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762)
아크 더 레전드-762화(762/875)
[762] space 5. 기습! (3)먼저 경비병을 해치우고 문고리를 움직여 보던 이슈람이 아크를 돌아보며 말했다.
그러나 뭐, 그 정도는 예상했다.
그래도 명색의 적의 사령부다. 아무리 옆문이라도, 아니 경비가 적은 옆문이니까 자물쇠라도 튼튼하게 만들어 놨으리라.
-이 문은 보안장치에 의해 잠겨 있습니다.
잠금장치의 보안장치는 14등급 수준입니다. 패스워드를 입력하거나 인베이더를 이용해 해킹으로 락을 해제할 수 있습니다.
해킹을 시도하겠습니까? Y/N
역시나, 보안 장치는 14등급!
기간틱이나 기관포탑 같은 병기의 보안 장치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그러나 아크의 ‘해킹’은 Lv.5!
15등급의 보안 장치까지 해킹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물론 ‘해킹’을 할 수 있다는 것과 성공은 별개의 문제지만.
‘하는 수밖에 없지.’
“시간이 좀 걸릴지도 몰라요. 그동안 주위를 경계해 주세요.”
아크는 그렇게 말하며 지체 없이 님프의 커넥터를 분리해 잠금장치에 연결했다.
-해킹을 시도합니다.
현재 접속한 락의 종류는 ‘하이 러너 : 레벨 14’입니다.
좌측 끝 부분에 위치한 캐릭터가 당신의 해킹 프로그램 ‘인베이더’입니다. 당신은 인베이더를 움직여 데이터를 보호하는 수많은 장애물과 가디언을 돌파해 목적지에 도달해야 합니다. 도중에 인베이더가 장애물이나 가디언에게 닿으면 해킹은 실패…….
그리고 설명 따위는 스킵하고 바로 해킹에 돌입!
같은 게임이라도 난이도가 무지막지하게 올라간 미니 게임을 시작했다. 아니, 시작하려 할 때였다.
“아크야, 그런데 저게 뭐냐?”
뒤에서 두리번거리던 이슈람이 불쑥 물었다.
“말 시키지 마세요. 지금 집중하고 있는 거 안 보이세요? 젠장, 난이도는 엄청 높은데 라이프는 하나밖에 없다고요. 한 번만 실수해도 실패한다고요. 게다가 이런 잠금장치는 세 번 연이어 실패하면 완전히 폐쇄되고 비상이 걸리는 경우도 있어요. 그럼 망하는 거라고요.”
“아니, 이미 망한 것 같은데?”
“네?”
“넌 저게 뭐 같아 보이냐?”
“무슨…….”
아크가 이슈람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슬쩍 시선을 움직이다가 움찔했다.
이슈람이 가리키는 것은 문 위, 안쪽으로 움푹 들어간 부분이었다. 그리고 그 안에서 깜빡거리는 작은 불빛. 아크는 그 불빛이 뭔지 바로 알 수 있었다.
“카, 카메라?”
웨에에에에엥-!
기지에 요란한 사이렌 소리가 울린 것은 그때였다.
그리고 그 순간, 아크가 눈을 뗀 사이에 인베이더가 폭발하며 님프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퍼펑-!
-GAME OVER!
……이런 메시지를 보는 것은 인베이더만이 아닐지도 모른다.
* * *
쿠콰콰콰! 콰콰콰콰!
동시다발적으로 터져 나오는 폭광!
뒤이어 엄청난 충격파가 퍼지며 수십 척의 전함이 흔들렸다. 그 여파는 수십 킬로미터나 떨어져 있는 카이저의 전함, 엠퍼러에까지 전해졌다.
-15번 함대…… 다수…… 피격…….
-3번 함대…… 우측…….
-적 함대와 충돌…… 현재 교전 중…….
180도로 펼쳐져 있는 스크린 여기저기에 떠 있는 각 함대장들의 얼굴.
그중 중앙에 위치한 함대장들의 얼굴이 노이즈로 일그러지며 목소리가 끊기고 있었다. 적함대가 뿜어내는 포격에 휩싸여 통신에 에러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카이저가 후방에서도 전장의 상황을 즉시 파악할 수 있는 이유가 이 때문이었다.
지금 스크린에 떠 있는 함대장들의 얼굴은 그들의 전함이 자리하고 있는 위치와 같았다. 다시 말해 우측에 있는 함대장의 얼굴이 노이즈로 일그러지면, 우측의 함대가 공격을 받고 있다는 의미, 좌측의 함대장 얼굴이 일그러지면 좌측이다.
완전히 사라지면 뭐, 끝났다는 말이다.
‘하지만…….’
스크린을 훑어보던 카이저가 어깨를 으쓱였다.
‘이런 상황에서는 의미가 없겠지.’
지금 노이즈로 일그러지는 것은 중앙의 함대장들만이 아니었다. 좌측, 우측, 거기에 쉬지 않고 아군 함대 사이를 돌아다니는 보급 함대의 함대장들까지, 거의 모든 함대장들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펴지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다시 말해 상황은 난전!
