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796)
아크 더 레전드-796화(796/875)
[796] space 8. 그 남자와 그 여자, 그리고 그 남자와 그 여자 (1)북적북적, 북적북적.
여기도 사람이 북적대고 있었다.
그러나 아크는, 아니 현우는 몹시 기분이 좋았다.
일단 눈앞에서 삼겹살이 노릇노릇 익어 가고 있었고, 주위에서 웃고 떠드는 사람들은 모두 동료들이었고, 무엇보다!
“수고 많았어요.”
옆에서 방긋 웃어 주는 그녀, 조민선이 있었다.
덕분에 현우의 얼굴이 헤벌쭉해졌다.
“네? 아, 에헤헤헤.”
“앗! 앗! 저 바보 같은 웃음 좀 봐!”
“바보 같은 게 아니라 그냥 바보야, 바보. 여친 바보.”
“아! 그런 말을 듣고도 웃는다. 저 사람이 정말 쉴 틈도 없이 우리를 굴려 대던 그 독종 아크 맞아?”
히죽대는 현우의 면상에 비난을 퍼붓는 이들은 바로 ‘아크 함대’의 유저들이었다.
너브 전쟁에서 두 달 가까이 생사를 함께했던 동료들이다.
당연히 이들 역시 전쟁이 끝났다고 바로 뿔뿔이 흩어질 수는 없었다. 아니, 원래 동창보다 군대 동기가 더 각별한 법. 우르르 몰려다니는 않더라도 조직은 계속 유지할 계획이었다.
그리하여 종전 축하 겸, 현우의 은하 3국 공동 1위 축하 겸, 새로운 출발의 축하하는 의미에서 현실에서 조촐한 회식 자리를 준비한 것이다.
그때 함대원들이 입술을 삐죽였다.
“그래도 좀 너무하네.”
“맞아요. 여친 동반도 OK면 진즉 얘기를 해 주지요. 뭐, 나는 없지만.”
“그러게요. 뭐, 나도 없지만.”
“높은 자리에 있다고 위세 떠는 겁니까? 함대장하고 부함대장만 떡하니! 그것도 미인을! 꼭 이런 자리에서까지 부익부 빈익빈을 느끼게 만들어야 속이 시원하십니까?”
“우우! 물러가라!”
그러자 함대원들이 이에 동조하며 야유를 퍼부었다.
그렇다. 이 자리에는 현우의 여친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부함대장, 아란의 여친도 참석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게 비난받을 일은 아니었다.
왜냐하면…….
“이 여성분들은 이 자리에 참석할 자격이 있거든.”
“자격? 함대장과 부함대장 여친이라서?”
“그게 아니고. 내 여친 님의 얼굴을 잘 봐. 누군지 모르겠어?”
“누구냐니…… 어? 가만? 혹시…….”
“이리나예요.”
“헉! 마, 맞아! A-001의 보급 장교다!”
조민선이 빙긋 웃으며 대답하자 함대원들의 눈이 이따만 해졌다.
함대원 중에 이리나를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그녀가 현우의 여친이라는 것도. 그들이 A-001에서 지내는 동안 여러 편의를 봐 주었을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 《와이번 요새 강습 작전》을 떠나기 전에 모두의 앞에서 현우의 볼에 기습 뽀뽀를 한 적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막상 이리나와 조민선을 연결해서 생각하지는 못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이에 함대원들의 시선이 아란의 여친으로 향했다.
“그럼 혹시 부함대장 옆에 있는 분은…….”
“카야예요.”
카야가 빙긋 웃으며 대답했다.
그러나 조민선 때와 달리 함대원들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뭐 이미 다들 예상하고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때 카야가 울컥한 표정으로 소리쳤다.
“뭐야? 이 자식들아! 반응이 왜 그래?”
“아! 역시 카야다!”
함대원들이 그제야 고개를 끄덕이며 소리쳤다.
“와, 정말 여자 유저라는 생물이 존재하는구나. 나, 여자 유저를 실제로 보는 건 처음이야.”
“아니, 나는 꽤 많이 보기는 했지만…… 이렇게 싱크로율이 높은 분들은 처음이야. 이리나 님, 게임 속에서 봤을 때와 똑같이 예쁘시네요. 그리고 카야 님은…… 뭐랄까…… 게임 속에서 봤을 때와 똑같이 성질이 참…….”
