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806)
아크 더 레전드-806화(806/875)
[806] SPACE 2. 그때 아크는…… (3)“어이, 에이드.”
희미한 빛이 번져 나가는 동굴.
손바닥에 하얀빛을 뿜어내는 구슬을 띄우고 있는 유저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자 기관총을 둘러매고 있는, 에이드라고 불린 유저가 고개를 돌렸다.
“응? 왜?”
“뒤에 우리를 따라오는 놈이 있다.”
“뭐?”
“돌아보지 마.”
에이드가 움찔하자 로브의 사내가 고개를 저었다.
그때 대검을 들고 앞서 걸어가던 유저가 옆으로 다가오며 물었다.
“따라온다니? 누가?”
“그야 모르지. 하지만 누군가 따라오고 있는 건 분명해. 아까 라이트 마법의 지속 시간이 끝나 없어졌다가 다시 켠 적이 있었잖아. 그때 뒤쪽에서 그림자 같은 것이 움직이는 느낌이 있었어. 그래서 혹시나 싶어 좀 전에 모퉁이를 돌 때 경종警鐘 마법을 걸어 두었는데 반응이 왔어. 30~40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놈이 있어.”
“몬스터인가?”
“몬스터였다면 진즉 공격했겠지. 우리가 사흘 넘게 이곳을 돌아다니면서 그냥 떨어져서 따라오는 몬스터를 본 적이 있냐? 분명 유저야.”
“유저라면 우리를 따라온다고 단정할 수는 없잖아. 우연히 길이 겹친 것일 수도 있어.”
“확인해 보면 알겠지.”
로브의 사내가 살짝 손을 흔들었다.
그러자 손끝에서 작은 빛 알갱이가 주위로 흩어지며 사라졌다. 주위에 마나를 퍼뜨려 그 위를 통과하는 생명체의 기척을 확인할 수 있는 ‘경종’ 마법이었다.
로브의 사내는 복잡하게 모퉁이를 돌며 일정 거리마다 ‘경종’ 마법을 설치했다.
그리고 몇 분 뒤.
“확실해. 놈은 우리를 미행하고 있어.”
“하지만 대체 왜…….”
“그건 아직 모르겠지만 이유도 없이 미행하지는 않겠지. 뭐 일단 가장 먼저 생각나는 건 먹튀지만, 그게 아니라도 미행하고 있다면 좋은 목적은 아니겠지.”
“쫓아 버릴까?”
대검의 사내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그냥 쫓아 버릴 생각이었다면 굳이 경종 마법을 쓸 필요도 없었겠지.”
“무슨 말이야?”
“내게 더 좋은 생각이 있어.”
로브의 사내가 씨익 웃으며 말했다.
“같은 장소를 돌아다닌 지 벌써 사흘이 넘었잖아. 슬슬 스트레스가 쌓이는 중이라고. 그런데 어떤 얼치기 같은 놈이 겁도 없이 우리를 미행하고 있는 거야. 스트레스를 발산할 좋은 기회라는 생각이 들지 않아?”
“설마 죽이자는 거야? 뭐 스트레스는 풀리겠지만…… 난 카오틱을 푼 지 얼마 되지 않았어. 그리고 아직 입구도 못 찾았는데 카오틱이 되면 여러모로 곤란해지지 않겠냐?”
“굳이 직접 나설 이유가 없지.”
로브의 사내가 에이드를 돌아보며 히죽 웃었다.
그러자 잠시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던 에이드도 이내 히죽 웃으며 끄덕였다.
“아하, 무슨 말인지 알겠어.”
“그래, 그런 거다. 그럼 어디로 가야 할지 알고 있겠지?”
“물론이지.”
에이드가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앞서 나갔다.
그리고 그 뒤로 몇 번 더 모퉁이를 돌며 걸어가자 광장 같은 곳이 나타났다. 그 광장에는 20여 마리의 몬스터가 여기저기 흩어져 서성거리고 있었다.
반면 에이드 일행은 불과 4명, 레벨이 몬스터보다 꽤 높다고 해도 먼저 건드릴 수 있는 숫자는 아니었다. 그리고 아직 거리가 있어 몬스터들도 이들에게 반응하지 않고 있으니 마음만 먹으면 피해 갈 수도 있었지만.
