 것을 알고 있소. 설사 용병부대라 해도 전선에 배치되면 지휘관의 명령을 받아야하는 병사. 그리고 상명하복(上命下服)은 전장에서 무엇보다 우선하는 철칙이오. 군법이 있기에 군대가 유지되는 법. 그런 철칙을 어기고도 유야무야 넘길 수 있을 정도로 연방군대는 만만한 곳이 아니오. 알겠소? 정부의 의뢰를 받은 용병부대라 당장 체포하지는 않겠지만 군법 집행을 방해한다면 함께 체포하겠소. 뭐 지금이 아니라도 실버핸드 역시 그만한 대가를 치러야하겠지만.”
하만이 코웃음을 치며 고개를 돌렸다.
“할 말 있는가?”
그때까지 아크는 마치 자신과는 상관없는 일인 양 혼자만의 생각에 잠겨있었다.
그러다가 하만의 질문을 받고 나서야 정신이 든 듯 고개를 들어올렸다.
잠시 하만을 바라보던 아크가 입 끝을 치켜올리며 말했다.
“후회하게 되실 텐 데요?”
“웃기는군.”
하만이 같잖다는 듯이 쏘아붙이며 몸을 돌렸다.
“모두 연행해라.”
“정말 후회하게 될 텐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