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769)
아크 더 레전드-769화(769/875)
[769] space 7. 다크 쥬벨 (4)대공의 말은 끝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미간이 더 크게 벌어지며 시커먼 기운이 분수처럼 뿜어져 나오자 고통에 몸부림치며 비명을 터뜨렸기 때문이다.
그리고…….
콰직! 콰콰콰콰!
폭발을 일으키며 산산이 흩어졌다.
그러나 대공은 죽은 게 아니었다.
다음 순간, 쥬벨의 몸에서 분수처럼 뿜어져 올라오는 검은 기운이 다시 한데 모이더니 방에 들어왔을 때 홀로그램으로 봤던 대공의 형상이 떠올랐다.
당연히 균열도 사라졌다. 그러나 미간, 엄청난 피를 뿜어내던 미간의 상처만은 그대로였다.
-네놈…… 네놈이었구나!
양손으로 얼굴을 부여잡은 대공이 손가락 사이로 살의에 찬 붉은 눈동자를 번뜩이며 소리쳤다. 이에 아크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웬만하면 두고 보자는 말만은 하지 말았으면 좋겠는데…….”
-두고 보자, 아크-!
그러나 대공은 대놓고 아크의 기대를 배신했다.
뭐 딱히 대공이 아크의 기대를 배신하지 않을 이유는 없지만 어쨌든, 상황은 거기까지였다. 분노를 터뜨리던 대공은 그 상태로 점점 흐릿해지더니 이내 안개처럼 사라졌다.
“식상한 놈.”
이슈람도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왜 저런 녀석들은 항상 하는 말이 똑같은 거야? 좀 독창적인 대사를 해 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지 않나? 이제 용서해 주겠다라든지, 담에 한잔하자라든지, 심지어 아이템 하나 떨구지 않고 갔네? 식상한 것도 모자라 쪼잔한 놈 같으니!”
그래도 다행히 경험치는 주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그것도 꽤 많이!
덕분에 아크의 머리 위에 십자 문양이 떠오르며 단숨에 레벨 3! 뒤이어 바사크는 5, 이슈람은 7이나 올라갔다.
이건 이슈람이 바사크보다 레벨이 낮아서가 아니다. 바사크는 아크의 받은 경험치의 50%를 나눠 받은 탓이다.
하지만 그런 거야 뭐 어쨌든.
“그런데 저 녀석, 사라지기 전에 마치 전에도 너를 만난 적이 있다는 식으로 말하던데, 어디서 본 적이 있는 거냐?”
“있긴 하죠.”
아크가 애매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물론 본 적은 있었다. ‘유일자’로 전직할 때.
그러나 그건 대공도 싸움이 시작되기 전부터 떠들었던 일이다. 새삼 생각났다는 식으로 말할 일이 아닌 것이다.
뭐, 죽을 때가 돼서 노망이 났다고 생각해도 그만이지만 무시하기도 뭐한 게, 아크도 데자뷰처럼 비슷한 상황을 겪어 본 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결국 대공이 제 발등을 찍어 버린 광역 스킬도 ‘마투기’도 그런 기분이 들게 만드는 이유 중 하나였다.
그러나 아크는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
‘지금은 그보다…….’
“아크, 이제 이 녀석은 어쩌지?”
그때 이슈람이 아크를 돌아보며 물었다.
이슈람이 말하는 ‘이 녀석’은 다름 아닌 쥬벨이었다.
대공에게 빙의되어 아크와 이슈람, 바사크에게 피 떡이 되도록 얻어맞은 쥬벨은, 대공이 사라진 지금도 여전히 피 떡이었다. 그러나 숨은 붙어 있었다.
생명력이 7% 정도 남은 상태로.
남이 있는 생명력을 보아하니 아마도 아크가 최후의 일격으로 사용한 ‘진폭’에 데미지를 입은 건 대공뿐이었던 모양이다. 말하자면 쥬벨은 에스퍼도, 전사도 아닌 허접한 몸이라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는 말이다.
‘뭐 죽어 버렸다면 할 수 없는 일이지만…….’
그때 뻗어 있던 쥬벨의 몸이 움찔움찔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갑자기 튕기듯 몸을 일으켜 주위를 둘러보다가 아크와 이슈람을 보고 흠칫 놀랐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뭔가 생각하더니 의아한 표정으로 다시 주위를 둘러보며 물었다.