“다행히 아직 아무도 건드리지 않았군. 뭐 지하로 내려오는 파티는 대부분 10명 이하니 일부러 이런 놈들을 건드리지는 않겠지만. 베스카, 준비해. 시작한다.”
“OK, 언제든지.”
에이드의 말에 로브의 사내가 양손을 들어 올리며 끄덕였을 때였다.
퍼펑-! 투투투투! 투투투투!
에이드가 우측의 몬스터들을 향해 수류탄을 투척했다.
그리고 폭음이 울리는 것과 동시에 기관총을 풀어 광장의 몬스터들에게 난사하기 시작했다.
크와! 크아아아!
당연히 분노하는 몬스터들!
개를 닮은 몬스터들이 괴성을 터뜨리며 뛰어오고, 그 뒤에서 동굴 거미가 에이드 일행을 향해 거미줄을 뿜었다. 그리고 거인 몬스터는 바위를 집어 던지기도 했다.
베스카라는 마법사가 소리친 것은 그때였다.
“마나 실드!”
동시에 그 앞에 생성되는 푸른 방패!
“지금이다! 모두 뛰어!”
“아핫, 어이! 멍청한 괴물들아, 어디 따라와 봐라!”
에이드와 베스카, 그리고 2명의 전사가 몸을 돌리며 방금 전에 나왔던 통로를 향해 뛰어갔다. 그 뒤에서 연이어 날아오는 바위에 맞아 박살 나는 방패!
뒤이어 개를 닮은 몬스터를 선두로 거미와 거인 몬스터가 흩어지는 방패를 뚫고 추격해 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때!
“킥, 저 자식, 기겁하는군.”
에이드가 통로의 모퉁이를 바라보며 키득거렸다.
이들이 갑자기 몸을 돌리고 뛰어가자 모퉁이 근처에 숨어 있던 미행자가 황급히 바위 뒤로 몸을 숨기는 장면이 목격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미 늦었다.
“상대를 보고 따라왔어야지! 베스카!”
“섬광!”
위이이잉! 퍼펑-!
에이드의 고함에 베스카의 손에서 빛이 폭발했다.
한순간 시야를 하얗게 물들이는 빛의 폭발! 순간 바위 뒤의 미행자가 움찔하며 고개를 숙였다.
예상하지 못한 빛에 놀란 것이리라. 그러나 당연히! 사전에 알고 있던 에이드는 빛의 폭발하는 타이밍에 맞춰 눈을 감아 영향을 받지 않은 상태였다.
그리고 웅크리고 있는 미행자를 향해 뛰어갔다.
“죽어라, 병신아!”
뒤이어 히죽 웃으며 터치하는 순간!
-*** 님이 ‘떠넘기기’를 시전했습니다!
《레인저 계열의 유저는 전투 시 1회에 한해 ‘떠넘기기’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떠넘기기’는 그 전투 중에 그 유저가 받고 있는 어그로를 다른 사람에게 넘기는 기술입니다. 따라서 ‘떠넘기기’를 받은 사람은 설사 공격한 적이 없어도 몬스터의 집중 공격을 받게 됩니다.》
그들을 미행하던 유저의 눈앞에 떠오르는 정보창!
“뭐, 뭐야? 떠넘기기?”
미행자가 황당한 표정으로 떠듬거린 것은 그다음이었다.
“뭐냐고! 이 ***라는 놈은!”
눈을 비비며 소리치는 미행자는 바로 아크!
그러나 시력이 돌아왔을 때는 이미 그 ‘***’, 에이드 일행은 모퉁이로 사라져 보이지 않았다.
크와아아아!
그들을 대신해 대답(?)하는 것은 20여 마리의 몬스터!
갑작스러운 상황이지만, 아크는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모를 정도로 바보는 아니다.
에이드―그의 이름을 확인하지 못한 아크에게는 그냥 ***지만― 일행의 움직임이 10여 분 전부터 어째 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아마도 그때 미행을 눈치챘던 모양이다.
