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789)
아크 더 레전드-789화(789/875)
[789] space 5. 호문클루스 (PART : 4) (3)“모두 제대로 보고 움직여라! 무턱대고 피하면 빨라 보이지만 제대로 보면 의외로 느려! 그리고 각 촉수마다 움직이는 궤도가 어느 정도 정해져 있다! 마구잡이 같지만 자기들끼리 충돌하지 않기 위해 나름의 패턴을 가지고 움직이고 있어!”
-그 정도는 알고 있어!
“뭔 소리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패고 보자! 촉수가 떨어져 움직임이 멈췄을 때 돌격!”
“사이보그, 저들을 따라 움직여라!”
서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며 효과가 극대화되는 것이다.
덕분에 전투는 공격대가 주도하고 있었다. 문제는, 그럼에도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점이었다.
-크……!
투투투투! 퍼펑! 퍼펑!
대공의 몸에서 연이어 폭발하는 섬광!
그러나 그런 폭격 같은 공격에도 대공의 생명력이 줄어드는 속도는 자세히 보지 않으면 느끼지도 못할 수준이었다.
그래도 전투를 시작한 지 20여 분이 지나니 꽤 줄어 있기는 했지만 15% 남짓, 퍼부은 공격에 비하면 티도 안 나는 수준이었다.
이유는 두 가지.
첫째는 당연히 놈의 방어력이다.
벽에서 솟아 나와 있는 대공의 몸은 10여 미터. 그러나 그게 대공의 진짜 몸일 리가 없었다.
아마도 뭔가 외피 같은 것을 두르고 있는 것이리라.
문제는 그 외피! 그 무수한 공격을 받고도 외피에는 작은 균열 정도밖에 보이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두 번째 이유는…….’
그때 레피드가 ‘영격’을 날리다가 촉수를 피해 물러나며 말했다.
-빌어먹을, 티도 안 나는군. 게다가…… 보이냐? 지금까지는 눈치채지 못했는데 상처가 재생되고 있어.
“알아. 저 녀석도 괴물처럼, 아니 지금 놈을 감싸고 있는 건 괴물의 생체 조직일 확률이 높아. 그렇다면 재생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게 당연할지도 모르지.”
다행히 재생 속도가 빠른 편은 아니었다.
함대의 포격에도 순식간에 재생하던 괴물과 달리 대공의 재생력은 미미한 수준, 초기에 끊은 서너 개의 촉수조차 아직 반도 재생되지 않았다. 그러나 그런 미미한 재생력이라도 압도적인 방어력과 합쳐지니 상당한 부담이었다.
반면 공격대는 당연히 ‘분열’ 효과도 사라져 일격필살, 아니 일격박살一擊搏殺의 촉수에 고스란히 노출되어 이미 수십 명의 전사자가 발생하고 있었다.
-승산이 있겠냐?
레피드의 질문에 아크는 잠시 침묵했다.
다행히 전사자는 대부분 사이보그. 아직 대원들의 피해는 생각만큼 크지 않다. 그리고 여전히 전황은 공격대가 주도하고 있지만 문제는 시간이다.
‘20분에 15%라면 단순 계산으로도 지금 같은 공격을 1시간 반 이상 지속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때까지 버틸 수 있을까?’
이미 공격대는 이곳에 오기 위해 엄청난 숫자의 몬스터와 싸워야 했다.
당연히 체력은 이미 바닥!
뿐만 아니라 탄환도 꽤 소모했다. 때문에 얼마 되지 않는 화염탄을 아끼느라 진즉에 일반 탄환으로 전환했지만 앞으로 싸워야 하는 시간을 생각하면 그 역시 충분하다고는 할 수 없었다. 그리고 탄환이 바닥나면 공격대의 전투력도 바닥!
그러니 승산을 논할 상황이 아니었지만.
“없다면 찾아야지.”
투투투투! 투투투투! 퍼펑-!
아크가 쉬지 않고 불길이 터져 나오는 전장을 내려다보며 대답했다.
지금 아크는 그 전장에서 뛰고 구르는 대원들과 함께할 수 없다. 고작해야 룬 문자 ‘바이우스’로 시각을 공유하는 바사크로 보조하며 때때로 지시를 내리는 정도밖에.
때문에 아크밖에 없다.
아니, 아크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일!
‘아무리 보스 몬스터라도 이 정도의 공격에 생명력이 저렇게 느리게 줄어든다는 건 납득할 수 없어. 분명 어딘가 있을 거야! 하다못해 같은 공격이라도 좀 더 많은 데미지를 줄 수 있는 약점이! 그 약점을 찾을 때가 승부를 걸 때다!’
바로 이것이다.
“레피드, 놈에게 좀 더 접근해라!”
-젠장,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인 것 같냐?