“여기는 어디지? 자네들은 누구인가?”
“뭐?”
“윽! 아, 아프군. 음? 내가 왜 다친 거지?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잘은 모르겠지만 왠지 굉장히 오랫동안 의식을 잃고 있었던 기분이 드는군. 그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아. 누가 말해 주겠는가? 내가 왜 이런 곳에 있는 거지?”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머리를 움켜쥐고 말하는 쥬벨.
이슈람이 아크를 돌아보며 빙긋 웃었다.
“그냥 죽이자.”
“뭐? 뭐? 자, 자네 무슨 말을 하는 건가? 죽이다니? 나를? 왜! 나를 왜 죽여?”
“되도 않는 수작질을 하니까 그렇지!”
“수, 수작이라니? 나는…….”
“까불지 마라, 응? 내가 너 같은 놈들 한두 번 상대해 보는 줄 알아? 아니, 나는 누구? 여긴 어디? 같은 건 쌍팔년도에도 안 먹혔어! 장난하고 싶은 기분 아니니까 확실하게 말해라? 수작질 그만두고 살래? 아니면 끝까지 의지를 관철시키고 죽을래?”
“기, 기억납니다! 기억나요! 그 발에 맞은 기억! 다 납니다! 때리지 마세요!”
이슈람이 슬쩍 다리를 들어 올리자 쥬벨이 사색이 된 머리를 흔들어 대며 뒤로 기어갔다. 그러자 이슈람이 짜증 나는 표정으로 아크를 돌아보며 물었다.
“어쩌냐? 죽일까, 살릴까?”
“기억난다고 하면 살려 준다면서!”
“시끄러워, 이 자식아! 뭘 잘했다고 입을 째? 너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보고 있는지 알아? 넌 한 300번쯤 죽어도 할 말이 없어! 확 그냥!”
“그만하세요.”
아크가 피식 웃으며 이슈람을 제지했다.
“살려 준다고 했으니 약속은 지켜야지요. 아직 쓸모도 있고 말이에요. 일단 아직 작전이 끝난 것도 아니잖아요. 이 녀석을 죽이든 살리든 우리가 무사히 기지를 탈출하지 않으면 얘기가 되지 않죠. 대공과 싸우는 데 많은 시간을 지체한 건 아니지만 그만한 소란이 있었으니 적군이 몰려올지도 몰라요.”
“그, 그래! 그 녀석들은 왜 아직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 거야!”
“뒈질래?”
“일단 묶죠.”
아크가 와이어로 쥬벨을 결박했다.
그리고 어깨에 짊어지고 밖으로 나오자 아니나 다를까, 맞은편에서 수명의 병사들이 뛰어오고 있었다. 이어 아크와 이슈람을 보고 잠시 당황한 표정을 짓더니 바로 머리 위에 ‘!’를 띄우며 기관총을 난사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저, 저 자식들이 뭐 하는 거야? 야, 이 빌어먹을 놈들아! 미쳤냐? 나 안 보여? 나 쥬벨이다! 네놈들 대장이라고! 내가 맞으면 어쩌라고 총질이야? 윽! 맞았다! 맞았다고! 엉덩이에! 야, 이 자식들아! 나 맞았다고!”
“엇? 쥬, 쥬벨 각하!”
움찔하며 총격을 멈추는 병사들.
이게 아크가 쥬벨을 살려 둔 이유 중에 하나!
쥬벨을 인질로 잡고 있으면 적군도 함부로 총격 따위를 할 수 없는 것이다. 그리고 적군이 머뭇거리는 사이에 배틀슈트까지 입은 아크와 이슈람은 그대로 돌파!
단숨에 계단을 내려와 본관 밖으로 나갔다. 본관 밖에서도 같은 상황이 이어졌다.
“쏘지 마! 쏘지 마! 나 쥬벨이다!”
아크의 어깨에서 쥬벨이 버둥거리며 소리치자 멈칫! 멈칫! 멈칫! 주위에서 모여들던 병사들은 하나같이 당황한 표정으로 멈춰 섰다.
그러나 당연히 적군도 얌전히 보내 줄 생각은 없었다.