거의 대부분의 함대가 전장에 투입되어 포격전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건 카이저가 의도한 그대로였다.
‘워든 앞에서 싸울 때와는 다르지.’
그때 연방 함대는 어차피 무리하게 페미온 성좌로 진입할 이유가 없었다. 함대의 전력이 비슷한 상황에서 워든의 공세까지 받게 되면 필패가 뻔하기 때문이다.
이에 카이저는 워든의 방공망을 살짝 벗어나는 위치에서 함대전을 진행할 수밖에 없었고, 신의 군대도 무리하게 워든의 방공망을 벗어나 진군해 오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 상황이 달라졌다.
엄청난 화력으로 아도니스 진입을 막아서던 4개의 위성 중 3개가 파괴된 것이다.
-시간을 주면 놈들은 다른 방식으로 방공망을 구축할 것이다! 그러니 지금이다! 연방 함대의 사기가 올라있는 지금 승부를 내야 한다! 그리고 오늘밤 안으로 놈들을 완전히 꺾고 승부를 낼 수 있는 방법은 하나!
전면전!
그 외에 있을 리가 없었다.
이에 카이저는 전 함대를 동원해 워든을 우회, 남부에서 아도니스를 향해 진군했다. 당연히 신의 군대도 전 함대를 동원해 남부에 방어선을 구축했다.
그리고 충돌!
수십 킬로미터에 달하는 공간에서 일제히 함대전이 시작된 것이다.
그러나 사실, 상황은 이전과 딱히 다를 것이 없었다.
물론 이전보다 격렬하고, 거리도 가깝다. 이전에는 거의 없던 일이지만 지금은 이미 접선해 백병전에 돌입한 전함도 있었다. 그러나 결국 안팎으로 나뉘어 밀고 밀리는 양상은 같은 것이다.
‘다른 점이 있다면…….’
카이저가 눈매를 좁히며 정면을 바라보았다.
스크린의 중앙에 떠 있는 얼굴은 바로 데커드! 이전과 다른 점이 있다면 이번에는 전투 시작과 동시에 데커드를 적의 1군단, 펜릴 함대와 맞붙였다는 것이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아마도 펜릴의 영향이겠지만 펜릴 함대의 조직력은 1만 척의 전함이 모인 이 전장에서도 압도적이었다.
그리고 적어도 카이저가 아는 한 연방 함대에 그런 펜릴 함대와 제대로 붙어서 이길 수 있는 함대는 없었다.
그렇다면 역시 방법은 하나!
‘데커드의 무모함이 펜릴에게 먹히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지.’
이전에는 그런 데커드의 도 아니면 모 같은 성향을 비장의 카드로 활용했다.
그러나 그 전투로 이미 카이저, 그리고 펜릴도 가지고 있는 카드는 모두 보여 준 셈이다. 이제 데커드는 더 이상 비장의 카드는 될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그나마 승산을 기대할 수 있는 함대장이 데커드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 아크라는 녀석의 전함! 펜릴에게는 미치지 못하지만 그와 같은 기술을 사용할 수 있다. 지금 연합군에서 펜릴 함대와 맞설 수 있는 함대는 그들밖에 없어. 그러니 처음부터 데커드와 은하연방 함대를 중앙 전장에 투입한다!’
결과적으로 카이저의 전략은 먹히고 있었다.
좌충우돌하는 데커드의 공격에 펜릴 함대의 진형이 흐트러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정작 펜릴 함은 아직 전장에 나오지 않고 있었다. 경계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펜릴이 경계하고 있는 것은 카이저가 아니다.
‘아마도 데커드와 레피드.’
물론 이전 전투에서 펜릴은 이 둘을, 아니 카이저까지 3척의 전함을 압도했다.
그러나 펜릴 역시 데미지를 입었다. 물론 지금은 그 데미지도 회복되었겠지만 일단 자신을 상대를 대등하게 싸울 수 있는 적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적어도 그때처럼 자신만만하게 나오지는 못하리라.
‘결국 나는 안중에도 없다는 말이지만…… 그건 그것대로 좋다!’
말했듯이 이전 전투에서 카이저와 펜릴은 가지고 있던 카드를 대부분 공개했다. 그리고 그때, 카이저는 알게 되었다.
펜릴의, 아니 신의 군대 함대의 약점!
‘……저기다!’
카이저가 시선을 돌리며 입 끝을 치켜 올렸다.
그의 시선이 향한 곳은 전장의 우측, 바로 적의 2군단이 포진해 있는 곳이었다.
카이저가 입수한 정보에 의하면 2군단의 지휘관은 호크. 한때 세븐 소드였던 유저로 개인 무력은 물론, 함대전도 강하기로 정평이 나 있었다.
그리고 그건 카이저도 인정하고 있었지만 호크에게는 뜻밖의 약점이 있었다.
