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771)
아크 더 레전드-771화(771/875)
[771] space 8. 아크의 역습 (2)레피드가 입술을 잘근거리고 있을 때였다.
“후방에서 우주선 1척이 빠른 속도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뭐?”
“고스트! G-3입니다! 형님, 형님이 돌아왔습니다!”
“와, 왔구나!”
밀란의 보고에 레피드가 반색하며 고개를 돌렸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움찔하더니 금세 본래의 짜증 나는 표정으로 돌아왔다.
“흥! 망할 자식, 이제야 왔군. 성질 같아서는 확 격추시켜 버리고 싶지만, 뭐 그건 전쟁이 끝난 뒤에 그 자식 머리에 흉탄을 박아 주는 정도로 참기로 하지.”
“킥킥킥.”
레피드의 말에 조종석의 헤겔과 밀란이 키득거렸다.
그러나 레피드는 얼굴을 붉히면서도 못 들은 척 무시하고 말을 이었다.
“헤겔, 신호를 보내고 고스트의 진로로 이동한다. 그리고 광파 신호로 연합 함대 전체에 소식을 전하라. 그들이 돌아왔다고.”
“네, 알겠습니다!”
헤겔과 밀란이 잔뜩 흥분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리고 전장 전역에 광파 신호를 보내며 함대 사이를 선회해 후방에서 날아오는 고스트와 도킹! 잠시 후 실버스타의 함교에 10여 명의 사내들이 들어왔다.
이들이 바로 연합 함대의 유일한 희망!
그리고 레피드의 짜증 유발자!
-아, 아크!
그의 출현에 토트가 놀란 목소리로 소리쳤다.
“어이, 레피드, 내가 없는 사이에 집은 잘 보고 있었냐?”
그 말대로 레피드를 향해 히죽 웃으며 손을 흔드는 그 망할 자식의 이름은 아크!
……뭐 그 외에도 이슈람, 사다인, 칼리, 아리온, 유진, 장보고, 아사드, 히터, 발렌시아, 쿠라칸, 레인, 페핀, 토리도 있기는 했다. 아크와 함께 나타난 이들은 말할 것도 없이 《위성 폭파 작전》 임무를 받고 노드로 향했던 특공대!
그리고 그 작전을 성공리에 끝마쳤지만 이제 와서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다. 레피드가, 아니 연락을 받고 연합 함대의 지휘관들이 아크 일행을 기다리고 있었던 이유는 하나!
“성공은…… 한 거냐?”
“어떤 것 같아?”
“까불 때가 아니라는 걸 모르겠나?”
아크의 대답에 레피드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마총을 장전했다. 아크가 얼른 한 걸음 물러나며 입술을 삐죽였다.
“젠장, 툭하면 총질부터 하는 버릇은 여전하군. 아, 그러고 보니 자리를 비운 지 아직 10시간도 안 지났나? 휴, 너무 정신이 없어서 한 몇 달은 지난 것 같군. 아니, 뭐 어쨌든! 난 이제 막 왔다고! 그런데 내가 무슨 수로 전황을 알아? 친절하게 설명해 줘야 알지!”
“그럼 간단하게 알려 주지. 지금 네 머리통과 같은 상황이다. 이제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도 가르쳐 줄까?”
레피드가 총구를 아크의 이마에 들이대며 말했다.
“아닙니다. 이해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아크가 지체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때 뒤에서 잠시 두리번거리던 이슈람이 물었다.
“야, 레피드, 그런데 내 전함들은 다 어디 있는 거야? 왜 안 보여?”
레피드가 한숨을 불어 내며 대답했다.
“격침됐습니다.”
“뭐얏!”
“2척 다 격침됐습니다.”
“뭐얏!”
“하지만 너무 걱정하지는 마십시오. 보험 처리하면 보상금이 나옵니다.”
“아, 그래?”
“80%밖에 나오지 않지만요.”
“뭐얏!”
“……확실히 심각한 상황이기는 한 모양이군.”
아크가 눈썹을 바짝 치켜 올리며 소리치는 이슈람을 바라보며 끄덕였다. 그리고 팀원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어이, 나와!”
그러자 얼굴이 푸르뎅뎅하게 물든 중년 사내가 눈치를 살피며 걸어 나왔다. 이에 잠시 미간을 좁히며 중년 사내를 훑어보던 레피드가 아크를 돌아보며 물었다.
“저 녀석이야?”
