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804)
아크 더 레전드-804화(804/875)
[804] SPACE 2. 그때 아크는…… (1)그때 아크는…….
“이딴 퀘스트, 확 집어치울까 보다!”
몹시 열 받은 상태였다.
아크가 조사를 맡은 지역은 유적지였다.
오기 전에 네이블 마을에서 간단하게 조사해 봤지만 이 유적지의 기원에 대해 알고 있는 NPC는 없었다.
그들이 아는 거라고는 유적지가 ‘이름 없는 성인의 무덤’이라고 불린다는 것, 그리고 네이블 마을이 생기기 이전부터 있었다는 정도였다.
아니, 순서대로 나열하면 유적지가 있었기에 마을이 생겼다고 해야 한다. 원래 규모가 큰 유적지나 던전에는 개척자가 많이 모이고 그 수요에 맞춰 마을이 생기기 마련이니까, 다시 말해 마을이 크다는 말은.
“휴, 겁나 크네.”
그만큼 유적지도 크다는 의미였다.
하늘에서 확인한 것처럼 유적지는 수 킬로미터나 되는 지역에 흩어져 있었다. 뿐만 아니라 그 아래에도 지상과 같은 규모의 지하 미궁이 펼쳐져 있다고 한다.
“결국 아무런 단서도 없이 무턱대고 이 넓은 유적지를 뒤지며 돌아다녀야 하는 건가?”
-혹시 유적지에서 수상한 장소를 본 적이 있나요?
그렇다고 이런 초짜 같은 짓을 할 수는 없다.
유적지 같은 곳에서 아직 알려지지 않은 ‘뭔가’는 십중팔구 수익으로 연결된다.
게임 속에서 그 정도는 상식.
그러니 설사 알고 있어도 순순히 말해 줄 리가 없고, 되레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며 정보를 캐내려 들 것이 분명하다.
피곤해지기만 한다는 말이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발품을 팔며 직접 수색해 보는 편이 낫다. 결국 아직 뭔지도 모르는, 심지어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는 퀘스트 단서를 찾기 위해 이 넓은 유적지를 헤매고 돌아다니는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이건 뭐 맨땅에 헤딩하는 기분이군.”
그러나 아크가 열 받은 이유는 그 무지막지한 수색 범위 때문이 아니었다.
게임을 하다 보면 이런 식으로 맨땅에 헤딩하듯이 일대를 수색하는 것은 그리 드문 일이 아니다.
아니, 어떤 의미로는 그런 식으로 하나하나 단서를 찾으며 목표에 접근하는 과정은 그 자체로 재미와 성취감을 느끼게 해 주는 요소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러니 불평할 일이 아니다.
“그리고…….”
적어도 아크에게는 맨땅에 헤딩하는 일이라고는 할 수 없었다. 아크는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레피드나 붉은학살자에게는 없는 능력을.
“나와라, 샤이어! 룬 문자 각인술!”
유적지 앞에 도착한 아크가 손을 들어 올리며 소리쳤다.
뒤이어 푸른빛에 물든 아크의 손이 움직이자 허공에 기하학적인 문자가 새겨졌다. 그리고 잘게 부서지며 눈으로 스며들어 형형한 푸른빛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게 해 주는 룬 문자 ‘하자스카’!
이게 아크가 유적지 조사를 맡은 이유다.
“후후후, 이게 너브 전쟁 공동 1위의 위용이라는 거다. 레피드와 붉은학살자 같은 녀석들과는 이제 급이 다르다고. 뭐가 됐든 1착으로 찾아 주지.”
뭐 ‘하자스카’와 공동 1위는 아무 상관도 없지만.
어쨌든 아크는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서치라이트처럼 눈에서 푸른빛을 뿜어내며 유적지로 들어섰다.
아크를 열 받게 만드는 일이 벌어진 것은 그 직후였다.
유저들이 바글거리는 입구를 지나 내부로 들어가고 얼마 안 되었을 때.
키긱! 키긱! 키긱!
무너진 벽 너머에서 3마리의 몬스터가 나타났다.
