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760)
아크 더 레전드-760화(760/875)
[760] space 4. 영웅이 되는 법 (3)“……이거지.”
아크가 씨익 웃으며 크루저를 바라보았다.
아크는 이미 알고 있었다. 말했듯이 노드가 폭발하는 와중에도 적군이 컨테이너를 날린 이유는 회수하기 위한 것.
이미 30여 분 전에 컨테이너를 나온 아크 일행이 다시 컨테이너를 원상태로 만들어 놓고 숲에 숨어 있던 이유가 그 때문이었다.
‘다른 것도 아니고 컨테이너다. 그냥 병사 몇 명이 돌아다니며 회수할 수 있는 게 아니야. 분명 상당한 양의 화물을 실을 수 있는 회수선이 동원되겠지.’
그 회수선을 탈취하기 위해!
‘그리고…….’
“어이! 아크, 이리 와 봐!”
그때 크루저 뒤에서 장보고의 고함이 들려왔다.
이에 뒤로 돌아간 아크의 입이 쩍 벌어졌다. 그리고 뒤따라온 팀원들의 입도 아크 못지않게 쩍 벌어졌다.
그들이 입을 쩍쩍 벌리며 바라보는 것은 크루저의 화물칸!
아니, 화물칸에 수북이 쌓여 있는 상자였다.
“탄약이다! 오오! 철갑탄! 세라믹 탄! 화염탄! 전격탄!”
“수류탄! 포탄! 없는 게 없어!”
“무기도 있어! 이봐! 권총부터 중기관총까지! 다 있어!”
그 상자 속에서 꽉꽉 채워져 있는 각종 무기와 탄약! 말할 것도 없이 노드에서 날린 컨테이너 속에 채워져 있던 군수품이었으리라.
“일단 비싸 보이는 것부터 챙겨!”
-<총기 : K-180 복합형 소총>을 획득했습니다!
-<화기 : R-6700W 대전차 런처>를 획득했습니다!
-<장검 : 육박 강하병 특수 세라믹 장검>을 획득했습니다!
-백팩에 여유 공간이 없습니다!
그리하여 처묵처묵!
노드에서의 전투로 빈곤해졌던 아크 일행의 백팩은 신의 군대표 아이템으로 순식간에 꽉 채워졌다. 당연히 부족했던 탄약 문제도 해결!
“다음은…….”
그 탄약을 사용할 장소!
바로 신의 군대 대장이 있는 사령부의 위치다.
그러나 그 역시 방금 전에 손에 넣은 크루저로 간단하게 해결되었다.
크루저는 아도니스에서 활동하는 적의 회수선. 그리고 이런 회수선에는 GPS가 내장된 내비게이션이 기본인 것이다.
아크가 크루저를 습격할 때 운전석부터 점거한 이유가 바로 그 때문이었다.
기장이 크루저의 시동을 끄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물론 그래도 ‘해킹’으로 시스템을 장악하면 시동도 다시 켤 수 있겠지만 보안 장치의 레벨을 확인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무턱대고 ‘해킹’만 믿고 있을 수는 없었다.
그리고 뭣보다 이곳은 적지 한복판!
만의 하나라도 아크 일행의 존재가 적에게 알려져서는 안 된다. 따라서 통신을 차단하는 것이 최우선. 그게 가장 먼저 기장이 면상이 뭉개져야 하는 이유였다.
덕분에 아직 크루저의 시동이 켜져 있는 상태!
게다가 크루저의 내비게이션은 어느 회사의 로고처럼 ‘직관적인’ 인터페이스라 조작하기까지 쉬웠다.
그리하여 바로 목적지 파악 완료!
-중앙 사령부 : EN 208Km
‘멀지 않다!’
이 역시 어느 정도는 예상하고 있었다.
회수할 컨테이너니 기지 근처로 보내는 것이 당연!
아니, 본래 아마도 목적지는 이보다 더 가까운, 기지 바로 앞 같은 곳이었으리라. 그러나 붕괴 상태로 돌입한 노드가 지진을 일으키는 중이라 사출기의 각도도 고정되지 않아 기지 주위에 흩어져 버린 것이겠지만.
“가깝군. 가까워.”
“후후후! 여기에 적의 대장이 있다 그거지?”
“이제 확 쳐들어가 그놈을 때려잡고 돌아갈 수 있다면…….”
“영웅이지! 출발할 때는 특공대였지만 돌아갈 때는 영웅으로 돌아가는 거야!”
그리고 이미 백팩에 아이템을 꽉꽉 눌러 담아 몸도 마음도 풍요로워진 팀원들은 의욕이 넘치다 못해 폭발하기 일보 직전이었다.