레피드가 울컥한 표정으로 소리쳤다. 그리고…….
-그리고 탈것처럼 취급하지 말라고 했잖아!
……라고 말하며 급격히 방향을 선회! 촉수를 피하며 대공을 향해 날아갔다.
* * *
“악마…….”
카이저가 창백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그의 앞에 펼쳐져 있는 스크린에는 ‘그것’이 있었다.
갈가리 찢겨 흩어지는 전함의 잔해 속에서 6장의 날개를 펄럭이며 떠 있는 20여 킬로미터의, 악마라고밖에는 표현할 길이 없는 괴물! 그러나 카이저가 놈을 악마라고 표현한 것은 그저 생김새 때문이 아니었다.
악마가 나타났을 때.
카이저는 당연히 충격을 받았지만 그리 오래 가지는 않았다. 충격은 주위가 마법진에 뒤덮이고 아도니스에서 촉수가 나왔을 때 이미 충분히 받았다. 거기에 악마 1마리 추가된다고 새삼 더 놀랄 것도 없었다.
‘놈의 정체가 뭐든, 우리는 아직 4,000척이 넘은 전함이 있다!’
카이저는 어금니를 물었다.
“놈은 고작 하나! 놈은 촉수와 달리 신의 군대에는 눈길도 주지 않고 연합 함대만 공격하고 있지만 수십, 수백의 촉수에게 공격받을 때보다는 차라리 저 한 놈을 상대하는 편이 낫다! 그래, 상황은 나아진 것이다!”
그리고 쩌렁쩌렁 울리는 목소리로 소리쳤다.
스크린에 떠 있는 함대장은 그때까지도 넋 나간 표정을 짓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움찔하며 돌아보는 함대장들에게 재차 소리쳤다.
“함대! 즉시 산개하라!”
-저, 전함 항진!
-함대, 3시 방향으로…… 헉! 으악!
퍼펑! 콰콰콰콰-!
그때 다시 섬광처럼 뻗어 온 악마의 손에 으스러지는 전함들! 그러나 카이저는 눈길도 돌리지 않았다.
어차피 지금은 그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그리고 지금은 그보다 함대 간격을 벌리는 것이 급선무! 촉수를 상대할 때 구축한 밀집 대형으로는 자칫 함대 전체가 순식간에 괴멸될 위험이 있는 것이다.
‘이 정도면…….’
그리고 악마를 중심으로 함대가 벌어지는 순간!
“지금이다! 다른 전함과 최대한 간격을 벌리고 놈을 중심으로 시계 방향으로 회전하며 포격한다! 빗나가도 좋다! 한시도 쉬지 말고 포격을 퍼부어라!”
퍼펑! 퍼펑! 콰콰콰콰!
카이저가 선택한 방법은 차륜전車輪戰!
동시에 수백 킬로미터 공간으로 흩어진 4,000여 척의 전함이 악마를 중심으로 회전하며 불기둥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중심에서 터져 나오는 폭광! 폭광! 폭광!
그때 폭광 속에서 붉은 섬광이 뻗어 나왔다.
-헉! 뭐……!
스크린 속에서 당혹성을 터뜨리는 함장이 사라졌다.
섬광에 적중되어 증발해 버린 전함의 함장이었다. 뒤이어 악마가 폭격을 뚫고 한쪽으로 날아가자 또다시 서너 명의 함장이 스크린 속에서 사라졌다.
그러나 이 정도 희생은 이미 각오했다.
“당황하지 마라! 놈 근처에 있는 함대는 다시 전속으로 거리를 벌린다! 후열 함대는 진군하며 엄호! 움직여! 엔진과 포격을 멈추지 마라!”
퍼펑! 퍼펑! 콰콰콰콰!
카이저의 고함에 다시 흩어지는 전함들!
그리고 또다시 같은 상황이 반복되었다. 연합 함대가 악마를 중심으로 회전하며 포격을 퍼붓자 악마도 따라붙었고, 그때마다 여지없이 수 척의 전함이 폭발했다. 그러나 카이저는 그 전법을 고수했다. 아니, 그 방법밖에 없었다.
“괜찮겠습니까? 아군의 피해가…….”
“다른 방법이 있나?”
카이저가 부관을 돌아보며 되물었다.
“놈의 속도는 전함을 상회한다. 그리고 수천 척의 함포도 버티는 이상 어설프게 진형을 만들어 봐야 몰살당할 뿐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간격을 벌리면 적어도 한꺼번에 함대가 괴멸하는 일은 피할 수 있다. 지금은 이 방법밖에 없어. 놈은 주포를 흡수하는 것 같지만 포격에는 데미지를 입고 있다. 그러니 피해를 최소화하며 놈이 쓰러질 때까지 공격하는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그리고 카이저의 말대로 무수한 포격에 휩싸인 악마는 피부? 장갑? 뭔지는 모르지만 군데군데 외부의 껍질이 찢어지고 있었다.