아니, 총독이 잡혀 있으니 더 얌전히 보내 주지 못하리라. 이에 적군은 총격을 포기하는 대신 정문의 바리케이드 앞으로 모여들었다. 그리고 중갑 전사들이 일제히 방패를 들어 올리자 순식간에 2중, 3중의 바리케이드가 완성되었다.
기갑 상태라도 이대로 돌파하기는 무리!
그뿐이 아니었다.
위이이잉! 위이이잉! 위이이잉!
때를 맞춰 본관 옥상에서 정문을 향해 날아오는 3기의 발키리! 거기에 본관에서도 아크와 이슈람을 따라 나온 병사들이 몰려오고 있었다.
이로서 앞과 뒤, 하늘까지, 완전히 포위당해 버린 것이다.
그러자 쥬벨이 바로 기가 살아 소리쳤다.
“봐라! 봐라! 아크, 너 이제 엿 됐어! 아무리 나를 인질로 잡고 있어도 너희들만으로 포위를 뚫고 나갈 수는 없어! 그러니 이제 포기해라! 약속하마! 지금이라도 나를 풀어 주고 항복하면 목숨만은 살려 주겠다! 네놈들이 살 수 있는 방법은 그것뿐이야!”
“이 자식이……!”
“신경 쓰지 말고 정문으로 뛰세요!”
“무리라고, 이 멍청아!”
아크가 그대로 정문으로 뛰어가자 쥬벨이 버럭 소리쳤다.
그리고 그 순간!
투콰콰콰콰! 투콰콰콰콰!
상공에서 기관포를 뿜어 대는 3기의 발키리!
그러나 발키리가 포화를 뿜어 대는 곳은 아크와 이슈람이 있는 곳이 아니었다. 그 앞, 수십 장의 방패로 바리케이드를 치고 있는 정면의 적군이었다.
“저, 저 자식들이 지금 뭐 하는 짓이야?”
쥬벨이 어이없는 얼굴로 비명을 터뜨렸지만, 아크는 놀라지 않았다.
새삼스럽지만 애초에 이번 작전은 쥬벨만 잡는다고 만사 OK가 아니었다. 말했듯이 정작 아크와 이슈람이 탈출하지 못하면 얘기가 되지 않는 것이다.
그러니 당연히 준비했다. 탈출 방법! 그게 바로 지금 정문에 포화를 퍼부어 대는 3기의 발키리였다.
“아크! 형님!”
그때 머리 위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정문으로 쉬지 않고 포화를 쏟아부으며 하강하는 발키리에 타고 있는 사람은 팀의 레인저 레인이었다. 그리고 다른 2기에 타고 있는 한 사람과 1마리는 유진과 토리!
크루저가 한바탕 난장을 피우고 도주한 뒤에 적군의 시선을 피해 움직이던 상자가 2개였던 이유가 이것이다. 다른 상자에는 바로 이들이 숨어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아크와 이슈람이 쥬벨을 잡는 사이, 이들은 본관 옥상으로 이동! 탈출을 위해 미리 발키리 3기를 탈취한 뒤에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 작전이 가능할 수 있었던 것은 레인저 레인과 스나이퍼 유진의 역할도 무시할 수 있었지만 뭣보다…….
“빠, 빨리 타요! 빨리요!”
덜덜 떠는 손으로 발키리를 조종하는 햄스터 토리!
아크와 맞먹는―정확히 말하자면 이미 아크가 따라잡았다!― ‘해킹’ 실력을 보유한 이 햄스터 덕분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리고 발키리가 포화를 뿜으며 바로 위까지 하강했을 때!
“잠깐 기다려! 솔리드 아머! 파이어 탐!”
아크는 일단 쥬벨을 묶은 와이어를 토리의 발키리에 묶은 뒤에 몸을 돌려세웠다. 동시에 이 공간에서 소환되어 비스트의 어깨에 장착되는 기갑용 특수 장비 파이어탐!
-Lock on! Lock on! Lock on! Lock on…….
“전 탄두 발사! 융단폭격!”
아크는 비스트에 남은 마나를 몽땅 미사일로 바꿔 뒤에서 몰려오는 적군을 폭격했다.
그리고 비스트가 해제되는 것과 동시에 유진의 발키리를 움켜쥐었다. 그사이 이슈람도 배틀슈트를 벗고 레인의 발키리를 움켜쥐는 것으로 탈출 준비 완료!
