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778)
아크 더 레전드-778화(778/875)
[778] space 1. 느닷없이 드림팀 (3)쿠쿠쿠쿠! 쿠쿠쿠쿠!
굉음을 일으키며 우주 공간을 가로지르는 함대.
함대의 선두에는 육중한 장갑이 장착된 순양함이 자리 잡고 있었다. 측면에 새겨져 있는 함명은 노블레스-Ⅱ, 마틴 후작의 전용함이었다.
“결국 이런 날이 오는군.”
마틴 후작이 복잡한 표정으로 뒤따르는 전함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벨테란 공작과의 충돌은 쥬벨이 실각했을 때부터 어느 정도 예견되어 있던 일이었습니다.”
“그렇지.”
볼티미어의 말에 마틴 후작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쥬벨이 내무부 장관으로 있을 때도 내정파 귀족은 벨테란 공작의 조종을 받고 있었다. 말하자면 쥬벨은 내정파 귀족의 수장이라기보다는 관리자, 아니 어떤 의미에서는 방패와 같은 역할이었다고 할 수 있었다.
정계를 은퇴하고 4대 기업 중 하나인 헬리온을 세우는 과정에서 벨테란 공작은 수많은 비리를 일삼았다. 그것을 앞에서 돕고 뒤에서 수습하는 일을 맡은 것이 내정파 귀족들이고 이들을 규합하고 진두지휘해 온 것이 바로 쥬벨이었다.
그런 쥬벨이 실각했다.
그리고 마틴 후작의 부상으로 내정파 귀족들의 힘이 급속도로 약화되었다.
이건 내정파 귀족과 함께 갖은 비리를 저질러 대며 은하연방의 경제를 장악해 오던 벨테란 공작 입장에서는 상당한 위협. 때문에 마틴 후작은 쥬벨이 실각했을 때부터 조만간 벨테란 공작이 어떤 방식으로든 전면에 나서리라는 것을 예상하고 있었다.
마틴 후작과 대립하는 형태로.
“하지만 이런 식으로 결말이 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뭐랄까, 막상 이렇게 되고 보니 좀 허탈한 기분마저 드는군요. 그 대단한 벨테란 공작도 궁지에 몰리니 별수 없나 봅니다. 하긴 신의 군대 따위와 손을 잡은 것부터가 제대로 된 선택이라고 할 수 없겠죠. 아무리 DNA 조작으로 수명을 연장해도 역시 나이는 속일 수 없는 모양입니다.”
“그런 말을 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마틴 후작이 천천히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상대는 벨테란 공작이다.”
“물론…….”
“자네는 아직 그를 몰라.”
마틴 후작이 볼티미어의 말을 끊으며 눈매를 좁혔다.
“자네의 정보 수집 능력이 부족하다는 말을 하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방심은 상대를 모를 때보다 안다고 과신할 때 더 많이 하는 법이지.”
“기억합니다. 제가 정보부장으로 임명될 때 해 주신 말씀이죠.”
“그래, 하지만 나 역시 들은 말이지. 과거 정계에 입문할 때, 내게 그 말을 해 준 사람이 바로 벨테란 공작이다.”
“그가…….”
“그리고 또 이런 말을 해 주었지. 호랑이는 늙고 병들어도 호랑이다. 숨이 끊기기 직전이라도 개 따위는 일격에 찢을 발톱을 가지고 있으니 설사 늙고 병든 호랑이가 상대라도 ‘호랑이를 잡을 수 있는 힘’을 쏟아부어야 한다고.”
마틴 후작이 아직 정국이 어수선한 이스타나를 비워 두면서까지 벨테란 공작 체포 작전을 진두지휘하는 이유가 그것이었다.
확실히 벨테란 공작은 늙고 병든 호랑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러나 호랑이는 호랑이. 적어도 발톱과 송곳니를 완전히 뽑아 놓을 때까지는 방심할 수 없다. 그리고 그건, 단순히 벨테란 공작을 체포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함대 배치는 끝났나?”
“네, 방금 전에 예정대로 헬리온 본사가 있는 이스타나의 펠기스는 물론, 일정 수준 이상의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는 헬리온의 지점이 자리 잡고 있는 12개 혹성. 그리고 쥬벨의 실각으로 벨테란 공작에게 흡수된 구舊 내정파 귀족이 보유하고 있는 영지 혹성에 함대 배치가 완료되었다는 보고를 받았습니다.”
세상은 본시 힘 있는 자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법.
설사 이번에 신의 군대와 손잡고 있었다는 반역의 증거를 잡아 체포해도 추종 세력이 살아 있는 한, 벨테란 공작 역시 추종 세력의 비호를 받으며 그 뻔뻔한 목숨을 유지하게 될 확률이 높다.
‘그런 일은 용납할 수 없다!’
그런 일을 막는 방법은 추종 세력까지 일거에 뿌리 뽑는 것! 이에 마틴 후작은 벨테란 공작이 움직이는 것과 동시에 은하연방의 모든 함대를 동원해 그와 관련된 시설과 혹성 주위를 포위해 두고 있었다.