‘확실히 호크는 기본기가 충실한 유저다. 그건 놈의 함대만 봐도 알 수 있어. 하지만 놈은 이전 전투에서 치명적인 약점을 보였다. 바로 장기전에는 약하다는 것!’
6시간이나 계속되었던 이전 전투.
그때 2군단은 초기에는 꽤 선전했지만 중반부터 급격히 전열이 흐트러지기 시작했다. 그건 2군단의 지휘관인 호크가 단기전에서는 뛰어난 집중력을 발휘하지만 장기전까지 그 집중력을 유지하지는 못하는 타입의 지휘관이라는 의미였다.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아니, 이번 전투에서는 더 빨리 흐트러지고 있었다.
‘그렇겠지. 6시간이나 싸우고 난 직후다. 그사이에 1시간이 있었지만 6시간이나 되는 전투의 피로가 1시간 만에 회복될 리가 없다. 하물며 단기전 타입의 지휘관이라면 말할 필요도 없지. 호크, 결국 너는 수십 척 규모의 함대를 지휘하는 수준밖에 되지 않는 그릇이었다는 거다. 이런 대규모 함대전은 네게 맞지 않아. 그러니 이만 퇴장해라!’
“부관!”
카이저가 고개를 돌리며 소리쳤다.
“에리얼과 바론에게 신호를 보내라! 지금부터 적당히 적을 견제하며 진형을 펼친다!”
“알겠습니다!”
그 명령은 바로 광파 신호로 전환되어 아슐라트 함대로 전달되었다. 그리고 직후, 우측에서 2군단을 상대하던 아슐라트의 지휘관, 세븐 소드 에리얼과 바론은 포격전을 펼치며 함대를 거대한 원형 모양으로 전환시키기 시작했다.
그러자 이에 맞춰 호크의 2군단 함대도 사방으로 흩어지며 대응 사격을 퍼부었다.
“지금이다! 함대, 전속 진격!”
카이저가 몸을 일으키며 소리친 것은 그때였다.
쿠아아아! 쿠아아아!
그와 함께 후미에서 불을 뿜으며 일제히 진격하는 엠퍼러와 500여 척의 전함!
카이저가 후방에서 대기하고 있던 이유가 이것이었다.
이전에는 펜릴과 승부를 내기 위해서였지만 이번 타깃은 호크! 길어지는 전투에 집중력을 잃어 가는 호크였다.
이에 에리얼과 바론 함대를 따라 넓게 퍼져 있던 2군단, 호크 함대는 카이저 함대의 돌진을 막기 위해 황급히 방향을 선회했다.
퍼펑! 퍼펑! 퍼퍼퍼펑!
그러나 그 위로 쏟아지는 포격! 포격! 포격!
이미 호크 함대를 사정권 안에 넣은 에리얼과 바론 함대의 포격이었다. 이에 호크 함대가 주춤하는 사이, 카이저는 가속을 더하며 그대로 흩어진 호크 함대의 중심을 관통했다.
그 앞을 막고 있는 것을 불과 300여 척의 전함!
‘불과 300여 척이지만…….’
놈들을 박살 내면 적 함대의 방어선에 구멍이 뚫린다!
카이저 함대가 그 구멍을 뚫고 들어가면 에리얼, 바론 함대와 함께 앞뒤에서 공격해 호크 함대를 괴멸시키는 것은 시간문제!
그리고 그대로 2,000척의 아슐라트 전함을 집결시켜 전장을 우회, 이번에는 은하연방 함대와 펜릴 함대를 포위 공격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게 카이저가 이번 전투를 위해 준비한 전략!
때문에 카이저는 후방에 위치해 있었지만 조금씩, 미세하게 우측 전장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당연히 이 돌격을 위해서였다. 그리고 지금, 호크 함대는 순식간에 거리를 좁혀 오는 카이저 함대에 놀라 제대로 포격조차 못 하고 있는 것이다.
‘이 전장은 내가 차지하겠다!’
“함대! 공격하라!”
카이저가 주먹을 움켜쥐며 소리쳤을 때였다.
돌연 카이저 함대를 향해 길게 늘어서 있던 호크 함대의 후열에서 푸른빛이 확 뿜어져 올라왔다.
그리고 다음 순간!
번쩍! 콰콰콰콰! 콰콰콰콰!
카이저 함대를 향해 뿜어져 나오는 100여 줄기의 섬광!
함포 따위가 아니었다. 고밀도로 집중된 에너지를 주체하지 못하고 사방으로 스파크를 튀기며 뻗어 오는 섬광은 주포!
“주, 주포라고?”
순간 카이저의 머릿속은 공백 상태가 되었다.
그러나 그런 상태에서도 한 가지만은 분명하게 알 수 있었다. 지금 카이저 함대는 적을 향해 전속력으로 돌진하고 있는 상황!
‘……피할 수 없다!’
“실드 전개!”
콰쾅! 콰쾅! 콰콰콰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