“말도 안 돼! 이건 미친 짓이야! 영웅은 무슨 얼어 죽을 영웅이냐고! 빨리 뒈지는 놈들은 다 그런 헛소리를 하다가 죽는 거라고, 이 멍청이들아! 진짜 영웅이 뭔지 알아? 똥 밭에 굴러도 마지막까지 살아남는 사람이 진짜 영웅이야!”
뭐 토리는 여전히 머리를 쥐어뜯으며 소리치고 있었지만, 그런 햄스터의 말은 특공대의 결정에 15분의 1, 아니 150분의 1의 영향력도 없었다.
“자, 출발이다!”
쿠쿠쿠쿠! 쿠쿠쿠쿠!
그리하여 크루저는 굉음을 일으키며 출발!
“정의남 형님의 숭고한 희생을 헛되이 할 수는 없다! 형님, 하늘에서 지켜봐 주십시오! 저희가 형님의 뜻을 이어받아 이 전쟁을 끝내는 것을! 형님-!”
그리고 크루저에서 터져 나오는 칼리 일당의 목소리!
그러나 칼리 일당은 모르고 있었다. 그들의 바람과 달리 정의남은 하늘에서 지켜보는 재주도 없었고, 그런 상황도 아니라는 것을.
왜냐하면 그때 정의남은…….
* * *
“정도라는 게 있어야죠!”
“……죄송합니다.”
납작 엎드리며 대답하는 사람은 정의남, 아니 권화랑이었다. 그리고 그 앞에서 기세등등한 표정으로 그를 째리는 사람은 다름 아닌 박소미!
현우의 어머니이자 권화랑의 하나(?)뿐인 아내였다.
“설마 약속을 잊은 건 아니겠죠?”
“아, 아닙니다!”
“그래요? 그럼 화랑 씨가 직접 한번 말해 보세요.”
“네? 아니, 그건 좀…….”
권화랑이 곤혹스러운 표정으로 머뭇거렸다.
그러나 박소미가 슬쩍 미간을 찌푸리자 흠칫하며 얼른 입을 열었다.
“네, 아기 목욕은 꼭 제가 시키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하루에 최소 1시간 이상은 아기와 놀아 주기! 아기 마사지해 주기! 이상 세 가지입니다!”
“제가 시켰나요?”
“아닙니다! 제가 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지킨 약속이 있나요?”
“아갸!”
박소미의 품에 안긴 아기가 엄마를 따라 하듯이 귀엽게 미간을 찌푸리며 옹알이를 했다.
이 아기의 이름은 권다미. 생후 40일가량 된 권화랑의 금지옥엽이었다. 박소미에 이어 다미까지 나서서 꾸짖자(?) 정의남은 다시 쪼그라들었다.
“그, 그게…….”
그리고 덩치에 안 맞게 손가락을 조물락거리며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우주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돌아다니다 보니 나도 모르게…….”
그러나 박소미가 미간을 찡그리자 움찔하며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한숨을 불어 내며 다시 머리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잠시 권화랑을 바라보던 박소미가 빙긋 웃으며 말했다.
“반성하고 있으면 됐어요. 저도 화랑 씨가 그냥 노는 기분으로 갤럭시안이라는 게임을 시작한 건 아니라는 것도 알고 있고요. 잘 알지도 못하는 내가 참견할 생각은 없어요.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고 바가지를 긁을 생각도 없고요. 하지만 뭐든 정도라는 게 있잖아요. 우주의 평화도 좋지만 가정의 평화도 좀 지켜 달라는 말이에요. 아기가 태어난 뒤로 내내 갤럭시안만 하고 있잖아요. 이러다가 정말 다미가 아버지 얼굴도 기억하지 못하겠어요.”
권화랑이 무안한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였다.
“미안하오. 할 말이 없소.”
“내가 아니라 다미에게 미안해야 하는 거죠.”
“음, 미안하다, 다미야.”
“아갸!”
다미가 다시 옹알이를 하며 팩 고개를 돌렸다.
그런 딸의 태도에 권화랑이 울상을 짓자 박소미가 소리 내어 웃었다.
“호호호, 거 봐요. 아무리 우주의 평화를 지켜도 딸은 자기와 놀아 주는 아버지를 더 좋아한다고요. 그러니 이번에는 다미와 제대로 놀아 주는 거예요? 약속했죠? 내일 하루는 무슨 일이 있어도 다미와 함께 지내겠다고?”
“물론이오!”
권화랑이 얼른 고개를 끄덕였다.
“내일은 하늘이 무너져도 24시간 내내 다미와 꼭 붙어 있겠소! 당신은 아무 걱정 하지 마시오! 아니, 다미를 보느라 한동안 외출도 못 했으니 내일은 당신도 좋은데 가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시오! 청소고 빨래고 설거지고 내가 다 해 놓을 테니까!”