수많은 유저들이 사냥터로 삼는 곳이니 당연히 유적지에는 수십 종의 몬스터가 득실대고 있었다. 그중 아크 앞에 나타난 것은 사마귀를 닮은 사이폰이라는 몬스터였다.
그러나 아크는 딱히 긴장하지 않았다.
사이폰은 2미터나 되는 크기였지만 레벨은 200대.
‘너브 전쟁에 참전하기 전이었다면 만만하게 볼 놈들은 아니었겠지만.’
너브 전쟁에 막 참전했을 때는 아크도 200대 초반이었지만 지금은 286! 3마리라도 이제 200대 몬스터 정도는 아크의 상대가 아닌 것이다.
위이이잉! 위이이잉!
아크는 곧바로 두 자루의 블레이드를 꺼내 들었다.
“자, 와라!”
그리고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소리쳤을 때였다.
갑자기 뒤쪽에서 날아오는 세 줄기의 섬광!
퍼펑! 퍼펑! 퍼펑!
뒤이어 사이폰들의 머리에서 폭발이 일어났다.
이에 사이폰을 향해 몸을 날리던 아크가 움찔하며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휘청거리는 사이폰의 뒤로 유저들이 다가오며 짜증 나는 표정으로 아크를 바라보았다.
아크는 그들의 태도를 이해할 수 없었지만.
“쳇, 이 녀석들이 왜 뒤로 돌아가나 했더니…….”
“왜 이런 곳에서 얼쩡대는 거야?”
“됐어. 뭐 벽 뒤라 저 사람도 모르고 있었겠지.”
“자리요.”
“그냥 가던 길 가세요. 건드리면 뒤치기 들어갑니다.”
서걱, 서걱! 투퉁! 퍼펑-!
사이폰을 향해 검기와 탄환을 퍼부으며 떠들어 대는 유저들.
아크는 그제야 상황을 이해했다.
T-20의 갈스톤 던전을 마지막으로 아크는 유저가 몰리는 던전을 일부러 찾아간 적이 없었다.
때문에 아크에게는 낯선 풍경이지만 아직도 경험치나 전리품이 좋은 사냥터에서는 여전히 자리를 잡고 다른 유저의 사냥을 금지시키는 짓이 횡행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뭐랄까…….
‘뭐야, 저 녀석들? 권리금이라도 냈어? 무슨 권리로 하라 마라야?’
아크는 이런 식으로 근거도 없이 권리를 주장하는 유저들을 좋아하지 않는다. 게다가 건드리면 뒤치기라니? 이건 또 무슨 공갈 협박이란 말인가?
‘확! 그냥!’
아크는 울컥 치밀었다.
그러나 진짜 뒤치기를 당한 것도 아니고 고작 이런 일로 유저들과 투덕거리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그리고 납득하기 힘들지만 로마에 가면 로마의 법을 따라야 하는 법. 그게 이 유적지에서 통용되는 룰이라면 따져 봐야 소용없다.
‘그리고 뭐, 사실 내 입장에서도 나쁜 일은 아니지. 어차피 내 목적은 조사. 말투 때문에 빈정은 상하지만 몬스터와 싸울 필요가 없다면 그만큼 시간을 절약할 수 있으니까.’
“네, 전 그냥 지나가는 길이었습니다.”
아크는 고개를 끄덕이며 물러났다.
그렇다. 살짝 울컥하기는 했지만 여기까지는 딱히 열 받을 정도의 일은 아니었다.
문제는 그곳을 지나 좀 더 깊이 들어갔을 때였다.
유적지 내부에도 유저 파티들이 자리를 잡고 연이어 리젠 되는 몬스터들을 사냥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런 건 아크와 상관없는 일. 아크는 괜히 오해라도 받을까 싶어 아예 블레이드를 챙겨 넣고 ‘하자스카’로 유적을 살피며 돌아다니고 있을 때였다.
“지금 뭐 하는 겁니까?”
한 유저가 아크를 돌아보며 뜬금없이 물었다.