“놈들의 반응은?”
“연방 함대는 너브 전쟁이 시작될 때부터 만약의 사태에 대비한다는 명목으로 계속 군사훈련을 실시해 왔습니다. 이번에도 그런 군사훈련이라고 말해 두었습니다.”
“순순히 받아들이던가?”
“좀 수상하게 생각하는 놈들도 있겠죠. 하지만 지금까지 수십 번이나 해 왔던 군사훈련에 새삼 이의를 제기할 명분이 없어 아직까지는 조용합니다.”
“다행이지만…….”
마틴 후작이 날카로운 눈빛으로 말을 이었다.
“놈들이 지금의 상황을 어디까지 파악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없는 이상 긴장을 풀어서는 안 된다. 놈들은 이미 쥬벨의 실각으로 궁지에 몰려 있어. 거기에 벨테란 공작까지 위험에 처하면 무슨 짓을 할지 예측하기 힘들다. 군사행동을 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어.”
그렇게 되면 내전!
쥬벨의 쿠데타로 입은 상처가 아물기도 전에 이번에는 은하연방의 전 지역에서 내전이 벌어지게 되는 것이다.
그런 사태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하나!
“역시 몸통이 움직이기 전에 머리를 잘라 버리는 수밖에 없겠지.”
머리, 바로 벨테란 공작이다.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다. 만약 이번 기회에 벨테란 공작을 잡지 못한다면 은하연방은 내전을 피할 수 없게 된다. 무슨 일이 있어도 벨테란 공작만은 결코 놓쳐서는 안 된다.”
“물론입니다.”
“후작님, 급전입니다!”
볼티미어가 고개를 끄덕였을 때였다.
통신병이 다급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리며 소리쳤다.
동시에 노블레스-Ⅱ의 스크린에 떠오른 사람은 백발의 50대 남자였다. 은하연방의 서부 사령부, 펜타곤의 기동함대를 맡고 있는 웨스턴 중장이었다.
-부지런히 달려온 보람이 있군요.
“그 말은…….”
-방금 전, 레이더 함에 워프 항로로 이동해 오는 함대가 포착되었습니다. 아직 정확한 숫자는 확인하기 힘들지만 계측되는 파장의 규모로 미루어 수백 척 이상으로 보입니다. 이동 경로를 항도港圖와 대조한 결과 B-23에서 너브 지역으로 연결되어 있는 항로인 것도 확인되었습니다. 벨테란 공작의 함대가 분명해 보입니다.
마틴 후작의 눈매가 좁아졌다.
“빠르군.”
웨스턴 중장은 벨테란 공작의 함대와 거의 동시에 출발했다. 그러나 웨스턴 중장의 함대는 일반 항로보다 빠른 군사용 항로를 이용했다.
때문에 계산상으로는 적어도 웨스턴 중장 함대가 10분 이상 앞서 너브 지역에 도착해야 한다.
그런데 실제로는 불과 3~4분의 차이밖에 나지 않은 것이다. 그리 멀지 않은 거리에서, 그것도 워프 항로에서 예상보다 6분 이상 빨리 이동했다는 것은 적은 차이가 아니었다.
‘펜타곤에서 보고받은 벨테란 공작의 함대로는 그만한 이동속도를 낼 수 없을 텐데? 뭐 결과적으로 벨테란 공작 함대보다 먼저 도착했으니 상관없지만…….’
왠지 찜찜하다.
그러나 그런 생각을 할 여유는 없었다.
이면세계를 비행하는 전함의 속도는 우주에서 보면 그야말로 빛! 아니, 광속의 수십만 배에 달한다. 웨스턴 중장 함대를 지나쳐 가는 것도 순식간!
-바로 작전에 돌입하겠습니다.
웨스턴 중장도 바로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동시에 노블레스-Ⅱ의 스크린에 또 다른 창이 생성되었다.
노블레스-Ⅱ와 동기화시킨 웨스턴 중장 전함의 스크린 영상이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화면 속에서 뻗어 나가는 수십 발의 미사일!
퍼펑! 퍼펑! 콰콰콰콰-!
뒤이어 폭발과 함께 공간에 무형의 파장이 퍼져 나갔다.
그러자 파장이 번지는 공간에 돌연 무수한 빛이 떠올랐다. 그리고 다음 순간, 유리처럼 깨져 나가며 수백 척의 우주선이 튕겨져 나오기 시작했다.
공간을 진동시켜 워프를 강제로 해제시키는 광폭 초진동 미사일의 영향으로 이면세계에서 튕겨져 나온 것이다.
당연히 당하는 입장에서는 놀랄 수밖에 없는 일이었지만.
-저게 무슨…….
당혹성이 터뜨린 사람은 되레 웨스턴 중장이었다.
그건 동기화된 스크린을 통해 지켜보던 볼티미어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이 당황하는 이유는 이면세계에서 튕겨져 나온 우주선의 정체 때문이었다.
