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805)
아크 더 레전드-805화(805/875)
[805] SPACE 2. 그때 아크는…… (2)“할 수 없지.”
그래서 차선책을 택하기로 했다.
비록 이리 채이고 저리 채이던 아크지만, 그래도 2시간 넘게 돌아다니며 아무런 정보도 얻지 못했던 것은 아니었다. 아니, 뭐 딱히 정보라고 말하기도 뭐하지만.
“일단 밖은 미뤄 두고 아래부터 시작하는 수밖에.”
유적지 곳곳에는 유적지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이 흩어져 있었다. 그리고 아크가 얻은 정보에 의하면, 지하는 유적지처럼 자리를 잡고 사냥하는 파티가 거의 없었다.
대체로 개방되어 있는 유적지와 달리 지하는 좁은 통로가 복잡하게 얽혀 있고 몬스터가 리젠되는 장소도 매번 바뀌기 때문이다. 그러니 자리를 잡고 있는 것보다 돌아다니며 사냥하는 편이 더 효율이 높은 것이다.
“뭐 따지고 보면 바깥보다는 지하에 뭔가 숨겨져 있을 확률이 더 높기는 하지. 그리고 전투 중인 유저 파티만 피하면 먹튀로 의심받을 일도 없고 말이야.”
물론 지하의 몬스터들은 더 강하다.
그러나 그런 건 아크에게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조사가 목적이니 전투는 가능한 한 피할 생각이고, 어쩔 수 없는 경우라도 서너 마리쯤은 너끈히 해치울 자신이 있었다. 아니, 좀 버겁더라도 먹튀로 의심받는 것보다는 낫다.
그리하여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수색 장소를 지하로 변경!
“자, 어디 시작해 볼까?”
위이이잉-!
아크는 램프 대용으로 블레이드를 꺼내 들고 지하로 내려갔다.
그리고 약 1시간.
“진작 여기로 올 걸 그랬어.”
주위를 둘러보는 아크는 꽤 만족스러운 표정이었다.
어둠에 잠겨 있는 미로 같은 통로. 블레이드의 빛이 번져 나가는 벽에는 이끼로 뒤덮여 있었다. 그리고 때때로 맞은편에서 불어오는 후끈한 열기의 바람.
분위기는 음침하기 짝이 없는 곳이었다.
그러나 아크는 이런 음침한 분위기의 지하가 몇 배는 더 쾌적하게 느껴졌다.
일단 아크를 열 받게 하는 유저 파티가 보이지 않는 것이다. 물론 때때로 마주치기는 했지만 밖과 달리 그들은 딱히 아크를 신경 쓰지 않았고, 그마저 다른 통로로 들어가면 한동안은 보이지 않았다.
크르르르!
대신 몬스터와의 만남은 좀 더 빈번해졌지만 대부분 서너 마리, 많아야 5마리를 넘지 않았다. 그리고 유적지보다 레벨이 높다지만 220~230대. 간간이 250이 넘는 몬스터도 나왔지만 그런 경우에는 1~2마리밖에 되지 않았다.
서걱서걱!
덕분에 무리 없이 슥삭!
-<동굴 거미의 표피>를 획득했습니다!
-<낡은 장검>을 획득했습니다!
간간이 아이템까지 챙길 수 있었다. 그러나 정작 본 목적인 단서 찾기는 1시간이 지나도록 진전이 없었다.
의심스러운 장소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흠…….”
아크가 옅은 빛이 번져 있는 벽화를 바라보며 머리를 긁적였다. ‘하자스카’로 주위를 살피다가 이끼 사이에서 옅은 빛이 번져 있는 것을 보고 찾아낸 벽화였다. 그리고 이끼를 걷어 내자 전체가 빛나는 벽화가 나타난 것이다.
그러나 그뿐이었다.
아무리 살펴보고, 두들겨 보고, 심지어 공격까지 해 봤지만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그래도 ‘하자스카’에 반응해 빛을 발하니 뭔가 있는 것만은 분명했지만 문제는 그게 각성 퀘스트와 관련이 있다는 보장이 없다는 점이었다.
왜냐하면, ‘하자스카’에 반응하는 수상한 장소를 발견한 것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긴, 이 유적에 관련된 퀘스트가 각성 퀘스트밖에 없다고는 장담할 수 없지. 이만한 규모라면 다른 퀘스트도 꽤 있을 거야.”