“됐다! 가자!”
위이이잉! 투콰콰콰콰!
이에 유진과 레인, 토리는 계속해서 포화를 퍼부으며 상승!
불길에 휩싸인 적군을 넘어 기지 밖으로 날아갔다. 그리고 이때, 옥상에 남아 있던 10여 기의 발키리가 아크 일행을 추격하기 위해 프로펠러를 회전시켰지만.
피식! 퍼펑! 피식! 퍼펑!
연이어 연기를 뿜으며 주저앉았다.
탈출을 준비하며 적의 추격용 발키리를 그냥 뒀을 리가 없다. 이미 남아 있는 발키리는 레인과 유진이 적당히 손을 봐 놓은 것이다. 덕분에 추격까지 따돌린 아크 일행은 바로 방향을 선회해 기지 남부로 숲으로 비행!
“무리야! 무리라고! 기지를 탈출해도 네놈들이 아도니스 밖으로 도망갈 수 있는 방법은 없어! 아도니스는 지상은 물론 궤도까지 레이더망이 빈틈없이 깔려 있다고! 설사 우주선까지 탈취해도 대기권을 벗어나기도 전에 요격당할 거야! 그럼 나까지 죽는다고!”
토리의 발키리에 대롱대롱 매달린 쥬벨이 목에 핏대를 세우며 아크 일행을 걱정해 주기도 했지만, 그건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레인 님, 여기예요!”
님프로 좌표를 확인하던 아크가 소리쳤다.
그러자 저공비행을 하던 발키리는 수풀이 우거진 숲속으로 착륙했다.
“왔다! 아크, 이슈람 형님, 여기입니다!”
동시에 수풀 속에서 뛰어나오는 9명의 사내들!
이들은 바로 칼리와 장보고, 사다인, 아리온, 아사드, 히터, 발렌시아, 쿠라칸, 페핀! 기지를 나와 크루저를 버리고 삼삼오오 짝을 지어 흩어졌던 팀원들이었다.
그리고 각자 추격을 따돌리고 미리 약속되어 있는 좌표, 이곳에 모여 있었다.
이유는 말할 것도 없이!
“고스트는?”
“이미 20분 전에 도착했어.”
“별문제는 없겠지?”
“없기는 왜 없어? 빌어먹을 G-2 자식, 사고율이 30%라고 하더니 이번에도 대기권을 돌파할 때 문제가 있었던 모양이야. 듣자 하니 라마와 아슐라트 특공대가 위성에 침투할 때도 문제가 있었다고 하더라고. 사고율 100%야, 100%! 뭐 지금은 다 고쳤지만.”
칼리가 나무로 가려 놓은 우주선을 가리키며 대답했다.
바로 사고율 100%를 자랑하는 아슐라트의 잠입용 우주선 고스트였다.
그리고 주위에는 10여 명의 사람들이 모여 있었는데, 이번에도 사고를 일으킨 고스트가 불과 20분 만에 수리된 것은 바로 이 사람들 덕분이었다.
아크가 고스트를 부른 것은 기지에 잠입하기 전에 레피드에게 연락해 상황을 설명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때, 만약을 위해―뭐 100%지만― 아크 일행이 탈 좌석을 제외한 나머지, 15명분의 좌석에 엔지니어를 태워 보내 달라는 요청을 해 두었다.
덕분에 고장 난 상태로 착륙하자마자 뚝딱뚝딱!
15명의 엔지니어가 달라붙어 20분에 수리를 끝내 버린 것이다.
“이, 이 자식들, 다 계획적이었어!”
이에 쥬벨이 되도 않는 불평을 늘어놓았지만.
“그럼? 너 같으면 이런 짓을 계획도 세우지 않고 하냐? 괜히 헛소리하다 남은 옥수수까지 털리지 말고 얌전히 처박혀 있어! 네 말대로 고스트가 요격당하면 다 죽는 거니까.”
아크는 쥬벨을 던져 놓고 좌석에 앉았다.
“자, 돌아가자!”
쿠쿠쿠쿠! 쿠쿠쿠쿠! 콰아아아-!
숲 위로 부상한 고스트가 수직으로 쏘아져 올라간 것은 그다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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