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761)
아크 더 레전드-761화(761/875)
[761] space 5. 기습! (2)“그렇겠죠.”
아크가 한숨을 불어 내며 끄덕였다.
그건 몇 시간 전에 위성이 폭파됐기 때문이다.
우주는 물론 지상까지, 물샐 틈 없는 레이더망이 깔려 있는 위성을 적군이 잠입해 폭파시켰다. 그리고 아도니스는 위성에서 불과 20여 만 킬로미터밖에 떨어지지 않은 혹성. 경계수위를 높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이슈람은 딱히 긴장하는 표정은 아니었다.
“어차피 여기서 뚫어지게 쳐다봐도 내부 사정은 들어가 보지 않으면 몰라. 그냥 보고, 분석하고, 작전을 세우는 것만으로 임무를 성공할 수 있다면 특수부대가 왜 죽어라 훈련을 받겠냐? 결국 작전의 성패는 특수부대의 상황 대처 능력에 달려 있는 거야. 그러니까 중요한 것은 GTGT다.”
이슈람이 히죽 웃으며 말했다.
GTGT, 그때그때 알아서 하는 작전이라는 말이다.
물론 대한민국 국방부가 정식으로 인정하는 작전은 아니었다. 그냥 이슈람과 정의남이 장난으로―정작 둘은 장난으로 생각하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만든 작전이었다.
그리고 확실히 GTGT도 어느 정도 필요하기는 하겠지만 아크는 그런 야매 작전에 전적으로 목숨을 맡기고 깊은 생각이 없었다. 당연히, 작전은 구상해 두었다.
이제 남은 것을 실행하는 것뿐!
“준비되셨어요?”
“상시전장常時戰場! 그건 나를 두고 하는 말이지.”
이슈람이 위장 크림이 듬뿍 묻은 손으로 얼굴을 스윽 문지르며 씨익 웃었다.
이건 노드에서처럼 그냥 진흙이 아니다. 이 역시 크루저의 화물칸에서 찾은 진짜 위장 크림! 말하자면 정품이다.
-위장 크림을 발랐습니다!
《은폐 엄폐를 할 경우, 위장 크림을 도포하는 범위에 따라 적에게 발각될 확률을 추가로 10~20%만큼 감소시켜 줍니다.》
당연히 효과도 탁월!
이래서 뭐든 정품을 애용해야 하는 것이다.
이에 아크도 위장 크림을 꼼꼼히 바른 뒤에 팀원들을 돌아보았다.
“나머지 일은 너희들에게 맡기겠다.”
이번 임무의 핵심은 사령부에 잠입해 대장을 처리하는 것!
이건 인원이 많다고 되는 일이 아니었다. 어차피 중과부적. 발각되어 교전이 벌어지면 이미 그 시점에서 작전은 실패했다고 봐야 한다.
그러니 이 임무는 인원이 적을수록 성공률이 높다.
그러나 경우에 따라서는 적을 신속하게 처리해야 할 필요도 있으니 그만한 실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일행 중 그에 적합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둘, 아크와 이슈람이었다.
물론 실력만 놓고 보면 칼리 일당도 못지않지만, 그들은 따로 할 일이 있었다.
“걱정하지 마라.”
칼리가 결연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이런 건 해적의 특기니까. 그리고 말했듯이 지금 내 목숨은 정의남 형님의 희생으로 얻은, 여벌의 목숨이다. 돌아가신 형님을 위해서라도 맡은 일은 죽을 각오로 성공시키겠다.”
“아주 충신 나셨군.”
이슈람이 같잖은 표정으로 비아냥댔지만 칼리 일행은 진지했다. 그리고 뭐, 아크 입장에서는 칼리가 저렇게 진지하게 작전에 임해 주기만 한다면 사이비를 믿든 다단계를 하든 딱히 상관하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게다가…….’
시간도 넉넉하지는 않았다.
아크 일행이 크루저를 타고 출발한 직후부터 밤하늘에서는 무수한 섬광이 번뜩이기 시작했다. 연합 함대와 신의 군대 함대의 전투가 다시 재개된 것이다.
물론 그건 우주의 일이지만, 전황에 따라 적 사령부의 상황이 어떤 식으로 변할지 예상하기 힘들다. 그리고 잠입 임무에서 그런 불확실 요소는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이다.
그러니 전장의 상황이 이곳까지 영향을 미치기 전에 임무를 끝내는 것이 최선이다.
“형님, 가죠.”
그리하여 아크는 바로 작전 개시!
팀원들과 떨어진 아크는 이슈람과 함께 수풀을 헤치며 기지로 접근했다.
그렇게 잠시, 기지에 접근한 아크와 이슈람의 앞에 벽이 나타났다. 역시 사령부라 그런지 기지 주위에는 10여 미터나 되는 높이의 펜스가 둘러쳐져 있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펜스보다 그 위!
“아크, 확인했냐?”
“네, 적외선 감지기예요.”
아크가 펜스 위를 바라보며 끄덕였다.