그러나 각성 퀘스트와 관련이 없다고는 보장도 없다.
“그렇다고 반응도 없는 벽화만 붙잡고 있을 수는 없지. 설사 이게 각성 퀘스트와 관련이 있어도 1차 때처럼 뭔가 열쇠가 되는 아이템이 필요한 거라면 지금 무슨 짓을 하든 다 삽질이니까. 일단 이번에는 위치만 체크하고 넘어가자.”
아크는 발로 뛰며 밝혀 놓은 지하 미궁의 지도에 벽화의 위치를 표시를 해 두었다. 그리고 사진까지 찍어 놓은 뒤에 다시 복잡하게 얽힌 통로를 따라 걷기를 한참.
“여기는…….”
꽤 넓은 공간이 나타났다.
지금까지 지나온 통로와 달리 커다란 암석이 복잡하게 뒤엉켜 있는 장소였다. 그리고 그 아래로 흐르는 용암!
“공기가 후끈거리던 게 이런 용암 지대가 있어서였군.”
아크가 암석 아래의 용암을 바라보고 있을 때였다.
“뭐?”
갑자기 어딘가에서 당혹성이 들려왔다.
이에 고개를 돌리자 100여 미터 떨어진 암석 위에 모여 있는 한 무리의 유저들이 눈에 들어왔다.
“뛰어내리라고?”
“그래, 내 마법 감지에 의하면 이 아래의 용암에는 뭔가 있어. 하지만 이것저것 다 시험해 봐도 반응이 없잖아. 아직 시험해 보지 않은 건 저곳으로 직접 뛰어내리는 것뿐이라고. 저기가 우리가 찾던 곳이라면 그대로 다른 장소로 순간 이동될지도 몰라.”
“우리가 찾던 곳이 아니면?”
“죽겠지.”
“이 자식이, 남의 일이라고!”
“젠장, 그럼 어쩌라고? 벌써 여기 온 지 사흘째야. 그동안 마을이나 이 유적지를 다 돌아봤지만 이렇다 할 단서를 찾지 못했잖아. 그러니 이제 방법이 없어. 조금이라도 의심스러운 장소를 돌아다니며 가능한 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시험해 보는 수밖에.”
“아무리 그래도…….”
“어차피 방금 전에 페어리에 등록해 놨잖아. 잃을 것도 없다고.”
“왜 잃을 게 없어! 경험치는? 숙련도는?”
“죽게 되면 그 정도는 우리가 힘을 모아 팍팍 올려 줄게. 그리고 너만이 아니야. 이번에 실패하고 또 이런 곳이 나타나면 차례대로 실험에 참가할 거야. 언제까지나 이런 곳을 헤매고 있을 수는 없으니까 그렇게라도 해 보는 수밖에 없지.”
“젠장, 알았어. 하지만 혹시 내가 죽은 뒤에 문을 찾아도 부활할 때까지 기다려 주는 거야?”
“걱정도 팔자로군. 당연하지, 인마.”
“좋아! 간다! 우아아아!”
잠시 대화를 나누던 유저가 몸을 돌렸다.
그리고 비명 같은 고함을 터뜨리며 갑자기 암석에서 뛰어내리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용암 속으로 퐁!
“……여기도 아닌 모양이군.”
잠시 용암을 내려다보던 로브를 입은 유저가 입맛을 다시며 중얼거렸다.
그러자 다른 유저들이 한숨을 불었다.
“젠장, 돌겠군.”
“할 수 없지. 다음 장소로 가 보자.”
그리고 구시렁거리며 암석 뒤쪽으로 사라졌다.
이에 잠시 멍하니 바라보던 아크는 그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유저가 자살―혹은 타살?―한 곳을 내려다보자 끓어오르는 용암 안쪽에서 희미한 빛이 스며 나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자스카’ 효과가 적용 중이라 볼 수 있는 빛이었지만, 방금 전의 장면을 보지 못했다면 그냥 지나쳤을 것이다.
‘저 파티에도 하자스카와 비슷한 효과의 스킬을 가지고 있는 유저가 있다는 말이겠지. 로브를 입고 있으니 마법사 계열인 건가? 아니, 그보다…….’
신경 쓰이는 것은 그들의 행동이다.
어딘가로 순간 이동되는 문이 있을지도 모른다며 용암으로 뛰어내린 유저. 뭐 행동 자체는 미친 짓으로밖에 보이지 않지만 할 일이 없어서 그런 짓을 하지는 않았을 터.