“상선이군.”
마틴 후작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 말대로 수백 척의 우주선은 모두 상선!
“그래, 이제 납득이 가는군. 상선이라면 일반 워프 항로를 이용해도 웨스턴 중장의 함대와 불과 3~4분밖에 차이 나지 않을 수 있겠지.”
“하, 하지만 분명 B-23에서 워프에 돌입한 함대는…….”
“전함이었겠지.”
마틴 후작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바꿔치기 한 것이다, 이면세계에서. 벨테란 공작은 이미 다른 지역에서 상선 함대를 이동시키고 있었던 거야. 다시 말해, 알고 있었다는 말이다. 우리가 B-23, 아니 그를 감시하고 있었다는 것을. 하지만…….”
잠시 스크린을 지켜보던 마틴 후작이 입꼬리를 치켜 올리며 말을 이었다.
“나도 알고 있었지. 벨테란 공작이 알고 있으리라는 것쯤은.”
“네?”
볼티미어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돌아봤을 때였다.
갑자기 노블레스-Ⅱ의 스크린에 새로운 창이 생성되며 젊은 군관의 얼굴이 떠올랐다.
-후작님, 14사단 소속 타미 대령입니다. 서북부 지역에 배치해 놓은 레이더 함에서 신고되지 않은 함대의 이동을 포착했다는 보고가 들어왔습니다. 규모는 거의 1,000여 척 이상, 뉴론 행성을 경유해 너브 지역으로 이동 중입니다.
“그쪽인가?”
마틴 후작이 눈매를 좁히며 말했다.
그러자 볼티미어가 황당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럼 후작님이 함대를 이 방향으로 진군시키던 이유가?”
“벨테란 공작은 내정파 귀족이지만 군부의 정보도 꽤 많이 알고 있다. 당연히 군사용 항로도 파악하고 있겠지. 그런 자가 감시당하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무턱대고 너브 지역으로 직항할 리가 없지 않은가? 궁지에 몰릴수록 느긋하게, 급할수록 돌아가라. 이 역시 과거 벨테란 공작이 해 준 말이지. 그리고…….”
잠시 말을 멈춘 마틴 후작이 씨익 웃으며 말했다.
“적이 처음으로 내미는 카드는 함정이라고 생각하라는 말도 해 주었지. 그가 기억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야.”
마틴 후작이 고개를 돌리며 소리쳤다.
“신속히 워프에 돌입하라! 목적지는 너브의 서북부 경계 지역이다!”
“함대, 워프 돌입!”
고함과 함께 빛에 휩싸이는 1,000여 척의 전함!
“벨테란 공작, 돌이켜 생각해 보면 내게 참으로 많은 것을 가르쳐 주셨습니다. 그 보답, 이제 해 드리지요. 당신이 원하는 방식은 아니겠지만.”
함대를 이끌고 섬광처럼 이면세계를 관통하는 노블레스-Ⅱ의 함교에서 마틴 후작이 이를 드러내며 중얼거렸다.
“이제 끝을 내야겠습니다.”
* * *
기기기기! 퍼펑-!
마치 쇠를 긁어 대는 소리가 울리기를 잠시, 뭔가가 터지는 소리와 함께 전면 창을 덮고 있던 얇은 막과 같은 것이 깨져나갔다.
-들어왔다!
동시에 스크린 속에서 소리치는 5명의 남녀!
이들은 바로 데커드와 붉은학살자, 글라도스, 바론, 에리얼! 의도한 바는 아니지만 어쩌다 보니 자타공인 은하 3국의 최정예 유저로 구성돼 버린 아크 함대의 함장들이었다.
그리고 지금, 이들은 그 명성이 거저 얻어진 것이 아니라는 걸 증명했다. 혼란에 휩싸여 있다고는 하나 불과 6척의 함대로 적 함대와 촉수를 돌파하고 아도니스로 들어온 것이다.
-훗, 뭐 이 정도쯤이야 일도 아니지!
-그래, 글라도스. 너와 이 데커드 님이 힘을 합하면 적 함대나 촉수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지! 암, 우리는 무적이라고!
-어이, 데커드, 전부터 말하고 싶었는데 너, 좀 거슬리는군. 지금 우리는 장난하고 있는 게 아니다. 번번이 여자에게 찝쩍대는 짓은 관두면 좋겠는데?
-어머! 자기, 질투하는 거야?
-뭐? 무슨…….
-어이, 너희들. 니들 사정이야 알 바 없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게 짚고 넘어갔으면 좋겠군. 우리가 무사히 들어올 수 있었던 것은 너희들이 잘나서가 아니야.
-그래, 카이저 님 덕분이다. 카이저 님의 지원사격이 없었으면 그런 헛소리를 할 기회도 없었겠지.
뭐 팀워크가 좋다고는 할 수 없었지만.
어쨌든 아크는 이들의 말다툼에 동참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지금은 누구 덕에 들어왔는지 따위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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