그리고 일부러 아크를 이곳으로 유인해 도발해 놓은 20여 마리의 몬스터를 떠넘겨 버린 것이다.
“저 빌어먹을 자식들이!”
순식간에 상황을 파악한 아크의 입에서 욕이 터져 나왔지만 사실 이 일은 아크에게도 책임은 있었다. 욕먹을 만한 짓을 한 건 사실이니까.
그러나 이건 너무하지 않은가?
딱히 그들에게 해가 되는 짓을 한 것도 아니고, 나름 응원―숨어서―도 해 주었다. 그런데 그저 미행했다는 이유로 경고도 없이 20여 마리의 몬스터를 떠넘기고 도망치다니?
이건 그냥 죽으라는 말이 아닌가?
그리고 지금!
위잉-!
아크를 향해 날아오는 바위!
아크는 그들의 뜻대로 죽을 위기에 처해 버린 것이다.
뭐랄까, 그 ***라는 놈들에게 울컥울컥 살의가 치밀었지만 지금은 분노나 씹을 때가 아니었다. 까딱하면 위기는 그대로 사실이 돼 버리는 것이다.
“젠장! 퀴크니스, 쾌속!”
아크가 황급히 소리치며 몸을 날렸다.
그러자 바위는 아크가 숨어 있던 커다란 바위와 충돌해 산산이 부서지며 산탄처럼 퍼져 나갔다. 아무리 ‘쾌속’이라도 좁은 통로에서 그 파편을 모두 피하기는 무리!
-데미지 46!
-데미지 34…….
아머에 자잘한 흠집이 생기며 데미지가 들어왔다.
아크가 휘청거리자 뒤이어 개를 닮은 패독이라는 몬스터 서너 마리가 송곳니를 드러내며 달려들었다.
이 역시 모두 막기는 무리!
아크가 왼팔을 들어 올리며 소리쳤다.
“나와라! 바사크!”
-우오오오! 괴갑!
동시에 방패를 앞세우며 불쑥 솟아나는 바사크!
그사이에 아크는 한 걸음 물러나 두 자루의 블레이드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 당겨진 활시위에서 뻗어 나가는 것처럼 돌진하며 폭격! 폭격! 폭격!
퍼퍼펑-!
검광이 번뜩이자 바사크에게 달라붙어 있던 패독들이 튕겨져 날아갔다.
그러나 패독은 놈들만이 아니었다.
아크와 바사크 주위에 몰려든 패독은 10여 마리! 그중 서너 머리가 벽을 타고 뛰어 바사크를 넘어 아크에게 달려들었다. 그러나 아크는 물러나지 않았다.
“마이트! 격돌!”
되레 놈들을 향해 돌격!
이에 바로 앞에 있던 패독은 쩍 벌리고 있던 아가리가 뭉개지며 날아갔고, 뒤이은 충격파에 나머지 패독들도 튕겨져 날아가 바닥에 처박혔다.
-개새끼 주제에! 파광!
“바사크, 놈들을 상대할 때가 아니다!”
아크가 버둥대는 패독을 쿡쿡 찔러 대는 바사크를 향해 소리쳤다.
“이대로는…… 승산이 없다!”
유저에게 가장 중요한 능력 중에 하나는 판단력이다.
되돌릴 수 없는 상황이 되기 전에 싸워야 할 때인지, 물러나야 할 때인지를 파악하는 능력. 그리고 아크의 판단에 의하면 지금은 적어도 전자는 아니었다.
아크의 ‘격돌’에 날아가 버둥대는 패독은 저래 보여도 레벨 200대의 몬스터였다.
뭐 그래도 방금 전에 봤듯이 공격 패턴이 단순해 바사크와 잘 연계하면 10마리라도 어찌어찌 상대할 수는 있다.
‘하지만 저놈들은…….’
문제는 패독 뒤에서 몰려드는 동굴 거미와 거인이다.
동굴 거미는 레벨 220~230. 그리고 움직임을 봉쇄하는 거미줄을 뿜어내 아크도 한꺼번에 서너 마리를 상대하기는 힘들었다.
그러나 더 위험한 놈은 거인!