“하아, 정말 당신은 아무것도 모르네요.”
“어? 무, 무슨? 내가 또 뭐 잘못하기라도 한 거요?”
박소미가 한숨을 불어 내자 권화랑이 불안한 표정으로 떠듬거렸다. 그러자 박소미가 다미를 안은 채 꿇어앉아 있는 권화랑의 무릎에 앉으며 배시시 웃었다.
“저한테 가장 즐거운 시간은 이렇게 당신과 다미하고 함께 있는 거라고요.”
“어? 흠! 어…….”
당황한 표정을 짓던 권화랑이 얼굴을 붉히며 대답했다.
“……나도요.”
“우에엥!”
다미는 울었다.
이게 바로 권화랑이 노드에서 스스로 죽음을 택한 이유!
우주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싸우는 전사라도 가정에 소홀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딸이 울어 버리니까 말이다!
SPACE 5. 기습! (1)
완만한 경사를 이루고 있는 둔덕.
그 둔덕 위, 어둠에 물든 수풀 속에 한 무리의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아크와 이슈람, 그리고 칼리 등의 팀원들이었다.
“어떤 것 같아요?”
아크가 이슈람을 돌아보며 물었다.
“음, 좋은데?”
이슈람이 손가락으로 고글을 툭툭 치며 히죽 웃었다.
그 고글 역시 크루저에서 얻은 것이었다. 화물칸에 쌓여 있던 상자는 종류 별로 탄환이나 아머, 총, 검 모양의 문장이 새겨져 있었는데 그 문장 뒤에 ‘+’가 붙어 있는 것이 있었다. 이 상자 속에 들어 있는 아이템은 무려 매직 템!
당연히 아크 일행이 가장 먼저 처묵처묵 한 것도 ‘+’가 붙어 있는 상자의 아이템이었다. 그리고 백팩을 만땅으로 채우고도 꽤 남아 하나라도 더 챙기기 위해 일단 몸에 장비할 수 있는 아이템은 모두 부착하고 있었다.
이 고글도 그중 하나!
비전 고글(매직)
아이템 타입 : 시야 보조 장비 착용 제한 : 레벨 200
적외선 스코프는 밤에도 뚜렷하게 사물을 분간할 수 있게 해 주는 장비입니다. 또한 생명체 탐지 기능이 탑재되어 적으로 인식한 생명체의 전투 능력도 확인할 수 있는 개척자의 표준 장비품입니다. 그러나 비전 고글은 이를 개량한 숙련가용으로 시야를 최대 ×12까지 확대할 수 있는 줌 기능과 함정 따위를 발견할 확률을 상승시켜 주는 센서가 추가되어 있습니다.
《+야간 시야, +적 레벨 확인, +×12의 줌 기능, +함정 발견 확률 20% 상승》
말하자면 ‘적외선 스코프’의 확장판!
‘적외선 스코프’의 기본 기능에 망원경과 함정 발견 확률 상승 효과가 추가된 아이템이었다.
당연히 좋다. 공짜니까 더 좋다. 그러나!
“그런 질문이 아니잖아요! 저거 말이에요, 저거. 형님이 보시기에 어때 보이냐고요?”
아크가 가리키고 있는 것은 약 1킬로미터 떨어진 지점.
마치 빌딩을 여러 개 붙여 놓은 형태의 커다란 구조물을 중심으로 크고 작은 빛이 넓은 지역에 퍼져 있었다.
말할 것도 없이 신의 군대의 기지였다. 그것도 그냥 평범한 기지가 아니었다. 사령부! 적의 대장이 있는 기지였다.
아크가 이슈람에 질문한 이유가 그것이다.
이번 아크 일행의 작전 목표는 기지로 잠입해 적의 대장을 처리하는 것. 그리고 이슈람은 이런 잠입 작전에 있어서는 팀원 중 누구도 따라올 수 있는 경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아니, 갤럭시안을 통틀어도 그만한 경력을 가진 유저는 많지 않으리라.
“글쎄다. 이 거리에서 봐서는…….”
그 이슈람이 입맛을 다시며 머리를 긁적였다.
“규모에 비하면 병력이 많아 보이지는 않아. 그리고 구조도 사령부라기보다는 보급 거점에 가까운 형태로군. 뭐 이건 위장일지도 모르지. 전장이나 다름없는 곳에서 사령부 티를 팍팍 낼 수는 없으니까. 문제는 기지 분위기다. 경계가 예상외로 삼엄한 것 같아. 마치 비상경계령이 떨어진 것 같은 느낌이랄까? 그런 건 그냥 전체적인 기지의 분위기만 봐도 어느 정도 알 수 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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