‘비전 고글’을 통해 바라보는 펜스 위에는 붉은 광사光絲가 복잡하게 얽혀 있었다. 당연히 그 빛을 건드리면 기지 전체에 비상이 걸리리라.
‘워리어의 도약이라면 이 정도 높이도 뛰어넘을 수 있겠지만.’
‘도약’은 충격파를 동반한다.
그것도 뛸 때와 착지할 때, 두 번이나! 경계 모드로 돌입한 기지에서 그런 충격파를 펑펑 뿜어내는 것은 침입자가 있다고 광고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뭐랄까, 새삼스럽지만 컴뱃 폼 워리어의 스킬은 그저 상대를 때려죽이는 것 목적 외에는 아무것도 고려하지 않은 스킬인 것이다.
“따라와라.”
그러나 이슈람에게 망설임 따위는 없었다.
그와 동시에 이슈람의 허리에서 뻗어 나가는 와이어―이것도 크루저의 화물칸에서 찾은 것이다―! 와이어가 펜스 끝에 박히자 이슈람은 그대로 벽을 타고 뛰어올라 갔다.
그리고 끝 부분에서 몸을 회전시키며 단숨에 적외선 감지기를 뛰어넘었다.
-할 수 있겠냐?
님프로 이슈람의 목소리가 들려온 것은 그다음이었다.
“나를 누구라고 생각하는 거예요?”
아크가 씨익 웃으며 대답했다.
그리고 바로 허리에서 쏘아져 날아가는 와이어! 아크도 이슈람과 똑같이 벽을 타고 뛰어올라 가다가 펜스 끝의 모서리를 밟고 몸을 회전시키며 감지기를 넘어 들어갔다. 그리고 고양이처럼 민첩하게 착지하며 이슈람을 돌아보았다.
“이 정도는 껌이죠.”
“쳇, 하나쯤은 걸릴 줄 알았는데 말이야.”
“그럼 작전 실패인데요?”
“그건 곤란하지만.”
……라고 말하면서도!
도도도도! 사삭! 도도도도! 사삭!
아크와 이슈람은 몸을 낮게 숙이고 빠른 속도로 움직이고 있었다. 그리고 지면을 훑듯이 움직이는 서치라이트의 빛과 병사들의 시선을 피하여 곳곳에 쌓여 있는 컨테이너나 건물의 벽에 몸을 숨기고 신중하게, 그러나 빠르게 본관을 향해 다가갔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본관의 한쪽 구석이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본관의 정문에는 수십 명의 병사가 보초를 서고 있었기 때문이다. 당연히 그곳으로 뚫고 들어가기는 무리. 그러나 이만한 크기의 건물에 입구가 정문밖에 없을 리가 없었다.
이에 본관의 벽을 따라 이동하니 아니나 다를까, 멀지 않은 곳에 작은 문이 있었다. 물론 그 문에도 경비를 서는 병사는 있었다.
‘하지만 좌우에 둘!’
“항상 생각하는 거지만 참 이해되지 않는 일이야.”
그때 이슈람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침입자가 당당하게 정문으로 들어올 리가 없잖아. 그런데도 어디든 가 보면 정문 주위에만 경비가 잔뜩 모아놓는다는 말이지. 심지어 영화 같은 걸 보면 ‘쥐 새끼 한 마리 못 들어옵니다.’라고 말하면서도 아예 뒷문은 텅텅 비어 있어요. 대체 무슨 자신감인지.”
“나 참, 아까부터 뭐가 그리 불만이 많아요? 적외선 감지기에 걸릴 줄 알았다는 둥, 옆문의 경계가 허술한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둥, 성공하기 싫어요?”
“누가 그렇대? 그냥 그렇다는 거지.”
이슈람이 입술을 삐죽였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갑자기 울컥한 표정이 되었다.
“가만? 그러고 보니 내가 왜 변명을 하고 있는 거야? 하, 이거 웃기네. 아크 너, 많이 컸다? 가만 보니 완전히 간덩이가 배 밖으로 나와 춤을 추네. 요즘 밖에서 만날 일이 적어져서 잊고 있는 모양인데, 가장 싫은 자살 방법 1위가 나에게 엉기는 거야. 그게 무슨 뜻인지 한번 몸으로 경험해 볼래? 보통은 유료지만 넌 내 제자니까 특별히 무료로 해 줄게.”
이슈람이 이런 식으로 나오면 아크라도 움찔할 수밖에 없다.
“엉기긴 누가 엉겼다고 그래요?”
아크가 슬쩍 시선을 피하며 경비병을 돌아보았다.
“그런 서비스는 저 녀석들에게나 해 주라고요.”
“뭐 그럴 생각이다만, 좋아. 특별 체험 기회는 이제부터 하는 걸 봐서 생각해 보지. 발목 잡으면 뒈진다? GO!”
이슈람이 확 모퉁이를 돌아 뛰어나갔다.
“……어?”
“넌 일단 패스!”