“음, 넌 처음 보나? 맞아, 저 녀석이야. 뭐 급하다니 자세한 얘기는 나중에 하고, 내가 전화로 부탁했던 준비는 다 됐어?”
“그래, 모두 얘기는 끝났다. 이쪽은 파크가 맡을 거다. 그리고 파크 함을 중심으로 인시너레이터 함 10척을 준비해두었다. 라마와 아슐라트는 그 전함들을 통해 중계될 거다.”
“좋아, 중계 장치는?”
“저쪽이다.”
“어이, 너! 저쪽에 서!”
레피드의 대답에 아크가 그 방향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그리고 살벌한 눈으로 쭈뼛거리며 그곳으로 걸어가는 중년 사내를 째리며 덧붙였다.
“딴맘 먹으면 뒈진다? 알지?”
“젠장, 알았다고! 몇 번이나 말했잖아! 나도 이제 와서 신의 군대 같은 곳에 미련은 없다고! 빌어먹을 대공 자식, 총독이니 뭐니 이름만 거창한 자리에 앉혀 놓고 종처럼 부려 먹고, 뭔 일만 생기면 다 내 책임이라며 갖은 수모를 주더니 이제 아예 내 몸을 제 몸처럼 가지고 놀아? 나도 이제 지긋지긋하다고! 신의 군대 따위 다 망해 버리라지!”
“좋은 마음가짐이다.”
아크가 씨익 웃으며 끄덕였다.
그리고 함장석에 척 앉아 헤겔과 밀란을 돌아보며 말했다.
“어이, 밀란, 파크 함과 통신을 연결해라. 이쪽은 준비가 끝났다. 파크 쪽이 준비가 끝나는 대로 방송을 시작한다. 스탠바이!”
-아크, 여기도 준비됐다!
“좋아! 큐!”
이어 스크린에 파크가 떠오르는 것과 동시에 아크가 손가락을 튀기며 소리쳤다.
동시에 실버스타와 수 킬로미터 떨어진 곳으로 이동해 온 파크 함 위로 거대한 입체 영상이 떠올랐다.
그리고 이 입체 영상은 실시간으로 연합 함대 전체에 연결되어 있던 통신망을 통해 라마와 아슐라트 진영의 인시너레이터 함에도 전송, 같은 입체 영상을 떠올리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순식간에 전장 곳곳에서 방송(?)되기 시작한 이 입체 영상은 호크 함대를 공략하다가 실패한 카이저 탓에 급격히 기울어졌던 전장을 다시 한 번 요동치게 만들었다.
아니, 그 이상의 파괴력을 발휘했다.
* * *
“뭐냐, 이건?”
신의 군대 함대의 중앙 지대 후방.
연방 함대를 바라보는 펜릴의 얼굴에 당혹감이 떠올랐다.
사실 방금 전까지, 펜릴은 레피드의 예상대로 이 전장에 흥미를 잃고 있었다. 물론 승패에 관심이 없다는 말은 아니다. 그러나 예정대로 싸우고, 예정대로 이기고 있다.
‘그리고…….’
그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유일한 유저, 아크도 없다.
노드에서 죽었다면 부활까지는 최소한 24시간, 이번 전투에는 참가할 수가 없는 것이다. 펜릴이 이번 전투에 급격히 관심을 잃은 가장 큰 이유가 그 때문이었다.
물론 아크 외에도 세븐 소드라는 유저들도 있지만 그 역시 펜릴의 관심사는 아니었다. 아니, 관심은 있지만 굳이 나서서 뭔가 해 볼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래도 충분히 이길 수 있었고 예상대로 이변은 일어나지 않았다.
방금 전, 연합 함대 전역에서 입체 영상이 떠오르기 전까지는! 그거다! 지금 펜릴이 흔치 않게 당혹스러운 표정을 보이는 이유는 바로 그 입체 영상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입체 영상에서는…….
-……다시 한 번 말하겠다! 나는 신의 군대 총독 쥬벨이다! 그리고 신의 군대 총독으로서 지금, 이 자리에서 은하 3국의 연방 함대에 무조건적인 항복을 선언한다! 따라서 이 전장에 있는 모든 신의 군대 소속 함대는 즉시 전투를 중지하고 연합 함대에 투항하라! 말했듯이 이건 나, 신의 군대 총독 쥬벨의 결정이다! 이에 불복한다면 나 쥬벨의 이름으로 더 이상 신의 군대 소속 전함도 아닌, 그저 해적 무리에 불과함을 선언한다. 다시 한 번 전하겠다! 신의 군대 소속 함대는 지금 즉시 포격을 중지하고 연합 함대에 투항하라!