‘어쩌면 저들은…….’
아크와 같은 목적을 가진 유저들일지도 모른다.
그들의 대화에서도 그렇게 의심할 만한 부분이 적지 않았다. 그리고 만약 그들이 진짜 아크 일행처럼 2차 각성 퀘스트를 하러 온 유저들이라면!
“이거 의외의 수확이군.”
잠시 생각하던 아크가 씨익 웃었다.
그들은 이미 사흘이나 이 지하 미궁을 수색했다고 한다.
그러니 이런 용암 속의 수상한 장소도 찾아낼 수 있었던 것이리라.
그건 그들이 사라진 암석 뒤의 통로로 마찬가지였다.
암석으로 교묘하게 가려져 있어 그냥 훑어보기만 해서는 발견하기 힘들게 되어 있었다. 그리고 이런 곳은 ‘하자스카’로도 찾을 수 없다.
“하지만 쉬운 방법이 있지.”
방금 전의 대화로 미루어 짐작컨대 그들은 이 던전에서 찾은 수상한 장소를 돌아다니며 여러 가지 실험을 해 보고 있는 것 같다.
다시 말해 그들을 따라가면 그런 장소는 물론, 이렇게 ‘하자스카’로도 찾기 힘든 숨겨진 통로를 찾을 수 있다는 말이다.
물론 아직 그들도 확실한 정보는 없는 것 같지만, 적어도 혼자 돌아다니는 것보다는 몇 배나 빠르게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내가 찾는 것은 아이템이 아니야. 각성 퀘스트를 진행하는 장소다. 다른 사람이 먼저 찾는다고 문제 될 것은 없어. 아니, 먼저 찾아 준다면 땡큐지.’
아크도 고생할 필요가 없으니까.
말하자면 저들은 저들대로, 아크는 아크대로 윈윈이다.
그러나 저 유저들도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미 사흘이나 헤맨 저들은 수상하다는 이유만으로 동료를 용암에 밀어 넣을 정도로 독이 올라 있다.
아크가 목적을 밝히고 합류를 요청하면 십중팔구 다음에 용암으로 다이빙을 해야 하는 신세가 되리라.
아크는 그럴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었다.
그러니까 미행!
사사삭!
아크는 블레이드를 챙겨 넣고 발소리를 죽이며 그들을 따라가기 시작했다.
“이봐, 좀 더 세게 받아 봐!”
쿵! 쿵! 쿵!
‘힘내라! 파이팅! 너희들은 할 수 있어!
그리고 잠시 후, 아크가 발견했던 벽화와 비슷한 그림이 그려져 있는 벽을 연이어 들이받는 유저 파티를 향해 응원의 눈빛을 보내 주었다.
* * *
뚝딱뚝딱! 뚝딱뚝딱!
작은 망치 소리가 쉬지 않고 울리는 작업장.
마을 중심에 자리 잡은 수도원의 장신구 공방이었다.
이 공방에서 일하는 수십 명의 수도사들에게는 장신구를 만드는 일이 곧 섬기는 신에게 다가가는 위한 수행이다.
당연히 작업에 임하는 수도사들은 더할 나위 없이 진지했고, 분위기는 공방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엄숙했다.
그리고 여기!
-92…… 93…… 94…….
공방 구석에서 퀭한 표정으로 구슬을 꿰는 라마 전사가 있었다. 바로 얼마 전까지 은하계를 떠들썩하게 만들던 너브 전쟁에서 혁혁한 무훈을 세워 은하 동성 훈장과 함께 ‘무적의 전사’라는 칭호를 받은 붉은학살자였다.
그런 그가 왜 이런 곳에서 구슬을 꿰고 있냐 하면.
‘탐난다, 목걸이!’
수도사가 보여 준 크리스털 속의 목걸이에 홀딱 반해 버렸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목걸이와 똑같은 것을 직접 만들어 여친의 목에 걸어 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장은 무리였다.
“아니야!”
번번이 바닥에 내팽개쳐지는 붉은학살자 제製 장신구!
“이런 실력으로는 아직 어림도 없어! 어차피 시도해 봐야 쇳조각밖에 나오지 않아! 비슷하게라도 만들려면 좀 더 실력을 쌓아야 해! 다시 선배들을 도우며 손의 감각을 키우게.”