“네? 저요?”
“네, 뭐 하시는 거냐고요?”
“왜 갑자기…… 저는 그냥 유적지를 돌아보고 있는데요?”
아크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장난하냐?”
그러자 유저의 목소리가 험악해졌다.
대뜸 시비를 걸어오는 상대의 태도에 아크는 당연히 울컥했지만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대체 왜 저러는지 이유라도 알아야 화를 내든 욕을 하든 할 것 아닌가?
물론 그렇다고 다짜고짜 저런 말을 해 대는 놈에게 계속 존대를 할 생각은 없었다.
“뭔 소리야? 내가 어쨌다고? 난 아무 짓도 안 했다고!”
“아직은 안 했겠지.”
“에?”
“누가 네놈 속셈을 모를 것 같아?”
“속셈이라니?”
“그래, 딱히 자리를 찾는 것도 아니고, 혼자 사냥하는 파티 근처에 얼쩡거리면 뻔하지. 먹튀밖에 더 있겠어?”
“머, 먹튀?”
아크가 황망한 표정으로 떠듬거렸다.
먹튀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 몰라서가 아니다.
굳이 이러쿵저러쿵 떠들어 대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아크는 T-20의 관리자이자 이큘러스의 영주다. 그리고 100% 아크 것은 아니지만 얼마 전에는 유저 최초로 모함의 소유자가 되었다. 그런데 먹튀라니? 좀도둑 취급이라니!
“이런 빌어먹을! 너희들이야말로 장난하냐? 내가 고작 그따위 잡템이나 훔쳐 먹고 도망치는 놈으로 보여?”
“잡템은 아니겠지.”
“그래서 얼쩡거리고 있는 거잖아. 비싼 아이템이 나오면 먹고 튀려고!”
“내가 뭐가 아쉬워서 그런 짓을 해? 아이템이 필요하면 그냥 내가 사냥하고 말지!”
“네가?”
아크의 말에 단검을 든 유저가 같잖다는 표정을 지었다.
-[진] 님이 ‘간파’ 스킬을 사용했습니다.
“지랄을 하는군.”
그리고 메시지와 함께 튀어나오는 욕.
“레벨 200 정도밖에 안 되는 놈이 여기서 혼자 사냥을 하시겠다?”
“200…….”
아크는 ‘하이드 헬멧’을 쓰고 있었다.
그리고 ‘하이드 헬멧’은 얼굴은 한번 등록하면 바꿀 수 없지만, 방금 전 진이라는 녀석이 사용한 ‘간파’ 따위로 확인할 수 있는 캐릭터 정보는 다시 등록할 수 있다.
그러나 아크가 ‘하이드 헬멧’을 마지막으로 사용한 것은 타투인 전투 때. 그 이후로 사용한 적이 없었고, 굳이 재등록할 필요도 느끼지 못해 그대로 놔두고 있었다.
덕분에 오해가 더 커져 버린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의심의 여지가 없어! 쭉 째진 눈! 툭 튀어나온 광대! 저 흉물스러운 뻐드렁니! 저 흉악한 얼굴이 증거라고!”
‘하이드 헬멧’ 위로 보이는 아크의 얼굴은 흉악하기 짝이 없었고.
“저 눈 좀 봐! 번쩍번쩍 빛나는 게 딱 아이템을 노리고 있는 놈의 눈빛이잖아!”
와중에도 눈은 여전히 빛나고 있는 것이다.
“저건 100% 먹튀야!”
그리하여 아크는 먹튀로 확정!
리더로 보이는 유저가 살벌한 눈으로 째리며 소리쳤다.
“우리도 카오틱이 되고 싶지 않으니 이번에는 그냥 넘어간다. 하지만 계속 얼쩡대면 가만두지 않겠다. 죽고 싶지 않으면 당장 꺼져!”
‘이 자식들이……!’
열 받는다!
‘그냥 확 저질러 버려?’
이런 생각이 들 정도로 열 받는다.
그러나 아크는 꾹꾹 눌러 참을 수밖에 없었다.