“뭐야, 인마?”
카야가 발끈하며 째렸다.
“너 이리 와, 이 자식아! 멍멍이로 만들어 주마!”
그리고 카야의 필살기 DNA 변환 마법 발동! 함부로 떠들어 댄 함대원 앞에 맥주잔을 들이밀고 소주―사람을 개로 만드는 마법의 실사판!―를 들이부었다. 그리하여 일부의 함대원들이 시시각각 개로 변해 가는 가운데.
‘어? 저 사람들은?’
함대원들을 둘러보던 현우가 갸웃거렸다.
옆 테이블에 배가 불룩하고 머리가 벗겨진, 마치 샐러리맨이라는 글자를 형상화시켜 놓은 것 같은 아저씨들이 10명이나 모여 있었다.
그러나 모르는 얼굴들이다.
아니, 캐릭터와 유저가 꼭 똑같으리라는 보장도 없고, 함대원의 오프라인 모임도 처음이니 얼굴이야 모를 수도 있지만 뭐랄까, 전혀 자리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해야 하나?
일단 복장부터가 양복인 것이다.
“저기…….”
이에 현우가 그들을 돌아보며 입을 열 때였다.
“지금입니다. 인사부터 하세요.”
같은 테이블에 앉아 있던 A가 그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그러자 10명의 양복 군단이 벌떡 몸을 일으켜 다가왔다. 그때 A가 먼저 쪼르르 뛰어와 속삭였다.
“형님, 일전에 제가 말씀드렸죠? 형님의 명성에 감동한 나머지 이큘러스에서 일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그게 저분들입니다.”
“에?”
물론 그런 얘기를 들은 적은 있었다.
그러나 평범한 유저인 줄 알았다. 아니, 뭐 그렇다고 이들이 평범하지 않다는 건 아니지만 뭐랄까…….
이에 현우가 찜찜한 눈으로 보고 있을 때였다.
“뭐 해요? 인사부터 하세요.”
“응? 아! 김부장입니다!”
“박 차장입니다!”
“윤 대리입니다!”
A의 말에 양복 군단이 일제히 명함을 내밀었다.
그러나 다음 순간, 갑자기 화들짝 놀라며 얼른 명함을 집어넣었다.
“죄, 죄송합니다. 실은 저희가 예전 습관이 남아서…….”
“예전 습관요?”
“네, 실은 우리는 모두 실직자들입니다. 얼마 전 회사에서 명퇴당했죠.”
“조퇴당했습니다.
“해고당했습니다.”
양복 군단이 한숨을 불어 내며 대답했다.
“실은 저희가 이큘러스에 취직하고 싶어 하는 건 그 때문입니다. 아니, 뭐 A와 B에게 아크 님의 말을 많이 들어 같이 일하고 싶다는 생각도 있습니다만, 월급쟁이가 모아 둔 돈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런데 애들은 아빠만 보면 돈부터 달라고 하지, 와이프는 생활비 떨어졌다고 닦달하지. 하지만 이 나이에 취직은 안 되지. 당장 먹고살 길이 막막합니다.”
김부장이라는 사람이 한숨을 불었다.
그런데 갤럭시안 캡슐은 수천만 원 하는 거 아니었나?
“그러던 차에 A가 아크 님이라면 받아 줄지도 모른다고 해서 이큘러스에 머물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한 달이 되도록 아크 님에게 연락이 없어서…….”
“아니, 잠깐만요.”
현우가 손을 들어 제지했다.
뭐 좀 납득되지 않는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일단 무슨 말인지는 알겠다.
그러나 이 김부장, 박 차장, 윤 대리, 기타 등등은 아무래도 뭔가 잘못 알고 있는 것 같았다.
물론 아크는 조만간 이큘러스를 관리할 인원을 늘릴 생각이었다. 때문에 A에게 이들에 대해 듣고도 일단 대기시켜 놓은 것이다. 그러나 현우가 원한 직원은 이런 아저씨들이 아니었다.
아니, 아저씨라는 게 문제라는 말이 아니다.
“저기, 뭔가 좀 잘못 알고 계신 것 같은데요. 취직이라고는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게임 속의 일입니다. 물론 직원으로 들어오시면 월급은 드리겠습니다만.”