놈은 레벨 250대, 아크가 싸워 본 몬스터 중 가장 레벨이 높을 뿐만 아니라, 엘리트 급이라 방어력과 공격력이 평범한 250레벨의 몬스터보다 최소 1.5배는 높아 1마리라도 방심할 수 없었다.
패독 외에도 그런 놈들이 10여 마리나 되는 것이다.
당연히 무리!
아크가 지체 없이 몸을 돌리며 소리쳤다.
“지금은 물러난다! 뛰어!”
-넵! 헉! 혀, 형님!
뒤에서 바사크의 비명이 들려왔다.
고개를 돌리자 바사크는 거미줄에 뒤엉켜 버둥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바사크를 향해 달려드는 패독들!
위급한 상황이었지만, 차라리 그편이 나았다. 동굴 거미의 거미줄에 맞은 것이 아크였다면 방법이 없었겠지만.
“소환 해제!”
바사크는 소환만 해체하면 OK!
“퀴크니스! 쾌속!”
바사크를 불러들인 아크는 그대로 가속을 붙이며 뛰어갔다. 그러나 막상 도주하기 시작하자 동굴 거미나 거인보다 더 위협이 되는 몬스터는 패독이었다.
패독의 유일한 장점이라고 할 수 있는 속도 때문이다.
‘쾌속’은 폭발적인 속도를 발휘하지만 지속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그리고 대기 시간이 있어 연이어 사용할 수 없는 스킬. 때문에 ‘쾌속’을 사용해 거리를 벌려 놓아도 지속 시간이 끝나면 바로 패독 무리가 따라붙는 것이다.
콰직! 콰직!
그리고 여기저기 생기는 이빨 자국!
그러나 아크가 할 수 있는 것은 고작 패독을 떼어 내는 정도였다. 괜히 싸우려 들다가는 뒤처졌던 동굴 거미와 거인까지 가세해 버리기 때문이다.
아니, 달라붙은 패독을 떼어 내는 사이에도 따라붙은 동굴 거미와 거인이 날리는 거미줄과 바위가 날아왔다.
“젠장! 나와라, 바사크!”
-아앗! 형님!
“할 수 없잖아! 내가 거미줄에 걸리면 빼도 박도 못하고 죽는다고! 소환 해제!”
그래도 거미줄은 바사크로 막을 수 있었지만.
위이이잉! 퍼펑-!
거인이 날리는 투석은 그조차 힘들었다.
게다가 투석에 맞으면 그저 데미지를 입고 끝나는 것도 아니었다.
-티탄의 ‘투석’에 적중되었습니다!
《투석에 맞으면 2~3초간 경직 상태가 됩니다.》
이게 이전에 거인, 티탄의 투석에 맞았을 때 떠오른 메시지였다.
거미줄은 맞아도 다리가 봉쇄될 뿐, 팔을 움직여 싸울 수는 있지만 티탄의 ‘투석’은 경직! 그리고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2~3초라도 맞아 죽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당연히 최우선적으로 피해야 하는 공격!
우적우적! 우적우적!
패독이 씹어 대고 있어도 투석이 날아오면 그것부터 피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가랑비에 옷 젖듯이 생명력이 야금야금 깎여 순식간에 50% 이하로 떨어졌다.
그러나 지금은 생명력이 문제가 아니다.
‘젠장, 놈들을 따돌릴 수가 없어!’
한 종류만 있다면 방법을 찾을 수도 있겠지만 놈들은 몬스터 파티. 유저 파티처럼 서로 약점을 보완하고 있어 싸울 수도, 따돌릴 수도 없는 것이다.
‘하지만…….’
아크도 아무런 대책 없이 무턱대고 도망치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아니, 사실 처음에는 무턱대고 도망쳤다.
그러나 본래 사람은 위기에 몰리면 모르는 곳보다 아는 곳으로 도망치기 마련. 아크 역시 마찬가지였다.
지금 아크가 뛰어가는 통로는 그 망할 놈의 파티를 미행하며 지나온 통로인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자각했을 때 깨달았다.
‘이 통로를 따라가면…….’
“여기다!”
=======================================