얼굴을 피멍으로 물들인 중년인이 이런 말을 떠들어 대고 있는 것이다.
그의 이름은 쥬벨!
그가 밝힌 대로 신의 군대 총독이었다. 그래서다. 그래서 더 펜릴은 지금의 상황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저자가 대체 무슨 말을 지껄이고 있는 것이냐? 아니, 아도니스의 사령부에 있어야 할 저자가 왜 연합 함대에 있다는 말이냐? 이건 뭔가 잘못됐다! 통신병, 당장 아도니스의 사령부에 연락해 상황을 확인하라!”
“교신이 됐습니다!”
“뭐라고 하나?”
“바, 방금 전 사령부가 정체불명의 병사들에게 습격당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들에게 총독이 납치당했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저 입체 영상은 진짜 총독인 것 같습니다.”
“뭐라고? 왜 그걸 이제야 보고한단 말이냐!”
“그, 그게…… 너무 갑작스럽게 일어난 일이라 기지의 병사들도 경황이 없었던 모양입니다.”
“그걸 지금 말이라고…….”
펜릴의 얼굴이 분노로 일그러졌다.
그러나 곧 뭔가 더 말하려다가 입을 다물고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잠시 후, 눈매를 좁히며 통신병을 돌아보았다.
“그래서? 놈들의 정체를 확인할 방법은?”
“놈들의 모습이 찍힌 CCTV 영상이 있다고 합니다. 지금 사령부로부터 전송 받고 있습니다. 아, 됐습니다. 바로 스크린에 띄우겠습니다.”
통신병의 대답과 동시에 전면 스크린에 영상이 떠올랐다.
쥬벨을 들쳐 업고 사령부 본관 밖으로 뛰어나오는 두 기갑 전사! 그중 1명은 펜릴도 모르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다른 1명, 검은 갑주를 입은 사람은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아크…….”
펜릴이 허탈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아크! 죽었다고 알고 있었지만 살아 있었던 것이다.
뿐만 아니라 펜릴이 연합 함대를 막아 내는 사이에 아도니스에 침입한 것도 모자라 쥬벨을 납치해 지금 그의 눈앞에서 저따위 방송을 해 대고 있는 것이다.
물론 쥬벨은 이름뿐인 총독.
진짜 신의 군대의 지배자는 말할 것도 없이 그 뒤에 있는 대공과 벨테란 공작이다. 그러나 신의 군대에서도 거기까지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뿐만 아니라 함대에는 쥬벨이 데려온 함장도 적지 않다. 그들에게는 누가 뭐래도 쥬벨이야말로 총독!
때문에 이미 함대에는 동요하는 함장도 꽤 되었다.
아니, 대부분의 함장들이 동요하고 있었다. 그 증거로 쉬지 않고 뿜어내던 신의 군대의 포격이 멈춰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대로 방치하면 진짜 쥬벨의 말을 따라 투항하는 함장들도 나올 터! 그런 일이 벌어지면 투항하는 전함이 몇 척이든 신의 군대는 자멸이다.
양측을 합하면 1만 척의 전함이 투입된 전장이다.
그리고 워든 인근에서 벌어진 1차전까지 합하면 장장 10시간이나 전투를 이어 온 끝에 방금 전에야 펜릴은 확실한 승기를 잡았다.
그런데 그 전투가 불과 1명!
아크가 전장에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펜릴이 잡고 있던 승기가 한순간에 연방 함대 쪽으로 기울어지고 있는 것이다.
펜릴 입장에서는 황당하기 짝이 없는 일이지만.
“그래, 그게 아크지. 덕분에…….”
되레 펜릴의 얼굴에는 웃음이 번졌다.
그리고 잠시 말을 끊은 그의 얼굴에 번지는 웃음 위로 짙은 살기가 덧씌워지기 시작했다.
“죽일 수밖에 없어졌군.”
그리고 그게, 지금의 사태를 해결하는 가장 빠른 방법이다.
신의 군대 함장들의 동요가 투항으로 이어지기 전에 아크를, 그리고 쥬벨을 처리한다! 이제 신의 군대 함대가 붕괴되는 것을 막을 방법은 그것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머뭇거릴 이유가 없다!