당장 현우가 줄 수 있는 월급은 고작 수십 골드다.
현찰로 수십만 원. 직장을 잃은 가장들이 가정을 책임질 수 있는 금액은 아니다. 물론 이큘러스의 수입이 많아지면 월급 인상도 고려해 보겠지만 지금은 그런 형편이 아니다.
“아무래도…….”
이에 현우가 사양의 뜻을 밝히려 할 때였다.
“그 정도면 충분합니다!”
“네? 아니, 하지만 자녀분들이…….”
“우리 애들은 100원만 받아도 행복해합니다!”
몇 살인데요?
“하지만 생활비가…….”
“저희 가족의 주식은 라면입니다! 달걀만 넣어 먹어도 행복해합니다!”
눈물 나!
“그래도 역시 가정도 있으신 분들을…….”
“아니, 사실 돈 따위는 필요 없습니다! 저희는 저금이 많거든요!”
“네? 아까는 없다고…….”
“농담이었습니다! 그럴 수 있잖아요! 저희는 그저 뭐랄까, 네! 일하는 아버지! 일하는 남편! 와이프와 자식들에게 그런 아버지의 모습을 보여 주고 싶은 겁니다! 이미 다들 대학생에 시집 장가 갈 나이가 됐는데 아버지가 일도 않고 축 처져 있는 모습을 보일 수 없는 겁니다!”
100원만 받아도 행복해한다는 자식이 시집 장가 갈 나이가 됐다고?
“네, 저희는 보상 따위를 바라는 게 아닙니다! 그저 일하고 싶은 겁니다! 사정이 여의치 않으면 한 푼도 안 주셔도 됩니다! 그래도 믿고 맡겨만 주시면 몸이 부서져라 일하겠습니다! 시켜만 주십시오! 부탁합니다!”
양복 군단은 필사적이었다.
왜냐하면, 이러다가는 정말 실직자가 될 위기에 처해 있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바로 얼마 전 이큘러스에 감사 팀으로 왔던 김부장 일행이었다. 다시 말해 실직자라고 했지만 엄연히 굴지의 대기업 ‘선광’의 직원들인 것이다.
김부장 일행이 명함을 꺼내다가 화들짝 놀라며 집어넣은 이유가 그것! 그 뒤에 박 비서에게 조충영과 현우의 관계를 들었기 때문이다.
아니,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없고 중요한 것은 이들이 얼마 전 조충영 회장에게 최후통첩을 받았다는 사실이다.
-자네들이 아크라는 녀석을 감시하기 위해 이큘러스에 위장 취업을 하겠다고 해서 허락했다. 그리고 회사에 나오지도 않는 자네들에게 50%의 월급을 주고 있지. 그런데 이미 한 달이 되었는데도 취직을 못 했다? 나와 장난을 하겠다는 말이군. 하지만 난 장난을 싫어하네. 사흘 주지.
……라고!
그 사흘이 뭘 뜻하는지는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만약 사흘 안에 이큘러스에 취직하지 못하는 그들은 현우에게 말한 명퇴, 조퇴, 해고가 현실이 되리라.
김부장 일행은 발을 동동 굴렀지만 그때, 현우는 연합 함대에서 싸우고 있었다. 이력서나 훑어볼 시간이 없었다는 말이다.
그리고 이제 남은 시간은 하루!
이에 김부장 일행은 절망에 빠졌지만 죽으라는 법은 없었다. A로부터 현우가 함대원들과 회식을 한다는 첩보(?)를 입수한 것이다.
그리고 그때, 김부장 일행은 생각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취직한다!
……라고!
이에 비장한 각오로 삼겹살집에 집합!
일단 동정심을 자극해 취직을 해 보려 했지만 왠지 현우가 월급을 많이 달라는 식으로 받아들여 실패! 무임금 빡 센 노동으로 방향을 급선회하고 있는 것이다.
일단 살아야 하니까! 이 경쟁사회에서 살아남아야 하니까!
그리고 그런 김부장 일행의 노력은…….
‘뭐야? 이 사람들?’
현우를 더욱 의심스럽게 만들었지만.
‘이거 참, 찜찜하다고 아버지뻘 되는 분들이 이렇게 사정하는데 무턱대고 싫다고 할 수도 없고. 뭐 할 수 없지.’