카이저는 거기서 희망을 보았다.
‘놈도 불사신은 아니다!’
그렇게 생각했다, 적어도 그때는.
그러나 전투를 시작한 지 20여 분, 카이저는 문득 이상한 장면을 목격했다.
‘뭐지? 저곳은 분명 아까 찢어졌던 곳인데 왜…… 아니, 저곳만이 아니다. 다른 곳도! 분명 찢어져 있던 곳이 지금은…… 맙소사! 서, 설마……!’
“잠깐! 포격을 중지하라!”
카이저가 퍼뜩 고개를 돌리며 소리쳤다.
그리고 목격했다. 지금까지 폭광에 뒤덮여 보이지 않던 장면을! 찢어져 너덜거리던 껍질이 빠르게 본래 형태로 되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저게 무슨…….
-회복이라니? 포격을 받는 것과 동시에 회복을 하고 있다는 말인가?
-그럼 지금까지 우리의 포격은 대체…….
“악마…….”
카이저의 입에서도 신음이 흘러나왔다.
수천 척의 전함이 쉬지 않고 포격을 가해 입힌 데미지를 불과 몇 분 만에 회복한다. 그런 괴물을 악마라는 말 외에 달리 뭐라 부를 수 있다는 말인가?
-끝이다! 이제 우리는 다 죽은 목숨이야.
카이저도 같은 생각이었지만!
‘아니, 추태는 한 번이면 족하다!’
휘하 함장들에게 무력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호크 함대에게 당했을 때 한 번만으로 충분하다. 그는 누가 뭐래도 세븐 소드의 수좌! 백전불패의 미스터 넘버원!
‘죽더라도 그냥 당하지는 않는다!’
카이저는 입술을 깨물었고.
‘여기는 게임 속이다. 아니, 현실에서도 불사신 따위는 없어! 있을 거다, 약점이!’
아크와 같은 결론에 도달했다.
그리고 이때, 카이저는 곧 이상한 부분을 포착했다.
다른 부위는 이미 흔적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순식간에 회복되었지만 단 한 곳! 악마의 미간에는 아직 꽤 깊은 상처가 벌어져 있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놈이 처음 나타났을 때도 저 미간에 상처 비슷한 자국이 있었어. 그래, 분명히 기억한다! 그리고 지금…….’
-카, 카이저 님!
위이이잉! 콰직! 퍼퍼퍼펑-!
그때 악마가 또다시 섬광처럼 날아가 전함을 폭파시켰다.
그 폭음에 흠칫 놀라 시선을 돌린 카이저가 넋 나간 표정의 함장들에게 소리쳤다.
“어차피 놈을 쓰러뜨리지 못하면 우리는 다 죽는다! 그러니 너희들의 목숨, 내게 맡겨라! 5, 6, 7, 8 함대! 합류해서 방어진을 펼치고 놈의 미간을 포격하라!”
카이저가 지목한 함대는 전함을 쥐어 터뜨리는 악마의 바로 앞에 모여 있는 함대였다. 이에 함장들은 당황한 표정을 지었지만.
-젠장, 명령대로 움직여라!
-포격!
한데 모이며 포격을 뿜어내는 80여 척의 전함!
바로 앞에서 수백 발의 포탄이 비처럼 쏟아져 나오자 악마가 양손으로 얼굴을 덮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이내 손이 벌어지며 붉은 섬광이 뿜어져 나왔다.
콰콰콰콰! 콰콰콰콰!
일격! 악마의 입에서 뿜어져 나온 붉은 섬광은 우측 끝의 전함을 관통하고 그대로 왼쪽 끝까지 이동하며 일격에 80여 척의 전함을 녹여 버렸다.
그러나 이때!
퍼펑! 퍼펑! 콰콰콰콰!
갑자기 악마의 뒤통수에서 불길이 치솟았다.
이에 움찔하며 몸을 돌리는 악마의 붉은 눈동자에 비치는 1척의 전함! 아니, 일반 전함의 3배에 달하는 크기의 전열함은 바로 엠퍼러!
“미안하다.”
카이저가 복잡한 표정으로 무수히 흩어져 있는 전함의 잔해를 돌아보며 중얼거렸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이내 주먹을 움켜쥐며 소리쳤다.
“곧 뒤따라가겠다! 엠퍼러, 전속 돌진!”
쿠아아아아아-!
카이저의 목소리와 함께 굉음을 일으키는 엔진!
함포에서 불기둥을 뿜으며 돌진하는 엠퍼러의 기수가 악마의 미간에 박힌 것은 그다음이었다.
그리고 그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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