……실력이 부족한 것이다.
수도사의 말대로 아직 Lv.1의 ‘세공’으로는 목걸이의 섬세한 문양은커녕 아무리 두들겨 대도 비슷한 형태조차 만들어지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지금 붉은학살자는 비록 초짜로 낙인찍혀 허드렛일을 하고 있었지만 그 역시 수행!
-세공 스킬의 숙련도가 1 상승했습니다!
구슬 꿰기라도 ‘세공’의 숙련도가 오르는 것이다.
뭐 단순 작업이라 한 1,000쯤 꿰어야 겨우 1이 오르는 정도지만, Lv.1의 스킬에는 그것도 적은 수치는 아니었다. 그리고 붉은학살자는 한번 한다면 하는 사나이!
-1,000…… 1,001…… 1,002…….
그래서 꿰었다!
-10,000…… 10,001…… 10,002…….
눈앞이 아득해질 때까지 꿰고 또 꿰었다!
그렇게 장장 6시간 동안 한시도 쉬지 않고 구슬을 꿰었을 때였다.
-스킬 ‘세공’(직업 공통☆☆☆)의 등급이 Lv.2로 상승했습니다!
《등급이 상승해 당신의 손은 좀 더 섬세한 작업이 가능해졌습니다. 그로 인해 제작 가능한 장신구의 종류가 늘었습니다. 아직 장신구에 특별한 힘을 부여할 수는 없지만 간단한 문양은 새길 수 있게 되었습니다.》
마침내 등급 상승!
-수, 수도사님!
“흠, 확실히 손놀림이 얼마 전과는 다르군. 초보일수록 성장이 빠르기는 하지만 그 짧은 시간에 눈에 보일 정도로 실력이 나아지다니? 게다가 그 집중력! 세공을 수행으로 삼는 수도사들에게도 보기 힘든 집중력이었어. 앞으로도 작은 일에도 전력을 다하는 마음가짐을 잃지 않고 노력하면 머지않아 훌륭한 장인으로 대성할 거네.”
장인으로 대성해도 곤란하지만!
-그럼 이제…….
붉은학살자가 기대 어린 눈으로 바라보자 수도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아직 초보인 것은 분명하지만 이제 심부름 정도로 실력을 쌓을 수준은 아니군. 이제 신앙의 목걸이를 흉내 낸 목걸이를 만들어도 좋네. 그동안 자네가 도와준 것도 있으니 은 정도는 주지. 비싼 재료는 아니지만 그편이 자네도 다루기 쉬울 거야.”
-감사합니다!
“은 몇 그램 정도는 당연한 노동의 대가니 고마워할 필요는 없네.”
수도사가 넉넉한 웃음을 지으며 작은 은괴를 건네주었다.
이로써 준비 완료!
뭐 각성 퀘스트와는 아무 상관도 없지만!
구슬을 수만 개를 꿰는 사이에 이미 정신이 안드로메다로 날아가 버린 붉은학살자였지만 의욕이 넘치는 표정으로 단상으로 향했다.
슥슥! 슥슥!
그리고 스케치! 스케치! 스케치!
‘막상 스케치를 해 보니 이건 그냥 세밀한 수준이 아니군.’
수도사의 허락은 받았지만 어차피 지금 그의 실력으로는 신앙의 목걸이에 새겨져 있는 섬세한 문양까지 재현하는 것은 무리다.
그러나 조금이라도 비슷하게 만들기 위해 붉은학살자는 하나도 놓치지 않겠다는 집념으로 공들여 스케치를 해 나갔다.
-됐다. 이제…….
그리고 다시 작업대로 돌아가려 할 때였다.
‘……어? 뭐지?’
붉은학살자가 다시 신앙의 목걸이를 돌아보았다.
스케치를 할 때도 미처 눈치채지 못했는데, 신앙의 목걸이는 전면부만이 아니라 측면에도 문양이 새겨져 있었던 것이다.
뭐 어차피 붉은학살자는 형태만 비슷한 목걸이를 만들어도 만족할 생각이라 굳이 잘 보이지도 않는 문양까지 신경 쓸 필요는 없었다. 그러나 흥미가 일어 눈매를 좁히며 깨알 같은 문양에 시선을 집중했다.
그리고 잠시 후.
-이건 그냥 장식을 위한 문양이 아니야. ……가만? 이거 혹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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