“좋습니다. 그럼 일단 취직은 시켜 드리죠. 그리고 돈은 필요 없다고 하셨지만 여유가 되는 대로 드리겠습니다. 하지만 3개월 동안은 견습 기간입니다. 고작 게임 속의 일이지만 저도 딴에는 회사를 운영하는 입장이니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시면 정식 직원으로 채용할 수 없습니다. 그 정도는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물론입니다! 야근이든 특근이든 시켜만 주십시오! 과로사할 때까지 일하겠습니다!”
“아니, 그건 그것대로 곤란하지만…… 어쨌든 잘 부탁드립니다.”
일단 취직 성공!
A, B와 함께 밝은 표정으로 테이블로 돌아갔다.
그리고 부족한 월급을 술값으로 채우겠다는 기세로 술을 푸기 시작했다. 현우가 복잡한 눈으로 그 모습을 지켜보는 사이, 근처의 함대원들이 두리번거리며 물었다.
“이슈람 교관님과 정의남 형님은 안 나오시는 겁니까?”
“꼭 보고 싶은 분들이었는데.”
“음, 다른 함대원 중에서 안 나온 사람들이 꽤 되지만 그 두 분이 안 나온 게 제일 아쉬워. 실제는 어떤 모습인지 가장 궁금했거든.”
일부의 함대원들은 아쉬운 표정으로 좌석을 돌아보았다.
이슈람과 정의남, 그러니까 이명룡과 권화랑은 이 자리에 참석하지 못했다.
이명룡은 국정원에 메인 몸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권화랑은 아빠만 보면 우는 현우의 여동생과 관계 개선에 힘쓰는 중이었다.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이명룡과 권화랑 휘하에 있는 대원은 모두 유저다. 300명이다. 게다가 한창 먹어 대는 나이다. 이들까지 우르르 몰려나오면 현우는 뼈도 남지 않으리라.
‘뭐 이번 전쟁에서 꽤 짭짤하게 벌었지만.’
그건 이미 몽땅 써 버렸다.
현우만이 아니라 함대원들도 몽땅 써 버렸다.
이번 전쟁에서 현우 혼자 벌어들인 공훈치만 147만! 물론 함대원들은 현우에 비할 바는 아니었지만 62척의 전함이 소속되어 있는 함대 전체의 공훈치를 합하면 2,500만 이상! 실로 어마어마한 공훈치지만 지금은 남은 것이 거의 없었다.
당연히 이유가 있었다.
“그런데 말입니다.”
그때 한 함대원이 술병을 들고 다가왔다.
그리고 현우의 술잔을 채우며 새삼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용케도 그런 생각을 하셨네요.”
“응? 뭐?”
“우리 공훈치를 몽땅 쏟아부은 그거 말입니다.”
“아아, 그거.”
현우가 고개를 끄덕이며 씨익 웃었다.
“뭐 돈 냄새 하나는 기가 막히게 맡는 놈이니까.”
그러자 근처에 앉아있던 아란이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아니, 그런 생각을 한 건 그렇다 쳐도, 사실 처음 아크 님의 말을 들었을 때는 긴가민가했어요. 애초에 그런 일이 가능하리라고 생각하지도 않았거든요. 대체 어떻게 허락을 받은 겁니까?”
“네, 저도 궁금했어요!”
함대원들이 일제히 현우를 돌아보았다.
“아, 이리나 님은 연방군 장교시지? 혹시 이리나 님이 도와주신 겁니까?”
“아니요. 전 고작 소령이에요. 그런 일은 무리예요. 그리고 저는 그런 일이 있었는지도 모르고 있었어요. 여기 와서야 들었죠.”
몇몇 함대원의 질문에 이리나가 고개를 저었다.
“그럼 대체…….”
이에 함대원들의 의문이 한층 증폭되는 가운데.
현우가 입을 열었다.
“훗, 지금 은하연방의 최고 실력자가 누구냐?”
“네? 그야 마틴 후작 아닙니까?”
“그래, 마틴 후작이지. 그 마틴 후작은 말이야…….”
함대원이 꾹꾹 눌러 담아 준 소주잔을 단숨에 들이켠 현우가 씨익 웃으며 말했다.
“내 말이라면 껌뻑 죽는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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