확실히 놈들 중에 아크의 상대가 될 만한 녀석은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파티다. 아무리 아크라도 승산을 장담할 수는 없었다. 그리고 설사 이긴다 한들, 카오틱이 될 뿐이다. 이기든 지든 좋을 것이 하나도 없는 것이다.
‘뭐 그래도 기분은 나아지겠지만.’
문제는 그럴 경우 시비를 거는 파티만 팬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뭐야? 먹튀라고?”
“아직까지도 그런 자식이 있어?”
“있어, 있어. 얼마 전에 다른 사람들과 아이템 사냥할 때, 몇 시간 만에 매직템이 떨어졌는데 어떤 자식이 잽싸게 챙기고 도망쳤다고.”
“그런 놈들은 공공의 적이야!”
“어이, 저 자식 얼굴 똑똑히 기억해 둬. 근처에 오면 그냥 갈겨 버리라고!”
근처의 유저 파티들이 아크를 바라보며 떠들어 대고 있었다. 시비를 건 파티와 싸움이라도 벌어지면 그들까지 몽땅 가세할 분위기였다.
그들의 숫자만 수십 명, 이쯤 되면 100% 사망 확정이다.
그러니 자존심이 상하지만.
“다시 말하지만 나는 그런 비열한 놈이 아니야. 하지만 어차피 내가 뭐라고 말하든 믿지 않겠지. 내 행동이 오해의 소지가 있었다면 물러나겠다.”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지금 아크가 울분을 터뜨리는 이유가 그것이다.
느닷없이 그런 누명을 쓴 것도 모자로 제대로 변명조차 못 하고 물러나야 했는데 누구라도 열 받지 않겠는가?
그러나 그보다 열 받는 건.
“어이, 너 뭐야?”
“좋은 말로 할 때 그냥 가라, 응?”
그런 뭐 같은 상황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마을에서 득실대는 유저들은 대부분 유적지에서 사냥하고 있다. 따라서 자리를 잡고 사냥하는 유저 파티도 꽤 많았고 그 근처를 조사하느라 기웃거리면 바로 이런 경고가 날아오는 것이다. 그리고 그때마다 자존심에 가해지는 데미지!
“이딴 퀘스트, 확 집어치울까 보다!”
이런 말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물론 진심은 아니었다. 그러나 이대로는 조사조차 제대로 할 수 없다.
때문에 일단 물러났다가 레피드와 붉은학살자를 데리고 다시 올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건 그것대로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었다.
‘방법이 없지는 않지만…….’
유저들의 눈에 보이는 것이 문제라면, 보이지 않으면 된다.
어차피 아크의 목적은 사냥이 아닌 조사, ‘스텔스’로 몸을 숨기고 다니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조디악 나이트’로 전직하며 ‘스텔스’도 사라졌지만 이를 대체할 스킬은 있었다. 그러나 그 스킬은 워리어 컴뱃 폼에 붙어 있는 것이 아니었다.
아직 사용하지 않은 컴뱃 폼의 스킬.
‘당연히 단서를 찾는다고 퀘스트가 완료되는 것은 아니겠지. 1차 때처럼 무슨 관문을 통과해야 할 확률이 높아. 아직 익숙하지도 않은 컴뱃 폼으로 그런 관문에 도전할 수는 없어. 그리고 혼자라면 일단 컴뱃 폼을 바꿔 단서를 찾고 전환 대기 시간까지 기다렸다가 다시 워리어로 바꾼 뒤에 진행해도 그만이지만 지금은 파티다. 만약 1~2시간 만에 단서를 찾아 레피드와 붉은학살자에게 20여 시간 넘게 기다리라고 하면…….’
얌전히 끄덕여 줄 놈들이 아니다.
더구나 레피드는 모함을 떠날 때부터 불평불만을 쏟아 내던 놈이다. 아마도 레피드는 아크의 뒤통수에 쉬지 않고 ‘흉탄’을 박아 넣으며 20여 시간을 보내리라.
그건 싫다! 아프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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