“통신병, 각 함대장에게 전해라! 저 영상은 궁지에 몰린 연합 함대에서 흘리는 거짓 정보다! 각 함대는 현재 위치에서 대기하고 만약 이에 현혹되어 경거망동하는 전함이 있다면 즉시 격침시켜라! 그리고 1군단은 지금 즉시 나를 따라 거짓 정보를 흘리는 적 함대를 타격한다! 목표는 은하연방 진영에 숨어 있는 은빛 전함, 실버스타다! 놈은 나, 펜릴이 직접 상대하겠다! 위치가 파악되는 대로 내게 보고하라!”
“네, 1군단 진격!”
콰아아아-! 콰아아아-!
펜릴의 명령에 중앙 지역에 모여 있던 1,000여 척의 전함이 일제히 불을 뿜으며 진군하기 시작했다. 선두에서 그 함대를 이끄는 것은 검은 늑대 문장의 전함!
“아크! 여기서 승부를 보자!”
* * *
-크으으으…….
거친 암벽으로 둘러싸인 거대한 동굴.
손으로 얼굴을 움켜쥐고 비틀거리며 걸어가는 검은 인영이 있었다. 그리고 그가 한 발 한 발 내딛는 동굴 바닥에는 마치 카펫처럼 무수한 시체가 깔려 있었다.
개구리를 닮은 케로족, 사람과 흡사한 외모의 데미 휴먼족 등, 수십 종에 달하는 외계 종족의 시체가 미라처럼 바짝 마른 상태로 길게 이어진 동굴 바닥을 뒤덮고 있는 것이다.
-아니야…… 아직…… 아직 부족하다…….
검은 인영의 입에서 분노로 얼룩진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실수였다……. 쥬벨…… 그따위 몸으로…… 아니, 그놈…… 그놈만은 용서할 수 없어……. 죽이겠다……. 감히…… 아크…… 이놈…….
광기 어린 붉은 눈을 번뜩이며 살기를 뿜어내는 검은 인영은 바로 대공! 대공이 끊임없이 같은 말을 중얼거리며 동굴을 가로지르기를 잠시, 길게 이어지던 통로가 갑자기 넓어지며 푸른 기운이 마그마처럼 끓어오르는 분화구가 나타났다.
대공이 그 분화구를 향해 다가갈 때였다.
-신이시여! 진정하십시오!
갑자기 사방에서 웅웅거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목소리에 대공이 주춤하며 고개를 돌리자 분화구 주위에 늘어서 있는 거대한 물체가 눈에 들어왔다.
전체적으로 애벌레를 닮은 10여 미터 크기의 몸통에 사람의 얼굴을 본뜬 듯한 가면이 박혀 있는 물체.
그 옆에는 P-320, P-256, P-343등의 넘버가 적혀 있었다. ‘그것’들은 하나 같이 당황한 눈빛으로 대공을 바라보며 웅웅거리는 목소리로 같은 말을 소리치고 있었다.
-아직은 때가 아닙니다!
-네, 쥬벨의 배신으로 아군 함대가 혼란에 빠져 있지만 그곳에는 펜릴이 있습니다! 펜릴이라면 틀림없이 이대로 허무하게 함대가 무너지도록 놔두지 않을 것입니다!
-뭣보다 아직 위대한 신의 재림이라는 위업을 이루기 위해서는 준비가 더 필요합니다! 어찌하여 수천 년에 걸친 비원을 스스로 저버리려 하시는 겁니까?
-부디 이제라도 마음을 돌리…….
-닥쳐라!
콰지지지! 콰지지지!
갑자기 대공의 몸에서 수십 줄기의 검은 뇌전이 뻗어 나왔다. 그 뇌전이 닿는 순간, 웅웅대는 목소리로 소리치던 물체들이 굵은 균열에 뒤덮이더니 일제히 폭발했다.
그리고 허물어지듯이 붕괴되는 몸에서 실타래 같은 붉은 기운이 솟아 나와 대공의 몸으로 빨려 들어갔다.
-쓰레기 같은 놈들이나 만들어 내는 네놈들이 뭘 안다고 감히 나 앞을 막는 것이냐? 나는 이미 충분히 기다렸다. 더 이상 방해받을 수는 없다. 아니,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 오늘! 그래, 오늘 모든 것을 끝내겠다! 바로 나! 내가 신이 되어!
대공이 얼굴을 움켜쥔 손에 힘을 주며 소리쳤다.
그리고…… 푸른 마그마가 용솟음치는 분화구 속으로 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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