그리고 움찔하며 돌아보는 경비병을 뛰어넘어 뒤에 있는 놈의 안면에 니킥! 이어 착지와 동시에 튕겨 날아가는 경비병의 턱에 연이어 킥! 킥! 킥!
“에이, 진짜! 말 좀 하고 움직이라고요!”
덕분에 아크도 황급히 뒤따라 뛰어나올 수밖에 없었다.
이게 무슨 협동 작전이냐고 말하고 싶었지만, 좀 더 가까운 위치의 적을 패스하고 뒤에 있는 경비병의 안면을 함몰시킨 것은 이슈람 나름의 배려였다.
그리고 여기에 하나 더, 남겨진 경비병 1명쯤은 아크 혼자서도 충분히 처리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부분에 대해 말하자면, 정답이었다.
“무, 무슨…….”
콰직-!
당황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리는 경비병의 안면에 박히는 니킥! 이어 착지와 동시에 튕겨 날아가는 경비병의 턱에 연이어 킥! 킥! 킥!
이슈람과 똑같은 발 차기로 경비병의 턱이 벌어질 틈도 없이 올려 차는 사람은 아크!
당연하다. 그 발 차기는 이슈람에게 배운 것이니까. 한때 매일 피를 토하며! 한동안 쓸 일이 없어 확실히 이전만큼 예리하지는 못하지만 피를 토하며 익힌 기술은 아직 아크의 몸에 고스란히 남아 있는 것이다.
그리고…….
무투가의 신발(레어)
아이템 타입 : 라이트 아머(신발) 착용 제한 : 레벨 200
방어력 : 70 내구도 : 80/80
한때 피스트 공방에서 개발을 진행하던 신발입니다.
피스트 공방은 대대로 무투가용 장비품을 개발해 온 공방으로 지금까지도 그 분야에 있어서는 독보적인 기술력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받는 공방이었습니다.
그러나 과학 기술의 발달로 보다 뛰어난 무기가 보급되어 정작 장비품을 사용할 무투가의 수가 급격히 줄어들었습니다. 그럼에도 피스트는 끝까지 무투가 전용 장비품에 집착하다가 결국 파산하고 말았습니다.
이에 무투가의 신발 설계도는 자본주의의 앞잡이 같은 햄스터에게 넘어갔지만, 당신은 우연히 이 설계도를 손에 넣어 제작까지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설계도의 신발보다 더 가볍고, 더 빠르면서, 더 강력한 위력을 발휘하는 신발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이 신발은 당신의 발을 또 하나의 무기로 바꿔 줄 것입니다. 단, 제대로 사용할 수 있는 실력이 있다면 말입니다.
《힘 +25, 민첩 +25, 이동 속도 +20%》
《특수 옵션(절정의 무예) : 신발을 착용하면 발 차기로 파동을 일으켜 적에게 데미지를 입힐 수 있습니다. 공격력은 사용자의 힘과 민첩, 그리고 기술 숙련도에 영향을 받습니다. 절정의 무예는 여기에 15%의 공격력 보너스가 부여됩니다.》
※제작자 : 토리
지금 경비병의 턱을 부수는 아크의 발에 착용된 신발은 바로 이것!
정보창에 나와 있는 ‘자본주의의 앞잡이’ 같은 햄스터 토리가 파산한 피스트 공방에서 갈취한, 그리고 연방 정부에 압수당했다가 아크가 다시 찾아온 설계도로 제작한 ‘무투가의 신발’이었다.
그것도 무려 레어!
본래 ‘무투가의 신발’은 매직 등급이지만 연이어 열 켤레나 만든 끝에 결국 레어 등급을 손에 넣은 것이다.
그리고 넘치는 매직 등급 중 하나는 지금 다른 경비병의 턱을 뭉개는 이슈람에게 헌납, 레어는 아크가 빼돌려―당연한 권리지만!―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이번 작전을 시작하기 전에 장착!
드디어 그동안 봉인되어 있던 아크의 발 차기가 폭발하고 있는 것이다.
뭐 덕분에 ‘팬텀 부츠’를 벗어 오신기의 3단계 세트 효과 ‘전설’을 받지 못해 모든 스텟 +15와 스킬 효과 +30%는 받지 못하게 되었지만!
콰직! 콰직! 콰직!
연이어 경비병의 턱에 박히는 아크의 발!
적이 비명도 지르지 못하게 만들며 처리하는 데는 발 차기만 한 것이 없었다. 그리하여 순식간에 경비병의 턱을 실종시키며 처리했지만.
“늦네, 늦어.”
그래도 이슈람의 속도를 따라잡지는 못했다.
아크에게 발 차기는 보조 수단이지만 이슈람은 주 무기. 거기에 ‘고집불통’ 스킬로 보정을 받아 레어 등급의 ‘무투가의 신발’을 장착해도 따라잡을 수 없는 것이다.
뭐 그 이전에 실력 차이도 무시할 수 없지만 어쨌든!
“……잠겼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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